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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68화 (168/240)

168화

“이민아? 너 지금 뭐 하는…….”

갑작스러운 이민아의 등장에 나는 당황했다.

그리고 나만 당황한 것이 아니었다.

“이건 또 뭐냐?”

갑자기 자기에게 달려든 늑대인간 때문에 다곤 또한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다곤은 이민아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그녀는 매우 빠른 속도로 피했다.

“크르르…….”

이민아는 다곤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이민아의 공격 또한 다곤에게 통하지 않았다.

이민아의 주먹에 맞았음에도 다곤에게 그 어떠한 타격도 없었다.

“나를 귀찮게 하는구나.”

다곤은 말 그대로 귀찮다는 어투로 이민아에게 삼지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민아는 그 공격도 피했다.

“너… 크르르……. 내 주인을… 건들 생각 하지 마.”

“인간 따위가 무슨 말을……. 아니, 네년. 인간이 맞는 거냐? 이상한 생물과 섞인 잡종의 느낌이…….”

“닥쳐! 그리고 꺼져!”

이민아는 계속해서 다곤을 공격했다.

하지만 말했듯 이민아의 공격은 다곤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다곤 또한 전혀 타격이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그저 이민아를 귀찮은 날파리 정도로 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해.’

지금 다곤은 이민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아주 잠깐의 틈에 불과했지만, 전투에 있어 그 잠깐의 틈이 가지는 의미는 꽤 컸다.

‘다시 공격을 해 보자. 근데 문제는…….’

나는 다곤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다곤과 싸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의 온몸을 뒤덮은 비늘이 상상 이상으로 단단하다는 것이었다.

‘내 공격이 통하기는 하지만, 저 비늘들 때문에 치명상을 못 입히고 있어.’

이민아가 다곤의 시선을 끄는 지금이 공격할 최고의 기회였다.

하지만 기회만 있을 뿐.

내가 어떻게 공격하든 다곤에게 깊은 상처를 못 입힐 것만 같았다.

‘지금은 그냥 도망치는 게 맞나.’

이민아가 시선을 끄는 동안 신예진을 먼저 보내고, 그 후에 이민아와 함께 이곳을 벗어나는 편이…….

우웅. 우웅.

“음?”

속으로 생각을 하던 중, 내 목에 걸려 있던 돌멩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뭔 일인가 싶어서 엔드리온의 조각을 바라봤다.

우우웅.

“…너의 힘을 담아서 공격하라고?”

이번에도 이 돌멩이가 전하고자 하는 바가 머릿속으로 자연히 이해되었다.

이에 나는 잠시 고민했으나, 이내 결심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밑져야 본전이겠지.”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그 상태로 다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힘을 담아서 공격하라는 건, 대체 무슨 의미지?’

엔드리온의 힘을 이용한 적은 많았다.

하지만 그 힘을 담아서 공격하라는 건 꽤 생소했다.

무엇보다 힘을 담아야 한다는 건, 힘을 담을 그릇이 있어야 했다.

내겐 그 힘을 담을 곳이…….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이내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제 곧 다곤과 부딪히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본능에 모든 것을 맡겼다.

파지직!

나는 내 몸 안에 있던 모든 전류를.

거기다 한 발자국 나아가 엔드리온의 조각으로부터 전류를 최대한 끌어모았다.

그리고 그 엄청난 위력의 전류를 자바니아 안에 담았다.

‘자바니아라면 버틸 수 있겠지.’

자바니아는 애초에 이능력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 단검이었다.

그럼 아마 나와 엔드리온의 조각이 내는 전류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었고……. 내 예상이 맞았다.

내 단검은 내가 이끌어 내는 전류를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자바니아를 다곤에게 휘두르려던 그 순간…….

- 그래. 정답을 맞혔구나.

여자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전에 엔드리온의 조각에서 나타난, 빛으로 이루어졌던 여신.

그 여신의 목소리였다.

- 나도 조금은… 힘을 보태 주도록 할게.

이 목소리와 함께, 엔드리온의 조각에서 푸른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바니아에 전류 말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담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또 뭐야?’

의문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장은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다곤이 여전히 이민아에게 시선이 팔린 지금.

지금 아니면 이보다 완벽한 기회는 없을 것만 같았다.

“…무슨?”

내가 다가온 걸 눈치챈 건지, 다곤은 놀란 목소리와 함께 뒷걸음질을 쳤다.

그러나 이미 늦은 후였다.

나는 단검을 다곤의 오른쪽 눈을 향해 내리찍었다.

그의 양쪽 눈 모두 실명시킬 생각이었다.

“…쳇.”

하지만 다곤은 내 생각보다 빨랐다.

그가 재빨리 나와 거리를 벌린 탓에 나는 그의 눈을 벨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표적을 바꾸었다.

다곤의 눈이 아닌 명치를 향해 자바니아를 휘둘렀다.

그리고 자바니아는 그대로 명중했다.

“크아아악!”

다곤의 몸을 뒤덮고 있던 비늘.

다곤의 명치 쪽의 비늘들 중 일부가 깨졌다.

“크아악! 으윽! 박유진! 인간 따위가 감히 내 몸을…….”

비늘이 깨지자, 다곤의 맨살이 드러났다.

이에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저곳을 공격하면 다곤이 죽는다는 것을.

아니, 죽지는 않아도 죽음에 가까운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자바니아를 다시 다곤을 향해 휘둘렀는데…….

“죽여 주마! 흔적도 없이, 네놈을 갈가리 찢어 주겠다!”

“엇?”

다곤은 내게 삼지창을 휘둘렀다.

그것도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말이다.

너무 빨랐기에 내가 못 피할 정도였다.

‘…죽는다.’

삼지창은 정확히 내 목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이건 절대 못 피하는 공격이었다.

결국 내 목이 삼지창에 뚫려서 죽게 되는…….

“크아아악! 으르르르…….”

“…이민아?”

“으크크라라…….”

죽었을 것이었다.

이민아가 중간에 끼어들어 나 대신 삼지창을 안 맞아 줬으면 분명 죽었을 것이었다.

“으으…….”

이민아는 삼지창을 팔로 막았다.

삼지창에 맞은 이민아의 오른팔의 상태는 심각했다.

“이민아. 빠지자.”

“…으, 응.”

내 말에 이민아는 나를 따라 다곤과의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거리를 벌리자마자 이민아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으으으…….”

“…상태가 심각하네.”

이민아의 오른팔은 말 그대로 박살이 난 상태였다.

재활을 해도 멀쩡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스승님. 민아 씨. 지금…….”

“신예진. 움직일 수 있어?”

“네? 아, 네. 지금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서…….”

“이민아 데리고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야, 너 두고는… 으윽……. 너 두고는 안 가.”

이민아는 이상한 방향으로 꺾인 오른팔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를 다시 온 것도… 너를 위해…….”

“마음은 고맙지만… 어서 나가. 빨리.”

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다곤을 다시금 바라봤다.

“박유진……. 인간 따위가……. 유희는 여기까지다. 인류를 조금씩 갖고 놀 생각이었지만… 그 생각이 바뀌었다. 네놈과 인류를 철저히 멸망시켜 주마!”

다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의 주변에 알 수 없는 기운이 모이는 것만 같았다.

거기다 다곤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반인반어의 모습을 유지한 채… 그의 몸 위로 괴상한 뼈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박유진. 너 돌아올 거지?”

“너희들 가는 것만 보고 바로 나갈 거야.”

“…꼭 돌아와라.”

이민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건지, 그녀는 군말 없이 내 말을 따랐다.

그렇게 이민아와 신예진, 두 사람이 멀어진 걸 확인한 후.

“많이 아파 보이네요?”

“…여유 부리는 건 거기까지다. 나는 이제부터 진심으로 너와 인류를 멸망시키도록 하겠다.”

“그 몸으로 하시려고요? 지금 조금 많이 아파 보이는데?”

“…네놈이 내게 심각한 상처를 입힌 건 인정하마.”

다곤은 사라진 자신의 왼쪽 눈과 비늘이 깨진 자신의 명치를 한 번씩 매만지며 말했다.

“이 상처들 때문에… 아무래도 일정을 조금 늦춰야겠구나. 그리고 자랑스러워하도록 해라. 명부 신에게 치명상을 입힌 필멸자는 네놈이 처음일 테니까.”

“뭐… 저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명부 신을 최초로 죽인 필멸자도 노려 보도록 하죠.”

“…후훗. 나를 죽일 수 있으면 지금 죽여 보도록 해라.”

다곤은 작게 웃으며 나를 도발했다.

이에 나는 전류를 불러내며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는데…….

‘…지금 싸우면 못 이긴다.’

순간 본능적으로 느꼈다.

지금 다곤에게 달려들면 내가 역으로 죽는다고 말이다.

다곤에게서 느껴지는 저 심상치 않은 기운, 거기다 변형하기 시작한 그의 모습.

그러한 요소들 때문인지 나는 앞으로 달려가려던 몸을 멈춰 세웠다.

그런 내 모습에 다곤은 다시금 웃었다.

“너의 노력 덕에 인류는 3일의 유예 시간이 더 생겼다. 그러니 돌아가서 인류 측에게 전해라. 3일 뒤에 인류는 멸망할 테니, 그 3일 동안 최후의 시간을 즐기라고 말이다.”

이 말과 함께, 다곤은 삼지창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그러자 삼지창 주위로 초록색의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재빨리 다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곤은 나를 쫓아오지 않았다.

그는 삼지창을 땅에 꽂은 채,꼼짝도 하지 않았다.

‘뭐지?’

다곤이 안 쫓아오는 것에 의문을 느꼈지만 나는 이에 대해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저 초록색 빛이 어째 많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나는 빠르게 달려 서울역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이내 헌터들이 집합해 있는 건물의 앞에 도착했다.

“유진아!”

“…세리 누나.”

붉은 머리의 헌터는 앞으로 달려 나와 나를 맞이했다.

“유진아, 너 몸은…….”

“나는 멀쩡해. 그보다 혹시 이민아는 봤어? 그리고 이민아와 같이 간 검은색 머리 여자애는…….”

“그 두 사람은 병원으로 이동해서 치료를 받고 있어. 그보다 일이 어떻게 된 거야?”

하세리는 내 몸을 빠르게 살피며 물었다.

“네 몸 상태도 지금 좋지는 않네. 일단 너도 치료를 받고…….”

“이민아는 괜찮은 거지?”

“생명에 지장은 없어. 하지만 오른팔이 워낙 심하게 다친 상태야.”

“…그렇겠지.”

다곤의 삼지창을 직격으로 맞아 생긴 상처였다.

원래 내 목을 뚫어야 할 공격을 이민아가 대신 맞아 준 것이었다.

…나는 이민아에게 목숨을 빚졌다.

“아무튼, 누나. 이 근방에 있는 모든 민간인들을 전원 대피시켜. 아니, 가능하면 서울에 있는 시민들을 모두 대피시키는 편이 좋을 거야.”

“왜? 대체 무슨 일인데?”

“설명하자면 복잡해. 그래도 일단 말하자면…….”

나는 하세리에게 이 상황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려던 순간.

“저, 저거 뭐야?!”

“결계인가?”

“뭐야, 저거?”

술렁이기 시작한 근처의 헌터들.

그들은 모두 서울역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뭔가 싶어서 나 또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건…….”

서울역 주위로 초록색 빛의 벽이 나타났다.

그 벽은 서울역 주위를 완전히 감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록색 벽보다 내 눈에 들어온 건 따로 있었다.

“게이트가…….”

서울역의 상공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

그 게이트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게이트 주위의 상공에 다른 균열들이 생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더 많은 수의 게이트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3일이라고 했지.”

근거는 없었지만, 나는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했다.

3일 뒤, 저 거대한 게이트 주위로 수십 개의 게이트들이 나타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수십 개의 게이트에서 나타난 몬스터들로 인해, 인류는 멸망에 가까운 타격을 입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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