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197화 (197/240)

197화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강성규는 존대 따위는 집어치운 채 내게 소리쳤다.

“분명히 내가 자기장으로 조정하고 있었는데, 네가 어떻게 내 자기장을 이겨 내고…….”

“저도 자기장을 좀 다룰 줄 알거든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강성규 씨.”

“뭐라고?”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세요. 그쪽의 자기장이 제게 밀린 건 별다른 이유가 아니에요.”

내가 다가가자 강성규는 뒷걸음질을 쳤다.

그 모습에 나는 그에게 비웃음이 담긴 미소를 한 번 날려 줬다.

“강성규 씨가 저보다 약해서 그런 거죠.”

“이, 이 건방진 새끼가.”

강성규는 내게 한 발자국 다가오며 나를 노려봤다.

“운 좋게 내 자기장을 밀어냈다고 우쭐해하지…….”

“운이 아니라 실력이 아니었을까요?”

“허, 실력?”

강성규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강성규야, 이 어린 새끼야. 나보다 이 나라에서 자기장을 잘 다루는 인간은 없다고.”

“글쎄요? 아닌 거 같은데요?”

나 또한 강성규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방금 강성규 씨가 다루는 자기장을 직접 확인해 봤는데, 저보다 약한 게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전류를 이용해 어거지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새끼가 뭘 안다고 떠드는 거야?! 나는 평생 자기장을 다루면서 살았는데, 너는 무슨…….”

“저도 자기장을 꽤 오랫동안 다루었거든요.”

“어설프게 겨우 따라 하는 주제에……. 네가 뭘 아는데, 이 새끼야.”

이 말과 함께 강성규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협회의 건물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건물만 흔들리는 게 아니었다.

“우왓?”

“뭐야? 이거 왜 이래?”

주변의 기자들이 지닌 전자 제품들과 그 외의 온갖 물건들.

그러니까 자성체인 모든 물건들이 흔들리고, 이내 공중에 조금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잘 들어, 이 어린 새끼야. 나는 마음만 먹으면 이 건물을, 아니, 이 도시를 무너뜨릴 수 있어. 겨우 철근 몇 개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스스로를 과대평가…….”

“도시를 무너뜨릴 수 있다니, 대단하네요.”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내 주위로 전류를 불러냈다.

“그 정도면 진심으로 대단하기는 해요. 도시를 홀로 무너뜨릴 정도면, S급이라 불려도 상관이 없죠. 근데 말이죠.”

파지지직―

“저에게는 고작 도시에 불과해요.”

“…어?”

“잘 보세요.”

나는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러자 흔들리던 건물이 점차 안정을 찾았다.

“…뭐야? 대체 왜?”

강성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엇?”

주변에서 떠오르고 있던 자성체들이 일제히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이에 강성규는 손을 다시 휘둘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째서… 내 능력이 왜……. 분명 써지고 있는데, 왜 아무 일이…….”

“제가 억누르고 있으니까요.”

나는 피식 웃으며 강성규를 바라봤다.

그리고 강성규의 눈빛에 조금씩 두려움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성규 씨가 가진 자기장 제어 능력을 제가 제어하는 중인 거죠.”

“허, 헛소리하지 마. 너는 고작 전류를 다루는 새끼일 뿐이야. 네가 어떻게 S급에 가까운 내 능력을…….”

“그러니까 아까부터 말했잖아요. 강성규 씨가 저보다 약하다고.”

나는 강성규를 향해 다가갔고, 그는 이에 뒷걸음질을 쳤다.

이 상황에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도박에 가까운 수였지만 일이 생각보다 훨씬 잘 풀리고 있었다.

“제가 전류를 이용해 어거지로 자기장을 제어하는 게… 강성규 씨가 평생 갈고닦아 온 능력보다 강한 거죠.”

“헛소리하지 마! 내가 너 따위보다 약할 리가 없어! 너는 잘해 봤자 B급에 불과한…….”

“그럼 한번 붙어 보는 걸로 할까요?”

나는 슬쩍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변의 기자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중이었다.

“3일 뒤에 원하는 장소로 저를 부르세요. 그때 한번 붙어 보도록 할까요?”

“뭐? 3일… 3일 뒤에? 싸우자고?”

“네, 그쪽이 먼저 제안했잖아요. 저랑 싸워 보겠다고요. 이제 와서 내빼는 건가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강성규를 바라봤다.

강성규는 아마 진짜로 내가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던 듯했다.

그래서 그는 너무나도 당당히 내게 시비를 걸어온 것일 터였다.

‘아마 강성규에게 이 지시를 내린 인간들도 내가 강성규보다 약하다고 생각했겠지.’

내가 강성규보다 약하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고, 그 과정에서 내가 지닌 신의 힘을 얻어 낸다.

아마 이런 계획을 가진 듯했지만 아쉽게도 이 계획은 전제부터가 잘못됐었다.

왜냐하면 내가 강성규보다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강성규라면 딱 이 정도로 강할 거라고 예상했지.’

회귀 전, 나는 강성규 하나만을 죽이기 위해 강해졌다.

그래서 강성규가 얼마나 강한지 정도는 전부 조사했었다.

‘딱 이때쯤이 강성규의 최전성기였지. 막 S급에 도달할까 말까 했던 시기.’

참고로 강성규는 결국 S급에 도달하지 못했다.

오히려 얼마 안 가 좌절해 인성이 더욱더 뒤틀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그는 유나를 죽였었다.

‘X 같은 새끼였지. 하지만 실력이 꽤 있는 편이라, 죽이기 까다롭기도 했고.’

자기장으로 도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말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강성규는 실제로 그게 가능했었다.

회귀 전, 자기장으로 건물 하나를 무너뜨리는 게 고작이었던 나는 암살로 강성규를 죽여야만 했다.

원래라면 이번에도 강성규를 그냥 조용히 처리할까 싶었지만, 내게 지금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나는 토스카의 세계에서 나를 막고 있던 그 선을 넘었어.’

토스카의 행성을 무너뜨릴 수 있던 건 신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그렇기에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행성의 자기장을 건드는 짓은 또 못 할 듯했다.

하지만 신의 힘의 유무와는 별개로 나는 분명히 어떠한 한계선을 넘어섰다.

즉, 나는 전보다 전류를 다루는 데 있어 강해진 것이 분명했다.

‘전류의 위력 자체는 아직 실험을 하지 않아서 얼마나 강해진 건지 몰라. 하지만 전류를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확실히 강해졌어.’

강해진 것 자체는 확실했으나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말했듯 내게 묘한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강성규보다 강해졌을 거라는 자신감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주사위를 던져 본 것이었다.

‘강성규의 자기장을 내가 통제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는데, 이게 진짜로 될 줄이야.’

아무래도 토스카의 세계에서 내가 조금 많이 강해진 게 아닌가 싶었다.

뭐, 어쨌든.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고 당장은…….

“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3일 뒤에 저와 싸울 준비를…….”

“누, 누가 겁먹을 줄 알아?! 그래, 3일 뒤에 붙어!”

“좋습니다. 근데 강성규 씨. 제가 개인적으로 해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네요.”

나는 강성규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강성규만 들릴 정도로 작게 말했다.

“솔직히 저 이길 자신 없으시죠? 아까 제 자기장을 직접 느꼈으면 아실 텐데 말이에요.”

“무슨 소리를…….”

“누가 강성규 씨에게 지시를 내렸는지만 말씀해 주세요. 그럼 이번 일은 없었던 일로 해 드리죠.”

“너…….”

“생각해 보세요. 3일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요.”

미소를 지으며 작게 말한 뒤, 나는 강성규에게서 다시금 떨어졌다.

“3일 뒤에 보도록 하죠. 이제 더 할 말 없으시면, 나가 주시면 되겠습니다.”

* * *

강성규와 협회에 찾아온 모든 기자들까지 전부 떠난 뒤.

나는 거대한 휴게실의 소파에 편하게 뻗었다.

“후우우.”

“힘들어 보이네.”

“힘들기는 하지.”

나는 휴게실에 들어온 하세리에게 대꾸했다.

“아까 강성규 앞에서 멀쩡한 척을 하느라 힘들었거든.”

“그런 거 같더라고.”

“티 났어?”

“아니, 다른 사람들은 몰랐을 거야. 나는 너와 오래 알고 지내서 눈치챈 거지.”

하세리는 내 곁에 와 앉으며 말했다.

“지친 이유는 강성규의 자기장을 통제한 것 때문이지?”

“그렇지. 될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많이 힘드네.”

나는 작게 신음 소리를 내며 온몸의 힘을 뺐다.

“강성규가 다루는 자기장이 만만하지 않더라고.”

“근데 너는 그 만만하지 않은 자기장을 억누른 거잖아.”

하세리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강성규는 S급도 노리는 헌터인데, 네가 어떻게…….”

“게이트 안에서 일들이 조금 있었거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설명하자면 긴데, 아무튼 내가 거기서 강해질 수 있었어.”

“…이해가 잘 안 되네. 강성규는 능력 자체가 자기장 제어지만, 너는 기본적으로는 일럭트로 마스터야. 네가 자기장을 다루는 건, 어떻게 보면 강성규의 능력의 하위 호환이야. 근데 어떻게 아까 강성규의 능력을 넘어선 거지?”

“내가, 으음, 조금 많이 강해졌거든.”

설명하자면 복잡해, 라고 나는 덧붙였다.

“아무튼, 강성규와의 문제는 대충 해결책이 보이고 있으니 이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진짜로 괜찮은 거야?”

“음, 아마도?”

사실 신예진이 어떻게 해 주냐에 따라 계획이 많이 달라질 것이었다.

하지만 신예진이 실패해도 큰 문제는 없으니 강성규의 일은 진짜로 크게 신경 안 써도 무방했다.

‘그나저나 조금 쉬기는 해야겠어.’

나는 내 몸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었다.

그 상태에서 강성규가 일으키던 자기장을 억제했으니 안 그래도 안 좋던 몸이 더 망가지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네가 보인 퍼포먼스가 확실히 효과가 있었나 보네.”

하세리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말했다.

“지금 여론이 슬슬 네 쪽으로 넘어오는 느낌이야. 네가 강성규의 자기장을 누르는 모습을 보이고, 자신감 있게 붙어 보자고 말한 게 크기는 컸나 봐.”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리고 있네.”

신이 언제 또 올지 모르니 강성규 따위에게 시간을 많이 낭비해서는 안 됐다.

그러니 빨리 강성규를 털어서 누가 그에게 지시했는지를 알아내면…….

“음? 연락이……. 뭐야? 이분에게는 왜 온 거지?”

갑자기 누군가에게서 문자가 온 듯한 하세리.

하세리가 놀란 걸 보니 평범한 사람에게서 온 연락이 아닌 것만 같은…….

“유진아? 너 혹시 민수 아저씨에게 따로 연락했었어?”

“…고민수 씨?”

“응, 그분에게 방금 연락왔는데, 너 데리고 지금 오라네?”

“으음……. 그러면 가야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나저나 답장을 빨리 해 주시네.’

분명 신예진을 통해 오늘 연락을 보냈는데 말이다.

뭐, 그래도 일찍 만날수록 나쁘지 않았다.

“그 아저씨도 오랜만에 보겠네.”

한국 최고의 마도구 제작자, 바렐.

그분을 거의 1년 만에 보러 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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