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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87화 (187/240)

187화

* * *

“박유진 씨! 조심하세요!”

“네, 알아요.”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잠시 뒤, 내가 서 있던 곳에 커다란 개구리가 착지했다.

성인 남성보다 훨씬 큰 크기의 개구리였다.

그것도 형광색을 띠고 있어 뭔가 굉장히 위험한 독을 지닌 것만 같았다.

‘닿으면 안 되겠네.’

나는 거리를 벌린 후, 개구리를 향해 전류를 날렸다.

전류를 제대로 맞은 개구리는 즉사했다.

하지만 개구리의 시체에서 노란색 액체, 아마 독인 거 같은 액체가 내게 튀었다.

액체는 내 코트 위에 튀었고, 토스카의 독처럼 내 코트를 녹이지 않았다.

하지만 몇 방울이 내 손등에 튀게 되었는데…….

“아윽?”

내 왼손에서부터 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아니, 타는 것만 같다는 건 착각이었다.

치이이익―

손등이 진짜로 타고 있었다.

내 손등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이었다.

거기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윽?”

타 버린 피부가 이내 썩기 시작했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피부가 검게 썩어 버리는 중이었다.

‘무슨 독이지?’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했다.

피부를 불태우고, 그 후에 피부를 썩게 만드는 독.

몇 가지가 생각났고, 만약 이 독이 내가 생각하는 그 독이 맞는다면…….

‘절단해야지.’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독이 온몸에 퍼지는 것보다 왼손을 포기하는 편이…….

“박유진 씨, 잠깐만요! 손 자르지 마요!”

“주하나 씨, 이거 케론 러스트에요. 바로 해독하지 않으면 제 목숨이…….”

“그러니까 제가 해독해 드릴게요.”

“네?”

내가 뭐라 더 묻기 전에 주하나는 내 곁에 다가와 내 왼손을 향해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썩고 있던 내 피부가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주하나 씨, 이 독을 치료할 줄 알아요?”

“네, 치유사 자격증 공부하면서 따로 배웠거든요.”

“근데 이 독은 이렇게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맞아요. 근데 저는… 어찌어찌해 보니까 되더라고요.”

“…아.”

나는 주하나의 말뜻을 이해했다.

“그러니까 주하나 씨가 천재라 치료가 가능하다는 거군요.”

“으음…….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힐러들에 비해 손기술은 좋은 편이죠.”

주하나는 멋쩍은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하긴, 회귀 전에 내 치명상을 혼자서 치료해 쥤었지.’

지금까지 한 번도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당시의 내 부상은 꽤 심각했었다.

보통 힐러들은 혼자서 내 상처를 치료하지 못할 정도였다.

근데 주하나는 그걸 혼자 치료했었으니…….

‘사실 엄청난 천재 힐러였던 거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하기야, 주하나는 지금도 실력 있는 힐러로 나름 유명했었다.

즉, 천재 힐러를 나는 지금껏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네, 치료 다 됐어요.”

“아, 고마워요.”

나는 내 왼손을 다시 바라봤다.

피부가 타 버린 탓에 흉터가 조금 남았지만 그뿐이었다.

피부가 더 이상 썩고 있지 않았다.

“주하나 씨 덕분에 살았네요.”

“박유진 씨를 살리는 게 제 일인걸요.”

주하나는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그런 후, 그녀는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그나저나 이 세계는 역시…….”

“아마 토스카의 세계인 거 같네요. 와이번의 세계에서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달라진 건지 모르지만, 우선은…….”

게이트를 통해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고 말하려 했다.

근데 그러려던 순간.

“키야야야약! 박유진! 내 세계에 온 걸 환영한다! 케케겍!”

토스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주하나 씨, 제 곁에 붙어 계세요.”

“네.”

나는 주위를 빠르게 둘러봤다.

그 어느 곳에서도 토스카의 모습이 안 보였다.

“끼야하하핫! 각오해! 박유진, 나의 세계에서 내가 패배하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니까!”

토스카의 목소리가 근처에서 계속 들려왔으나 그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봤을 때, 분명…….

“헤헤헷! 기다려라, 박유진! 내가 너를 죽여, 내가 위대하신 분께 인정을…….”

“거기구나.”

“꾸엑?”

나는 근처 나무를 향해 전류를 날렸다.

정확히 말해 그 나무에 붙어 있던 커다란 모기를 향해 날린 것이었다.

“…뭐지?”

모기, 그것도 내 주먹보다 큰 모기.

그 모기를 죽이자 더 이상 토스카의 목소리가 안 들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의문이었다.

대체 저 커다란 모기에서 왜 토스카의 목소리가…….

“크게게켁!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구나!”

다시금 들려오는 목소리.

이번에는 근처를 날아다니던, 사람 팔뚝만 한 잠자리에게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궁금해? 궁금하… 키야야엑?!”

“궁금하기는 하네요.”

나는 그 잠자리도 전류로 죽였다.

하지만 토스카의 목소리가 이내 다시 들려왔다.

“그건 바로! 이 세계가 곧 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어째서인지 하나가 아니었다.

늪에서 튀어나온 악어, 근처를 날아다니던 날파리, 그리고 개구리, 두꺼비, 커다란 장구벌레들 등.

늪지대의 수많은 생물들이 토스카의 목소리를 내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토스카 님은 이 세계의 모든 생물들을 다룰 수 있다는 거죠?”

“그래! 나, 나는 나의 늪지대에서만큼 절대로 지지 않는…….”

“알겠어요.”

“케억?!”

나는 다량의 전류를 불러내 다가오던 동물들을 향해 날렸다.

그런 뒤, 나는 주하나의 손을 붙잡았다.

“뛰어요!”

“네!”

내 말에 주하나는 나를 따라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박유진 씨! 어떻게 할 생각…….”

“생각이고 뭐고 없어요. 그냥 이곳을 벗어나는 것만 생각하세요.”

나는 근처 늪에서 튀어나온 악어의 목을 단검으로 베었다.

하지만 그 즉시 근처에서 거대한 파리들이 날아왔으나.

파지지직―!

나는 전류를 날려 그 파리 떼를 죽였다.

그런 후 계속 나아가려고 했으나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동물들이 떼거지로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다.

‘저걸 내가 전부 상대할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빠르게 생각했다.

지금 상황에서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주하나 씨. 눈 감아요.”

“네? 아, 네.”

주하나가 눈을 감는 걸 확인하자마자 나는 쫓아오는 동물 무리를 향해 전류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날린 전류는 위력이 강한 게 아니었다.

다만 엄청나게 밝을 뿐이었다.

“키아아악?!”

갑작스러운 빛에 당황했는지 토스카의 비명이 멀리서 들려왔다.

그리고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나는 주하나에게 속삭이며 그녀와 함께 근처의 바위 뒤로 몸을 숨겼다.

“저 동물들이 전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죠.”

나는 주하나에게 속삭이며 바위 너머를 살폈다.

동물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으로 우리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를 못 찾고 있었으니 기회를 봐서 이곳을 벗어나면…….

“케케켁. 나에게서 그렇게 간단히 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네, 솔직히 쉬울 줄 알았네요.”

나는 근처 나무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뱀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근데 제 생각이 짧았나 보네요. 그러니까 이 세계의 모든 것을 토스카 님이 다룬다고요?”

“그래, 모든 생물! 거기다 식물들도 다룰 수 있어! 크카카칵!”

“음?”

근처의 나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가지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거기다 근처에 있던 식물들의 줄기가 나와 주하나의 발목을 붙잡기 시작했다.

“귀찮게 됐네.”

나는 줄기들을 단검을 빠르게 끊어 냈다.

그러고는 주하나를 안은 채 근처 나무 위로 올라갔으나…….

“으악?! 바, 박유진 씨!”

“네, 알아요.”

나무가 움직이자 나는 근처의 바위 위로 이동했다.

다행히 바위가 움직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게 아니었다.

“더럽게 많네.”

어느새 바위 주위로 수많은 거대한 동물들, 거기다가 온갖 식물들까지 움직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걸 전부 상대할 수 있으려나?’

딱히 강해 보이는 적들은 없었다.

다만 문제라면 독을 가진 생물들이 많아 보였다.

주하나가 있다고 하지만 저 독을 전부 맞아 가면서 싸우는 건 무리일 듯했다.

이 상황에서 안전하게 싸울 방법이…….

“크케으케윽! 박유진, 제안 하나를 할게.”

“제안이요?”

“너는 저 거대한 틈을 없애고 싶은 거지? 그리고 나를 죽이고 싶고?”

“그렇죠? 그래서 여기서 제안이라는 건…….”

“나와 단둘이 싸울 기회를 줄게. 거기 엄청 큰 나방 보이지? 그걸 따라와. 그럼 내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을 거야.”

“…단둘이 싸우자는 거죠?”

“맞아, 케케케! 둘이서만 싸워 보자고. 네가 이긴다면 나를 죽이고, 저 거대한 틈도 없앨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저 틈을 없앨 수 있는 물건을 내가 갖고 있으니까!”

“흠.”

나는 잠시 속으로 생각했다.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게이트의 핵을 토스카가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걸 없애고 토스카도 죽여야 하는 상황이니…….

“좋아요. 그 제안 받아들이죠.”

“박유진 씨.”

내 말에 주하나가 바로 끼어들었다.

“이건 너무 뻔한 함정이에요. 여기에 응하시면…….”

“좋든 싫든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말이죠.”

나는 주위의 동물들을 슬쩍 바라봤다.

“토스카가 거짓말하는 거 같지는 않아요. 아마 다른 함정 없이… 진짜로 저와 단둘이 싸워 보고 싶은 생각인 것 같아요.”

“크케케켁! 맞아! 나, 나는 속임수 따위는 쓰지 않는다고!”

“…그렇겠죠.”

그래, 토스카는 속임수 따위는 쓰지 않을 것 같았다.

토스카가 정직해서도, 착해서도 아니었다.

‘그냥 머리가 나빠 보이기 때문이지.’

쉽게 말해 함정이나 속임수 같은 걸 생각할 정도로 토스카가 똑똑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마 무식하게 정면 승부로 나를 이길 생각인 것 같았다.

“크케케케켁! 그럼 박유진! 저 나방을 따라 혼자서 오도록 해. 네 옆에 있는 그 여자는… 여기에 남기든가, 저 틈 너머로 보내든가. 알아서 하도록 해!”

“따로 건들 생각 없는 거죠?”

“그래! 저 여자는 관심 없어! 관심 있는 건… 박유진, 너를 죽이는 것뿐이니까.”

“…알겠어요.”

토스카에게 대충 대꾸한 후, 나는 주하나 쪽을 바라봤다.

“주하나 씨. 먼저 돌아가도록 하세요. 아마 게이트 쪽으로 갈 동안 따로 공격당할 일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박유진 씨. 혼자서는…….”

“어쩔 수 없어요.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일 테니까.”

나는 대답하며 속으로 잠시 고민했다.

지금 주하나에게 신의 기운을 빌려주고 있었다.

계속 빌려주는 한, 토스카에게 가하는 공격의 위력이 절감된다.

그러니 차라리 그 기운을 지금 돌려받는 편이…….

‘아니다. 적어도 주하나가 저 게이트를 넘어가기 전까지 갖고 있게 하자.’

주하나의 안전을 생각하면 이게 맞았다.

여기는 신의 세계라 뭔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먼저 돌아가세요.”

“진짜 괜찮은 거죠?”

“…장담은 못 하겠네요. 만에 하나 제가 죽으면, 제 유언장은 제 방의 오른쪽 서랍 아래에…….”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농담으로 해 본 소리예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돌아가세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혼자서 어떻게든 해 볼게요.”

이때까지는 진짜로 나 혼자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게, 토스카가 보여 준 모습은 꽤 약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세상에 토스카가 다룰 수 있는 생물들이 엄청났기에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토스카와 재회하자마자 사라졌다.

“크케케케케! 왔네?! 진짜로 왔어!”

“…X발.”

키가 3m에 가까워진 토스카의 모습.

그 광경에 나는 나도 모르게 욕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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