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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04화 (204/240)

204화

이성적인 판단을 못 내리던 나는 진짜로 이민아와 싸울 생각이었다.

강성규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그쯤은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는 쇠사슬로 강성규를 세게 묶어 놓은 뒤, 근처에 던져 놓았다.

그런 후, 나는 다시금 이민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내가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두 개 있었다.

“윽?”

“박유진.”

이민아는 내 멱살을 잡으며 나를 들어 올렸다.

“어금니 꽉 깨물어.”

내가 간과한 두 가지 사실.

우선, 지금 내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었다.

그로 인해 아직 나는 평소의 속도와 힘을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둘째, 이민아는 매 순간 강해지고 있었다.

내가 토스카와 싸우던 동안 이민아는 한 달을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 한 달 동안 이민아는 전보다 더 강해지고, 더 빨라졌다.

내가 그녀의 속도를 못 따라잡을 정도로 말이다.

“으윽.”

이민아는 내 멱살을 잡은 채 나를 근처 빌딩의 벽으로 밀쳤다.

그런 후, 그녀는 내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정신 차려, 박유진.”

“…….”

“유나를 생각해. 그리고… 나도 생각해 줘.”

이민아는 내 얼굴을 향해 다시 한번 주먹을 날렸다.

“사람들을 지키는 게 우리의 의무라고 네가 말했잖아. 티는 안 냈지만, 나는 너의 그 말을 항상 마음에 되새기고 있었어. 그러니까 너도 그 마음을…….”

“유나는 안 다쳤지?”

“응? 어, 응. 유나는 멀쩡해. 살짝 긁히고 멍들었지만, 그것 말고는…….”

“살아 있으면 됐다.”

나는 자바니아를 내리며 단검집에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멱살을 풀어 줘. 나 이제 정신 차렸거든.”

“내 눈을 봐.”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이제 눈 안 돌아간 거 보이지?”

“그, 그러네.”

“응, 네 덕에 정신 좀 들었다.”

“어, 그, 그렇구나.”

이민아는 이 말과 함께 내게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 박유진?”

“크큭, 야. 너 환자를 너무 세게 때린 거 아니냐?”

나는 피식 웃으며 내 얼굴을 매만졌다.

좀 세게 맞은 탓인지 얼굴이 조금 부어오른 것 같았다.

이에 이민아는 진심으로 미인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미, 미, 미안. 많이 아팠어?”

“아프기는 아프더라. 근데…….”

나는 이민아의 어깨에 손을 천천히 올렸다.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네가 아니었으면, 나는 지금쯤 선을 넘고… 유나에게 여러 가지로 부끄러운 오빠가 되었겠지.”

“그렇게 생각해 주면 다행이기는 한데……. 아니, 일단 너 괜찮은 거지? 내가 너무 세게 때린 건가? 내가 병원에 너를…….”

“나는 괜찮아, 인마. 아프기는 하지만, 정신 차릴 정도로 아픈 거였으니까.”

나는 이민아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네가 폭주하는 걸 매번 내가 막았는데,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었네. 네가 나를 막았어.”

“항상 너에게 신세질 수는 없잖아. 이렇게라도 빚을 갚았으니, 나도…….”

“고마워, 이민아.”

“응?”

“진짜로 고마워.”

이 말과 함께 나는 이민아를 끌어안았다.

이에 이민아는 몸을 살짝 떨었고,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매우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박유진? 그, 어어, 왜…….”

“네 말이 맞아. 유나를 생각해서라도, 아니. 유나와 너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올바른 길을 가야만 해.”

회귀 전에는 잃을 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복수 하나만을 보고 사람들을 죽였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잃을 게 있었기에 나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됐다.

나는 그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도 쉽게 잊고 있었다.

‘이민아가 나를 막았기에 망정이지.’

안 막았으면 내가 또 어떤 길을 걷게 됐을지 몰랐다.

그렇다 보니 나는 지금 진심으로 이민아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 어어, 박유진? 내가 고마운 건 알겠는데… 그, 나 유나 다시 확인하러 가야 하고, 너도 강성규 저 인간을 붙잡아 두는 게…….”

“맞아, 그래야지. 그래도 이민아. 가기 전에 말이야.”

“응?”

나는 내 얼굴을 이민아 쪽으로 가까이 가져갔다.

그러자 이민아는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내 입술을 이민아의 이마에 아주 살며시 갖다 대었다.

“음? 으으음?! 박유진? 방금…….”

“고마움의 표시야.”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민아의 눈을 바라봤다.

물론 이민아는 당황해 내 눈을 바라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를 방금 막아 줘서 고맙고… 그리고 무엇보다 내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다시 이렇게 내 곁에, 밝은 모습으로 싸워 줘서 진짜로 고마워.”

“어, 어어, 그… 음? 다시? 다시 네 곁에 있다는 건 무슨…….”

“말이 헛 나온 거야.”

나는 말을 돌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이민아의 이마의 내 입술을 다시 한번 가져갔다.

“아무튼 고마워……. 민아야.”

“어어, 에으, 어음.”

이민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 내 말에 제대로 대꾸를 못 했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얼른 정신 차려, 인마. 아직 일 전부 끝난 거 아니니까.”

“응?”

“일단 너는 돌아가서 유나를 살피고 있어 줘. 애 많이 놀랐을 텐데,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해 줘.”

“아, 알겠어. 그럼 강성규와 그 부하들은…….”

“세리 누나 불러야지.”

나는 한숨을 쉬며 근처에 던져 둔 강성규를 바라봤다.

고통을 못 이긴 건지, 아니면 과도하게 긴장한 탓인지, 그는 어느새 정신을 잃은 채 뻗어 있었다.

“신예진. 거기 있지?”

“네, 스승님.”

내 부름에 근처의 그림자에서 신예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리고 신예진의 등장에 이민아는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아니, 신예진은 계속 그림자 속에 있던 거야? 그럼 왜 아까는 안 나타나고…….”

“내가 그렇게 시켰어, 인마.”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위험할 거 같으면 튀어나오라고 했거든. 근데 내가 위험한 상황이 없었잖아.”

“그래도… 네가 강성규를 죽이려고 했을 때 같이 말리는 거였으면…….”

“됐어. 신예진은 잘해 줬고, 너도 잘해 줬어.”

그렇게 이민아에게 말한 후, 나는 다시금 신예진 쪽을 바라봤다.

“신예진, 내가 세리 누나 부를 테니까 그 누나가 올 때까지 강성규와 이 다른 인간들을 감시하고 있어.”

“알겠어요.”

“특히 강성규를 잘 감시하도록 해. 만약 깨어날 기미가 보이면 전기 충격기 같은 걸로 바로 다시 기절시켜. 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성규는 꽤 위험하거든.”

“네, 그것도 주의할게요.”

“좋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뒤처리를 부탁할게. 나는 내 나름대로의 뒤처리를 하러 갈 테니까.”

“또 싸우러 가려고?”

이민아가 출발하려던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몸도 아직 안 좋은데, 안 싸우면 안 될까? 차라리 싸우는 일이면 내게 맡기고…….”

“너는 팔이나 얼른 회복해. 그리고 걱정 마. 나는 싸우러 가는 거 아니니까.”

김진철에 관한 뒤처리를 할 필요는 있었다.

원래 같았으면 그냥 단신으로 암시장에 쳐들어가 전부 죽였겠지만 이제 그런 과격한 방법만을 쓰면 안 될 듯했다.

내가 상처받는 것에 상처받을 사람들이 있으니 확실히 지양할 필요가 있었다.

‘평화롭게 해결할 방법을 찾아봐야지.’

그리고 그 평화로운 해결법에 대한 단서를 하나 갖고 있었다.

* * *

“김진철? 그 아이는 갑자기 왜?”

하윤경의 지하 연구소.

그곳에 찾아가 김진철에 대해 묻자 하윤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되물었다.

“그 아이에 대해 당연히 알지. 그 아이의 암시장에 내가 신세를 많이 졌거든.”

“김진철은 너를 두려워하고 있던 거 같아.”

“으음,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해?”

“김진철은 최근에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어.”

나는 하윤경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한국의 암시장을 전부 통합하고, 거기에 더 나아가려고 하는 것 같더라.”

“…그게 왜?”

“근데 네가 죽었다고 알려지자마자 그 작업을 시작했어.”

“아, 그거야… 그거야, 그…….”

“하윤경, 나는 마음만 먹으면 네가 강제로 말하게 만들 수 있어.”

나는 내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여 주며 말했다.

“그러니 네가 선택해. 네 입으로 말할래, 아니면 강제로 말할래?”

“…하아아. 말할게. 어차피 별것 아니니까.”

하윤경은 하던 일을 멈추며 나를 바라봤다.

“너 혹시 김진철과 세리가 어떤 관계인지는 알아?”

“세리 누나가 전에 김진철에게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지 않았어? 그래서 그 빚 때문에 김진철은 세리 누나에게 매번 고개를 숙이잖아.”

“잘 아네. 세리에게 직접 들은 거야?”

“…그냥 내가 따로 알아낸 거지.”

“뭐, 그건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나와 김진철의 관계는 그것과는 많이 달라.”

하윤경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다시 말했다.

“오래전, 김진철이 작은 조직의 두목이 막 됐을 당시에… 김진철은 다른 범죄 조직과 세력 다툼을 하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어.”

“치명상이었어?”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부상이었지. 심장이 심하게 손상된 상태로 왔었으니까.”

“네가 살렸고?”

“살렸지.”

“의외네. 너는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면 관심이 없잖아.”

“맞아. 그래서 내가 김진철을 살린 거지.”

하윤경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는 김진철에게서 잠재력을 봤거든. 내게 나중에 엄청난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 살려 낸 거야.”

“살린 가치가 있었지?”

“엄청났지. 김진철의 그 암시장 덕에 내가 수월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거든.”

“그랬겠지. 뭐, 아무튼. 네가 김진철의 생명의 은인이라는 건 알겠어. 근데 김진철이 왜 너를 두려워한 거야?”

“기다려 봐. 여기에 여유분 몇 개 뒀던 거 같은데.”

하윤경은 근처의 서랍장으로 가 거기서 버튼이 하나 달린 리모컨들을 몇 개 꺼냈다.

“뭐냐, 이거?”

“김진철을 죽일 수 있는 장치지.”

하윤경은 내게 리모컨 한 개를 던지며 말했다.

“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김진철의 심장은 기능을 정지할 거야.”

“…너 설마, 김진철을 살릴 때, 그 인간 심장에 뭔 짓을 한 거냐?”

“맞아. 김진철을 조금 수월히 다루고 싶었거든.”

하윤경은 여러모로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파손된 심장의 자리에 내가 만든 인공 심장을 놓았거든. 그리고 내가 만든 거라, 재밌는 기능을 추가시켰어.”

“그게 이 리모컨이고?”

“김진철이 나를 두려워한 이유는 별것 없어. 자기 목숨이 내 손바닥 위에 있는데, 당연히 두려워할 수밖에 없지.”

“그렇구먼.”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김진철이 하윤경이 살아 있을 적에 세력 확장을 안 한 이유는 아마 그녀의 눈치를 봐서였을 거다.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하윤경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걱정했던 거겠지.’

근데 하윤경이 죽자 김진철은 더 이상 눈치 볼 게 없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대놓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김진철은 아쉽겠지만 그는 다시 눈치를 봐야 할 것이었다.

“김진철은 이 리모컨의 존재를 알지?”

“당연히 알지. 얘가 기어오를 때마다 이걸 주머니에서 꺼내서 보여 주면 얘가 아주 좋아했거든, 크큭.”

“그럼 하나만 빌려 갈게.”

나는 작은 리모컨을 하나 챙기며 말했다.

이에 하윤경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 김진철을 죽일 생각이니?”

“그 사람을 왜 죽여? 한국에서 가장 큰 암시장을 가진 사람인데, 죽이면 너무 아깝잖아.”

나 또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이기보다는 철저하게 이용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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