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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17화 (217/240)

217화

* * *

“너 이러다가 진짜 죽는 거 아니냐?”

“몇 달 전이었으면 이 정도 안 죽어, 라고 말했겠는데… 이제는 그렇게 말 못 하겠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헛웃음을 지었다.

“이러다가 진짜 죽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모르는 게 아니라 너 이러다 진짜 죽어.”

이민아는 내 곁에 앉은 채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지난번에도 거의 죽은 채로 돌아오더니, 이번에도…….”

“그래도 이번에는 저번만큼 심하지는 않았잖아.”

“뼈 X나 많이 박살 나고, 내장 파열, 뇌 손상, 근육 손상과 신경 손상. X발, 저번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도 X나 심하게 다쳐 온 거라고.”

“…그래도 다 치료됐잖아.”

“너 의사 말 못 들었어? 다음에도 이 정도 수준으로 다쳐 오면 치료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하잖아.”

“다음부터는 조심해야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방금 이민아가 한 말처럼 나는 두 번 다시 이렇게 심각하게 다쳐 오면 안 될 것 같았다.

‘토스카 때는 그냥 행성을 무너뜨리려다가 몸이 망가진 거였고……. 이번에는 뭐…….’

지구의 자기장을 건든 것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자바니아로 신체 강화를 한 것의 반동.

거기다가 고민수가 준 전투화를 이용해 몸의 속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것의 반동.

자기장을 이용한 것보다 그 두 아이템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몸이 꽤 상한 것이었다.

“너 말만 그렇게 하고 다음에도 몸 망가질 정도로 또 싸울 거잖아.”

“…어쩔 수 없어. 상대가 상대인 만큼 몸이 망가지는 것쯤은 당연히 각오해야 해.”

“너 그러다 죽는다고.”

“…으음.”

나는 생각 없이 말을 이어 나가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미 한 번 죽었던 몸이야.’라고 말할 뻔했었다.

“안 죽기 위해 노력할게.”

“…죽지 마. 진짜로. 너 죽으면 내가…….”

“알겠어, 인마, 알겠어. 근데 걱정하지 마.”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곧 모든 게 끝날 거 같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야. 마지막 단계까지 왔다는 느낌이야.”

단순한 직감이었지만 이제 이 신들을 상대하는 것도 끝을 향해 다가가는 것만 같았다.

이제 곧 이 모든 일의 배후를 상대하게 될 것만 같았다.

‘일이 잘 풀리려나 모르겠네.’

괴수들의 신이라는 존재.

그 존재가 얼마나 강할지 몰랐으나 쉬운 상대가 아닐 것만 같았다.

뭐, 하지만 그것에 대해 지금 생각해 봤자 의미가 없었으니…….

“그러고 보니 이민아. 네 팔은 얼추 다 나았지?”

“내 팔? 응, 이제 완전히 나았다고 하더라.”

이민아는 자신의 팔을 내게 보여 주며 말했다.

전에 다곤에 의해 이민아의 팔이 완전히 박살 난 적이 있었다.

이민아의 팔에 다곤의 저주까지 걸려 팔이 완전히 치료하는 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나와 주하나가 게이트 안에서 해독제를 구해 온 덕에 이민아의 팔은 급속도로 나아질 수 있었다.

“멀쩡해 보이네. 당장 싸워도 문제없겠어.”

“당연하지. 나는 이제 괜찮으니까, 이제 네 몸이나 신경 써. 너 지금 걷는 것도 힘들다면서.”

“걷는 것쯤은 할 수 있어.”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갔다.

현재 나와 이민아는 서울에 위치한 대형 병원에 있었다.

며칠 전, 페루에서 귀국하자마자 나는 바로 병원에 입원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린 수술을 끝마친 뒤, 나는 병원에서 요양 중이었고, 이민아는 그런 나를 오늘 병문안 온 것이었다.

“몸은 많이 좋아졌어.”

“좋아지기는 무슨. 너 지금 걷기만 한 건데 다리 떨고 있잖아.”

“…내일쯤이면 걷는 건 전혀 문제없어질 거야.”

“너는 그냥 누워 있어라.”

이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고, 이에 나는 멋쩍은 듯이 웃었다.

“지금 유나는 어디래?”

“오는 길이래. 지금 너를 위해 포션 같은 것들 좀 사 온다는데.”

“뭘 굳이 그런 걸.”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잠시 아무 말 없이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이민아, 너 다음 주 주말에 시간 있냐?”

“다음 주 주말? 시간은 있는데, 갑자기 왜?”

“강원도에 갈 생각이거든.”

“강원도? 야, 설마… 너 또 강원도에 있는 무슨 게이트라든가 몬스터를 잡으러 갈 생각이면 가지 마라. 차라리 그런 일은 내게 맡기고 너는 그냥 쉬는 게…….”

“그런 거 아니야, 인마. 나 주말 동안 잠시 요양 좀 가려는 거야.”

“요양?”

내 말에 이민아는 의문을 표했다.

“그러니까 요양 간다는 게…….”

“그런 거 있잖아. 공기 좋은 숲속의 작은 펜션에서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쉬고 노는 거.”

“오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너는 제발 그렇게라도 좀 숨을 돌리고 와. 근데 나한테 다음 주 주말에 시간이 있냐고 묻는 건…….”

“너도 올래? 이왕 놀러 가는 거,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고 싶거든.”

“가야지. 네가 가는 곳이면 나도 가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럴 줄 알았다.”

나는 내 곁에 다가온 이민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적당히 준비해 놔. 그리고 네가 먹을 고기는 알아서 구해 와. 다른 사람들은 고기 구워 먹을 거 같으니까.”

“응, 알겠어. 날고기는 내가 알아서… 음? 잠깐만? 다른 사람들이라니?”

“너랑 나, 단둘이 가는 거 아니야.”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유나, 주하나 씨, 세리 누나. 이렇게 세 명도 함께 갈 거야.”

“아, 그, 그렇구나. 그렇다면 너와 나까지 포함하면 다섯 명인가.”

“음, 아마 한 명인가 더 올 수도 있을 거야.”

“그래? 여기서 더 올 만한 사람이 있나?”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거든.”

* * *

“몸은 괜찮니?”

“괜찮…다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네요. 솔직히 걷는 것만 해도 꽤 벅차거든요.”

“내가 준 전투화, 그러니까 테페로스의 반동이 꽤 컸나 보네?”

“그렇게 크지는 않았고, 그냥 양쪽 다리가 복합 골절 정도로…….”

“반동이 생각 이상으로 컸네. 아무래도 그 전투화를 조금 손볼 필요가 있겠어.”

고민수는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전투 불능이 될 수준의 반동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양쪽 다리가 복합 골절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그 정도 부상이면 감안할 정도가 아닐까요? 총알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거면…….”

“다리가 박살 나는 건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서 말이야.”

고민수는 이 말과 함께 나의 전투화를 가져갔다.

그러면서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내가 더 건드려 줬으면 하는 장비가 있니?”

“딱히 없네요. 근데 그것보다, 고민수 씨.”

“응, 왜?”

“혹시 다음 주 주말에 시간이 있으신가요?”

“다음 주 주말? 시간이야 있지. 어차피 나야 요즘 너의 이 지하 연구소에서 물건들밖에 안 만드는데.”

“강원도로 다 같이 놀러 갈 생각이거든요. 거기서 요양이나 할 겸으로요.”

“잠시 숨 좀 돌릴 생각인가 보구나?”

“한 번쯤 숨을 돌리는 편도 괜찮아 보여서 말이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고, 이에 고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요즘 너는 너무 몸을 많이 굴렸어. 가끔은 쉬는 편이 좋을 거다. 근데 말이다. 네가 쉬러 가는 곳에 왜 나 같은 아저씨까지 부르는 거냐?”

“최근에 고민수 씨께도 신세를 많이 진 것 같아서 말이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요즘 일만 하시는 거 같은데, 저뿐만 아니라 고민수 씨도 가끔은 숨 돌릴 시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내가 숨 돌릴 틈이라……. 글쎄다. 내게 굳이 숨 돌릴 틈이 필요할까? 사실 나는 이렇게 마도구를 만드는데 딱히 힘들거나 그렇지 않거든.”

“네, 저도 들었어요. 고민수 씨는 마도구를 만드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면서요?”

“맞아. 이렇게 원하는 대로 마도구를 만들 수 있다는 건 내 행복 중 하나지. 마도구를 만들 때마다 매번 새롭지.”

“그래도 가끔은 좋은 공기를 좀 쐬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가?”

고민수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너랑 같이 가는 사람들이 누가 있어?”

“제 여동생인 유나와 세리 누나. 그리고 이민아와 주하나 씨라는 두 사람도 있어요.”

“세리도 간다는 거지?”

“네, 그렇죠.”

“흠.”

고민수는 또다시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는 조금 오래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다시금 입을 열기를 기다렸고, 몇 분 뒤.

“좋아. 나도 가도록 할게. 네 말대로 나도 가끔은 바깥 공기를 마시는 것도 좋겠지.”

“알겠어요. 그럼 고민수 씨도 다음 주에 함께 강원도로 가는 걸로 알고 있을게요.”

“그래. 근데 어린애들 사이에서 나 같은 아저씨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괜찮을 거예요. 제 일행은 전부 좋은 사람이니 아저씨도 충분히 잘 어울릴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분위기를 해치지만 않을까 걱정되기는 하지만 일단 가는 걸로 하자. 근데 유진아. 내가 가는 대신, 한 가지 부탁만 해도 될까?”

“부탁이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고, 고민수가 크게 이상한 부탁은 안 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고민수의 부탁을 듣자마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윤경이를 함께 데려가도 괜찮을까?”

“네? 뭐라고요?”

순간적으로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러니까 하윤경을 저희와 함께 데리고 가자고요?”

“나뿐만 아니라, 윤경이도 가끔은 바깥바람을 쐬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하지만 고민수 씨.”

나는 조금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하윤경은 엄청난 범죄들을 저질렀고, 그 형벌로써 저는 하세리를 이 지하 연구소에 가둔 거예요. 그리고… 하윤경은 밖에 내보내기에는 너무 위험해요.”

“위험하지. 나도 알아. 윤경이는 제정신이 아니라 밖에 나가면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나도 몰라.”

“네, 그래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야.”

고민수 또한 진지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그의 눈빛을 보니 그는 무언가 확신하는 듯했다.

“윤경이가 지닌 위험을 없애려면 걔를 한 번 밖으로 데리고 나갈 필요가 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어쩌면 윤경이를 제정신으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한 번만 나를 믿어 봐.”

“으음.”

나는 잠시 고민했다.

하윤경을 제정신으로 되돌리겠다고 말하는 건 분명…….

“그거라면 알겠는데, 그럼 하윤경은 다른 날에 밖으로 데려가는 건 어떨까요? 아무래도 다음 주 주말에는 세리 누나도 가다 보니까…….”

“세리가 그때 가기 때문에 윤경이도 데려가려는 거야.”

“네?”

“나에게도 다 생각이 있어. 그리고 걱정하지 마. 세리가 윤경이를 못 알아차리게 할 거니까.”

고민수는 근처의 서랍에서 마도구 몇 개를 꺼냈다.

“이건 머리색을 바꾸는 물건이고, 이거 얼굴의 형태를 달라 보이게 하는 물건이야. 이 두 개를 이용하면, 세리가 윤경이를 절대 못 알아볼 거야.”

“뭐, 그렇기야 하겠는데……. 왜 굳이 하윤경을 세리 누나와 만나게 하고 싶은 거죠?”

“윤경이와 지내면서 최근에 확인했거든. 걔에게 아직… 아직 걔를 구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보였어.”

“그런 거라면… 알겠어요. 제가 한번 잘 준비해 보죠.”

마음 편히 요양이나 하고 올 생각이었으나 아무래도 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 같았다.

뭔가 마음이 완전히 편한 요양이 되지는 않을 거 같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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