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96화 (196/240)

196화

* * *

“일찍 왔네, 유진아?”

“늦게 올 이유는 없으니까.”

아까 하윤경의 연구실에서 하세리의 연락을 받은 후.

나는 하세리를 만나기 위해 바로 헌터 협회로 향했다.

“그래서 일이 커지고 있다고?”

“엄청 큰 건 아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는 커지고 있지.”

“귀찮게 하기는.”

나는 한숨을 쉬며 근처의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하세리는 내 곁에 앉았다.

“마실 거라도 줄까?”

“아니, 괜찮아. 게다가 어차피 누나 사무실에 먹을 거나 마실 거 없잖아.”

“없지. 그래서 원한다면 내가 빠르게 사 올 생각이었지.”

“됐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피식 웃으며 대꾸한 뒤, 나는 이내 한숨을 쉬며 계속 말했다.

“그나저나 강성규가 일을 키우고 있다면서?”

“너랑 한번 싸워 보겠다고 난리 치고 있더라. 너쯤은 자기가 바로 이긴다나 뭐라나.”

“뭐, 강성규, 그 인간이 이럴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어. 근데 누나가 지금 심각한 건…….”

“지금 언론들에서도 이 이슈에 반응하기 시작했거든.”

하세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제 강성규의 말이 전국에 퍼지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리고 강성규의 말에 진짜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어.”

“내가 약하니까 신의 힘을 포기해야 한다, 이걸 믿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중이라는 거지?”

“그렇지.”

“사람을 진짜로 귀찮게 하네.”

나 또한 한숨을 쉬었다.

“강성규를 무시하면 안 될 수준까지 왔나 보네.”

“그치, 무시하기 힘들 거야. 한국 언론들이 집중하고 있고, 거기다 이제 해외 쪽 언론들도 이번 일에 관심을 보이고 있거든.”

“…해외 언론들까지?”

“들어오는 소식들에 의하면 너에 관한 뉴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더라.”

하세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네가 얼마나 강한지, 네가 신의 힘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네가 과연 인류를 대표해서 싸울 만큼 강한지……. 이런 뉴스가 지금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하아아. X발, 별 쓸데없는 짓을 다 하네.”

아무래도 이따 빠르게 유나에게 연락을 해야 할 듯했다.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든가 해야지.’

한국의 기자들만 해도 꽤 귀찮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해외 쪽에서까지 관심을 보인다면 더 귀찮아질 게 뻔했다.

‘내 가족인 유나에게 뭔 짓을 할지 모르니……. 그냥 유나에게 잠시 조용히 지내라고 해야겠다.’

다른 건 몰라도 유나가 다치는 것만큼은 또 볼 자신이 없었다.

만약 유나가 누군가에 의해 다치면 내가 좀 많이 분노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나저나 세리 누나.”

“응?”

“해외 언론들이 이렇게 빨리 이 일에 관심을 보인 건, 역시 뭔가 좀 이상하지?”

“그치. 빠른 것도 빠른데,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언론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상해.”

“마치 준비했다는 듯이 일이 빠르게 진행되네.”

“맞아, 누군가가… 아니, 어떤 세력이 뒤에서 손을 쓰고 있는 거 같지.”

하세리는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분명 무슨 세력이 있는 게 확실해.”

“내가 지닌 신의 힘을 노리는 세력들이겠지?”

“그렇겠지. 물론 어떤 세력인지 알아내기 힘들 거 같지만.”

“…천천히 알아보자.”

그래, 천천히 알아보면 됐다.

지금 신예진을 보내 놨으니 그녀가 무슨 중요한 정보를 알아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했다.

뭐, 그러니 그동안은…….

“아무튼, 누나. 강성규에게 뭐라도 반응을 하는 편이 좋아 보이지?”

“계속 무시하기에는 어려우니까……. 응, 뭐라도 반응하는 게 좋겠지.”

“내가 가진 이 신의 힘을 그냥 넘겨주는 건…….”

“그건 절대 반대야.”

하세리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지닌 그 힘의 가치는 엄청나. 그리고 올바른 사람의 손에 있어야 해. 잘못된 인간의 손에 들어가면 일이 어떻게 될지 몰라.”

“그치. 이 힘을 신을 상대하는 데 써야 하는데, 이상한 놈은 쓸데없는 곳에 쓸 수도 있겠지.”

“맞아, 그 신의 힘은 네가 가지고 있는 편이 가장 좋을 거야. 너처럼 올곧은 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해.”

“…내가 올곧다고?”

“그럼 아니야?”

“암살자와 올곧다가 어울리는 단어인지 말 모르겠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아무튼. 신의 힘을 넘긴다는 건 그냥 해 본 말이야. 어차피 이 힘을 어떻게 넘기는지 나도 모르거든. 아니, 애초에 넘길 수 있는 건지도 확실치 않아.”

“그럴 거 같더라. 하지만 문제는 과연 사람들이 방금 너의 그 말을 믿을까?”

“안 믿겠지?”

“응, 안 믿을 거야.”

하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강성규가 물고 늘어지는 점이 바로 네가 전에 신예진 양과 함께 신을 상대했던 일이야. 그때 신예진 양도 신에게 공격을 먹이는 모습이 사람들 사이에 퍼졌는데…….”

“그것 때문에 신의 힘은 사실 양도가 가능한 건데 내가 숨기고 있다, 뭐 이런 식으로 소문이 퍼졌나 보네.”

“맞아. 딱 그거야.”

“그럼 지금 내게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겠네.”

나는 머릿속을 정리하며 천천히 말했다.

“강성규가 A급 헌터라고 했지?”

“맞아. 그리고 동시에 유력한 S급 후보 중 하나야.”

“내가 강성규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 여론이 달라질까?”

“완벽히 뒤집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론이 많이 달라지기는 할 거야.”

하세리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지금 강성규의 주장은 네가 약하니까 신의 힘을 가져서는 안 된다, 이거야. 하지만 만약에 네가 강성규를 이긴다면…….”

“내가 약하다는 강성규의 주장이 파훼되겠지.”

“맞아. 하지만 유진아,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거야.”

하세리는 조금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방금 말한 것처럼 강성규는 지금 S급 후보 중 한 명인 헌터야. 쉬운 상대가 아니고, 지금 무엇보다 네 몸이 아직 완벽히 회복이 안 됐어. 거기다 강성규의 능력은…….”

“알아. 내가 상대하기 까다로운 능력일 수도 있지.”

“강성규의 능력을 아는구나. 그럼 너도 잘 알지 않아? 강성규를 이기는 건 지금의 너로는…….”

“힘들겠지. 하지만 누나, 걱정할 거 없어.”

나는 피식 웃으며 하세리를 바라봤다.

“나는 지는 싸움은 절대 안 하거든. 그리고 솔직히 말해 봐. 내가 질 것 같아?”

“…후훗. 그러네. 저는 절대 패배할 녀석이 아니지.”

하세리 또한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럼 강성규와 만나는 걸로 할까? 내가 그쪽에 연락해서 내일쯤 만나는 걸로…….”

“내일까지 기다릴 것도 없어. 오늘 바로 만나는 걸로 해 줘.”

“오늘 바로? 하지만 너 몸이 지금…….”

“괜찮아. 나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

나는 내 손을 바라봤다.

회귀 전, 강성규를 죽였던 내 손을 말이다.

‘이번에는 죽일 필요는 없겠지.’

이번 생의 강성규는 아직 선을 넘는 짓은 안 했다.

그러니 죽일 것까지는 없고, 그냥 적당히 손봐 주면 될 듯했다.

적당히… 반만 죽이면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 * *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거라고 생각은 못 했네요, 박유진 씨.”

“해야 할 일은 빨리 끝내려는 스타일이거든요.”

나는 피식 웃으며 내 앞의 남자에게 대꾸했다.

하세리와 대화를 나눈 후.

하세리는 바로 강성규 측에게 연락을 보냈고, 강성규는 바로 협회에 찾아왔다.

그리고 지금, 헌터 협회 내의 가장 커다란 휴게실 안.

나는 강성규와 마주 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나저나 강성규 씨. 사람들을 조금 많이 데리고 오셨네요.”

나는 내 반대편에 앉아 있는 강성규를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분명 혼자 오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원래 혼자 오려고 했는데, 이분들이 저를 계속 따라오더라고요.”

강성규는 피식 웃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이 커다란 휴게실 안에 나와 강성규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든 채 나와 강성규를 둘러싸고 있었다.

“근데 박유진 씨, 사실 기자들을 여기에 들이는 걸 허락하신 거 아니었나요? 만약 기자들을 막을 생각이었으면, 아예 처음부터 협회 건물에 못 들어오게 하셨으면 됐을 텐데요.”

“맞는 말씀이에요. 막을 수 있는데, 굳이 막지 않았죠.”

“왜 안 막은 거죠?”

“아무래도 저도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편이 좋을 거 같아서요.”

나는 강성규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성규 씨는 저에 대한 헛소문을 너무 많이 말하고 다니셨거든요. 원래 같았으면 무시했을 텐데, 강성규 씨는 선을 넘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제가 직접 움직일 필요가 있어 보였어요.”

“허, 뭐가 헛소문이라는 건지 모르겠군요.”

강성규 또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박유진 씨가 약한 건 사실이지 않나요?”

“저는 최서희 씨도 이겼는데……. 그게 약한 건가요?”

“뭐, 그래요. 약한 건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인간을 대표해 신을 상대하기에는 약하시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이번에 저 게이트를 닫는 데 한 달이나 걸리지 않았나요?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데 한 달이나 걸리게 한 건…….”

“결과적으로 게이트는 닫았죠.”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타났던 세 명의 신을 제가 모두 이겼어요. 일을 잘만 하고 있는데, 왜 이렇게 초를 치는 건지 모르겠네요.”

“물론 박유진 씨가 일을 못했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박유진 씨보다 더 강한 헌터가 신의 힘을 갖고 싸웠으면, 훨씬 안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인 거죠.”

“저보다 강한 헌터라면, 누가 있을까요? 예시를 들어 줄 수 있나요?”

“하세리 헌터님도 있고, 이진성 헌터님도 계시고, 아니면 여차하면 저도…….”

“앞에 두 예시는 인정하지만, 강성규 씨는 인정 못 하겠네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게, 강성규 씨는 저보다 약하시잖아요?”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하고 계신 거 같네요.”

강성규는 차분히 말했지만 그의 눈이 돌아간 게 확실히 보였다.

역시 그의 성격은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듯했다.

“저는 박유진 씨쯤은 지금 당장도 이길 수 있어요.”

이 말과 함께 강성규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내 허리에 있던 자바니아가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칼날이 내 목 근처로 다가왔다.

“능력이 자기장 제어셨죠?”

“잘 아네요. 그리고 저는 이 능력만으로 S급에 근접한…….”

“허접한 능력이네요.”

“…네?”

“저에 비하자면 너무나도 허접한 능력이라고요.”

파지지직―

나는 내 주위로 전류를 불러냈다.

그러나 내 목 근처에 있던 자바니아가 강성규 쪽을 향해 날아갔다.

“우왓?!”

기습에 놀란 강성규는 꼴사납게 의자 옆으로 넘어졌다.

그리고 그 광경은 주변의 기자들에게 아주 잘 찍혔다.

“아니, 무슨……. 내 자기장이…….”

“다시 묻도록 할게요, 강성규 씨.”

나는 자바니아를 회수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강성규에게 다가가 바닥에 넘어진 그를 내려다봤다.

“그쪽이 저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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