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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09화 (209/240)

209화

“뭐? 지금 바로 또 나가자고?”

옆방에 있던 하세리를 찾아가 다시 나가자고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힘들어?”

“아니, 힘든 건 아닌데……. 우리 숙소에 돌아온 지 30분밖에 안 됐잖아?”

“내가 30분 동안 생각을 다 해 봤거든.”

나는 하세리에게 설명했다.

“아무래도 퀼라를 최대한 빠르게 몰아붙여야 할 거 같아.”

“그래?”

“퀼라는 무언가 적당한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 같았어. 하지만 우리는 그걸 기다려 주면…….”

나는 내 생각을 하세리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퀼라가 무언가를 노리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으니 그녀가 시간을 못 끌게끔 빠르게 선공을 치자고 말이다.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 맞는 거 같기는 해. 사실 신이라면 이 나라쯤은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지. 그리고 지금까지 상대했던 신들은 나를 보자마자 바로 나를 죽이려고 했어.”

“퀼라는 그러지 않고, 때가 아니라며 물러났지.”

하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퀼라가 그 타이밍을 노리지 못하게, 우리가 먼저 그 여신을 잡자는 거지?”

“퀼라가 어떤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게 우리에게 좋을 일은 아닐 거야. 퀼라의 계획대로 일이 풀리기 전에 우리가 그 계획을 망쳐 보자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그, 유진아.”

하세리는 긴가민가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근데 퀼라는 어떻게 공격하려고? 내가 보고받은 것에 의하면, 퀼라는 모습을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래. 주로 저 하이퍼 게이트 안에 숨어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나오게 만들어야지.”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위가 더워지면 퀼라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까.”

“더워지면…이라니?”

“내게 계획이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누나. 나를 위해 한 번만 고생해 줄 수 있을까?”

지난번에 토스카를 죽인 후.

내 앞에 나타난 신은 다음 신을 상대할 때 하세리를 데려가라고 했다.

당시에는 잘 몰랐으나 이제 왜 그런 조언을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얼음을 쓰는 여신이라면… 불로 상대하는 게 최고기는 하지.’

나는 피식 웃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 * *

약 한 시간 뒤.

준비를 마친 채 하세리와 같이 페루의 수도, 리마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누나, 페루 정부에 허락을 받았다고 했지?”

“의외로 쉽게 허락을 해 주더라. 근데 말이야.”

하세리는 확신이 안 서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하이퍼 게이트 일대를 전부 태워 버려도 괜찮은지… 이 허락은 왜 받으라고 한 거야?”

“그야, 다 태워 버릴 거니까.”

“그거 괜찮은 거 맞아?”

하세리는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이거 그냥 빈대를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퀼라는 빈대가 아니잖아, 누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지금 신을 상대하는 거야. 신을 이길려면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해야 해.”

“그렇기는 한데… 게이트 일대의 모든 것을 태우라니. 이거 진짜 괜찮은 건가?”

“누나, 페루의 정부도 허락했어. 아마 정부도 알고 있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여신을 이기려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걸, 정부도 깨달은 거지.”

“후우우. 게이트 주변을 전부 불태우라고?”

“바닷가를 전부 증발시킬 정도로. 그 주변의 건물들과 민간 시설들도 불타겠지만, 그건 신경 쓰지 마.”

“…알겠어. 그럼 얼른 가 보자.”

“그래, 얼른 가야지. 근데…….”

나는 앞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바닷가까지 가는 게 많이 힘들 거 같네.”

“힘들다기보다는 꽤 시끄러울 거 같다.”

하세리 또한 한숨을 쉬며 앞을 바라봤다.

나와 하세리는 현재 바닷가로 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에 수많은 페루 국민들이 모여 있었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래?”

“뉴스 속보로 나왔거든.”

하세리는 내게 간단히 설명했다.

“네가 내게 바닷가 일대를 불태워도 되냐고 허락받고 오라고 했잖아? 그래서 받고 왔는데, 페루 정부가 그걸 또 언론에 알렸어. 그래서 페루 사람들이 우리가 바닷가로 향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

“그래서 바로 이렇게 우리를 찾아온 건가?”

“그렇다고 봐야지.”

“흐음.”

나는 하세리와 걸으며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봤다.

다행히 이 사람들은 우리의 길을 막지는 못했다.

이런 사태를 예상한 건지, 페루 정부가 군대와 헌터들을 보내 사람들이 길에 난입하는 걸 막게 한 덕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외침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내가 스페인어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뭐라고 하는지 얼추는 알 것 같네.’

나는 이곳에 모인 페루의 국민들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내 이름을 찬양하듯이 외치는 사람들이었다.

그중 몇몇 사람들은 무릎을 꿇은 채 나를 향해 기도하듯이 손을 모으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들의 구원자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반대의 사람들도 있었다.

‘정확히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욕을 하는 건 확실하네.’

내게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을 아니꼽게 여기는 사람들의 수도 꽤 존재했다.

그들은 단체로 내게 스페인어로 험한 말을 하는 중이었다.

‘뭐, 그래도 욕하는 것에서 끝났네.’

저번 생에서는 내게 돌도 던진 인간들도 꽤 많았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이들은 내가 두려워서 그렇게까지는 못하는 듯했다.

신을 상대하는 내 무력은 뭐, 확실히 무시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이들도 아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극과 극의 사람들이 모였네.’

나를 찬양하는 사람들과 나는 모욕하는 사람들.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갈등을 보이는 걸 보니… 뭔가 인간에 대해 참으로 할 말이…….

“음?”

수많은 페루 사람들 중,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한곳에 모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리고 바닷가 쪽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를 향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은 모두 나를 흘끗흘끗 쳐다봤다.

그것도 꽤 증오가 담긴 눈빛으로 말이다.

‘…인티?’

그들은 무슨 기도를 하고 있었다.

기도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은 못 했지만 인티의 이름이 확실하게 여러 번 들렸다.

‘인티를 숭배하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네.’

수상했다.

아무리 봐도 수상했다.

‘오늘 만약에 퀼라를 못 잡으면, 저 집단을 내가 따로 조사해 봐야겠어.’

그래, 퀼라를 못 잡으면 말이다.

퀼라를 잡으면 저 집단에 대한 조사를 아예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당장은 퀼라를 잡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었다.

* * *

“준비는 얼추 다 된 거 같네.”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고층의 건물.

그러니까 퀼라가 숨어 있는 거대한 게이트.

그 게이트 앞에 위치한 고층 건물의 옥상에서 나와 하세리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헌터들에게 내가 말하고 왔어. 누나가 화염을 날리기 시작하면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고.”

“전선을 만들고 있겠지?”

“만들고 있더라. 거기다 주변의 민간인들은 전부 대피시켰으니… 누나는 이제 마음껏 날뛰도록 해.”

“날뛰어도… 괜찮은 거지?”

하세리는 아직도 확신이 안 선 표정이었다.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누나, 괜찮으니까 다 날려 버려. 누나 사실 평소에도 마음껏 불을 내뿜고 싶어 했잖아, 안 그래?”

“으, 응. 그치.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일어날 피해를 생각하지 않고……. 그러고 싶었지.”

“그럼 저질러 버려. 마음껏 화염을 날리는 거야.”

그리고, 라고 나는 하세리에게 작게 말했다.

“내가 누나에게 나누어 준 신의 기운 있지?”

“응, 그게 왜?”

“그 기운까지 이용해.”

“이용하라고?”

“신의 기운을 인지하고, 그 기운을 누나의 불에 섞으려는 듯한 느낌으로 해 봐. 그럼 분명 평소보다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을 거야.”

“…알겠어.”

하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옥상의 난간에 선 채 주위를 둘러봤다.

‘엄청난 풍경이기는 하네.’

바다 위의 거대한 게이트, 그리고 그 주변에 나타난 수십 개의 작은 게이트들.

여러모로 소름 끼치면서도… 동시에 장관이었다.

“후우우우.”

옥상의 난간에 서 있던 하세리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런 후, 내 쪽을 다시 바라봤다.

“저 하이퍼 게이트의 안쪽을 향해 불길을 날리라고?”

“집 안이 더우면 퀼라는 알아서 나올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퀼라가 나오면 저 작은 게이트들에서도 몬스터들이 나올 거야. 누나는 그 몬스터들을 몰살시키는 것에 집중해.”

“너는 퀼라에 집중할 거고?”

“그래야지.”

“알겠어.”

하세리는 결심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화상 입을 수도 있으니까, 뒤로 물러나 있어.”

이 말과 함께 하세리는 불길을 주위에 불러냈다.

처음에는 작은 불길이었다가, 점점 커지고… 점점 더 뜨거워졌다.

‘엄청나네.’

하세리는 평소에 힘을 억누르고 다녔다.

그래서 티는 안 냈지만, 하세리는 내심 그게 불만이었다고 했다.

마음껏 불길을 내뿜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하세리는 아무런 걱정 없이 마음껏 불길을 불러내고 있었다.

“…재밌네.”

작게 들려온 하세리의 목소리.

그녀의 얼굴을 보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러모로 시원해 보이는, 그런 미소였다.

“그래, 이래야지.”

하세리는 더 크게 미소를 지으며 엄청난 규모의 불길을 거대한 게이트를 향해 날렸다.

“으윽.”

게이트의 안으로 향해 날아간 하세리의 불길.

그 열기가 상당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그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다.

‘이 코트가 아니었다면 진짜 화상을 입었겠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하세리의 불길이 내뿜는 열기 때문에 근처의 건물들이 녹고 있었다.

불길에 닿지 않았음에도 오직 그 열기 때문에 말이다.

‘회귀 전에도 느낀 거지만, 하세리는 사실상 S급 헌터야. 아니, 이 정도면 S급 헌터가 맞아.’

보니까 하세리는 내가 나누어 준 신의 기운을 이용하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강한 불길을 불러낼 수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하세리의 불길은 엄청났다.

약간 과장하자면 아마 이 지구에서 하세리보다 강한 화염술사는 없을 것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나오네.”

하세리가 게이트 안으로 불길을 날린 지 약 3분.

이내 그 거대한 게이트에서 푸른 머리의 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인간이 감히 내 얼음의 왕국을 건드리는 겁니까?! 저의 영역에 인간 따위가 불길을 날려… 그리고 제 왕국을 녹이는…….”

화상을 입은 듯한 몰골로 게이트에서 나온 퀼라.

그녀는 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나와 하세리 쪽을 바라봤다.

“박유진! 아무리 적이라도 선이라는 게 있습니다! 감히 제 몸에, 그리고 제 영역에 이런 짓을…….”

“아쉽지만 저에게는 선이 없어서요.”

나는 능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크게 대꾸했고, 이에 퀼라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런 저 또한 선을 더 이상 안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내 수하들이여! 전부 나와라!”

퀼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근처에 있던 수십 개의 게이트들에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엄청난 수의 해골 병사들, 그러니까 옛 잉카 제국의 병사들이었다.

“누나, 아까 말한 거 기억나지? 퀼라는 내가 맡을 테니까…….”

“저 몬스터들은 내가 처리할게.”

하세리는 이 말과 함께 해골 병사들을 향해 거대한 불길을 날렸고, 이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한번 해 보자고.”

나는 와이어를 날리며 옥상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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