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90화 (190/240)

190화

* * *

“토스카는 일을 잘 처리하고 있겠지?”

“그렇습니다. 위대하신 분이여.”

“그래, 그렇겠지.”

다른 세계의 어딘가.

괴수들의 신은 신전 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토스카는 자기의 세계에서만큼은 어지간한 신들을 압살한다. 아무리 박유진이더라도 토스카를 그 늪지대에서 이길 수 없을 거다.”

“맞는 말씀입니다. 박유진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그는 결국 인간입니다. 운 좋게 다곤 님과 와이번 님을 잡았겠지만, 결국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그래. 인간인 이상, 박유진은 결국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

괴수들의 신은 미소를 유지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지. 인간에게 자체적으로 주어진 그 제약을 넘지 않은 한, 박유진에게 승산 따위는 없다.”

“그 한계를 넘는다고 해도 못 이길 것 같습니다.”

괴수들의 신 곁에 있던 남자 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계를 넘어 봤자 인간은 인간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박유진이 암만 강해져 봤자, 토스카 님의 세계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절대 못 이깁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 박유진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에 필적하는 존재가 된다 하더라도… 토스카를 그 세계에서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다.”

괴수들의 신은 박유진의 패배를 확신하고 있었다.

“박유진이 그 게이트 안에 들어간 그 순간… 사실상 패배가 결정된 것이었지.”

“그렇습니다, 위대하신 분이여. 하나… 만약에. 진짜 만약에 말입니다.”

남자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약 박유진이 토스카 님의 세계를 무너뜨린다면…….”

“인간 따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거 같으냐?”

괴수들의 신은 어이없다는 어투로 말했다.

“박유진은 해 봤자 토스카의 늪지대의 일부밖에 못 무너뜨릴 거다. 토스카의 그 세계, 그 행성 자체를 무너뜨리는 건 어지간한 신이어도 할 수 없는 짓이다.”

“그게… 그, 위대하신 분이여. 그…….”

“뭐냐? 할 말이라도 있는 거냐?”

“그… 저것을 한번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자는 신전 밖을 가리켰다.

괴수들의 신이 남자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자 토스카의 거대한 늪지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 늪지대가 어째서인지 이상했다.

“…저게 무엇이냐?”

늪지대의 땅이 갈라지고 있었다.

거기다 물가에서는 전류가 엄청나게 튀고 있었고, 무엇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저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땅에서부터 가루들이 떠오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가루들은 늪지대의 동물들을 꿰뚫는 등, 늪지대의 생물들을 몰살하고 있었다.

“사철…인 것 같습니다.”

“사철이라고?”

괴수들의 신은 당황한 목소리로 토스카의 세계를 살폈다.

정확히 말해 그의 행성을 전체적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방금 괴수들의 신이 봤던 현상이 행성에 전체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일어나는 중이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되는 일이냐? 왜 토스카의 행성의 표면이 붕괴되는 거지?”

“…자기장 같습니다.”

“자기장?”

“예, 지금 토스카 님의 행성의 자기장이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니, 이상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너무 정교하게 망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건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설마 박유진이…….”

괴수들의 신은 어느새 커진 눈으로 신전 밖을 살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어떻게 일개 인간이 한 행성의 자기장을 건들 있다는 거냐?”

“예, 말씀처럼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나…….”

남자 또한 커진 눈으로 토스카의 행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박유진은 그 불가능한 일을 지금 해내고 있습니다.”

* * *

파지지직―!

동굴 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전류를 내 안에서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회귀 전과 후를 통틀어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게 진짜로 될 줄이야.”

이 상황에 나는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행성의 자기장을 조정하는 게… 대체 왜 가능한 건데?”

당연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일이었다.

아무리 내가 날고 기어도 행성의 자기장을 건드는 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위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그 위업을 내가 일으키고 있었다.

‘행성의 자기장이 느껴지고… 그걸 내 손으로 직접 다루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야.’

전류를 다루는 힘.

일단 엄청나게 강력한 전류들은 대부분 엔드리온의 조각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자기장을 다루느니 전류를 형성해 내느니…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건가?’

나를 수십 년 동안 막아서던 선.

나의 한계나 마찬가지였던 그 선을 나는 몇 분 전에 완전히 넘어섰다.

그리고 넘어서는 순간, 내 머릿속에 새로운 감각이, 새로운 지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계를 넘어섰다고 내 전류가 엄청나게 강해지거나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이 지식들은…….’

전류의 활용에 있어서 나는 극한으로 연마했고, 그 덕에 나는 전류의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나를 막던 선을 넘어서자 나는 내가 모르던 영역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의 능력, 그러니까 전류로 할 수 있는 게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정보들 중에는…….

‘자기장을 다루는 방법도 있어.’

정확히 말해 무슨 정보 같은 게 내 머릿속에 갑자기 들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감각이…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감각. 하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알 것만 같은 감각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감각을 살려 계속해서 이 행성의 자기장을 건드렸다.

‘이걸 이렇게 하고… 그리고 이걸 이쪽 방향으로 바꾸면…….’

행성에는 자체적인 자기장이 있었다.

자기장의 역할은 행성을 유지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그 자기장을 조금씩 건드리자 바로 효과가 보이기 시작했다.

콰콰쾅―!

쿠르르릉―!

자기장을 마구잡이로 건드리자 행성의 지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 자기장을 이용해 행성에 존재하는 온갖 철들을 내 마음대로 다루었다.

그중 사철을 최대한 활용했다.

‘보이는 대로 죽이자.’

나는 사철들을 이용해 행성의 모든 생물들을 몰살했다.

그 어떠한 문명도 없는 행성이었다.

완벽히 파악은 못 하고 있었지만 그냥 행성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늪지대였다.

하지만 이런 행성에서도 철은 있었다.

아니, 철 외에도 수많은 자성체들이 있었다.

‘지하에 수많은 광석들이 있어. 이걸 이용하면…….’

나는 저 깊숙한 곳에 있는 물질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걸 끌어낼 수만 있다면 이 행성의 지반을 뒤엎는 게 가능한…….

“우욱? 으윽?”

갑자기 나는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집중력이 깨지며 행성의 자기장을 건들던 작업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내 몸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 이거 죽는 거 아니냐?”

집중하고 있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내 몸 상태는 시체와도 같은, 아니.

어떻게 보면 시체 그 이상이었다.

눈, 코, 입, 귀 등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거기다 피부는 어째서인지 찢어진 곳들이 많이 생겼고, 그 사이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장기 몇 군데도 다친 것 같고… 뼈도 이상하게 또 부서졌네.’

거기다 머리 쪽도 다쳤는지 두통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냥 쉽게 말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부상이란 부상은 다 얻은 상태였다.

지금까지 자기장을 다루느라 이러한 내 몸 상태를 인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지하게 되자…….

“아악……. 으으으, X발. X나 아프네.”

엄청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쩌면 고통은 진작 느꼈어야 했던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까지 내가 집중하느라 그걸 못 느꼈을 뿐.

‘무리해서 힘을 이끌어 낸 탓인가?’

하긴, 이 꼴이 난 게 어떻게 보면 정상일지도 몰랐다.

내가 암만 강해져 봤자, 나는 고작 인간에 불과했다.

인간 따위가 한 행성의 자기장을 건드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치……. 으윽. S급이 와도, 아니, S급도 이건 불가능하겠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행성 단위의 힘을 내는 것.

그건 전 세계의 S급들 중에서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 그들도 행성 단위로 무언가를 시도하면 당연히 내 꼴이 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뭐… 하기는 해야지.”

주하나를 구해야 했다.

유나를 지켜야 했다.

그리고 이민아와 하세리까지.

거기다 나는 헌터로서 내 원래 세계를 지킬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 말고도…….

‘더 강해지고 싶어.’

나는 나를 막고 있던 선을 완전히 넘어섰다.

지금의 나는 회귀 전의 나를 뛰어넘은 상태.

‘겨우 이 단계까지 도달했어. A급이니 S급이니, 그딴 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그보다 더 내 자신을 이끌어 낼 수 있어.’

나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더 강해질 기회가 왔다.

그 기회를 나는 놓치지 않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행성의 자기장을 다루는 것.

그것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과제였다.

* * *

“키, 키에에엑?! 내, 내 세계가?! 내 행성이?! 이, 이, 이게 무슨?!”

토스카는 당황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땅이 갈라지며 무너졌고, 그 무너진 땅 사이에서 광석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광석들은 운석처럼 땅에 떨어져 토스카의 행성을 더더욱 박살 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 내, 내 아이들이?! 크아아악?!”

사철들이 총알처럼 날아다니며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죽이고 있었다.

그렇게 토스카의 힘의 근원이 되는 무너지기 시작했고…….

“에에엑?! 히, 힘이… 나의 힘이… 빠져나간다?! 크키아아아?!”

토스카의 강함은 그의 세계에서부터 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하자 토스카의 힘도 빠르게 사라졌다.

엄청나게 커지던 그의 신체는 점점 작아졌고, 그가 지닌 수많은 독들 또한 점차 사라졌다.

“이, 이럴 수가…….”

3m에 달하던 그의 키는 어느새 1m를 넘을까 말까 하게 작아졌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토스카의 행성은 계속 무너지고 있었다.

토스카는 이 갑작스러운 사태의 원인을 아직까지 파악을 못 했다.

그래서 그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한 비명만을 계속 내질렀는데, 그 순간.

“허억, 허억……. 찾았다. 이 개새끼야.”

“엑?”

온몸에 전류를 뒤덮은 채 걸어오는 박유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체가 걸어 다니는 것만 같은 꼴을 한 박유진을 말이다.

“바, 바, 박유진? 서, 설마… 내 세계를 이 꼴로 만든 건 네가…….”

“그래, 내가 한 짓이다, 이 새끼야.”

존댓말을 집어치운 박유진은 토스카를 노려봤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키가 다시 X나 작아졌네. 네 X 같은 세계가 무너지니까, 네 힘도 다 빠졌나 봐?”

“크아아악! 박유진! 네놈이 잘도 내 세계를……. 너, 너를 지금 당장 죽이겠어!”

“그건 내가 할 소리다, 이 개새끼야.”

몸이 완전히 망가진 박유진.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정신 줄을 유지한 채 전류를 더욱더 끌어냈다.

그 상태로 그는 독의 신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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