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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12화 (212/240)

212화

- 그러니까 네 말은… 저 달 안에 인티가 있다는 거야?

“맞아. 제대로 이해했네.”

하윤경과의 통화를 마친 후, 나는 바로 하세리에게 가 알게 된 정보를 전달했다.

“저 달은 일종의 알이야. 그리고 인티에 대한 신앙심이 일정 이상 넘어가면, 인티는 저 알에서 깨어날 거야.”

“깨어나는 시간은…….”

“이 추세라면 내일 아침쯤에 깨어날 거래.”

“약 열두 시간 남은 거네.”

“그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세리 또한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근데 유진아. 너는 이걸 어떻게 안 거야?”

“한국에 이런 쪽으로 전문인 지인이 있거든. 그 사람에게 몇 시간 전에 따로 부탁했어.”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그 지인이 하윤경이라는 걸 말 안 할 뿐이었다.

“그래? 근데 한국에 신에 관한 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 내 지인 중에는 없는 거 같은데……. 이상하다. 그 정도로 실력이 있는 사람이면 내가 알 법도 한데 말이야.”

“딱히 이름을 알리기 싫은 사람이거든. 누나가 모르는 게 당연할 거야.”

“그래? 그럼 너는 그 사람과 어떻게 아는 사이가 된 거야?”

“…그 사람과 여러 가지 의미로 얽히게 되었거든.”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확실히 나는 하윤경과 많은 일이 얽혔었다.

뭐, 덕분에 하윤경에게 요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사람의 정보는 확실하니 믿어도 될 거야.”

“으음, 그렇구나. 혹시 나중에 가능하면 내게 그 사람을 좀 소개해 줄 수 있어? 유능한 사람이라면 내 인맥으로 만들어 두고 싶거든.”

“…나중에 그 사람에게 따로 이야기해 볼게.”

물론 말만 이렇게 대답했지, 하세리와 하윤경을 만나게 할 생각은 없었다.

그 둘을 만나게 했다가 이후에 뒷감당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튼, 누나. 저 커다란 달은 사실 알이고, 저 안에는 인티가 있어. 그리고 인티는 내일 아침이면 알을 깨고 나올 거야.”

“응, 그건 전부 이해했어.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이 안 떠오르네.”

하세리는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네 말에 따르면, 인티는 지금 신앙심을 모으는 거잖아. 그리고 그 신앙심이 다 모이면, 깨어나는 거고.”

“그렇지.”

“인티는 신앙심의 양에 따라 강해지는 신이라고 저번에 들었어. 그렇다면 인티가 깨어날 때쯤이면… 완전한 상태로, 전성기의 상태로 부활하려는 게 아닐까?”

“맞을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상황이 많이 곤란하네.”

하세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인티가 완전체로 부활하면 얼마나 강할지 모르겠는데, 느낌이 좋지 않아. 네가 지금껏 강대했던 신들보다 훨씬 강할 거 같아.”

“나도 비슷한 느낌이 들어. 그래서 지금의 내 계획은… 인티가 신앙심을 더 이상 못 모으게 하는 거야.”

“…뭐?”

내 말을 들은 하세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신앙심으로 더 못 모으게 한다니? 혹시 사람들이 인티에게 세뇌당하는 걸 막을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아니, 그건 못 막지. 내가 정신 조작과 관련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럼 어떻게 막으려고?”

“간단해.”

나는 창문 쪽으로 가 밤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달을 바라봤다.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 저 달을 떨어뜨리는 거지.”

“…달을 떨어뜨린다고?”

“자, 이거 한번 봐.”

나는 하윤경이 보내 준 자료를 스마트폰에 띄워 하세리에게 보여 줬다.

“저 달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아. 그리고 생각보다 큰 것도 아니야. 어떤 힘에 의해 인간들에게 엄청 크게 보일 뿐이야.”

“…진짜로 생각보다 작네.”

하세리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자료들을 확인했다.

“크기는 대략 지름 500m의 구체? 근데 성층권에 위치했다고? 보통 이 정도 위치에 있으면 절대 안 보일 텐데?”

“그치. 성층권에 위치한 이렇게 작은 물체는 일반인에게 보이지도 않을 거야. 하지만 어떤 힘에 의해서 저렇게 크게 보이는 거지.”

“흐음.”

내 말을 들은 하세리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유진아. 내가 권력 남용을 하면 미사일로 이걸 요격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한번 시도를…….”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을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알은 신의 기운으로 보호받고 있어. 인간들이 만든 미사일 따위로는 흠집도 안 날 거야.”

“그러니까 네 말은, 이 알을 공격하려면…….”

“신의 기운을 지닌 사람이 해야지. 그리고 신의 기운을 지닌 사람은 지금 나와 누나밖에 없어.”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해. 인티가 원하는 만큼의 신앙심을 모으기 전에 그를 저 하늘에서 떨어뜨리는 거야.”

“하지만 그게 가능해?”

“일단 누나는 불가능할 거야.”

나는 차분히 그녀에게 말했다.

“누나의 불길은 성층권까지 닿지는 않을 테니까.”

“맞아. 안 닿겠지. 근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너의 전기도 저 위까지 안 닿지 않아?”

“안 닿지. 하지만… 내 자기장은 닿을지도 몰라.”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내 지인이 저 알의 성분을 분석해 줬거든.”

나는 다시금 하세리에게 하윤경이 보낸 자료들을 보여 줬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알에는 자성체의 성분들이 많이 있었어. 즉, 내 자기장으로 조작이 가능하다는 거야.”

“잠깐만.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자기장으로 저 알을 지상으로 끌어 내리겠다는 거야?”

“그렇지. 간단하지만 어려운 작업이야. 하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해.”

“아니, 아니. 잠깐 기다려 봐. 네가 아무리 전류를 잘 다룬다고 해도, 저건 중간권, 그러니까 상공 약 50km 이상에 위치한 물체야. 너의 자기장이 저기 닿아?”

“아마 될 거 같아. 내 전류는 물리적으로 그 높이까지 못 올라가지만, 내 자기장이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몰라.”

“…그래, 일단 가능하다고 치자.”

하세리는 여러모로 할 말이 많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녀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근데 저 알은 지름이 약 500m나 되는 물체야. 저게 성층권에서 지상까지 떨어지면, 사실상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거야. 그럼 피해가…….”

“저 알이 지상에 충돌하는 일은 없을 거야. 왜냐하면 적당히 끌어 내리고 중간에 멈춰 세울 것이거든.”

하세리가 지적한 부분은 진작 생각해 둔 문제였다.

“내 공격이 닿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되면, 그때 내가 전류를 날려서 알을 박살 낼 거야. 그럼 그 안에 있던 인티도 모습을 드러내겠지.”

“으음… 잠깐. 차라리 알을 부수는 건 내가 할게. 알을 끌어 내리는 데 힘을 많이 쓰게 될 텐데, 차라리 내가…….”

“아니, 누나는 힘을 최대한 아껴 놔.”

“응? 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지난번, 토스카를 쓰러뜨린 후에 나타난 신.

그 신은 다음 명부 신을 상대할 때 하세리를 데려가라고 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얼음을 쓰는 퀼라를 상대하기 위해 하세리가 필요한 건 줄 알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게 아닐 거 같다는 말이지.’

하세리에게 무언가 더 큰 역할이 있다고 내 감이 말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일단 하세리가 힘을 최대한 아끼게 할 생각이었다.

“…알겠어.”

그리고 이런 내 마음이 표정이 잘 드러났는지 하세리는 별말 없이 내 말을 따라 주기로 했다.

뭐, 덕분에 계획 설명을 빠르게 끝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좋아. 계획은 이게 전부야. 내가 자기장을 저 알을 지상 가까이에 끌어 내린 후, 전기로 부술 거야. 그런 다음, 우리 같이 그 알에서 나온 인티를 죽이는 거지. 이해했지?”

“간단하네. 간단하지만… 어려워.”

“애초에 신을 상대하는 일인데, 쉽게 끝날 리가 없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누나. 바로 준비하고 나가자. 인티가 신앙심을 조금이라도 더 모으기 전에 일을 시작해야지.”

“10분 뒤에 숙소 밖에서 보자.”

“좋아, 그럼… 달을 떨어뜨리러 가 보자고.”

* * *

“유진아. 준비됐어?”

“준비는 진작에 끝났지. 그보다, 여기가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 맞지?”

“전망대로 유명한 곳이야. 페루에 더 높은 곳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여기가 제일 높지.”

“좋아. 근데 그 전에…….”

하세리에게 내 계획을 설명하고 약 30분 뒤.

나와 하세리는 페루의 수도, 리마.

그리고 그 리마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에 올라와 있었다.

“누나, 페루 정부에 설명 다 했지?”

“달이 떨어질 수 있으니 놀라지 말 것, 그리고 인티에게 세뇌당한 사람들이 이 건물에 못 오게 막아 달라고 한 것. 전부 전달했어.”

“…좋아. 시작하자.”

나는 하늘에 떠 있는 달을 향해 손을 뻗었다.

“누나, 나는 지금부터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거야. 그러니까 나를 그 누구도 건들게 하지 마. 알겠지?”

“맡겨만 줘. 근데 암만 생각해도… 네 자기장이 저것을…….”

“지켜봐 줘. 내 자기장이, 내 전류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직접 보여 줄 테니까.”

이 말과 함께 나는 눈을 감으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떠올리자. 그때… 토스카의 행성을 무너뜨렸을 때……. 그때 느꼈던 그 감각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지구 전체를 둘러싼 엄청난 자기장이 말이다.

그리고 그걸 건드리려고 하자…….

“윽?”

엄청난 두통이 찾아왔다.

순간 집중력을 잃을 뻔했지만 나는 이 악물고 계속 집중했다.

‘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시도하는 건 여전히 무리네. 조금은 빌려야겠어.’

나는 내 안의 신의 기운을 조금 가져왔다.

토스카의 행성을 무너뜨렸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약간만 빌렸다.

매번 신의 기운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 조금씩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았다.

“후우우.”

나는 다시금 지구의 자기장을 조금씩 건들기 시작했다.

인티의 알의 위치는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니, 거기에 지구의 자기장을…….

“…아.”

잘못 건드렸다.

아마 지구의 어딘가에서 방금의 내 실수 때문에 약간의 지진이 일어났을 듯했다.

여러모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당장은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지구의 자기장을 이용해 중간권에 있는 저 알에 영향을 주고… 그리고 저 알에게 압력을 조금 가하면…….’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을 감았음에도 확실한 현기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멈출 수는 없었으니 나는 고통을 무시하고 계속 작업을 이어 나갔다.

그렇게 몇 분 뒤.

“…좋았어.”

인티가 잠든 알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즉시, 중간권에 위치해 있던 거대한 알은 지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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