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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86화 (186/240)

186화

“박유진 씨? 저거… 뭐죠?”

“안 믿기겠지만…….”

나는 눈앞에 나타난 두꺼비 인간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거 신이에요.”

“…신이라고요?”

“네, 느껴지는 기운은 다곤과 와이번의 것과 비슷해요.”

나는 두꺼비의 머리를 한 인간을 바라봤다.

이에 그 인간, 아니.

그 신은 웃기 시작했다.

“케케킥! 마, 맞아! 정확해! 나는 신이야! 위대하신 분을 섬기는 명부 신! 독의 신, 토스카다!”

“…그렇군요.”

나는 키가 어린아이와 비슷한 신, 토스카를 살폈다.

말했듯이 토스카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신의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뭐랄까,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곤과 와이번은 신에 걸맞은 위압감, 그에 걸맞은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토스카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냥 몬스터인 것 같았다.

그것도 보스 몬스터 같은 것이 아닌, 그냥 흔한 잡몬스터 느낌이었다.

“그래서 토스카 님은 명부 신이라는 거죠? 괴수들의 신인가 하는 존재를 섬기는?”

“그, 그렇지? 키켁. 맞아! 나는 그분을 위해…….”

“그럼 죽으시죠.”

“…케?”

나는 토스카를 향해 자바니아를 던졌다.

나는 당연히 토스카가 내 단검을 막거나 피할 줄 알았다.

그래서 연계할 공격을 준비했는데…….

“키에에엑?!”

“음?”

토스카는 내 단검을 막지도, 피하지도 않았다.

자바니아는 토스카의 심장 쪽을 명중했다.

‘뭐지?’

지금까지 내 단검을 이렇게 정직하게 맞은 신은 없었다.

아니, 신은커녕 조금만 강한 몬스터들도 나의 이런 공격을 안 맞아 줬다.

정직하게 단검을 던지는 건 그저 적의 시선을 돌리는 용도일 뿐.

명중시킬 생각으로 던지던 게 아니었다.

“케케켁?! 끼악?! 아, 아파! 이, 인간이! 바, 박유진! 비겁하게 갑자기 공격을…….”

토스카는 가슴에 박힌 단검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이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신이라는 존재가 이딴 단순한 공격을 맞고, 그리고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건 이상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파지지직―!

나는 빠르게 전류를 불러냈다.

동시에 거미줄을 토스카를 향해 날렸다.

“뭣?! 박유진! 거미줄로 나를! 엣? 끄, 끄아아악! 저, 전기가?!”

토스카는 거미줄에 묶인 채 내 전류를 그대로 맞았다.

너무나도 쉽게 내 공격이 통한 것이었다.

“끼야야앗! 아, 아프잖아!”

토스카는 고틍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긴 지팡이가 나타났다.

“사, 사라지도록 해!”

토스카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의 몸을 붙잡고 있던 거미줄이 사라졌다.

그런 후, 토스카는 나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으나.

“끼엑?!”

나는 여유롭게 그의 공격을 피했고, 토스카의 지팡이는 허공을 갈랐다.

이에 나는 바로 반격을 했다.

토스카의 심장에 박혀 있던 자바니아를 회수해 그걸로 토스카의 다리를 베었다.

그리고 곧바로 그에게 전류를 또다시 날렸다.

“끄아아악?!”

토스카는 이번에도 내 공격을 너무나도 정직하게 맞았다.

‘…대체 뭐지?’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토스카는 너무 약했다.

아직 싸운 지 얼마 안 됐지만 지금까지 보인 모습만 봤을 때, 그는 너무나도 약했다.

다곤이나 와이번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였다.

‘물론 내가 전보다 강해지기는 했지만, 신을 압도할 정도로 강해진 게 아니야.’

암만 봐도 토스카가 약한 게 맞았다.

하지만 그래서 이상했다.

다곤과 와이번에 비하지면 토스카는 너무 약했다.

대체 이런 존재가 같은 명부 신이 맞는지…….

‘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뭐가 어찌 됐든, 토스카는 내가 쓰러뜨려야 할 존재의 일원.

약하든 강하든 상관없었다.

죽여야 하는 건 똑같았다.

그러니 이 기회를 확실히 이용할 생각이었다.

파지지직―!

나는 전류를 불러내 자바니아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토스카를 향해 다시 한번 거미줄을 날렸다.

“끼에아으그?!”

토스카는 거미줄에 묶였다.

이에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움직였다.

‘죽이거나, 죽이지 못 해도 치명상을 남긴다.’

토스카의 심장을 향해 자바니아를 휘둘렀다.

그의 가슴에는 아까 내가 투척한 단검에 의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곳을 노렸다.

심장을 직격으로 맞으면 신이라도 치명상을 입을 터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공격을 이어 갔는데…….

“이야야야약!”

토스카는 갑자기 괴상한 비명을 질렀고, 이내 그의 몸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회색의 피부가 초록색으로 변했다.

이에 나는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껴 뒤로 몸을 피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윽?”

토스카의 몸에서 초록색의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액체의 양이 꽤 많았기에 완전히 피하는 건 무리였다.

그 액체는 내 코트 위에 몇 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이내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졌다.

치이이익―

“…어?”

액체가 튄 코트의 부분들이 녹기 시작했다.

이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네메이아의 코트는 어지간한 공격은 다 버티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와이번과 다곤의 공격들도 무난히 막던 물건인데, 토스카가 내뿜은 액체 의해 녹은 것이었다.

‘방심하면 안 되겠네.’

아무래도 토스카가 내뿜은 초록색 액체, 그러니까 무슨 독으로 보이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 정도일 뿐.

그래도 내가 유리했다.

토스카에게 위협적인 무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토스카가 엄청나게 강해지는 건 아니었…….

“키아아악! 나, 나도 이제 안 참아! 가, 각오해!”

토스카를 향해 다시 달려들려던 찰나.

토스카의 외침과 함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박유진 씨!”

주하나는 내게 외쳤다.

그녀가 서 있던 땅이 갈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쪽으로 오세요!”

“네!”

나는 주하나를 향해 손을 뻗었고, 그녀는 내 손을 붙잡았다.

그렇게 주하나가 떨어지는 걸 막으며 그녀를 내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괜찮아요?”

“네, 고마워요. 근데 그보다…….”

“네, 일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네요.”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푸른 하늘이 이상한 자주빛으로 변했고, 태양의 색깔 또한 이상하게 변하는 중이었다.

지진으로 인해 지형 또한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갈라진 땅에서부터 물이 차오르는 중이었다.

“…일단 이 게이트를 빠져나가죠.”

나는 토스카 쪽을 슬쩍 바라봤다.

그의 상태는 명백히 이상했다.

그는 정체 모를 언어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런 그의 주위로 보라색의 빛들이 모이고 있었다.

“꽉 잡으세요. 게이트 쪽으로 바로 뛰어갈 테니까요.”

“네!”

주하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와 동시에 나는 그녀를 안아 든 채 뛰기 시작했다.

내가 뛰는 와중에도 지진은 이어졌고,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이거 괜찮은 건가?’

달리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분명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았다.

과연 그 일이 터지기 전에 주하나를 데리고 게이트 밖으로 갈 수 있을지 확신이…….

우우우웅―!

달리던 중, 뒤에서 무언가 크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아까 토스카가 있던 곳에서 아주 큰 광원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광원이 어째… 폭발할 것만 같았다.

“박유진 씨! 저쪽에 동굴 있어요!”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주하나는 재빨리 근처 바위산에 있던 동굴을 가리켰다.

나는 주하나를 데리고 동굴 안으로 이동한 뒤, 그녀를 내려놓았다.

그런 후, 전류를 동굴 천장을 향해 날렸다.

그러자 바위들이 무너져 내리며 동굴의 입구를 막았다.

“좋아, 이 다음에…….”

나는 거미줄들을 있는 대로 무너진 바위들을 향해 날렸다.

동굴 입구를 조금이라도 더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

“박유진 씨. 이번에는 제가…….”

주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마법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 주위로 반투명한 방벽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무언가에 대한 대비를 하던 중.

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으윽. 으으으……. 주하나 씨. 괜찮은가요?”

“네……. 아야야야. 네, 저 괜찮아요.”

폭발이 일어나고, 약 30분 정도 지난 후.

땅이 흔들리는 게 멈추자 나와 주하나는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깊게 묻힌 건 아닌 거 같네요. 땅을 조금만 파면 지상으로 다시 나갈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 제가 도와줄 게 있을까요?”

“그냥 체력 회복 마법만 계속 써 주세요.”

나는 자바니아에 전기를 두르며 근처의 바위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하나의 보조를 받으며 땅을 판 지 몇 분 정도가 지났고.

“…빛이 들어오네요.”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주하나가 지상으로 나오자 우리 두 사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박유진 씨? 이건…….”

“세상이 달라졌네요.”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달라진 상태였다.

30분 전까지 이곳은 강과 초원, 바위산, 그리고 푸른 하늘이 있던… 나름대로 아름다운 세계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광경은 지금 온데간데없었다.

“…흠.”

초원과 바위산이 늪지대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푸른 하늘은 먹구름이 껴 있는 우중충한 하늘이 되었다.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지가 않은데… 그 시간 동안 풍경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건가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하죠.”

나는 이상한 생물들이 돌아다니는 늪지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건 풍경이나 지형이 달라진 수준이 아닌 거 같아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세계 자체가 달라진 게 아닌가 싶네요.”

근거가 없는 단순한 감이었다.

하지만 약 30분 전에 봤던 세계는 와이번이 태어난 세계.

그리고 지금 이 늪지대는 토스카, 그 두꺼비 신이 태어난 세계인 것 같았다.

‘토스카가 와이번의 세계에서 자신의 세계로 바꾼 건가? 그리고 나와 주하나는 그 과정에 휩쓸린 거고?’

아직 정보가 많지 않았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었다.

일단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그래도 다행히 게이트는 아직 열려 있는 거 같네요.”

나는 저 멀리 떨어진, 상공에 만들어진 거대한 틈을 가리켰다.

“우선 이 게이트는 놔두고 돌아가도록 하죠. 상황이 달라졌으니 계획 자체를 다시 짤 필요가 있어 보여요.”

“네, 그러죠. 그리고 이 꽃도 이민아 양에게 전해 줘야 되거든요.”

“그거 잘 갖고 계셨네요?”

“네, 어쩌다 보니 무사히 보관했네요.”

주하나는 아까 바위산에서 구한 검은색 꽃을 보여 주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빨리 돌아가죠. 박유진 씨 말대로 계획 자체를 다시 짜는 편이…….”

나와 주하나는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근데 그 순간.

“주하나 씨! 피해요!”

“네? 우, 우왓?!”

근처의 늪지대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 * *

같은 시각.

다른 세계의 어딘가.

“토스카가 자신의 세계를 끌어오는 데 성공했느냐?”

“예, 위대하신 분이여. 방금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와이번 님의 세계를 토스카 님의 세계가 대체했다고 합니다.”

“거기에 박유진이 있고?”

“예, 그렇습니다.”

“그럼 끝났군.”

괴수들의 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토스카는 명부 신들 중에서 제일 약하지. 하지만 그의 전투 장소가 그의 세계이면… 명부 신들 중에서 최강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그렇습니다. 박유진이 토스카 님의 세계를 무너트리지 않는 한, 이번에야말로 박유진에게 전혀 승산이 없을 겁니다.”

“그래. 토스카의 세계를 무너트리지 않는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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