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06화 (206/240)

206화

* * *

“왔네?”

“누나가 오라고 했잖아.”

하윤경의 지하 연구소에서 신이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얼마 안 있어 하세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금 하이퍼 게이트가 남미에 나타났으니 바로 자기를 보러 와 달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바로 헌터 협회로 출발했다.

“소식은 들었어. 남미에서 그 커다란 게이트의 낌새가 감지됐다면서?”

“아마 일주일 내로 모습을 드러낼 거야. 아마 페루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페루, 흐음. 그쪽 정부에게서 연락은 왔어?”

“너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더라.”

하세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우리 길드는 기다려 달라는 답변을 보냈는데, 그쪽에서 제발 너를 보내 달라고 몇 시간 전부터 계속 연락하고 있어.”

“나라가 망할까 봐 두려운가 보네.”

“두렵겠지.”

하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그동안 신들을 잘 막아서 사람들이 신을 별것 아니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그래도 알 사람들은 다 아는 거지. 신이 나라 하나는 가볍게 무너뜨릴 존재들이라는 것을.”

“잘 아네. 그럼 내가 페루로 또 가 주면 되는 건가?”

“…그게 또 문제야.”

“문제라니?”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간단한 거 아니야? 페루 정부에서 나를 부르고 있으니, 내가 가서 문제를 해결하면…….”

“그쪽 나라 사람들이 너의 도움을 받는 걸 반대하고 있거든.”

하세리는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네가 신을 매번 물리치니까 사람들은 신이라는 존재를 만만히 보고 있어. 그래서 페루 사람들은 너의 도움 없이 본인들의 힘으로 알아서 하겠다, 지금 이런 여론이 크게 모이고 있다고 해.”

“크게 모였다면, 어느 정도로 모인 거야?”

“게이트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발표된 지 이제 약 세 시간이 지났고, 그 세 시간 사이에… 페루 국민의 약 3분의 1이 너를 거부한다고 하네.”

“3분의 1이라.”

“정부는 네가 와 달라고 요청하는 중이지만, 페루의 헌터들은 네가 필요 없다고 말하고 다니고 있고, 대다수의 정치인들도 자국의 힘으로 해결하겠다……. 뭐, 그냥 이런 분위기야.”

“…그 사람들은 진심으로 본인들의 힘으로 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용기 있는 건 좋았지만 이건 용기가 아니라 그저 오만이었다.

‘신들이 어지간히 만만하게 비쳤나 보네.’

내가 혼자서 신들을 매번 물리치니까 진짜로 신을 별것 아닌 존재로 보는 것 같았다.

근데 내가 왜 신을 혼자서 상대하는지 사람들은 고려를 안 하는 것 같았다.

신을 공격할 수 있는 존재가 나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대체 왜…….

“아무튼, 유진아. 페루 정부는 너에게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했어.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당장은 가지 말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게 그 나라 사람들의 뜻이라면, 기회를 한 번 줘야지. 그리고 혹시 몰라. 진짜 알아서 해결할지도 모르잖아.”

“…유진아.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너도 알고 있잖아.”

“그렇지. 근데… 신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사람들에게 한 번쯤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내가 도우러 가지 않는다.

그럼 아마 매우 높은 확률로 페루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신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릴 필요가 있어.’

나는 헌터로서 사람들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을 구하러 가지 않는 건 내게 있어 그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게 맞았다.

“누나, 내일 아침에 이렇게 발표해 줘. 페루 정부에서 나를 불렀으나 페루의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서 내가 가지 않기로 했다고.”

“진짜 안 가게?”

“신이 얼마나 대단하면서도 위험한 존재인지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이거든. 거기다가… 내가 지금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도, 사람들에게 한번 알릴 필요가 있겠어.”

* * *

그로부터 며칠 뒤.

나는 하윤경의 지하 연구소에서 다시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코트는 어떠냐? 괜찮은 거 같아?”

“아주 만족스럽네요.”

나는 고민수가 고쳐 준 네메이아의 코트를 입은 채 몸을 움직였다.

“무게는 더 가벼워진 거 같고… 그러면서 기존의 기능들은 거의 다 유지된 거 같네요.”

“오히려 몇몇 기능들이 추가됐지.”

고민수는 내 곁에서 설명했다.

“저 밑에 갇힌 와이번 있지? 그 여신이 지녔던 기운을 바탕으로, 코트의 기본적으로 방어력을 건드렸어. 그 코트는 신들의 공격에 대한 내성이 높아졌을 거야.”

“그렇다는 건…….”

“물론 확실한 건 아니니, 대놓고 신들의 공격을 맞지는 마.”

고민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신의 기운이라는 건 말이야, 나도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된 것이야. 일단 내 지식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활용해 봤지만, 맞게 된 건지 확신을 못 하겠더라고.”

“그럼 뭐, 최후의 보루쯤으로 생각하고 있도록 할게요.”

“최후의 보루……. 그래, 적당한 표현이네. 가능하면 신들의 공격은 피해. 하지만 만약 내가 네 코트를 제대로 건든 것이라면… 네가 못 피한 공격을 한두 번쯤은 막아 줄 거야.”

고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그것 외에도 네 코트에 독에 대한 내성도 추가했고……. 아, 전에 내가 줬던 군화 있잖아.”

“아, 저거요?”

나는 현관에 두고 온 내 군화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건 왜요?”

“네 발자국 소리를 지워 주는 것 외에도, 저 군화는 성장형 마도구거든.”

“네, 전에 말씀하셨죠.”

“아까 대충 보니까 성장은 얼추 끝났던 거 같더라고.”

고민수는 현관으로 가 군화를 가져오며 말했다.

“자, 왼쪽 군화의 뒤꿈치에 있는 이 버튼 보이지. 이걸 누르면 10분 동안 너의 이동 속도가 50% 증가할 거야.”

“아, 이속 증가 효과의 아이템이군요.”

“한번 쓰면 30분은 기다려야 해. 그 점을 유의하고……. 그리고 오른쪽 군화의 뒤꿈치에도 버튼이 하나 더 있을 거야.”

고민수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버튼을 누르면, 너는 순간적으로 총알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어.”

“총알과 비슷한 속도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거지. 하지만 그래 봤자 2초도 안 되는 시간밖에 못 움직여. 그리고 이건 한 번 쓰면 두 시간은 기다려야 다시 쓸 수 있어.”

“엄청 유용한 기능이네요.”

2초 동안 총알과도 같은 속도로 움직인다.

변칙적인 싸움을 좋아하는 내게 있어 아주 유용한 기능이었다.

“아, 그리고 사용할 때 주의하는 게 좋을 거야. 2초 동안 엄청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거라,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거든. 그래서 보통은 한 번 쓰면 전투 불능에 빠지더라고.”

“아, 하기야…….”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 모 아니면 도인, 뭐, 그런 상황들 말이야.”

“알겠어요.”

“좋아. 그다음에… 내가 너의 와이어도 조금 건드렸는데…….”

나는 이후로 고민수에게 장비들을 몇 개 더 받았다.

그런 후, 나는 밑의 층에 있던 하윤경을 찾아갔다.

“연구는 잘되는 중이냐?”

“두 달 정도 뒤면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하윤경은 컴퓨터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신의 힘……. 이건 내가 평생을 해 오던 연구의… 그 연구의 일종의 연장선이야.”

“인류를 진화시키려던 그거?”

“맞아. 나는 인류를 변형시켜서 신에 가까운 존재로 만들고자 했어. 하지만 이 신의 기운……. 이걸 만든다면 굳이 변형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져.”

하윤경은 작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만약 이걸 만드는 데 성공하고, 양산하면… 인류는 진정한 진화를 이루게 되는…….”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이 미친년아.”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튼, 더 빠르게 만들어. 두 달을 기다려 줄 여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번 기회에 하나 좀 물어보자.”

나는 하윤경의 머리를 붙잡아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정확히 말해 그녀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만들었다.

“너 요즘 나 몰래 뭐 이상한 거 만드는 거 아니지?”

“…그런 거 없어.”

“진짜로?”

“없다니까.”

“흐음.”

나는 내 반지를 슬쩍 바라봤다.

반지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즉, 하윤경은 거짓말하는 게 아니었다.

‘근데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고민수는 하윤경에 대해 무언가 경고했고, 지금 하윤경의 눈빛을 보니… 그녀는 확실히 무언가 숨기는 것만 같았다.

‘…일단 놔두자.’

하윤경이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비밀스럽게 행동을 하는 그 원인을 알 것만 같았다.

만약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다면 그에 대한 대처법을 준비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뭐, 그러니 당장은 이에 대해 신경은 안 쓰는 걸로 하고…….

“알겠다. 그럼 연구 마저 해. 나는 이만 갈 테니까.”

“어디 가는데?”

“내 여동생을 보고, 이민아도 만나고……. 그다음에 네 조카를 보러 가야지.”

“세리를?”

“아무래도 그 누나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어 보이거든.”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이퍼 게이트가 나타난 지 나흘 정도 됐잖아? 그래서 이제 슬슬 페루에서 내 도움을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더라고.”

* * *

“페루의 피해는 심각하지?”

“도시 몇 개가 무너졌어. 거기다 그 하이퍼 게이트를 중심으로 온갖 게이트들이 다 나타나서 몬스터들이 판을 치고 있고.”

“그 나라의 여론은?”

“네 예상대로 너만 애타게 찾고 있더라고. 원하는 걸 다 줄 테니, 제발 와서 도와 달라고 말이야.”

하세리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너는 필요 없다고 말한 사람들이 맞나 싶더라고.”

“전부 내 예상대로네.”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아. 이걸로 사람들에게 신이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지 알린 거 같으니, 몇 시간 뒤에 페루로 바로 출발하자.”

“알겠어. 그럼 나는 서류들을 준비해서…….”

“아니, 그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누나도 출발할 준비를 해.”

“…준비라니?”

“누나가 이번에 나와 함께 싸워 줬으면 좋겠거든.”

지난번에 토스카와의 싸움을 마친 후.

내 앞에 나타난 신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 신을 상대할 때, 하세리와 함께하라고 말이다.

왜 그런 조언을 했는지 그 이유는 몰랐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그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

“같이 싸우자고? 너랑 내가?”

“응. 근데 만약 안 될 거 같으면…….”

“아니야! 괜찮아! 당장 가자!”

갑작스러운 내 제안에 하세리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눈빛에는 약간의 기쁨이 보였다.

아마 나와 함께 싸우게 된 게 여러모로 기뻤던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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