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흠.”
나는 조용히 방 안을 살폈다.
김진철과 세 명의 남자가 방 안에 있었다.
‘어디 보자, 지금 복도에는…….’
나는 뒤를 슬쩍 바라봤다.
지금 이 복도에는 아무도 없는…….
“어?”
“뭐야? 너는 뭐 하는…….”
“아.”
또다른 방에서 나온 두 명의 남자.
그 두 남자는 나를 보자마자 놀라며 무언가 크게 외치려 했지만.
“커억?!”
“캑?!”
나는 재빨리 그 두 남자에게 접근해 주먹으로 그 둘의 급소를 가격했다.
두 남자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바로 기절했다.
‘못 들었나?’
나는 김진철이 있는 방을 다시금 바라봤다.
“아, 진짜 미치겠네. 빨리 박유진의 그 힘을 손에 넣어야 다음 경매 때 준비할 수 있다고. 그러니까 너희들도 어떻게든 좀…….”
여전히 자신의 부하들에게 잔소리하는 김진철.
잔소리하느라 바빠서인지 그는 다행히 방금 있던 소란을 못 들은 듯했다.
‘자, 그럼 다시 움직여 보자.’
나는 김진철이 있는 방으로 다시금 향했다.
그러면서 나는 근처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
“신예진, 내 기준 왼쪽 끝의 있는 남자는 네가 처리해. 다른 두 명은 내가 처리할게.”
“알겠어요, 스승님. 김진철은 일단 안 죽이는 거죠?”
“물어봐야 할 게 있거든. 그러니 바로 죽이지는 마.”
“알겠어요.”
그림자에서 들려온 신예진의 목소리.
신예진의 답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방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뒤, 나는 방문을 확 열며 안으로 진입했다.
“뭐, 뭐야?!”
나의 등장에 김진철은 당황하며 외쳤다.
동시에 김진철의 부하 세 명은 허리에서 권총을 꺼내며 반응하려고 했으나 그들은 느려도 너무 느렸다.
“커억?!”
“으윽?!”
나는 약한 전류를 날려 김진철의 부하 두 명을 단 번에 기절시켰다.
그리고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신예진은 나머지 한 명의 얼굴을 세게 가격했다.
그렇게 김진철의 부하 세 명을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제압했다.
“이 새끼들이?!”
김진철은 갑작스러운 우리의 등장에 놀라며 그와 동시에 재빨리 자신의 책상으로 달려갔다.
그는 책상 위에 있던 하나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 뭐야?! 이게 왜 안 되는 거지?”
“안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파지지직―
나는 손에서 전류를 튀기며 김진철에게 다가갔다.
“제가 이 방 안의 모든 전자 기기들을 해킹했거든. 그냥 이 방에 EMP를 날린 거나 마찬가지니, 누구를 부를 생각은 포기하세요.”
“너, 너는 대체 누구야?!”
“흐음, 제가 누군지 진짜로 모르시나요?”
“어억?”
나는 고민수에게 다시 받은 무한 와이어를 김진철에게 날렸다.
와이어는 김진철의 상체에게 날아가 그를 묶었다.
“일단 앉으시죠.”
“크억?!”
나는 와이어 이용해 김진철을 근처의 의자로 날렸다.
그러면서 나는 뒤에 있던 신예진에게 말했다.
“저 문 잠가 놔.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문은 네가 지키고 있어. 누가 오는 거 같으면 바로 내게 말하고. 알겠지?”
“네, 스승님.”
“좋아. 자, 그럼… 김진철 씨.”
나는 의자에 앉혀진 김진철에게 다가가 그의 목에 와이어를 둘렀다.
“지금부터 제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비협조적으로 굴면, 이 와이어에 전류를 흘려서 그쪽을 즉사시킬 거니까요.”
“너, 너 대체 뭐야?! 원하는 건 돈이야?! 돈이라면 내가…….”
“저는 돈 따위 때문에 김진철 씨를 만나러 온 게 아니에요. 그보다 김진철 씨. 제가 누군지 진짜로 몰라요?”
나는 김진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에 김진철은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너… 박유진이구나?”
“알아차리는 게 너무 늦으시네요.”
“그러게 말이다. 네가 요즘 내 요주의 인물인데……. 확실히 진작에 알아봤어야 했어.”
김진철은 헛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근데 요즘 그 유명하고 귀하다는 박유진이 왜 이런 누추한 곳에…….”
“그쪽이 강성규에게 지시를 내린 걸 알고 있어요.”
나는 김진철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강성규에게 지시를 내려 제가 지닌 이 신의 힘을 빼앗으려고 한 게 그쪽이던데……. 맞죠?”
“…하아아. 이미 다 들킨 마당에 거짓말해 봤자 소용없겠지.”
“상황 판단이 빠르시네요.”
“빠르지 않으면 암시장 세계에서 못 살아남아.”
김진철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으나 나는 그게 전부 연기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연기를 나는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그럼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도 잘 파악하고 계시겠네요?”
“너에게 붙잡힌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지.”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그쪽을 죽일 수도 있어요.”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김진철의 목에 가져갔다.
“그러니 죽기 싫으면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내게 원하는 게 뭔데?”
“그쪽이 강성규를 시켜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다닌 건 알고 있어요. 그러니 그 이유를 알고 싶네요.”
“이유? 별것 없어.”
김진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전 세계의 높으신 분들이 네 힘을 탐내고 있는 것뿐이야. 너의 그 힘을 얻어 내는 것에 엄청난 돈이 걸렸고, 나는 그 돈을 위해 움직이는 것뿐이지.”
“제 힘을 탐내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목록을 넘겨주시죠.”
“…뭐?”
아주 잠깐이었지만, 김진철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스쳤다.
“야, 네가 지금 뭘 요구하는 건지 알아? 내게 의뢰를 넣은 사람들은 전부 거물들이라고. 내가 너에게 그 정보를 넘겼다가는…….”
“그러게 상대를 잘 골랐어야죠.”
“…윽.”
나는 자바니아의 칼날을 김진철에 목에 갖다 대었다.
그러자 그의 목에서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순순히 넘기세요.”
“차라리 죽여. 넘기면 어차피 죽게 될 텐데, 넘기나 안 넘기나…….”
“그렇게 나올 거라고 알고 있었어요.”
나는 피식 웃으며 근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컴퓨터를 바라봤다.
“그래서 저도 방법을 준비했죠.”
“잠깐……. 뭐 하는…….”
“해킹이죠.”
파지지직―
내 손에서 전류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내 컴퓨터와 그 모니터의 전원이 켜지더니 이내 제멋대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음, 다 됐다.”
“방금 뭐 한 거야?”
“저 컴퓨터에 있던 파일들을 저의 스마트폰에 전부 옮겼어요. 그러고 보니까… 그쪽의 고객 목록들도 전부 있더라고요.”
“야! 그걸 가져가면…….”
“가만히 계세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김진철의 목에 자바니아를 더 가까이 가져갔다.
“목숨이 아까우면 제 말을 듣기나 하세요. 그나저나…….”
나는 김진철의 주머니를 슬쩍 바라봤다.
“제가 해킹한 그쪽의 스마트폰에서 지금… 강성규에게서 연락이 오고 있네요.”
“…뭐?”
“해킹을 풀어 놓을 테니 전화를 받으세요. 대신 스피커폰으로 한 채로 전화를 하세요.”
“…어, 으음…….”
김진철은 그 어느 때보다 당황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내가 자바니아를 김진철의 목에 가져가자 그는 어쩔 수 없었는지 내 말을 따랐다.
- 음? 여보세요? 김진철 씨? 전화받는 데 뭐 이리 오래 걸려요?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강성규의 목소리.
이에 김진철의 눈빛이 떨렸다.
왜 떠는 건지 그 이유를 나는…….
- 일단 김진철 씨가 알려 준 주소에 도착했어요. 박유진 집 맞는 거 같은데, 거기에 박유진은 지금 없고 갈색 머리 여자와 박유진의 여동생만 있어요. 일단 요청하신 대로 박유진의 여동생만이라도 납치해 갈까요?
“야, 그거 말하면 안 되는…….”
“뭐라고요?”
“크억?!”
나는 강제로 김진철의 전화를 끊으며 그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지금 강성규가 왜 제 집에 가 있는 거죠? 그리고… 제 여동생을 납치한다고요? 지금 강성규에게 그딴 지시를 내린 거예요?”
“그, 그게 말이지…….”
“똑바로 대답해, 이 개새끼야.”
유나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듣자 나는 눈이 뒤집어진 상태였다.
그로 인해 나는 김진철의 손이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신경 못 쓰고 있었다.
거기다… 내가 김진철의 스마트폰의 해킹을 풀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X발, 죽어!”
김진철은 스마트폰 화면을 빠르게 눌렀다.
그가 무슨 짓을 한 건지 파악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윽?”
벽쪽에 세워져 있던 책장들이 사라지더니 그 자리에 수많은 총기들이 나타났다.
“신예진, 피해!”
무수히 발사되는 총알들.
신예진이 준 코트 덕분에 총상은 안 입었지만 충격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쳇.”
기습에 당황하던 중, 김진철은 와이어를 재빨리 풀며 내게서 멀어졌다.
나는 그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총알 세례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김진철 님! 무슨 일이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 방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김진철의 부하들까지 이 상황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돌겠네.’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에서 무리해서 김진철을 죽이려 시도하면 오히려 김진철의 부하들에게 붙잡힐지도 몰랐다.
평소라면 전류를 이용해 이곳을 무너뜨리는 수라도 썼겠지만…….
‘아직 몸이 완벽히 회복되지 않았어.’
진지하게 그 짓을 했다가 내 몸이 심각하게 망가질 가능성이 있었다.
게다가 무엇보다 지금 김진철이 문제가 아니었다.
‘강성규가 유나를…….’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유나를 또 잃을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신예진! 알아서 그림자로 빠져나가!”
“네!”
신예진은 바로 내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근처의 소파 뒤로 몸을 날려 숨은 뒤.
‘김진철의 이 방에 분명 비상 탈출구가 있었지.’
나는 방의 구석 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후, 그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엥? 뭐야?! 너 그 문의 위치는 어떻게 아는…….”
뒤에서 김진철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은… 유나가 우선이었다.
* * *
“하, 얘가 이민아였구나.”
강성규는 심하게 멍든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헛웃음을 지었다.
“주먹 하나는 더럽게 세다 싶었는데, 설마 그 늑대인간 년이었을 줄이야.”
“이거 놔, 이 새끼야!”
이민아는 강성규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녀의 몸을 묶은 쇠사슬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포기해. 그 사슬은 마법으로 가공된 거라 힘만으로는 못 끊을 테니까.”
강성규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봐, 그 여자애는 차에 옮겼지?”
“네, 옮겼습니다!”
강성규를 따라온 김진철의 부하들이 대답했다.
그들은 박유나를 묶은 채 커다란 차 안으로 옮기던 중이었다.
“좋아, 빨리 가자.”
강성규는 빠르게 자리를 뜨려고 했다.
이민아는 사슬을 끊어 내려고 했으나 쉽게 일이 풀리지 않았다.
‘빨리 유나를 구해야 해. 유나를 지키겠다고 박유진과 약속했는데…….’
이민아는 이를 악물며 힘을 냈으나 사슬에 그 어떠한 흠집도 내지 못했다.
그렇게 강성규가 박유나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던 그 순간.
“커억?!”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가 강성규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그는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박유진! 차 안에 유나가 있어! 어서… 어?”
박유진의 등장에 이민아는 재빨리 외치다가 이내 당황하며 말을 멈추었다.
왜냐하면 박유진의 눈빛이 평소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