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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19화 (219/240)

219화

* * *

강원도에 위치한 펜션.

그곳에서 나는 나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좋은 공기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훌륭한 시설의 숙소.

오랜만에 평화를 누렸다.

“신예진은 대체 왜 데려온 거야?”

“왜? 데려올 수도 있는 거지.”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민아에게 대꾸했다.

“얘도 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워 준 친구거든.”

“맞아요, 스승님.”

내 왼쪽에 앉아 있던 신예진은 밝게 웃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내 오른쪽에 앉아 있던 이민아는 뭔가 영 불편하다는 표정이었다.

“야, 신예진. 너 웃고 다니지 마.”

“네? 갑자기 왜요?”

“그, 어, 에라이. 그냥 웃지 마! 너 웃는 모습 X나 예뻐서, X나 부럽다고!”

“…네?”

이민아의 갑작스러운 말에 신예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나는 작게 웃으며 하세리에게 말했다.

“급발진하지 마. 얘 놀라잖아.”

“아니, 놀라고 말고 알 바는 아니고, 솔직히 얘 X나 예쁜 건 맞잖아. 나는 진짜 얘 볼 때마다 솔직히 부러운…….”

“너도 충분히 예뻐, 인마. 부러워할 거 없어.”

“…응?”

내 말에 이민아는 잠시 사고가 멈췄는지 잠깐 동안 말이 없었다.

이에 나는 이민아의 갈색 머리카락을 오랜만에 쓰다듬어 줬다.

“자신감 가져. 너도 어디 가서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편은 아니잖아, 안 그래?”

“뭐, 그, 그렇기는 한데……. 아, 아니, 그래도! 신예진은 솔직히 너무 예뻐서 부러울 수밖에 없다고. 얘는 헌터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연예인이나 시키는 게…….”

“자, 자. 진정하고.”

“으으으, 으음.”

내가 머리를 계속 만져 주자 이민아의 조금씩 표정이 풀어졌다.

“착하지. 자, 손?”

“으, 으음.”

이민아는 여러모로 편안한 표정으로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그러면서 내 손길을 아주 기분 좋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옆에 있던 신예진은 이 광경을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봤고, 그러다가 이내…….

“…음? 어? 에? 어어… 야!”

이민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며 내게 소리쳤다.

“나 개 취급하지 말라고 전에도 말했잖아!”

“개 취급이라니, 어감이 이상하잖아. 강아지 취급이라고 하자.”

“그게 그거잖아!”

“에이, 다르지. 그래도 너 말이야.”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내게 강아지 취급당하는 거 좋지?”

“아, 안 좋아! 내, 내가 그런 걸 왜 좋아해?!”

“흐음, 진짜로? 그럼 앞으로 하지 마?”

“…아니, 그게 그러니까, 싫지는 않은데, 아니. 조, 좋아. 괜, 괜찮으니까 해 줘도 좋은데……. 그, 근데…….”

“근데 왜?”

“나, 나랑 단둘이 있을 때만 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하지 마! 수치스러우니까!”

“그래, 그래.”

나는 미소를 지은 채 다시금 이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리고 이민아는 그런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별말 없이 있었다.

반응을 보니 이민아도 내 손길을 꽤 즐기는 듯했다.

“야, 그… 신예진. 나 보지 마. 수치스러우니까 고개 돌리고 있어.”

“수치스러우면 그만할까?”

“아니, 그… 그만하지는 말고……. 어, 그…….”

“크큭.”

나는 웃으며 신예진을 슬쩍 바라봤다.

‘신경 쓰지 마.’라는 의미가 담긴 눈빛을 보냈고, 이에 신예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이민아는 내가 신예진과 시선을 나누는 걸 또 눈치챘다.

“야, 너희 둘. 방금 눈빛 교환한 거 뭐냐? 나 빼놓고 또 뭔 짓 하려는 거면…….”

“에이, 그런 거 아니야, 인마.”

“맞는 거 같은데? 야, 신예진. 너…….”

펜션의 거실에서 나, 이민아, 신예진.

이렇게 셋이서 떠들던 중.

“유진아. 우리 다음 주에 등급 검사하기로 했던 거 말이야.”

하세리가 거실에 나타나 내 옆으로 왔다.

“그 일정에 대해 이야기 좀 해야 할 거 같아.”

“으읏?”

근데 말 그대로 내 옆으로 와 나랑 몸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앉았다.

나와 이민아 사이에 끼어든 것이었다.

“다음 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일정을 시작할 거 같은데, 아마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몰릴 거 같아.”

“어, 그거야 예상하고 있었잖아.”

“하지만 지금 협회 쪽에서 말이지. 이거 봐 봐.”

하세리는 내게 딱 달라붙은 채 나와 이야기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머리를 맞댄 채 상당히 가깝게 내게 달라붙은 것이었다.

나야 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저기요, 뭐 하는 거예요?”

이민아는 신경을 쓰는 듯했다.

이민아는 날카로워진 표정으로 하세리를 바라봤으나 하세리는 평소처럼 여유롭기만 한 미소를 지었다.

“그냥 일정 조율을 하려는 거죠. 왜요? 혹시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민아 양?”

“…그, 어어, 왜, 왜 저를 옆으로 밀어낸 거예요?! 왜 저와 박유진 사이에 끼어들어서…….”

“끼어들면 안 될 이유라도 있을까요?”

“네? 어어, 그건…….”

“없죠?”

하세리는 여유롭게, 그리고 살짝 능글스러운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었다.

이에 이민아는 열받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왜 갑자기 일 이야기를 꺼내는 거예요? 박유진은 여기를 쉬려고 온 건데, 왜 박유진이 마음 불편하게 일 이야기를…….”

“흠, 유진아. 혹시 일정 조율 지금 하는 거 불편하니?”

“아니, 뭐, 딱히…….”

“그렇다고 하네요.”

하세리는 이민아를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며 나를 자기 쪽으로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런 의미에서, 유진아. 우리 계속 이야기할까? 아, 물론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이 불편하면 단둘이 방 안으로 갈까?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저기요, 아줌마. 이상한 수작 부리지 마세요.”

“…민아 양. 저에 대한 호칭이 어째…….”

여유롭기만 하던 하세리의 표정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그렇게 하세리가 이민아에게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다들, 여기까지 와서 싸우지 마세요.”

주하나가 술과 술잔을 가지고 거실에 나타났다.

“괜히 박유진 씨를 불편하게 하지 말자고요.”

“맞아요, 맞아.”

그리고 주하나와 함께 나타난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사이좋게 지내자고요.”

유나는 들고 온 음식들을 우리 앞에 놔두며 말했다.

그러고는 내 옆에 다가와 나만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근데 오빠. 오빠는 빨리 누구를 선택하든가 좀 해. 이러다가 다들 진심으로 싸울지도 모른다고.”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알면서 모른 척하기는.”

유나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게 속삭인 뒤, 다시금 내게서 떨어졌다.

“자, 하나 언니와 안주 준비했으니까 술과 같이 먹어.”

“고생했어. 술은 맥주밖에 없…….”

“어허, 박유진 씨는 술 드시지 마세요.”

주하나는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근데 그 과정에서 이번에는 내 옆에 있던 신예진이 밀려났다.

“어, 어, 그…….”

갑작스레 주하나가 끼어들자 신예진은 당황했다.

하지만 신예진은 이민아처럼 막 열을 내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있었다.

“박유진 씨는 환자라 아직 술은 드시면 안 되고, 대신 제가 포션을 준비했어요.”

주하나는 들고 유리병 하나를 내게 건네며 말했다.

“최대한 분위기에 어울릴 수 있게끔 만들어 봤어요. 회복을 위한 포션이지만, 맛은 맥주와 비슷할 거예요.”

“아, 고마워요. 만드느라 귀찮았을 텐데.”

“아니에요. 간단한 거라 금방 만들었거든. 아, 그보다 박유진 씨.”

“네?”

“이따 자기 전에 잠깐 제 방으로 와 줄 수 있어요?”

“치료를 위해서요?”

“네, 치료를 위해서죠.”

주하나는 미소를 지은 채 옆에서 내게 눈웃음을 지었다.

“여기가 공기가 좋은 만큼 공기 중의 마력도 꽤 순수한 편이거든요. 순수한 마력으로 치료를 진행하면 몸에 더 좋을 거예요.”

“그럼 이따 부탁을…….”

“아, 그 치료 혹시.”

유나가 매우 순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나 언니가 오빠 마사지해 주는 그 치료 말하는 거야?”

“어, 뭐, 대충 그거지?”

“오빠가 상의 벗고 하나 언니에게 마사지받는 거?”

“그, 맞는데, 굳이 그렇게 세세하게 말하지 마.”

“응? 왜?”

유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확신했다.

저게 연기라고 말이다.

그리고 만약 저게 연기라면 연기를 아주 잘하는 거다.

“으흠.”

“흐음.”

유나의 말에 이민아와 하세리는 어딘가 불편하다는 눈빛으로 주하나를 바라봤다.

정작 주하나는 매우 편안한 표정으로 맥주를 따르고 있었지만 말이다.

“주하나 씨. 유진이의 치료와 관련해서 제가…….”

하세리가 입을 먼저 열었다.

그리고 나는 잠시 이 자리를 탈출하는 게 좋을 거 같다고 바로 판단을 내렸다.

“그러고 보니 세리 누나. 고민수 씨 어디 갔는지 알아? 이런 자리에 고민수 씨를 부르는 게 또 좋을 거 같은데.”

“민수 아저씨? 아까 지윤이 데리고 펜션 뒤쪽으로 가던데?”

“그럼 내가 데리고 올게.”

“아, 나랑 같이…….”

“괜찮아. 혼자 갔다 올게. 그동안 여자들끼리 이야기 나누고 있어.”

이 말을 끝으로 누가 따라오기 전에 나는 빠르게 펜션 밖으로 나갔다.

고민수를 데리고 온다는 건 잠시 자리를 뜨기 위한 핑계기도 했지만 동시에 핑계가 아니기도 했다.

고민수를 진짜로 데려오고 싶었고,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다.

‘단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나.’

고민수와 하윤경, 이 두 천재는 과거에 인연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고민수는 지금 미쳐 버린 하윤경을 원래대로 되돌리고자 하는 것 같았다.

하윤경을 여기에 데려온 것도 그 과정의 일환이었다.

‘저쪽이다.’

펜션의 뒤쪽에 있던 커다란 나무.

그 나무 밑에 고민수와 하윤경이 있었다.

나는 모습을 숨긴 채 그 두 사람에게 몰래 다가갔다.

“세리를 보면서 뭐 느끼는 거 없었냐? 오랜만에 만난 네 가족이잖니.”

“늘 말하는 거지만 내게 가족 따위는 전혀 의미가 없어. 내게 중요한 건…….”

“인류의 진화겠지. 네가 어렸을 때 갑자기 미쳐 버린 그 순간부터, 너는 인류의 진화에 대해 노래를 부르고 다녔잖아.”

“그게 제일 중요한 거야. 인류는 지금 갇혀 있어. 그 틀을 깨고 한 단계 더 나아가야…….”

“네가 스스로 미쳤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

고민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고, 하윤경은 이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나는 미치지 않았어. 시대를 앞서간 것뿐이야. 인류는 신이 될 수 있어. 나는 지금 그 과정을…….”

“그게 미친 거야.”

“아니야. 그리고 고민수. 이야기 나온 김에 제안할게. 나를 도와줘. 너도 천재잖아. 그럼 너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지를…….”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 없어. 그리고 지금 네 상태를 보니까… 세리를 만났음에도 변화가 없나 보네.”

고민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네가 세리를 보며 무언가 느끼기를 바라고 있었어. 스스로 본인이 미쳤다는 걸 인지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소용이 없었네.”

“나는 미치지 않았어. 어떤 존재에게 계시를 받은 것뿐이야.”

“그 존재에게 세뇌를 당한 것뿐이겠지.”

고민수는 코트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무슨 기계 장치로 보이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거친 방법을 쓰더라도 그 세뇌를 풀 필요가 있겠어.”

이 말과 함께 고민수는 그 기계로 하윤경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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