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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79화 (179/240)

179화

나의 계획 자체는 꽤 그럴싸했다.

와이번을 나에게 최대한 집중시키며 전투를 진행한다.

그러면 와이번은 주변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나에게만 집중할 터였다.

‘물론 노련한 존재라면 주변을 계속 신경 쓰겠지만, 적어도 와이번은 그런 타입이 아니었어.’

내가 본 와이번은 상당히 감정적인 존재였다.

그렇기에 내가 계속 신경을 긁으면 그녀는 분명 내게만 집중할 거라 예상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그녀는 주변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나와의 전투에만 집중했다.

나를 붙잡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이게 과연 통하려나.’

신예진이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그 순간까지 나는 확신을 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와이번은 강했다.

모든 요소를 다 고려했을 때, 다곤보다 더 위험한 신이었다.

그런 신을 상대로 나의 이 뻔한 수법이 통할까 싶었는데…….

“엇?”

통했다.

나에게 완전히 집중하고 있던 와이번은 신예진의 출현을 한발 늦게 알아차렸다.

0.1초라도 빠르게 알아차렸다면 와이번은 신예진의 공격을 피했을 터였다.

하지만 와이번은 이미 늦은 후였고, 무엇보다…….

‘역시 피할 생각이 없어 보이네.’

위협을 느끼면 보통 몸은 본능적으로 알아서 피했다.

하지만 와이번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그녀의 본능은 신예진을 위협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그렇다는 건…….

‘내 계획이 통한 거네.’

와이번은 신예진의 공격을 그냥 맞아 주려는 듯했다.

신예진이 평범한 헌터라면 와이번의 이러한 판단이 맞았을 거다.

왜냐하면 평범한 인간의 공격은 신에게 안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신예진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신예진의 단검이 와이번의 목을 꿰뚫었다.

이에 와이번은 비명과 함께 뒷걸음질 쳤다.

“아아악?! 이, 인간의 공격이 어째서 내게…….”

“엄밀히 따지면 저도 인간입니다만?”

“으윽. 너, 너는 신에게서 힘을 받은…….”

“그러니까요.”

“커억?!”

나는 와이번의 배에 주먹을 날리며 그녀를 내 위에서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나는 와이번의 상태를 빠르게 살폈다.

‘신예진의 공격이 깊게 들어가지 않았어.’

신예진이 근력 자체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있겠지만, 와이번의 신체 내구력은 꽤 뛰어난 편이었다.

단검 하나로 치명상을 입히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래도 목의 저 상처는 분명 의미가 있겠지.’

와이번은 지금 꽤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 탓인지 그녀의 움직임 자체가 눈에 띄게 느려져 있었다.

기껏 얻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은 없었다.

파지직!

나는 다시금 자바니아에 전류를 집중시켰다.

칼날에 엄청난 양의 전류가 응축되었고, 나는 그 칼날을 그대로 와이번의 목에 내리찍었다.

“크아아아악!”

공격 자체는 제대로 들어갔다.

와이번의 목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승리했다는 확신이 안 들었다.

‘내 공격의 위력이 반감했었지.’

평소보다 절반의 피해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방금 내 공격으로 치명상은 줬어도, 죽음에 이르는 공격은 아니었을 듯했다.

‘한 번만 더 공격하자.’

똑같은 위력의 공격을 한 번 더 날리면 와이번을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자바니아를 또다시 들어 올렸는데.

“크아아아아!”

와이번은 갑자기 포효를 하더니 내 공격을 피했다.

전에 보여 주던 압도적인 속력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빨랐다.

“됐어! 그냥 죽일 거야! 다 상관없으니, 그냥 죽여 버리겠어!”

와이번은 피가 잔뜩 흐르는 목으로 내게 돌진해 왔다.

나는 이에 반응하고자 했지만.

“으윽?”

내가 반응하기에 와이번은 여전히 너무 빨랐다.

하지만 공격당한 직후여서인지 그래도 전보다 느려진 상태였다.

‘이 정도 속도면… 내가 반응은 못 해도 예상은 할 수 있겠어.’

와이번이 어떤 식으로 전투를 하는지 진작에 다 파악해 뒀었다.

이걸 이용해 나는 와이번이 어디서 어떻게 공격해 올지 예측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왼쪽 명치를 노리겠지.’

나는 자바니아를 미리 내 상체의 왼쪽에 가져갔다.

그리고 잠시 뒤, 와이번의 주먹이 날아와 자바니아에 막혔다.

“음? 어떻게 막은……. 아으윽, 목이…….”

“많이 아파 보이네요.”

나는 와이번을 뒤로 밀쳐냈다.

와이번은 피가 떨어지는 목을 매만지며 나를 노려봤다.

“으으으……. 다른 건 몰라도, 너만큼은 내가…….”

“지금 저만 신경 쓰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닐 거예요.”

“뭐?”

내 말에 와이번은 의문을 표했다.

그리고 그녀가 스스로 답을 찾을 틈도 없이 근처의 그림자에서 신예진이 튀어나왔다.

“크윽?”

신예진은 단검을 휘둘러 와이번의 상체에 상처를 입혔다.

이에 와이번은 신예진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근처 그림자 안으로 몸을 숨긴 뒤였다.

그리고 와이번이 신예진에게 시선을 빼앗긴 틈을 이용해 나는 와이번에게 자바니아를 던졌다.

“악? 박유진, 너!”

“돌아와라.”

나는 자바니아를 회수한 후 바로 와이번에게 달려들었다.

이에 와이번은 내 공격을 받아칠 준비를 했는데.

“으어억?!”

또다른 그림자에서 나타난 신예진이 와이번의 뒤통수를 걷어찼다.

이에 와이번은 균형을 잃었고, 나는 그 틈을 이용해 자바니아를 그녀의 배에 찔러 넣었다.

“으아아악?! 으으으…….”

와이번은 공격당한 와중에도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신예진이 또다시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방해했다.

그런 후, 신예진은 다시금 그림자 안으로 몸을 숨겼다.

이후, 전투는 비슷한 양상을 보이며 흘러갔다.

나는 정면에서 와이번을 상대했고, 신예진은 그림자에서 튀어나와 계속 와이번을 기습했다.

계획에 없던 전투였지만, 나와 신예진은 손발을 잘 맞추고 있었다.

아무래도 반년 동안 내게 암살을 배운 탓인지 신예진은 내 전투 방식이 익숙한 듯했다.

‘이대로만 가면 이길 수도 있겠어.’

와이번에게 꽤 많은 대미지를 누적했다.

그런 이제 기회를 봐서 크게 한 방을…….

“…귀찮게 하네.”

와이번에게 공격을 하던 중, 갑자기 와이번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낮은 목소리라기보다는… 목소리 자체가 달라진 것이었다.

뭔가… 보다 더 오래된 존재의 목소리 같았다.

그 목소리를 들은 직후, 나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신예진! 그림자 안으로 몸을 숨겨!”

“네? 아, 네!”

신예진은 바로 내 말을 따랐다.

그리고 신예진이 모습을 숨긴 그 순간.

- 우워워워!

와이번은 포효와 함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 여자의 모습에서 와이번으로 다시금 모습을…….

“어?”

아니, 와이번 따위가 아니었다.

와이번보다 더 상위의 존재인… 드래곤으로 변신한 것이었다.

“인간 따위에게 드래곤의 힘을 쓸 줄이야.”

와이번은 거대한 몸집으로 근처의 건물들을 무너뜨렸다.

“자존심 상해서 인간 따위에게 이런 모습을 안 보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겠네.”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는 거대한 드래곤.

그 모습에 나는 본능적인 판단을 내렸다.

“신예진, 후퇴야! 빠르게 도망을…….”

드래곤을 상대하는 건 계산 밖이었다.

그래서 후퇴를 하고 재정비를 하고자 했는데.

“어딜 도망가려고!”

“크억?”

커다란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드래곤으로 변한 와이번은 매우 빨랐다.

그녀는 앞발을 이용해 나를 붙잡았다.

“이 모습을 본 인간들 중 살아 나간 인간은 없어! 그러니 너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

“으으윽.”

나는 와이번의 손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와이번은 나를 너무 세게 붙잡고 있었다.

‘못 이기는 건가.’

드래곤으로 변한 와이번.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다곤이 신체를 변형할 때도 비슷한 느낌의 위압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와이번이 내뿜는 위압감은 다곤을 훨씬 상회했다.

마치… 마치 진짜 신을 마주하게 된 것만 같았다.

나 같은 인간이 감히 상대 못 할 존재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길 방법을 찾아야겠지.’

벌써 무너질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나는 와이번의 손에 붙잡한 채 그녀의 거대한 몸을 빠르게 살폈다.

‘일단 몸 상태가 멀쩡하지는 않은 듯하네.’

나와 신예진의 협공으로 인해 와이번의 몸이 많이 망가진 모양이었다.

특히 그녀의 목.

드래곤으로 변한 지금도 와이번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그러니 목을 집중적으로 노리면 될 듯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네.’

현재 나는 와이번에게 붙잡혀 있었다.

내 힘으로 그녀의 손아귀를 뿌리치는 건 힘들 것 같았고, 그건 신예진에게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그렇다면 내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한 가지였다.

‘신예진에게 뒤를 맡기는 거지.’

최후의 발악을 하면 나는 아마 와이번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의 숨통을 끊는 건 신예진에게 맡겨야 될 듯했다.

왜냐하면… 내 최후의 발악은 여러모로 위험했기 때문이다.

아마 발악 후, 나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일 터였다.

“스승님!”

신예진이 그림자에서 튀어나왔다.

하지만 거대한 드래곤을 상대로 뭘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신예진은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옅게 미소를 지었다.

‘내 의도를 알아차리기를 바라야겠네.’

나의 최후의 발악 후.

신예진이 과연 내 의도대로 와이번의 숨통을 끊어 낼지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뭐, 당장은 다른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 방법이 통하기를 바라야만 했다.

“뭐야? 너 왜 웃고 있냐? 죽기 직전이라 드디어 미쳐 버린 거냐?”

“뭐, 그렇다 치죠.”

“언제까지 능글스럽게 반응할지 보자고.”

와이번은 나를 노려보며 손에 더욱 힘을 줬다.

그러자 내 몸 안에서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윽…….”

“스승님!”

“이제야 좀 볼만한 얼굴이 됐네.”

“…후훗, 모르시나 본데… 제 얼굴은 항상 볼만해요.”

“…진짜 미쳐 버린 거냐?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와이번은 더 세게 힘을 주었다.

그로 인해 내 뼈가 더 부서지기 시작했다.

“아아, 스승님! 제가…….”

근처에서 신예진이 소리치는 게 얼핏 들렸지만, 당장은 그 소리를 무시했다.

집중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 안에서 전류를 최대한 끌어모아…….

“멈추라고, 이 도마뱀 새끼야!”

그러던 중, 신예진은 크게 소리쳤고… 그 순간 이변이 발생했다.

“…어?”

“음?”

나와 와이번, 둘 모두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게, 갑자기 그림자가 땅바닥에서 튀어 올라, 와이번의 몸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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