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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82화 (182/240)

182화

“박유진! 너 죽을 줄 알아! 나에게 이런 굴욕을 준 것을 후회하게…….”

“뒤로 물러나 있어.”

“으윽?!”

하윤경이 근처에 있던 기계를 몇 번 건드렸다.

그러자 와이번의 팔과 다리에 묶여 있던 쇠사슬들이 와이번을 벽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나저나 참 신기하다니까.”

하윤경은 철창 뒤에 갇힌 와이번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설마 진짜로 신을 잡아서 올 줄이야.”

“나도 될 줄은 몰랐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솔직히 안 될 줄 알았는데, 해 보니까 또 되더라고.”

“그러니까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거야.”

하윤경은 헛웃음을 지으며 와이번의 발목에 있는 발찌를 가리켰다.

“아까 말한 것처럼 저 발찌 자체는 신에게까지 통하게 만들어 놓은 건 맞아. 하지만 이론상 인간이 신을 굴복시키는 건 불가능해. 인간의 영혼 따위로는 신의 영혼을 굴복시킬 수 없거든.”

“그런 거 같더라.”

아까 와이번에게 저 발찌를 채웠을 당시, 나는 말 그대로 죽을 뻔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안의 영혼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와이번의 영혼을 버텨 내야 하는데, 그것을 버티는 게 상당히 힘들었다.

뭐, 그래도 결국 어찌어찌 성공했지만 말이다.

“근데 그 발찌 말이야. 조금 개량해 줄 수 있냐? 뭔가 지금 물건으로는 와이번을 붙잡기 아슬아슬해 보이거든.”

“상황 봐서 해 볼게.”

하윤경은 대꾸하며 다시금 와이번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참 신기하네. 신이라니. 신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걸 눈앞에서…….”

“야, 꼬맹이! 동물원에서 동물 구경하듯이 보지 마! 나는 신이야! 너 같은 꼬맹이에게 구경당할 입장이 아니라고!”

와이번은 하윤경을 노려보며 말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나저나 이 감옥을 몇 년 전에 만들어 놓기를 잘했네. 그때 그냥 심심해서 만든 거였는데, 설마 진짜로 신을 이 감옥에 가둘 날이 올 줄이야.”

감옥의 상태를 확인한 하윤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리다 이내 나와 신예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시간 전에 신예진이 저 여자를 데리고 왔을 때 엄청 놀랐어. 갑자기 뭔 여자인가 싶었는데, 신예진 말로는 신이라고 하고……. 분석해 보니 진짜 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래, 엄청 놀랐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몇 시간 전, 와이번을 쓰러뜨린 후.

나는 와이번에게 온갖 제약들을 걸어 놓은 채 신예진에게 와이번을 몰래 하윤경의 연구소로 옮겨 달라고 부탁했다.

“근데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만든 저 발찌로 온갖 제약을 다 걸어 두기는 했다만, 아무 데나 데려갈 수 없었으니까. 게다가 너의 연구소라면… 신을 가둘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

“감 하나는 좋네. 하긴… 이러니까 나를 이 꼴로 만든 거겠지.”

하윤경은 어린아이가 된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아무튼 박유진. 이 신, 그러니까 와이번? 이 신을 이렇게 가둔 것까지는 좋은데, 이제 뭐 어떻게 하려고?”

“당연히 이 녀석을 이용해서 연구를 해야지.”

나는 감옥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내가 다가서자 와이번은 눈을 부릅뜨며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연구?! 야, 이제 하다하다 나를 실험용 쥐로 취급하는 거냐?! 박유진! 마지막 경고야! 이거 당장 풀어! 그럼 적어도 네 목숨만은 내가…….”

“제가 그 사슬들을 왜 풀어야 되는 거죠?”

“너에게 자비를 배푸는…….”

“자비 따위는 필요 없으니, 그 사슬을 풀고 저를 죽여 보세요.”

“내, 내가 못 할 거 같아?!”

와이번은 이 말과 함께 힘으로 쇠사슬을 끊어 내려고 했으나 당연하게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내게 뭔 짓을 한 거야?! 왜 내가 이딴 사슬 하나를 못 끊는 건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선 이 감옥 같은 경우에는…….”

“신의 힘을 약화시키는 감옥이지.”

하윤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신의 존재를 증명해 내고, 신들에게 일종의 파장이 있다는 것도 알아냈었지. 그래서 그 파장을 분석해 신이 지닌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파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어. 그리고 저 감옥에는 그 파장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중이지.”

“뭐, 그렇다네. 근데 많이 약화는 못 시킨다고 했지?”

“해 봤자 평소 힘의 10%밖에 약화시키지 못하지.”

하지만, 이라고 하윤경은 계속 말했다.

“저 발찌를 차고 있으면 10% 약화도 엄청나겠지.”

“뭐, 그렇겠지. 내가 온갖 제약을 걸어 놨으니까.”

“발찌? 설마 이 발찌 때문이야?”

와이번은 자신의 발목에 채워진 발찌를 바라봤다.

“이게 내 힘에 제약을 걸고 있다고? 그렇다면…….”

와이번은 자신의 발목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에 나와 하윤경은 피식 웃으며 지켜봤고, 잠시 뒤.

“끄아아악?! 아악?! 그으윽?!”

와이번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하윤경은 헛웃음을 지으며 와이번에게 말했다.

“포기하는 편이 좋을 거야. 나도 저거 풀려고 수백 번은 시도했는데 안 됐거든. 괜히 고생하지 말고, 나처럼 현실을 받아들여.”

“으그그그…….”

“뭐야? 하윤경, 너 언제부터 현실에 순응한 거냐?”

“좀 됐어, 이 개새끼야. 하지만 아직 완벽히 포기한 건 아니야.”

하윤경은 나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기회가 온다면 나는 반드시 네 목을 찢어 버릴 거니까.”

“그럴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네.”

피식 웃으며 대꾸한 뒤, 나는 와이번 쪽을 바라봤다.

“어찌 됐든, 잘 부탁드립니다. 저의 포로님.”

“포로……. 으윽……. 포로 같은 소리 하네……. 으그그.”

“협조만 해 준다면 그쪽을 최대한 편하게 해 드릴 걸 약속드리죠.”

“…협조?”

“신들에 대한 정보를 아는 대로 뱉으세요.”

“…….”

내 말에 와이번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쪽이 섬기는 신, 그러니까 괴수들의 신인가 하는 존재에 대해 전부 말하세요.”

아무 일이 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괴수들의 신에 대한 언급하는 순간, 와이번의 눈빛이 변했다.

“뭐라고? 그분에 대해 너에게 말하라고? 너… 미쳤냐?! 네가 뭔데 감히 그분에 대해…….”

와이번은 내게 외치며 다시금 사슬들을 끊어 내려고 했다.

물론 안 끊어졌지만……. 문제는 와이번 주위로 강력한 기운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내게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윽.”

와이번에게 처음 발찌를 채웠을 때 느껴진 압박감이었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와이번의 영혼을 나의 영혼이라는 그릇 안에 담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이번의 영혼이 내 안에서부터 벗어나려고 날뛰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억지로 누르고 있던 와이번의 힘이 내 통제를 벗어나려고 했다.

“후우우우.”

나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와이번을 여기서 놓치면 대참사가 일어날 게 뻔했다.

지금 어떻게든 와이번이 날뛰려는 걸 막는 게…….

“가만히 있어.”

“꼬맹이가 뭐라는… 끄아아아악!”

그러던 중, 하윤경은 감옥 옆에 있던 기계에 또다시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쇠사슬에 고압의 전류가 흘러 그대로 와이번을 감전시켰다.

“원래라면 신에게 이런 건 절대 안 통했겠지만…….”

“내가 제약을 또 걸어 놨지. 앞으로 모든 공격이 통할 수 있게 하라고.”

“지금 이 여신은 사실상 평범한 인간과도 같은 상태야.”

하윤경은 감옥 안에 쓰러진 와이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는 이내 와이번의 발찌를 바라봤다.

“개량할 필요가 있겠네. 지금 건 너무 위태로워. 작정하고 날뛰면… 어쩌면 네 통제를 진짜 벗어날지도 몰라.”

“그렇다면 당장 만들도록 해. 그 명령을 반지로 내려 줄까?”

“됐어. 조금 이따가 바로 만들게.”

하윤경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하윤경과 대화를 나누던 중, 근처에 있던 신예진이 입을 열었다.

“근데 스승님. 지금 와이번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거면 강제로 정보를 뱉어 내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해 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뭐랄까……. 이 녀석의 육체와 관련된 건 전부 통제할 수가 있어. 하지만 정신 쪽은 통제가 안 되더라고. 그래서 정보를 강제로 토해 내게 만들고 싶은데 안 되고……. 얘의 생각을 읽으려고 해도 무슨 벽에 계속 막히는 느낌이야.”

“그럼 어떻게 하려고요? 그러려고 이 도마뱀 새끼를 납치한 거 아니에요?”

“뭐, 그거 말고도 이 녀석의 몸에서 샘플들을 얻을 생각이기도 했다만, 신에 관한 정보도 중요하지. 그래서 그건…….”

“고문할까?”

옆에 있던 하윤경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 신의 몸을 연구하면서 고문하는 거 가능해. 내가 전에 자주 해 봤거든. 그럼 고문을 통해 정보를 뱉어 내게 할 수도… 아악?!”

“시끄러워, 인마.”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하윤경의 머리를 한 대 쳤다.

“너는 사람 몸 갖고 장난치려는 버릇 좀 고쳐라.”

“으으, 하지만 박유진. 잘 생각해 봐. 이 여신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고. 네가 쓰러뜨려야 하는 신. 너의 적이야. 연민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틀린 말은 아니네.”

적에게 자비를 베푸는 건 사치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하윤경의 말에 동의했다.

그렇기에 원래 같았으면 와이번을 하윤경의 손에 맡겼을 터였는데…….

‘…그래, 이게 좋겠다.’

문득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그럼 이렇게 하자. 하윤경, 와이번의 몸을 분석하고, 신의 신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으도록 해. 그리고 신의 신체에 약점이 없는지, 그 점을 중점으로 하고.”

“알겠다. 근데… 그럼 고문 같은 건…….”

“해.”

“…하라고?”

“응. 하지만 너무 과하게는 하지 마. 그냥 적당히… 와이번이 버틸 수 있는 한계보다 약간 약하게 하도록 해.”

내 말에 하윤경, 그리고 옆에 있던 신예진도 고개를 갸웃했다.

“스승님? 혹시 뭔가 생각 중이신 게 있나요?”

“하나 있기는 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내 예상이지만, 아마 와이번은 어떤 고문을 해도 쉽게 정보를 말 안 할 거야. 그렇다면… 스스로 말하게 만들도록 해야지.”

“그러니까 그 방법이…….”

“내가 사람 심리에 대해 잘 알거든.”

“네?”

뜬끔없는 나의 말에 신예진은 또다시 의문을 표했다.

이에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와이번은 뭔가 인간다운 신인 느낌이 들어. 그 점을 이용하면 아마 내 방법이 잘만 하면 통할지도 몰라.”

“스승님, 그러니까 말씀하시는 그 방법이 대체 뭐죠?”

“으음, 혹시 너…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 들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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