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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10화 (210/240)

210화

“박유진! 감히 신의 영역에 먼저 공격을…….”

“그쪽이 감히 저의 세계를 먼저 공격했죠.”

나는 퀼라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먼저 공격했으면, 공격당할 각오쯤은 하셨어야죠.”

“저는 신입니다. 인간 따위가 신을 감히…….”

“그쪽을 섬겼던 나라는 오래전에 멸망했어요.”

나는 비웃음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구상에 그쪽을 섬기는 신은 아예 없을 거예요. 그 누구에게도 숭배를 못 받는 신이… 과연 신이라 불릴 자격이 있을까요?”

“…건방진 말만을 하시는 거 같습니다.”

퀼라는 차분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분노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의 모든 세계에서 잊혀진 신이 된 기분……. 그게 어떤 기분인지 모르면 그 입을…….”

“그쪽의 사정은 제 알 바가 아니에요.”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는 제 의무만을 다할 뿐이니까요.”

“그 의무가 바로 저를 죽이는 겁니까?”

“사람들을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것. 그게 제 의무예요. 그리고 지금, 퀼라 님은 사람들의 위협입니다.”

“하……. 시야가 좁아도 너무 좁습니다.”

퀼라는 진심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왜 모르는 겁니까? 저희는 이 행성의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럼 뭐죠?”

“그저 새로운 지배자를 주려는 것뿐입니다.”

퀼라는 안타깝다는 듯이 나를 바라봤다.

“원래 인류는 지배를 받기 위한 종족입니다. 하지만 지금 인류를 전부 지배하는 위대한 존재가 이곳에 없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이토록 추악해진 겁니다. 저는 인류를 위해 새로운 지배자를 선물을…….”

“그딴 선물은 필요 없어요.”

“커윽?!”

“그리고 한마디만 하도록 하죠.”

나는 퀼라의 목을 향해 와이어를 날리며 말했다.

와이어가 목에 휘감기자 퀼라는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었다.

“인류는 추악하지 않아요. 실수를 X나 하고, 잘못된 길도 자주 가지만… 그래도 저는 추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말과 함께 나는 와이어에 전류를 흘려보냈다.

“크아악?!”

온몸이 감전되자 퀼라는 비명을 내질렀다.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넘어졌지만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헛소리……. 헛소리입니다!”

“뭐가 헛소리죠?”

“인류는 추악합니다! 저를 버린, 인티 님을 버린……. 인류 그 자체는 분명히 추악한 존재들입니다! 지배당해 마땅한, 땅을 기어 다니는 게 마땅한 게 바로 인류입니다!”

“인류에 대한 증오가 꽤 쌓였나 보네요.”

“크윽?”

나는 와이어를 끌어당겨 퀼라를 다시금 넘어뜨렸다.

그나저나 어째 퀼라의 근력이 많이 약한 것 같았다.

아니, 객관적으로 약한 건 아닌데, 지금까지 상대했던 신들에 비해 많이 약한 듯한…….

“감히 인간 따위가 저를 내려다보다니……. 건방집니다!”

한쪽 무릎을 꿇게 된 퀼라는 손을 내 쪽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손에서 차가운 냉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흐음.”

상당한 냉기였다.

아마 닿는 순간 나를 바로 얼려 버릴 게 분명할 정도의 냉기였다.

원래 같았으면 피했겠지만, 나는 자리를 유지했다.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화르르륵―!

“끼아아악?!”

주변의 몬스터들을 몰살하던 화염.

그 화염의 일부가 날아와 퀼라의 손을 직격했다.

“으으윽…….”

“인류 최강의 화염술사의 화염, 어떠신가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뒤쪽을 슬쩍 바라봤다.

하세리는 여전히 옥상 위에서 선 채 엄청난 규모의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그녀는 몬스터들을 몰살하면서도 항상 나를 신경 쓰는 듯했다.

‘볼 때마다 대단한 실력이네.’

거대한 화염을 다루려면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할 텐데, 그 와중에도 그녀는 나의 안전을 계속 확인했다.

엄청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하세리에게 이런 실력이 있다는 걸 알았기에 그녀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방금 퀼라의 냉기를 피하지 않은 것이었다.

“…저 여자에게서도 신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설마 저 여자에게 힘을 나눠 준 겁니까?”

“동료는 많을수록 좋으니까요.”

“쓸데없는 짓입니다. 어차피 인류는 결국…….”

“그런 말은 저부터 이기고 말씀하세요.”

“캑?!”

내가 와이어를 잡아당기자 퀼라는 다시금 땅바닥에 엎어졌다.

그녀는 목에 감긴 와이어를 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 풀어낼 수 없었다.

“근데 퀼라 님은 뭐랄까……. 약하시네요. 제가 상대했던 신들 중에 제일 약한 거 같아요. 토스카보다도 약한 거 같은데요?”

“그딴 잡신과 저를 비교하는 건 실례입니다!”

퀼라는 여러모로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면서 그녀는 목에 걸린 와이어를 풀려고 계속 시도했다.

“저는 신앙이 많아야 강해지는 신입니다! 인류가 저를 버리고, 저에 대한 신앙을 버린 순간부터 약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앙의 양에 따라 강해지는 신이라……. 그런 신이 왜 인류를 무너뜨리려는 건가요?”

“인류를 무너뜨리는 것뿐! 인류를 멸망시키는 게 아닙니다!”

퀼라는 내게 기습적으로 냉기를 발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하세리의 화염이 날아와 그녀의 기습을 방해했다.

“아윽?! 뜨, 뜨거워!”

“뜨겁겠죠, 불인데. 됐고, 신앙의 양에 따라 강해지는 신이라. 이건 좀 재밌는 정보네요.”

별것 아닌 정보 같아 보였지만 아주 핵심적인 정보였다.

그도 그럴 게….

‘인티를 찬양하던 사람들……. 그리고 퀼라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 주변에서 느껴진 또 다른 신의 기운.’

신앙에 따라 강해지는 신.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며 그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퀼라 님, 제가 그쪽에게 물을 게 몇 개 있는데, 이왕이면 솔직하게 대답을 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왜 대답을… 크아아아악?!”

와이어에 전류를 흘려보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강한 전류였다.

인간이었으면 죽었겠지만, 퀼라는 그래도 신.

신의 육체 덕인지 쉽게 죽지는 않고…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기만 했다.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대답하는 게 좋을 거예요.”

나는 와이어를 더 세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러자 숨이 막히는지 퀼라는 더 크게 발버둥을 쳤다.

“인티는 어디에 있죠?”

“바, 방금 뭐라고…….”

“인티. 태양신 인티. 그쪽의 남편. 어디에 있냐고요.”

나는 질문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근처에 더 이상 해골 병사들이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게이트들에서 더 이상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즉, 하세리가 진짜로 혼자서 그 모든 몬스터들을 몰살시킨 거다.

‘거의 만에 육박하는 수였을 텐데, 이걸 해 버리네.’

퀼라가 불러낸 몬스터들은 꽤 약했다.

하지만 그 수가 엄청났기에 페루 헌터들은 고생을 한 것이었다.

근데 하세리는 혼자서 그 엄청난 수를 전부 잡아냈다.

‘…S급 확실해. 이게 S급이 아니면 말이 안 되는 거야.’

아무래도 나중에 하세리와 같이 등급 검사를 받든가 해야 할 것 같았다.

분명 우리 둘 다 상당히 높은 등급이 나올 게 확실했다.

‘뭐, 일단 그건 그렇다 치고…….’

나는 하세리 쪽을 바라봤다.

상당히 거리가 있었기에 잘 안 보였지만 하세리는 확실히 지친 듯했다.

이에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그녀의 눈에 들어올지 몰랐지만…….

‘보였나 보네.’

하세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쉬고 있으라는 내 사인이 잘 전달된 듯했다.

‘그래도 해 줄 건 확실히 다 해 줬네.’

퀼라의 몬스터 군단의 전멸.

이건 하세리만이 가능한 일이었고, 그녀는 그 역할을 확실히 해 줬다.

그러니 이제 그녀는 쉬게 하고, 내가 일을 마무리 지으면 된다.

파지지직―!

“크에에엑?!”

“얼른 대답하세요.”

나는 강한 전류를 와이어에 흘려보내며 말했다.

“인티는 어딨어요? 그쪽과 이 세상이 같이 온 거잖아요?”

“이, 인티 님은… 이곳에 없습니다. 저, 저는 혼자서…….”

“거짓말인 거 알아요.”

“아아악?!”

전류를 한 번 흘려보내자 퀼라는 고통스러워하다가 이내 쓰러졌다.

“아악……. 으윽……. 어째서… 인간이 이렇게 강한 번개를… 다룰 수 있는…….”

“아마 인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됐고, 딴소리하지 마세요. 인티는 어딨어요?”

“인티 님은… 저와 같이 안 오신…….”

“대답하라고요.”

“끄아아아아악!”

나는 이번에 엄청나게 강한 전류를 흘려보냈다.

인간이라면 맞자마자 증발했을 전류였고… 신의 신체도 잘만 하면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위력이었다.

그래서 퀼라가 죽어 버릴까 살짝 걱정했지만…….

“허억. 하윽……. 커억…….”

다행히 그녀는 죽지 않았다.

“이런 굴욕이……. 내가 인간 따위의 발밑에서 기는…….”

퀼라는 손을 뻗어 나를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그녀의 손을 발로 밟았다.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이번에 대답 안 하면 진짜로 죽일 거예요. 그러니까 대답해요. 인티는 어딨죠?”

“절대… 대답 못 합니다. 그분은 저의 모든 것……. 저의 존재 의의……. 그분을 배신하는 일은 결코…….”

“그럼 죽으세요.”

퀼라의 눈빛을 본 나는 확신했다.

그녀는 절대 대답을 안 할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을 그녀에게 날렸다.

퀼라를, 달의 여신의 신체를 즉사시킬 위력으로.

“크아아아아악! 인티 님! 제가, 제가! 최후의 발악으로! 이 방법을!”

고통스러운 비명을 끝으로 퀼라의 숨은 이내 멎었다.

“…후우.”

까맣게 타 버린 퀼라의 몸.

그녀의 시체는 몇 분 뒤, 먼지가 되면서 천천히 사라졌다.

“…이게 맞겠지.”

약했지만, 퀼라는 신이었다.

살려 두기에 위험 부담이 컸다.

이렇게 빠르게 죽이는 것이 맞았다.

‘근데 뭔가 영 찜찜하단 말이지.’

일이 너무 쉽게 풀렸다.

퀼라는 너무 약했고, 너무 쉽게 죽었다.

무언가가 더 있을 것만 같은…….

“…어?”

속으로 생각하던 중… 말 그대로 갑자기 일이 일어났다.

“무슨…….”

먼지가 되던 퀼라의 시체.

그녀의 몸이 하늘로 올라가더니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니, 어두워진 정도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밤이 되었다.

“뭐지?”

퀼라는 달의 여신.

그걸 경계해 나는 일부러 한낮에 퀼라를 상대했다.

하지만 퀼라를 죽이자 갑자기 한낮에서 밤이 되었고… 밤하늘에 아주 크고 밝은 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

갑자기 나타난 달 또한 무언가 이상했다.

뭔가 평소에 보던 달보다 훨씬 크고… 무엇보다 달빛이 너무 강했다.

게다가 그 달빛에 의해 어째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만 같은…….

“인티!”

“인티!”

“인티!”

갑자기 도심 쪽에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어째서인지 그 사람들은 모두 태양신 인티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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