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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16화 (216/240)

216화

“무슨?!”

인티는 내게 기습당한 후에야 내 존재를 눈치챘다.

“크아아악?!”

자바니아가 심장에 꽂히자 인티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일을 계속했다.

전류를 더 이끌어 내 자바니아로 흘려보냈고, 그 전류는 그대로 인티의 심장으로 향했다.

“박유진! 네놈이 감히?!”

인티는 나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피하려고 했지만 내 몸은 이미 지친 상태였다.

인티의 주먹을 얼굴에 그대로 맞으며 나는 근처의 건물을 향해 날아갔다.

“아으윽.”

신체 강화가 끝난 탓에 그 반동으로 엄청난 피로와 엄청난 통증이 몸을 찾아왔다.

거기다 방금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 탓에 몸 내부의 장기들이 다친 듯했다.

‘아파 뒈지겠네.’

설상가상으로 인티의 주먹에 얼굴을 맞았다.

그것도 꽤 아픈 주먹이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아픈 내 몸이 더 아프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내 할 일을 전부 했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인티는 단검이 꽂힌 채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단검이 꽂힌 부근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누나!”

나는 하세리를 향해 외쳤다.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나에 의해 당황하다가 내가 건물 쪽으로 나가떨어지자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녀는 나를 향해 달려오려고 했던 듯했다.

나는 재빨리 그녀를 불러 그녀를 멈춰 세웠다.

“인티의 심장 쪽을 어서 공격해!”

“심장?”

“어, 내 단검이 튀어나온 쪽 보이지? 그쪽을 향해 모든 공격을 집중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꽤 고통스러웠다.

한 번씩 외칠 때마다 내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나는 계속 외쳤다.

인티를 끝낼 수 있는 기회였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됐다.

“인티의 몸 안으로 불을 넣어! 인티를 안에서부터 태운다는 느낌으로!”

“…알겠어!”

하세리는 바로 내 말을 이해한 채 다시금 인티에게 공격을 집중했다.

그녀는 인티의 심장에 불덩이들을 날리기 시작했다.

“크아악?! 으아악! 인간 따위가!”

인티는 하세리에게 불길을 날리며 반격을 했으나 그의 불길은 하세리에게 닿지 않았다.

집중력이 깨진 인티가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인간 따위가 뭐? 말을 끝까지 해야지.”

하세리는 인티의 가슴 쪽을 향해 불길을 날렸다.

그녀의 불길은 인티의 가슴에 생긴 틈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이에 인티의 비명은 더욱 커져만 갔다.

“크으윽?! 장난은 여기까지다!”

“장난은 무슨. 나 지금 진지한 거 안 보이냐?”

하세리는 인티의 심장 안으로 더 많은 화염을 집어넣었다.

이에 인티는 고통스러워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하세리를 증오스럽게 노려봤다.

“장난이지! 네놈들의 행위 하나하나 따위는 내게 장난에 불과하다!”

“허세인 거 알아.”

“그럼 두 눈으로 지켜봐라!”

인티는 자바니아를 뽑아낸 후, 쓰레기 버리듯 근처에 던졌다.

그런 후, 그는 양손을 들어 올렸다.

“진정한 태양을 직접 경험하도록 해라!”

인티의 주위로 불길이 타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불길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불보다 훨씬 뜨거웠다.

그리고 그 불길은 하얀색, 노란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푸른색을 띠기 시작했다.

푸른색, 그러니까 불이 가장 뜨거운 온도일 때의 색이었다.

“전부 죽어라!”

인티의 외침과 함께 푸른 불길이 마치 폭발하듯 광범위하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 폭발의 범위 안에 있었다.

원래라면 몸을 더 움직이기 힘들었던 나는 그 폭발을 그대로 맞았을 거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진정한 태양은 무슨.”

하세리는 양손을 인티를 향해 뻗은 채 말했다.

그녀가 양손을 한곳으로 조금씩 모으자 폭발하던 푸른 불길 또한 그 범위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약한 게 뭐가 태양인데?”

“말도 안 되는……. 내 태양의 힘이 인간에게…….”

“이게 태양의 힘이면 많이 실망스럽네. 너무 약하잖아.”

하세리는 인티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며 동시에 양손을 한곳으로 점점 더 모았다.

그러자 푸른색 불길은 한곳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해 인티의 주위로 모였다.

“내, 내 화염이…….”

“네 불로 죽어.”

푸른 화염은 구체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구체 안에 인티가 갇혀 있었다.

“사, 살려… 저, 적어도 이런 굴욕적인 죽음은…….”

“왜? 자기 불에 죽는 게 굴욕적이야?”

“적어도 다른 방법으로…….”

“그냥 죽어. 어차피 너네는 다시 태어난다면서.”

하세리는 양손을 모았다.

그러자 푸른 불길의 구체는 더욱 압축되었고, 그 구체 안에 있던 인티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다시금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인티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피부가 녹았고, 그의 장기들이 검게 타 버렸다.

그렇게 몇 분 뒤.

“…….”

인티의 비명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그의 신체는 완전히 타 버린 채 어느새 재가 된 후였다.

“허억, 허억, 허억.”

인티가 죽었다는 걸 확인한 하세리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을 휘둘러 주변의 타오르던 불들을 전부 잠재웠다.

그런 후, 그녀는 내 쪽으로 다가와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유진아.”

“응.”

“우리가 이긴 거지?”

“이겼지. 누나 덕에 이겼지. 고생했어.”

“…하하, 하하하. 진짜 이겼네.”

하세리는 상당히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신을… 불을 다루는 신을 이겼어.”

“말했잖아. 누나라면 이길 수 있다고.”

“하하……. 게다가 기분도 꽤 좋아. 시원해. 나 이렇게 진심으로 불을 마음껏 불러낸 거… 태어나서 처음이야.”

“기분 좋다니 다행이네. 근데 누나, 꽤 힘들어 보인다?”

“맞아, 엄청 힘들지. 온 힘을 다해 싸운 거라……. 적어도 앞으로 사흘은 못 싸울 거 같아.”

“고생 많았어, 누나.”

“맞아. 나 고생 좀 했지. 너도 마찬가지고.”

하세리는 내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댔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하세리의 붉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며시 빗어 줬다.

“아, 맞다. 누나. 혹시 조금만 더 움직여 줄 수 있겠어?”

“음? 어, 뭐, 걷는 것쯤은 가능할걸?”

“인티의 시체 옆에… 저 빨간색 보여?”

“응? 아, 저거?”

“저거 좀 가져와 줘.”

“응, 잠시만.”

하세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티의 시체에서 떨어져 나온 붉은 보석을 내게 가져왔다.

“근데 유진아.”

하세리는 다시금 내 옆에 앉으며 물었다.

“이게…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서…….”

“게이트의 핵이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인티는 게이트의 핵을 숨기기보다 들고 다니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했나 보네.”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았다.

페루의 바닷가에 나타난 거대한 게이트를 없애려 더한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돌아와라.”

내 말에 자바니아가 내 손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는 자바니아를 붉은색 보석에 내리찍었다.

그렇게 붉은색 보석은 산산조각이 났다.

“후, 됐다. 이걸로 저 X나 큰 게이트도 며칠 안에 사라지겠지.”

“이걸로 신을 다섯이나 쓰러뜨린 건가?”

“으음, 넷이라 치자. 인티와 퀼라는 뭐랄까……. 그냥 하나로 치는 게 좋아 보이거든.”

나는 온몸에 힘을 빼며 건물 벽에 등을 편하게 기댔다.

몸에 힘이 아예 안 들어갔고 상당한 피로와 고통이 느껴졌다.

“누나. 우리 치료받고, 어디 요양이나 좀 갈래?”

“요양 좋지. 해외 휴양지로 알아볼까? 하와이 어때? 아니면 따뜻한 국가로…….”

“그냥 강원도의 공기 좋은 동네로 가자. 해외여행은… 이 모든 게 끝나면 그때 생각하자.”

* * *

같은 시각.

다른 세계의 어딘가.

“인티까지 당한 건가?”

“그렇습니다, 위대하신 분이여.”

“난감해졌군. 설마 박유진이 나의 수하들을 전부 격파할 줄이야.”

괴수들의 신은 어느새 여유를 잃은 채 슬슬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박유진에 의해 막히고 있었다.

“여차하면 내가 직접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위대하신 분께서 직접 나서게 되면, 다른 신들이 개입할 명분이…….”

“더스트, 우리는 이제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새롭게 지배할 행성을, 새로운 에너지원을 놓치는 거나 마찬가지다.”

“…맞는 말씀입니다.”

더스트라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리고 괴수들의 신은 이내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더스트, 이번에는 네가 나서도록 해라.”

“…제가 말입니까?”

“가서 박유진을 죽여 보도록 해라. 오히려 명부 신이 아닌 네가 박유진을 잡을지도 모른다. 명부 신들과는 달리, 너는 박유진과 같은 인간 출신이니까.”

“하지만 위대하신 분이여, 저는 신이 아닙니다. 성령인 제가 나서는 순간, 다른 신들이 위대하신 분에게 제재를 가할 명분이…….”

“우리는 이미 몰려 있다, 더스트. 우리는 극단적으로 갈 필요가 있어.”

“…알겠습니다. 비록 저에게는 그 어떠한 세력도 없지만, 저 혼자 가서 어떻게든 박유진을 처리해 보겠습니다.”

“아니, 너는 혼자가 아닐 거다.”

괴수들의 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잠시 뒤, 신전 안으로 세 명의 존재가 걸어 들어왔다.

“위대하신 분이여, 이 존재들은…….”

“전부 박유진과 연을 하나씩 만들어 놨던 인간들이지.”

괴수들의 신은 세 존재를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윤경이 손을 보고, 내가 직접 마무리 지었지. 인간 때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박유진에 대한 증오는 여전할 거다. 그러니 너의 싸움에 분명히 도움이 될 거다.”

“아, 알겠습니다. 위대하신 분의 선물을… 제가 감히 감사히 쓰겠습니다.”

이 말과 함께 더스트는 방금 나타난 세 존재를 바라봤다.

최대한 티를 안 냈지만 더스트는 그들이 껄끄러웠다.

‘영 불편하군.’

더스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한때 인간이었고, 지금 또한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 존재는 인간의 형태가 거의 안 남아 있었다.

인간 시절의 흔적이 온데간데없었고, 그 점이 더스트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그 불편한 마음을 털어 냈다.

‘명령에 집중이나 해야겠군.’

더스트는 박유진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모든 수를 다 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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