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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84화 (184/240)

184화

【 다른 세계 】

“저 게이트 안에 들어간다고?”

“그래야지. 누나도 알잖아. 저 게이트를 저대로 둘 수 없다는 거.”

내 치료를 마친 주하나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하세리가 내 병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긴 한데,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이 정도 위험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신과 싸우는 건데, 안 위험하기를 바라는 건 사치라고.”

“나도 알아. 그래서 저 게이트에 혼자 들어갈 거야?”

“아니, 혼자는 아닐 거야.”

“그럼 신예진 양? 들어 보니까 신예진 양이 신에게 공격할 수 있다는데……. 혹시 다른 헌터들도 신에게 공격할 방법이 생긴 거야?”

“있기는 있는데, 조금 한정적이야. 그래서 나랑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은 당장은 한 명이 최대일 거야.”

“그렇구나. 그럼 너와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도 한 명이고, 그 한 명이 주하나 씨?”

“응, 그렇지.”

“흐음.”

하세리는 내 옆에 앉으며 무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주하나 씨를 데려가는 이유가 있어? 그분은 힐러라 전투적인 면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될 텐데.”

“전투적인 측면을 본다면 맞지. 차라리 누나를 데려가는 편이 훨씬 나을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이. 그럼 차라리 나를 데려갈래? 나를 데려가고, 내 공격이 신들에게 통한다면 어지간한 적들은…….”

“근데 누나는 남는 편이 더 나을 거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상황 통제를 누나가 계속해 줘야지.”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네.”

하세리는 깊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류 작업 하고, 높은 분들에게 보고하고……. 하아, 그냥 협회 일 때려치우고, 프리랜서 헌터로 일할까? 솔직히 나도 너와 함께 싸우고 싶은데.”

“그러지는 말아 줘, 누나. 이 상황을 통제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일을 누나만큼 잘하는 사람이 또 없거든.”

“알겠어, 유진아.”

하세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튼, 몇 시간 뒤에 주하나 씨와 함께 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다고?”

“뼈가 다시 자라는 대로 출발해야지.”

“그럼 윗분들에게 미리 보고해 놔야겠네. 네가 하이퍼 게이트의 진입을 처음으로 한다고.”

“그런 것도 다 보고해야 해?”

“나도 귀찮아. 근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정부와 협조적으로 지내려고 하는 거지.”

하세리는 대꾸한 후, 이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근데 아까 하던 질문을 마저 하자면, 왜 하필 주하나 씨야? 그분을 저 게이트 안으로 데려가려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응, 있지.”

나는 하세리에게 주하나가 했던 말들을 전했다.

저 거대한 게이트 안에 이민아의 팔을 치료할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걸 들은 하세리는 확신이 안 서는 표정이었다.

“으으음, 물론 민아 양의 팔을 고칠 게 있으면 좋기는 하겠지만,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도 주하나 씨는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같이 가겠다더라.”

“뭐, 말리지는 않겠다만……. 주하나 씨에게 조심하라고 전해 둬. 게다가 그분은 힐러니까, 여러모로 네가 잘 봐 줘야 할 거야.”

“누나, 나도 헌터야. 힐러들을 보호하는 건 기본적으로 할 줄 알아.”

“후훗, 알겠다.”

하세리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고 있다가, 수원으로 출발할 때 나를 불러 줘. 아, 그리고 원한다면 유나 여기로 데려와 줄까? 아니면 민아 양도 같이…….”

“됐어. 그 둘은 게이트 없애고 보려고. 지금은 전화 정도로 만족해야지.”

* * *

“아무튼, 이민아. 너 지금 유나와 같이 잘 있는 거지?”

- 응, 안전하게 잘 있으니까 걱정 마. 그나저나 네 새집 꽤 좋다. 넓고, 전망도 좋고, 방도 쾌적하고…….

“돈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구한 집이거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됐고, 아마 내일쯤 들어갈 테니까, 그때까지 유나를 잘 봐 주고 있어.”

- 알겠어. 하여튼 여동생은 참 잘 챙긴다니까.

“잘 챙겨야지. 유일한 가족인데.”

- 뭐, 틀린 말은 아니네. 야, 그보다 신예진. 너 걔랑 함께 신을 상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이야?

“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퍼졌냐?”

-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건데……. 야, 진짜면 혹시 나도 신에게 공격을 먹일 수 있는 거냐? 그럼 어떻게…….

“너는 일단 팔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해. 팔이 그 모양이면 싸우지도 못할 테니까.”

- 나도 알아, 새끼야.

이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 근데 내 팔……. 이거 빨리 낫게 하는 방법이 진짜 없으려나? 한 팔로 생활하는 거 솔직히 너무 불편한데.

“…너무 조급해하지 마. 그리고 걱정 마. 찾아보면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찌 됐든, 내일 갈 테니까 그때까지 유나를 봐 주고 있어.”

- 팔이 이 모양이지만……. 그래도 어중간한 적들은 팔 하나로 충분하겠지?

“너라면 충분하고도 남지.”

- 그치? 아, 맞다. 근데 너 이제 뭐 하려는 거야? 소문 들어 보니까 그 게이트에서 나온 신은 잡았다면서? 근데 게이트가 안 사라지고 있는…….

“그냥 쉬고 있어, 인마. 내일 점심쯤에 돌아갈 테니, 맛있는 거 미리 시켜 놓고. 알겠지?”

* * *

몇 시간 뒤.

“박유진 씨. 걸을 수 있겠어요?”

“네, 뭐. 근육은 조금 아프지만, 뼈에는 크게 문제 없는 거 같네요.”

나는 주하나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헌터 협회의 출구로 향하고 있었다.

“진짜 괜찮겠어? 그냥 조금 더 쉬다 가는 건 어떨까?”

나와 주하나를 따라오던 하세리는 내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지금 게이트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까, 그냥 시간을 넉넉히…….”

“빨리 없애는 편이 좋을 거 같거든.”

나는 하세리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 저거 오래 두면 분명 뭔가 사고가 터질 느낌이야.”

“그럼 말리지는 않을게.”

하세리는 이렇게 말한 뒤, 주하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진이를 잘 부탁할게요.”

“네, 맡겨 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조심하세요. 힐러라 게이트 안에서 생존이 많이 힘들 테니까요.”

“…으음,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어요.”

주하나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한 후, 다시금 내 쪽을 바라봤다.

“가죠, 박유진 씨.”

“네, 어서 가서 끝내고 옵시다.”

나는 주하나에게 미소를 지어 주며 앞으로 나아갔다.

* * *

“이렇게 다시 보니까 거대하네요.”

“네, 괜히 하이퍼 게이트라는 명칭이 붙은 게 아니에요.”

수원의 상공에 나타난 게이트.

나와 주하나는 그 앞에 도착했다.

“자, 주하나 씨. 제 손을 잡고… 네, 잡으시고 눈을 감아 주세요. 그리고 집중해 주세요.”

“집중이요?”

“네, 제 말에 집중해 주세요.”

나는 주하나의 손을 맞잡은 채 천천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 거미의 신의 사도로서, 이 힘을…….”

검은색 기운이 반지에서 나와 그대로 주하나 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기운을 받아들인 주하나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박유진 씨? 이 힘이 설마, 신의 축복인가 뭔가 하는…….”

“네, 대충 그런 거라고 생각하세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약 24시간 동안 주하나 씨는 신에게 공격이 통하는 등… 네, 뭐. 대충 그런 거라고 생각하세요.”

“아, 신예진 씨가 신에게 공격을 통한 것도 이 방법을 이용해서인가요?”

“네, 그렇죠.”

“오, 그럼 이런 식으로 박유진 씨와 함께할 사람들을 최대한 늘리면 좋지 않을까요?”

“저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서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제가 힘을 나눠 주면 제가 신에게 가하는 공격의 위력들이… 으음, 아니다. 이건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설명해 드릴게요. 아무튼, 출발할 준비 다 됐죠?”

“네, 준비됐어요.”

“좋아요. 그럼 제게 업히시고…….”

주하나를 등에 업은 뒤, 나는 거대한 게이트 안쪽으로 거미줄을 날렸다.

거미줄에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그대로 거미줄을 타고 게이트 안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후우우.”

신적인 기운에 의해 막혀 있던 게이트라 지금까지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와 주하나는 이 게이트를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고…….

“…좋았어.”

우리 둘은 너무나도 쉽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들어온 건가요?”

“네, 최초로 하이퍼 게이트에 진입한 인간이 됐네요.”

나는 주하나를 등에서 내려 주며 말했다.

“근데 이 게이트는 뭐랄까……. 특이하네요.”

“네, 확실히… 일반적인 게이트들과는 뭔가 달라요.”

주하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위쪽을 올려다봤다.

“보통 게이트는 폐쇄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는 어째…….”

“네, 하늘이 있네요.”

보통 게이트들은 동굴이라거나, 건물의 내부라든가… 그런 장소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폐쇄된 장소가 아니었다.

어째서인지 아주 푸른 하늘이 있었고, 주변 곳곳에 높은 바위산들이 보였다.

“뭔가… 다른 세계에 온 거 같네요.”

“네. 그 말씀 그대로네요. 다른 세계.”

나는 주하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이곳은 다른 세계, 그러니까 지구와는 다른 정체 모를 세계인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이곳에 이민아의 팔을 치료할 만한 게 있을까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일단 주변을 탐색해 봐야…….”

- 끼에에엑!

- 크워워워워!

주하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근처에서 포효 소리들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바위산에서 수많은 와이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거기다 근처의 숲에서 이상하게 생긴 거대한 파충류들도 나타나는 중이었다.

“박유진 씨, 여기는…….”

“제 뒤에 계세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저 부르고.”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며 적들을 바라봤다.

‘혹시 여기는 와이번이 다루는 세계인가?’

지금 이 게이트가 보여 주는 세계.

뭔가 와이번, 그 여신의 고향일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당장은 이에 대한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수를 보니까 혼자서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문제는 이 게이트의 핵이 어딨냐는 건데…….’

나는 빠르게 다음 수를 생각하며 전투를 준비했다.

근데 그러던 중, 나는 무언가 느꼈다.

“…어?”

단순한 직감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우 기분 나쁜 직감이었다.

“…박유진 씨? 괜찮아요? 표정이…….”

“…네, 괜찮아요. 괜찮은데, 그냥… 뭐라고 해야 되나?”

나는 높고 푸른 하늘을 슬쩍 올려다봤다.

“누군가가 온 것만 같은 느낌이네요.”

“누군가가 왔다고요?”

“네, 뭐… 말로 설명하기 애매하지만…….”

- 크와와와아!

“…이따 설명드릴게요.”

나는 내게 날아오던 와이번을 향해 전류를 날렸다.

“몬스터들은 최대한 빨리 처리할 테니, 그동안 잠시 뒤에 숨어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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