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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14화 (214/240)

214화

“누나, 나는 지금 전력을 다할 수 있는 몸이 아니야.”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며 말했다.

“전류를 일으킬 수는 있는데, 일으켰다가는… 이번에는 진짜 죽을 거 같단 말이지.”

“응, 몸 상태가 그렇게 보이더라. 괜히 무리하지 마.”

하세리는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으나 나는 이에 피식 웃었다.

“누나, 늘 말하는 거지만 신을 상대하려면 무리할 필요가 있어.”

“그렇지만 너 방금 네 입으로 말했잖아. 너 여기서 더 했다가는 죽을 수도…….”

“맞아. 그래서 지금 내 몸에서 전류는 못 만들어 낼 거야.”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인티는 불타는 몸으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누나의 역할이 지금 중요한 거야.”

“내 역할?”

“저놈의 불을… 누나가 통제해 줘.”

“…뭐라고?”

내 말을 잘못 들었다는 것처럼 하세리는 고개를 갸웃했다.

“저 불을 통제하라고?”

“응, 그게 누나가 해 줘야만 하는 일이야.”

“하지만 저건 신이야. 내가 신이 다루는 불을 어떻게…….”

“누나, 신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니야. 신의 기운을 지니고 있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나도 지금까지 신을 세 명이나 쓰러뜨렸잖아.”

나는 차분히 하세리에게 말했다.

그녀를 진정시킬 목적으로 최대한 침착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누나에게도 신의 기운이 있어. 그것만 있으면, 저 태양신의 화염을 다룰 수 있어.”

“하지만…….”

하세리는 평소와 여러모로 다른 모습이었다.

항상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 아닌, 자심감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유진아, 신을 쓰러뜨린 건 너라서 가능했던 거야. 나는… 나는 너만큼 강하지 않아.”

“그치, 맞아. 누나는 나만큼 강하지 않아. 왜냐하면…….”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누나는 나보다 더 강하니까.”

“…뭐?”

“정확히는 나보다 더 강해질 수 있어. 누나의 잠재력이 나보다 훨씬 뛰어나거든.”

그냥 하는 말이 절대 아니었다.

회귀 전, 하세리가 얼마큼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목격했었다.

그녀의 고점을 눈앞에서 본 몇 안 되던 사람이었다.

“누나. 아마 누나에게도… 누나의 한계를 막는 선이 있을 거야. 맞지?”

“어? 어, 그, 그렇지? 화염을 연습할 때마다 그런 걸 느끼기는 했는데……. 근데 너는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나 한 번도 그걸 누군가에게 말한 적이…….”

“나도 그랬거든. 아무튼, 중요한 건 이거야. 누나, 그 선을 넘어야 해.”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인티는 어느새 지상에 내려와 있었다.

이에 나는 한숨을 쉬며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누나, 한계를 뛰어넘어. 지금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게 유일하거든.”

이 말과 함께 나는 하세리를 뒤로한 채 인티 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인류의 땅에 다시 온 소감이 어떤지 물어도 될까요?”

“…엄청나게 달라졌구나.”

인티는 주변을 둘러보며 여러모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한때 나를 섬기던 제국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도시구나.”

“인류가 발전했다는 걸 보여 주는 도시죠.”

“발전? 인류는 발전해 봤자 거기서 거기다. 너희는 뭐를 하든 신이라는 존재보다 못하다. 네놈들이 뭐를 하든, 신이라는 존재에게 지배를 받는 편이 훨씬…….”

“저희는 노예가 될 생각 없어요. 신 없이도 저희는 잘 살고 있으니, 진심으로 부탁드리죠.”

이 말과 함께 나는 인티의 왼쪽 눈을 향해 자바니아를 던졌다.

하지만 인티가 피하는 바람에 눈을 맞히지 못했다.

“윽?”

그래도 자바니아가 인티의 볼을 스쳐 지나갔고, 그 결과 인티의 얼굴에서 황금색의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빠르시네요. 당연히 못 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간 따위가 감히… 내 얼굴에 상처를 내?”

인티는 상당히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쉽게 죽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라.”

“…돌아와라.”

나는 재빨리 자바니아를 회수했다.

무언가 엄청난 공격이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그 예상은 적중했다.

“나는 태양신이다. 태양의 불을 온몸으로 느껴라!”

인티의 머리 위로 불길이 모이고, 응축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내 그 화염은 구체… 그러니까 일종의 작은 태양이 되었다.

“…누나.”

“응?”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나는 하세리를 뒤로한 채 앞으로 몇 발자국 나아갔다.

“누나가 한계를 뛰어넘어야지만 승산이 생겨.”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금 앞을 바라봤다.

인티는 어느새 작은 태양을 만들었고, 그는 그 불타는 구체를 나를 향해 던졌다.

“후우우.”

저 구체를 피하라면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피하면 뒤에 있는 하세리가 그 구체를 맞게 될 터였다.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되었고… 무엇보다 내게 계획이 있었다.

하세리가 저 신의 화염을 다루게 된다는 전제가 필요했지만, 그럴듯한 계획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으윽.”

나는 작은 태양을 자바니아로 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자바니아로 태양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윽.”

자바니아로 어지간한 화력의 공격은 전부 흡수가 가능했다.

과장하자면 핵폭탄의 폭발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었다.

물론 핵폭탄급 위력의 화력은 내 몸이 못 버틸 가능성이 컸지만 말이다.

‘근데 이것도… 내 몸이 못 버틸 거 같은데…….’

자바니아는 공격을 흡수하고, 그 공격을 일종의 에너지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 에너지를 내 몸에 전달해 내 신체를 일정 시간 강화시켜 줬다.

하지만 그 에너지가 과하면 내 몸에 오히려 무리를 줄 수가 있었다.

즉, 일정량의 에너지는 오히려 내게 이득으로 돌아오지만…….

‘과한 에너지는 독이지. 그리고 너무 과한 건… 나를 죽일지도 모르고.’

그리고 문제는 지금 이 정도의 에너지는 나를 죽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원래 같았으면 적당히 흡수하고 나머지 공격은 흘려보냈겠지만, 지금 내 뒤에는 하세리가 있었다.

이번 계획의 핵심은 하세리였다.

그러니 그녀가 나설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버텨야 했다.

‘잘해 줘야 할 텐데.’

나는 내 뒤쪽을 슬쩍 바라봤다.

하세리는 여전히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믿었다.

하세리가 맡은 바를 확실히 해 줄 거라고, 나는 믿고 있었다.

* * *

‘나의 한계를 넘으라고?’

하세리는 눈앞의 신을 바라봤다.

온몸이 불타는 사내.

그녀는 도저히 저 태양신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저건 신이야. 내가… 저 신을 이기라고?’

하세리에게 도저히 자신감이 안 생겼다.

본인은 해 봤자 A급 헌터에 불과한데, 대체 자기가 신을…….

‘아니, A급은 아니지. S급은 진작에 도달했어.’

최근 시간이 없어서 검사를 못 받았지만, 하세리는 본인이 진작에 A급 헌터를 뛰어넘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S급 헌터도 신을 이길 수 없을 거 같았다.

‘…이것도 아닌가? 생각해 보면… 유진이는 신들을 이미 여러 번 이겼어.’

그랬기에 하세리는 아까 박유진이 했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가 자기보다 강하다는 박유진의 말을 말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따로 있으면서… 왜 그런 말을…….’

하세리는 박유진을 바라봤다.

그는 단검으로 작은 태양을 어떻게든 막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내 박유진이 뒤를 슬쩍 바라봤다.

“…아.”

박유진과 눈을 마주치자 하세리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지금 멍 때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그래, 유진이가 저렇게 싸우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

하세리는 빠르게 마음을 먹었다.

안 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됐다.

해야만 했다.

박유진을 위해서 그녀는 해내야만 했다.

‘한계를 넘으라고 했지? 나를 막는 선을 넘으라고?’

하세리는 박유진이 말한 그 선이 뭔지 알 것만 같았다.

매번 자신의 화염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고 할 때마다 어떠한 선이 그녀를 막아 세우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그 선을 한 번도 넘지 못했지만…….

‘오늘은 넘어야만 해.’

하세리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다.

‘지난번에 신의 기운을 이용해서 화염을 내질렀을 때……. 그 기운 덕에 내가 강해진 느낌이었어. 만약에 그게 나를 선을 넘게 도와준다면…….’

하세리는 자신의 주위로 불꽃을 조금씩 불러냈다.

그러면서 내면의 힘에 집중했다.

내면의 불꽃과 박유진에게서 받아 온 신의 기운.

그 신의 기운이 그녀를 조금씩 이끌어 주고 있었다.

* * *

“허억, 으윽.”

에너지를 한계치까지 흡수했다.

이 이상 흡수했다가는 내 몸이 못 버틸 게 뻔했다.

‘이걸 뒤로 흘릴 수는 없겠네.’

인티가 날린 구체의 크기는 많이 작아진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팔에 최대한의 힘을 내 그 구체를 옆으로 쳐 냈다.

그 결과, 그 구체는 옆에 있던 건물을 향해 날아가… 그 건물을 폭파시켰다.

“대단하군. 방금 나의 공격을 막은 것이냐?”

“하하……. 그렇죠.”

“괜히 다른 명부 신들을 쓰러뜨린 게 아니구나.”

“제가 여러모로, 으윽. 재능이 많거든요.”

나는 힘겹게 대답했다.

지금 온몸이 여러모로 고통스러웠다.

‘에너지를 너무 과하게 흡수했어.’

몸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흡수한 것도 아니었다.

에너지 덕에 신체가 상당히 강화되었지만 그로 인해 몸이 무리하고 있었다.

‘강화된 내 신체와 고민수가 준 이 군화의 이속 효과를 이용하면… 꽤 큰 한 방을 줄 수 있을 거야. 근데 그러기 위해서는 인티의 시선을 돌릴 게 필요해.’

나는 인티를 슬쩍 바라봤다.

아까 그에게 자바니아를 던졌을 때, 나는 확실히 눈치챘다.

인티는 꽤 빠르다는 것을 말이다.

어설프게 공격을 시도했다간 그는 내 공격을 분명 피할 터였다.

그가 빈틈을 보이게 만들어야 했는데, 나 혼자서는 도저히…….

“재능이 많다는 말인가? 그럼 그 잘난 재능으로 이것도 막아 보거라.”

인티가 손을 휘두르자 내 쪽을 향해 거대한 불길이 덮쳐 왔다.

그래서 나는 그 불길을 피하려고 몸을 날리려고 했는데…….

“음?”

“무, 무슨?!”

그 불길이 내게 다가오던 도중에 멈추었다.

이에 인티는 꽤 당황한 목소리를 내었다.

“네놈!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왜 나의 공격이 멈춘 거냐?”

“아, 그건 말이죠.”

나는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봤다.

무슨 상황인지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제게 엄청난 인맥이 있는 덕이죠.”

나는 하세리를 바라봤다.

그녀는 붉은 머리를 흩날리며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내 눈에 아름답게 보였다.

“인티 님. 인티 님께 인류 최강의 화염술사를 소개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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