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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67화 (167/240)

167화

“세리 누나.”

“응?”

“저놈의 시선은 내가 끌게. 누나는 사람들을 데리고 얼른 뒤로 빠져.”

“뭐라고?”

내 말에 하세리는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되물었다.

하지만 나는 확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평범한 헌터는 저놈에게 어떠한 공격도 할 수 없어. 지금 공격이 통하는 건 그나마 나야.”

“그렇기는 한데, 너 혼자서 뭘 하려고?”

“뭘 못 하지.”

하지만, 이라고 말하며 나는 말을 이었다.

“잠시 시선 정도는 끌 수 있을 거야. 그사이에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최대한 멀어지도록 해. 어서.”

“너를 혼자 두고 갈 생각은 없어. 그리고 지금 우리 수를 봐. 몇백 명이나 있어. 이 수라면 저 몬스터에게 어떻게든…….”

“누나, 방금 말했지만 저놈에게는 평범한 공격은 안 통할 거야.”

나는 수많은 헌터들 앞에 서 있는 다곤을 바라봤다.

그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그래, 너무나도 여유롭게 말이다.

“그리고 저놈, 그러니까 다곤은 몬스터가 아니야.”

“몬스터가 아니라니?”

“…신이야.”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에 말했다.

“아까 보니까 자기를 명부 신인가 뭔가로 불렀어. 그게 무슨 신인지 나도 모르겠지만… 신은 신인 거겠지.”

“유진아, 하지만 그거 말뿐이지 않을까? 신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신이 맞을 거야. 증거는 없지만… 확실할 거야.”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며 싸울 준비를 했다.

“여기 헌터들이 다 달려들어도, 아마 저놈을 못 이길 거야. 그러니까 어서 사람들을 데리고 후퇴해. 저놈의 시선은 내가…….”

“꽤 보는 눈이 있구나, 박유진.”

다곤은 작은 웃음소리를 내며 내 말에 끼어들었다.

“역시 신의 축복을 받은 인간답게, 눈썰미가 좋아.”

“…어서 가, 누나. 사람들을 후퇴시켜. 빨리 가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쉽게 보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거라.”

다곤은 삼지창을 땅바닥에 내리치며 말했다.

“나의 강함을 인류에게 보여 주기 위해, 너희들을 본보기로 삼을 테니까.”

“누나. 어서 사람들을 데리고 가. 어서.”

“…알겠어.”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건지, 하세리는 이번에는 내 말을 따랐다.

하지만 다곤은 말한 것처럼 우리를 쉽게 보내 주지 않았다.

“도망갈 생각 하지 마라!”

이 말과 함께 다곤은 헌터들 쪽을 향해 삼지창을 던졌다.

삼지창은 전열을 이룬 채 방패를 앞세운 탱커들을 향해 날아갔다.

삼지창 한 자루뿐이었지만…….

“크악!”

“으아아악!”

그 삼지창 한 자루가 탱커들의 대열을 완벽히 무너뜨렸다.

“역시 별것 없구나. 암만 수가 많아 봤자, 전부 거기서 거기구나.”

다곤이 손을 뻗자 삼지창은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

“대열을 유지해! 다들 전진!”

“공격해! 공격!”

공격받은 몇몇 헌터들은 다곤을 향해 나아갔다.

그들은 다곤에게 반격을 하고자 했지만, 의미 없는 짓이었다.

“아까 보지 않았냐?”

“아악!”

“커어억?!”

다곤이 삼지창을 한 번 휘두르자 수십 명의 헌터들은 나가떨어졌다.

전부 치명상을 입은 채로 말이다.

그러니까… 다곤은 일격으로 수십의 헌터들을 쓰러뜨린 것이었다.

“세리 누나! 어서!”

“으, 응! 전원! 후퇴! 각 길드장들은 본인의 길드원들을 데리고 자리를 이탈한다!”

하세리의 지시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헌터들 모두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 아마 지금쯤 본능적으로 느꼈을 거다.

다곤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하하! 그래! 도망치거라! 도망치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도록 해라! 하지만 도망 또한 의미 없다는 걸 알고 있도록 해라! 결국 인류는 내 손에 의해… 크윽?!”

“말이 많으시네요.”

나는 다곤의 머리를 향해 전류를 날리며 말했다.

“말은 충분히 들은 거 같으니, 어서 싸우기나 하죠.”

방금 말했듯, 다곤은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내 본능도 그렇다고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 끄는 것쯤이라면 가능할지 몰라.’

지금 다곤에게 유일하게 공격이 통하는 헌터는 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다곤을 지속적으로 귀찮게 해 최대한 시간을 오래 끌면 될 듯했다.

‘헌터들 다 도망칠 수 있게 시간만 끌자. 그리고 바로 도망치는 거야.’

나는 다곤을 바라보며 빠르게 계획을 세웠다.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다.

중요한 건 시간을 끌고, 나도 무사히 자리를 피하는 것이었다.

“박유진. 너의 노림수가 너무 뻔히 보인다. 누가 봐도 시간을 끌려는 자의 모습이 아니냐?”

“그럼 어떻게 할 건가요? 저를 그냥 무시할 생각이신지?”

“그래. 무시하고 저기 도망가는 인간들을… 크아악?”

“무시할 수 있으면 해 보시죠.”

나는 다곤의 얼굴을 향해 다시 한번 전류를 날리며 말했다.

“하지만 무시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제 전류는 좀 많이 따가우니까.”

“…네 장단에 어울려 주도록 하마.”

다곤은 상당히 짜증이 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런 후, 그는 내 쪽을 향해 삼지창을 던졌다.

하지만 그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다.

나는 몸을 옆으로 날려 삼지창을 피한 뒤, 와이어로 근처의 전봇대 위로 몸을 날렸다.

‘분명 약점 하나쯤은 있을 거야.’

내 오랜 경험에 의하면, 완벽한 존재는 없었다.

결국 모든 존재에게는 약점이 반드시 존재했다.

다곤을 상대로 조금이라도 승산을 가지려면 그 약점을 찾아야 했다.

‘일단 눈부터 노려 볼까.’

대부분의 생물들은 눈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다.

물론 다곤은 생물을 뛰어넘은 신이라는 존재인 듯했지만, 시도할 가치는 있어 보였다.

“아주 날쌔구나!”

다곤의 손에 삼지창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그 삼지창을 바로 내게 던졌다.

이에 나는 전봇대 위에서 떨어지며 자바니아를 그의 눈을 향해 던졌다.

“크윽?”

다곤은 팔을 들어 내 단검을 막았다.

공격이 안 통해서 아쉬웠지만, 이를 통해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막은 걸 보니, 약한 부위이기는 한가 보네.’

지금까지 다곤은 자신이 상처 입지 않을 것 같은 공격들은 그냥 맞았다.

그리고 다곤은 방금은 자신의 눈을 향해 날아가던 단검을 막았다.

‘일단 눈을 집중적으로 노리자.’

눈이 약점이고 아니고를 떠나, 적의 시야를 뺏기만 해도 내가 아주 유리해졌다.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뒤, 나는 와이어를 이용해 근처 건물의 옥상으로 이동했다.

고지대에서 나는 자바니아를 다시 소환해 다시금 다곤을 향해 던졌다.

“소용없다!”

다곤은 이번에도 내 단검을 막은 뒤, 또다시 나에게 삼지창을 던졌다.

나는 그의 삼지창을 또 피하며 근처의 다른 고지대로 이동했다.

그 후, 나와 다곤의 전투는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되었다.

나는 와이어를 이용해 끊임없이 자리를 이동했다.

다곤은 계속 나를 향해 삼지창을 던졌지만, 그의 공격은 내게 맞지 않았다.

‘전투 경험이 많이 없는 거 같네.’

다곤은 확실히 인간들에게 있어 위협적인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게, 인간의 공격이 아예 안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다곤에게 공격이 통하는 거라면…….

‘의외로 할 만할지도 몰라.’

공격만 통한다면 다곤은 내게 있어 그저 한 마리의 몬스터에 불과했다.

물론 신이라서 불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죽이지 않더라도, 내 선에서 제압만 할 수 있다면…….

“날파리처럼 싸우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끝이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다곤에게 피해를 누적시키던 중.

다곤은 갑자기 삼지창을 땅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땅바닥이 심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으윽?”

지진과 맞먹을 정도로 땅이 흔들린 탓에 나는 고지대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린 후, 바로 근처 건물의 옥상으로 와이어를 던졌다.

그렇게 몸을 다시 움직이려는 순간.

“도망칠 생각하지 마라!”

“…쳇.”

다곤은 삼지창을 내 와이어를 향해 정확히 던졌고, 그로 인해 와이어가 끊어졌다.

나는 재빨리 와이어를 또 뽑아 다시 고지대로 이동하려고 했으나.

“못 도망간다.”

“윽.”

다곤은 내게 달려와 회수한 삼지창을 내리쳤다.

이에 나는 자바니아로 그의 창을 막았다.

“으으윽……. 무슨 힘이…….”

“나는 신이다. 인간 따위인 너와는 근본 자체가 다르지.”

“으, 윽.”

다곤의 힘이 예사롭지 않았다.

단검으로 창을 막는 중이었으나…….

‘무슨……. 이건… 트럭 수천 대가 나를 짓누르는 것만 같은…….’

다곤은 창으로 나를 계속 짓눌렀다.

이에 나는 점점 몸을 낮추다 이내 한쪽 무릎을 꿇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스팔트 바닥에 금이 가더니 이내 내 다리는 깨진 아스팔트 사이로 밀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후우……. 아악…….”

온몸의 뼈가 박살 나는 기분이었다.

온몸의 근육이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다곤과의 거리를 벌려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다곤의 힘이 너무 강했다.

다곤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잠깐의 틈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 틈을 만들 만한 것이 전혀…….

“이쪽이다!”

“음? 네년은 또 뭔…….”

다곤과 대치하던 중.

근처의 그림자에서 신예진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다곤에게 달려들어 단검으로 그의 눈을 공격했다.

하지만 신예진은 평범한 헌터.

그녀의 공격은 다곤의 눈에 전혀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꺼지거라.”

“크어억?!”

다곤은 신예진의 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그걸 맞은 신예진은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다곤은 신예진을 날려 버리는 데 단 1초를 소비했다.

1초.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좋았어.’

신예진에게 정신이 팔린 탓에 다곤이 내게 가하던 힘이 살짝 약해졌다.

그 틈에 나는 옆으로 몸을 빼 다곤의 삼지창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자바니아를 다곤의 눈을 향해 휘둘렀다.

신예진 때문에 주의가 흐트러졌던 다곤은 내 공격에 아예 반응을 못 했고…….

“크아아악!”

나는 다곤의 왼쪽 눈을 베는 데 성공했다.

“크아악?! 바, 박유진! 네놈이 감히……. 명부 신인 내 몸을…….”

“알아서 하세요.”

나는 고통스러워하는 다곤을 뒤로하고, 신예진 쪽으로 달려갔다.

“괜찮냐? 움직일 수 있겠어?”

“우욱, 으으……. 네. 움직일 수 있어요.”

신예진은 입에서 피를 토해 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누가 봐도 상체의 뼈들이 박살 난 듯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장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어서… 으윽, 가요. 스승님.”

“가자.”

나는 신예진을 부축하며 빠르게 다곤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어딜 가려는 거냐?! 나를 이 꼴로 만들고, 감히 어디를 가려는 거냐 말이다!”

다곤은 피가 흘러내리는 왼쪽 눈을 부여잡은 채 다시금 삼지창을 들어 올렸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한 목소리로 외치며 내게 다가왔다.

“…신예진. 먼저 가.”

“네? 하지만…….”

“어서 가. 너는 네 할 일을 충분히 해 줬어.”

신예진 덕에 죽음의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그녀 덕분에 다시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나는 그 기회를 헛되게 쓸 생각이 없었다.

“그래, 박유진. 내가 너를 너무 만만히 본 모양이구나. 인간 따위여도, 신의 축복을 받은 인간. 위대하신 분의 말씀처럼 네놈을 확실히 죽여 놔야겠구나.”

“…해 보시죠. 할 수 있으면.”

나는 자바니아를 다시금 들어 올렸다.

지금 내 몸 상태도 말이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곤에게 또다시 상처를 낼…….

“크르르르르!”

다곤과 다시 한번 충돌하려던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이민아?”

그리고 익숙한 갈색 머리카락을 가진 늑대인간이 다곤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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