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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11화 (211/240)

211화

【 최강의 화염술사 】

“대체 뭐지?”

나는 지금 일어난 상황을 최대한 파악하고자 했다.

퀼라를 죽이자 낮에서 밤이 되었고, 하늘에 거대한 달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달이 강하게 빛나자 도심가 쪽에서 사람들의 인티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진짜 뭐지?”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정보를 모으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바로 도심 쪽으로 갈…….

“유진아.”

“음? 아, 세리 누나.”

출발하려던 찰나, 하세리가 어느새 내 곁에 다가오고 있었다.

“괜찮아? 아까 꽤 지친 거 같던데.”

“아직도 지치기는 했는데, 걷는 데 문제없어.”

하세리는 확실히 지쳐 보이기는 했다.

얼굴이 창백한 걸 보니 오늘 더 이상 하세리에게 전투를 맡기면 안 될 듯했다.

“그나저나 유진아, 무슨 일이야? 너 퀼라 죽인 거 아니었어?”

“죽인 거는 맞는 거 같아.”

나는 옆을 슬쩍 보며 대꾸했다.

몇 분 전까지 퀼라의 시체가 있던 곳을 말이다.

“근데 죽이자마자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났네.”

“갑자기 밤이 되고, 하늘에 거대한 달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인티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지.”

나는 도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티의 이름을 외치고 있는지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크게 들려왔다.

“누나가 봤을 때는 지금이 어떤 상황인 거 같아?”

“저 달이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하는 건가?”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여.”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 모르겠지.”

“직접 확인하러 가게?”

“가야지. 상황을 파악하기 전까지 모르는 거니까.”

“근데 퀼라를 죽였으니, 더 이상 신이 없는 게 아닌가? 더 이상 위협이 없다면…….”

“누나, 이번에 신은 한 명만 온 것이 아니야.”

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한 명의 신이 더 왔고, 그 신은 인티인 게 분명해.”

“태양신 인티?”

“아까 퀼라는 내게 이런 말을 했어. 자기는 신앙의 양에 따라 강해진다고.”

나는 내 추측을 하세리에게 설명했다.

“이건 아마 인티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일 거야. 인티가 강해지려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찬양할 필요가 있겠지.”

“그렇지만 인티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어 봤자 얼마나……. 아.”

하세리는 상황을 파악했는지 그녀 또한 도심가 쪽을 바라봤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퀼라가 등장했던 순간부터 인티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아마 그건 분명 퀼라가 한 짓일 거야. 인티를 위해 조금씩 인티의 추종자들을 만들기 시작한 거지.”

“그게 퀼라가 한 짓이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인티의 추종자들을 만든 거지?”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까 조금 알 거 같기는 해.”

나는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달을 바라보며 말했다.

“퀼라는 사람들의 정신을 조작할 수 있는 거 같아. 아마 그 능력으로 사람들 몇 명을 세뇌시키고, 그 세뇌당한 사람들이 인티를 찬양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다녔겠지.”

“그게 가능한 건가?”

“그걸 이제 확인하러 가 봐야지.”

나는 자바니아를 단검집에 넣으며 출발할 준비를 했다.

“누나, 혹시 페루의 정부 쪽 사람과 연락이 가능할까?”

“으음, 잠시만.”

하세리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몇 분 뒤, 하세리는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며 한숨을 쉬었다.

“연락이 안 닿아. 닿은 사람이 있기는 있는데, 그 사람은 또 이상한 헛소리나 하고 있어. 인티만이 구원이라느니 뭐라느니 말하더라.”

“다들 맛이 가고 있나 보네. 그럼 누나, 혹시 페루의 헌터들에게도 한번 연락을 돌려 볼 수 있겠어?”

“잠시만.”

하세리는 다시금 몇몇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내게 말했다.

“헌터들 몇 명은 괜찮아 보이네. 전부 다 괜찮은 건 아니지만, 몇 명은 멀쩡해 보여.”

“그 멀쩡한 몇 명……. 전부 A급 이상의 헌터들이야?”

“아니, 몇 명은 B급이던데. 아, C급 이하로는 전부 다 정신이 이상해지기는…….”

“역시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반인들은 저 달빛에 영향을 받았고, C급 이하의 헌터들도 똑같아.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한 헌터들은 영향을 안 받았다는 거지?”

“그치. 그래서 나와 누나가 저 달빛에 영향을 안 받은 거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얼추 다 파악은 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나는 도심 쪽으로 가서 조사 좀 하고 올게. 누나는 숙소에 돌아가서 쉬고 있어.”

“뭐? 아니야, 나도 같이…….”

“누나는 지금 너무 지친 상태야. 숙소에 돌아가서 회복에 최대한 집중해. 누나의 힘을 또 언제 빌려야 할지 모르거든.”

“…알겠어.”

하세리는 영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내 말에 따라 주었다.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편히 쉬고 있어. 세 시간만 조사하고, 나도 숙소로 돌아갈게.”

* * *

“좀 늦게 돌아왔네, 유진아.”

“그러게. 세 시간 정도면 될 줄 알았는데, 다섯 시간이나 걸렸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하세리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근처의 소파에 몸을 날렸다.

“여러 가지로 답이 없는 상황이야.”

“어떤데?”

“그냥 도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퀼라의 정신 조작에 당한 거 같아.”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냥 저 달빛 아래의 대부분이 인티를 지금 찬양하고 있어. 정부 쪽 사람들도 상태가 비슷하고, 몇몇 헌터들 빼고 전부 미쳐 가는 중이야.”

“나도 그것에 대해 조금 알아봤어.”

하세리는 자신의 태블릿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기사들을 모아 봤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티를 추앙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나 봐.”

“…달빛의 영향인가? 저 달이 꽤 큰 걸 보니, 해외에서도 보일 거 같기는 한데.”

“달빛의 탓도 있기는 있을 거야. 근데 그것보다, 페루의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해외의 사람들을 선동하고 다니는 거 같아.”

“그러니까 누나 말은… 페루에서 인티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세계의 사람들을 포교하고 다닌다고?”

“내 분석에 따르면 그래.”

“그 인터넷 포교에 넘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많은 거 같아.”

“…돌겠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건 진짜로 답이 없는 상황이었다.

“인티를 믿는 사람이 많을수록… 인티는 더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승산이 더욱 떨어지고…….”

“유진아.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인티를 믿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인티를 죽이는 편이 좋다, 이 말이지?”

“응, 맞아.”

“뭐,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근데 아주 큰 문제가 있어.”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인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몰라. 인티의 위치를 알아야 뭘 하든가 말든가 할 텐데 말이야.”

“하이퍼 게이트 안에 있는 게 아닐까?”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게다가 무엇보다… 내가 퀼라를 처음 만났을 때, 퀼라의 주변에서 또 다른 신의 기운이 느껴졌어. 즉… 인티는 일단 게이트 안에 있던 게 아니야.”

“혹시 지금도 인티의 기운이 느껴져?”

“느껴져. 하지만 그 기운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그 위치를 특정하지 못하겠어.”

도심의 곳곳에서 인티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원인은 몰랐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곳에서 기운이 느껴진 탓에 인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을 못 하는 중이었다.

‘답이 없네.’

인티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인티는 강해질 터였다.

그리고 만약 이 속도로 인티의 추종자들이 늘어나면 승산이 점점 떨어지는…….

“음?”

속으로 생각하던 중, 내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구의 전화인지 확인했는데…….

“…누나, 나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

“응? 어, 알겠어. 근데 위험할 수 있으니까, 너무 멀리 가지 마.”

“알겠어.”

하세리의 방에서 나온 후, 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한 거야, 하윤경?”

- 지금 페루 쪽이 꽤 난리라고 하던데, 맞냐?

“난리지. 그러니까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본론만 말해.”

- 신경이 많이 곤두섰네. 알겠어. 본론을 말하자면, 네가 말한 또 다른 신의 위치를 찾았어.

“인티의 위치를 찾았다고?”

- 지금 페루의 상공에 커다란 달이 나타났지?

“그치. 나타났지.”

- 그거 사실 달이 아니야.

“…뭐?”

하윤경의 말에 나는 바로 의문을 표했다.

“그게 달이 아니라고?”

- 뭐, 달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저거 사실 달이 아니야. 분석해 보니까, 일종의 거대한 알이야.

“알이라고?”

- 응, 그리고 그 알 안에 네가 찾는 신, 그러니까 인티가 있어.

“음.”

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다시금 입을 열었다.

“네가 알이라고 했잖아? 그럼 인티가 그 알에서 깨어나는 거야?”

- 내 분석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 저 커다란 알에 힘이 조금씩 모이고 있어.

“힘? 어떤 힘?”

- 나도 몰라. 처음 보는 종류야.

“…신앙심의 양인가?”

- 신앙심이라니?

“그게 말이지.”

나는 하윤경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퀼라는 신앙심의 양에 따라 강해지고, 아마 인티도 마찬가지일 거 같다고 말이다.

- 흥미롭네. 신앙심의 양에 따라 강함이 달라지는 신이라니.

“그건 나중에 알아서 생각하고, 그래서. 그 알에 모이는 게 신앙심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 맞는 거 같아. 방금 정보를 모아 봤는데… 인티를 믿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는 것과… 알에 모이는 힘의 양이 비례하고 있거든.

“역시나. 그럼 아까 하던 얘기로 돌아가서, 신앙심이 모이는 것과 인티가 깨어나는 게 무슨 관계야?”

- 그 힘, 그러니까 신앙심의 양이 일정 이상 모이면, 인티는 저 알에서 나오게 거야.

“…인티가 언제쯤 깨어날 거 같냐?”

- 잠시만.

핸드폰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뒤, 하윤경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 하늘에 저 거대한 알이 나타난 건, 페루 시간 기준 오후 3시. 그리고 신앙심이 이 추세로 계속 모인다면, 아마 내일 오전 7시나 8시쯤에 인티가 알에서 나올 거야.

“지금 페루는 오후 6시쯤 됐으니까, 약 열두 시간 남았네.”

나는 잠시 말없이 생각을 정리했다.

“하윤경. 일정량의 신앙심을 모은 인티가 깨어나면, 내가 이기기 힘들겠지?”

- 그건 나도 뭐라 말 못 하지. 인티가 얼마나 강한지 나는 모르니까.

“뭐, 그것도 맞는 말이네.”

하지만 나는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열두 시간 뒤에 깨어날 인티를… 내가 못 이길 거라고 말이다.

그러니…….

“그럼 질문을 바꿔서, 저 알을 내가 공격해서 무너뜨릴 수 있을까?”

- 어… 으음…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야. 저 알의 성분을 분석해 보면 무적은 아니야. 물론 신의 기운에 보호를 받고 있지만, 너도 신의 기운을 지니고 있으니 공격 자체는 가능할 거야.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흐음…….”

- 야, 박유진. 네가 뭔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알은 달만큼은 아니지만 엄청 높은 상공에 떠 있어. 게다가 크기도 엄청난 거라, 네가 암만 해도…….

“가능성이 0은 아니야. 그러면 시도해야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고, 이에 하윤경은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 대체 뭔 자신감으로 그런…….

“하윤경, 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맹세를 했던 헌터야. 그러니…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달이라도 떨어뜨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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