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72화 (172/240)

172화

* * *

- 어제 나타난 게이트의 소멸이 완전히 확인된 후, 전문가들은 그 게이트의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임시로 ‘하이퍼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게이트는 어제…….

- 어제의 게이트에서 나타난 몬스터, 다곤. 현재 다곤이 몬스터가 아니라 진짜로 신적인 존재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공개된 영상에 의하면, 헌터들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모습이…….

- 전문가들에 의하면 다곤 같은 존재가 또 나타나면, 박유진 헌터. 단 한 명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지금 세계 각지의 정부들은 박유진 헌터와 같은 특성을 가진 헌터들을 찾고 있으나, 박유진 헌터만의 특성이 무엇인지 아무도 파악을 못 하는…….

“월드 스타가 됐네, 유진아.”

하세리는 컴퓨터에서 나오는 뉴스를 끄며 피식 웃었다.

“다곤을 홀로 죽인 헌터, 신을 죽인 헌터…가 된 소감이 어때?”

“소감이라고 할 만한 게 있겠어? 나는 그냥 내 할 일을 한 것뿐이야.”

나는 하세리의 사무실에 있던 소파에 누운 채 대꾸했다.

“그나저나 일은 어떻게 잘 처리가 되고 있어, 누나?”

“서울역은 복구 작업에 들어갔고, 몬스터들에 의한 피해 금액도 산출 중이고……. 근데 서울 도심에 게이트가 나오는 건 늘 있던 일이야. 이런 건 딱히 중요하지 않아.”

하세리는 책상에서 일어나 내가 누워 있는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

“지금 전 세계가 너에게 집중하고 있는 거 알지?”

“나도 그걸 모를 정도는 아니야.”

나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하지만 몸을 일으키던 중.

“아야야……. 아직도 아프네.”

“왜 그래? 어제 치료 제대로 받은 거 아니었어?”

“치료는 제대로 받았어. 지금 이러는 건, 뭐랄까……. 근육통 같은 거?”

“근육통? 근육통이면 그냥 협회 내 힐러에게 간단히…….”

“아니, 이건 평범한 근육통이 아니거든.”

나는 내 검은색 반지와 목에 걸린 파란 돌멩이를 바라봤다.

‘신의 힘을 무리해서 쓴 탓인가.’

다곤을 잡은 후, 나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가 온갖 치료를 다 받았다.

하지만 암만 치료를 받아도 이 상당히 심한 근육통 같은 통증은 안 사라졌다.

이 돌멩이와 반지에게서 받은 힘이 아직도 잔류하며 내 몸을 괴롭히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나니까 좀 나아지기는 하는 중인데……. 뭔가 이 힘을 너무 막 써서는 안 될 거 같네.’

조금씩 쓰는 건 문제 없을 듯했지만 어제 다곤을 상대할 때처럼 한 번에 많이, 그러니까 목숨을 걸고 이 힘을 끌어내면 내 몸에 무리가 가는 듯했다.

‘이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기는 해야겠어.’

뭔가 앞으로 다곤과 같은 놈들을 자주 상대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니 그에 대한 대책을…….

“뭐, 그건 그렇고, 유진아.”

“응?”

“네가 다곤을 상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네가 신에게 축복을 받은 덕이라고?”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나 이거 몇 시간 전에도 설명하지 않았나?”

“했지. 근데… 아직도 쉽게 안 믿겨서 말이야.”

하세리는 내 옆에 앉으며 내 검은색 반지와 파란 돌멩이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이 돌멩이가 너에게 더 강한 전기를 쓸 수 있게 보조해 주고… 이 반지가 너에게 그 거미줄?”

“응, 거미줄.”

“그 거미줄을 쓸 수 있게 해 준다는 거지? 돌멩이는 천둥새들이 숭배하는 여신에게서 얻어 왔고, 이 반지는 거미의 신인가 하는 신에게 받아 온 거라고?”

“거미와 암살의 신이라는데, 뭐 하는 신인지 나도 모르겠다. 천둥새들의 여신도 누군지 정확히 모르겠고.”

“흐음.”

하세리는 여러모로 긴가민가하다는 표정이었다.

이에 나는 피식 웃었다.

“못 믿겠다는 표정이네.”

“아니, 너를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뭐랄까…….”

“그치. 나도 처음에는 신의 존재에 대해 쉽게 이해 못 했어.”

하지만, 이라고 나를 말을 이었다.

“신들은 확실히 존재해. 그리고 그 신들 중 몇 명이 이곳을 노리고 있다더라.”

“…당장은 신의 존재를 긍정할 수밖에 없겠네.”

하세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애초에 지금 세계 곳곳에서 신이라는 존재 때문에 난리도 아니야.”

“뉴스에서 별 소식들이 다 나오기는 하더라.”

“그치. 일단 사이비 종교들이 계속 나타나는 건 문제도 아니야. 하지만 이 신이라는 존재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몬스터도 아니고 신이니까 그럴 만도 하지.”

나야, 이미 신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크게 상관없었다.

하지만 일반인들 입장에서의 신은 다를 수 있었다.

애초에 몬스터보다 훨씬 강하다는 느낌이 있었고, 무엇보다 그 신이라는 존재가 인류를 적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에 패닉할 수밖에 없었다.

“헌터들도 신들과 싸우기 싫다면서 내빼고 있는 마당이라며?”

“그래서 참 곤란한 상황이야. 근데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서. 그리고 다른 나라 이야기 나온 김에…….”

하세리는 나를 슬쩍 바라봤다.

“지금 다른 나라 정부가 네게 눈독 들이고 있다는 것도 알지?”

“신과 대적이 가능한 유일한 헌터다, 뭐, 이것 때문이지?”

“잘 알고 있네.”

하세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 다른 나라 정부들은 자국에서 너 같은 사람들을 찾고 있어. 그러니까 신에게 공격이 통하는 사람들을 찾고 있는데…….”

“못 찾겠지. 애초에 찾는 방법을 모르니까.”

“그래서 다른 나라 정부들이 너에 대한 정보들을 요구하는 중이야. 너만의 특별한 특성이 뭔지 알려 주면, 자기 국민들 사이에서 찾아보겠다, 이렇게 말하는 중인데……. 일단은 안 넘겨주고 있어.”

“근데 애초에 나만의 특별한 특성이 있나?”

“모르겠어. 너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파장이라거나, 헌터로서의 눈에 띄는 특성은… 딱히 분석된 건 없었어.”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역시 서울역 위에 나타났던 그 환영이…….”

“네가 다곤과 1대1로 싸운 건… 뭐, 그때 서울역 위에 나타난 그 환영 있지? 서울에 사는 여러 사람들이 그걸 영상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어. 그리고 그것 때문에 지금 넌 ‘신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헌터,’ 뭐, 이렇게 불리게 된 거지.”

“에휴.”

나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다곤은 아마 나의 죽음을 사람들에게 보여 줄 생각이었을 거다.

하지만 다곤은 역으로 내게 당했고, 그 장면이 사람들에게 전부 보이게 되었다.

‘죽어서까지 나를 귀찮게 하네.’

유명해지는 거야 상관없는데……. 문제는 지금 내가 신들에게 공격이 가능한 실질적인 유일한 인간이었다는 거다.

그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린 꼴이 되었으니…….

“지금 다른 정부가 우리 협회로 막 요청하고 있어. 언제 자기들 나라에 그 커다란 게이트, 그러니까 하이퍼 게이트였나? 아무튼 그게 나타나고, 신들이 나타나 자기 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니 너를 언제든지 자기네 나라로 보낼 준비를 해 달라, 이렇게 말이야.”

“그래서 누나는 어떻게 했어?”

“일단 다 거절 중이야. 지금 우리나라 정부도 비슷한 요청을 계속 협회로 보내고 있는데… 일단 기다려 달라고 하는 중이야. 물론 네가 원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아니, 계속 그렇게 해 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분간은 나도 조금 할 게 있거든. 그것만 다 하고 나서 각 나라 정부들의 요구 사항들을 들어 봐야겠어.”

“알겠어. 그러고 보니 할 일이라는 게, 혹시 이사?”

“어. 아무래도 내 유명세를 이용해서 유나에게 접근할 인간들이 조금 보여서. 유나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집을 안전한 곳으로 옮길 생각이야.”

“우리 동네로 올래? 우리 동네 꽤 안전한데.”

“누나네 동네는 너무 비싸. 그리고 집은 어제 구했어.”

“신 때문에 난리일 텐데 용케 구했네?”

“이런 시국에도 장사할 사람들은 장사하더라. 아무튼 그냥 적당히 조용하고, 사람들 눈에 안 띄는 곳으로 구했다.”

“유명인은 참 피곤하겠네.”

하세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근데 상황이 참…….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B급 헌터라. 이것 참 여러모로……. 으음, 잠깐만. 생각해 보니까, 너 등급 측정 다시 받아 볼래? 너 다곤을 이기고 난 후에… 어째 분위기가 등급이 한 단계 더…….”

“나중에 받아 보든가 할게. 이제 슬슬 가 볼 곳이 있거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에 하세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민아 양 보러 가는 거야?”

“걔도 보러 가야지. 팔 꽤 심하게 다쳐서 아직도 병원에 있더라. 근데 걔 보러 가기 전에 들를 곳이 따로 있어서.”

“으음, 알겠어. 일 생기면 다시 부를게. 아, 맞다. 그리고 유진아.”

“음?”

“혹시나 해서 다시 묻는 건데, 다곤의 시체는 그냥 사라진 거야?”

“어, 뭐, 그렇지. 지난번에 말한 것처럼, 내가 죽이자마자 시체가 바로 먼지가 되면서 사라졌어.”

나는 태연히 말했다.

* * *

“자, 하윤경. 그래서 다곤의 시체는 다 분석했냐?”

북한산에 위치한 하윤경의 제2 연구소.

하세리와 이야기를 마친 후, 나는 바로 이곳에 와 하윤경을 찾았다.

“근데 그 전에 신예진은 어디 갔냐?”

“여기 음식 다 떨어졌다고 장 보러 갔다.”

“아직 몸도 다 안 나았을 텐데, 좀 쉴 것이지.”

다곤과의 전투에서 내장을 심하게 다쳤던 신예진.

치료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 조금 더 안정을 취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돌아오면 좀 쉬라고 한마디 해야지. 뭐, 아무튼. 하윤경, 다곤의 시체는?”

“네가 원하는 대로 분석 다 했어.”

하윤경은 지하 3층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실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에 죽은 다곤의 시체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시체가 아니라…….

‘시체의 일부분이지.’

다곤을 죽이자마자 그의 시체는 말 그대로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전부 사라진 게 아니었다.

그의 시체 중 일부는 사라지지 않았다.

주먹 하나 크기 정도 되는 살덩이였지만, 어딘가 쓸 곳이 있을 거 같아 몰래 챙겨 왔다.

그리고 그걸 반나절 전, 하윤경에게 넘기며 분석을 맡겼다.

“하지만 이건 이 자료를 넌 봐도 모를 거야. 당장 내가 봐도 이게 뭔지 모르겠어.”

“으음……. 그러네. 내가 봐도 모르겠다.”

모니터에 띄워진 다곤의 시체 분석 결과.

얕은 과학 지식을 가진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시간을 주면 다곤의 신체가 어떤 구조로 구성된 건지 파악하고… 신의 신체를 재현해 낼 수 있겠어?”

“신의 신체를 재현하라고? 어어어, 으으음. 글쎄. 일단 네가 준 다곤의 신체 일부분……. 이것만 해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로 이루어져 있어. 물론 다른 원소와 물질로 대체는 가능해 보이는데, 그렇게 하면 똑같이 재현은 못 하겠지.”

“비슷하게 할 수만 있으면 충분해.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현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그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박유진. 다곤의 신체를 재현하라는 건 갑자기 왜…….”

“만약을 대비해서지, 만약을 대비해서. 아, 그리고 이야기 나온 김에 말이야.”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윤경에게 이 일을 다시 하게 하는 건 여러모로 위험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다음에 어떤 신이 공격해 올지 모르는 마당이었던지라… 그 정도 리스크는 감수해야 했다.

“하윤경, 너 신에 대한 연구를 다시 하는 걸 허락할게.”

“…뭐라고?”

“인류를 뛰어넘는 존재가 되는 방법. 그걸 다시 허락한다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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