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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21화 (221/240)

221화

* * *

“이건 여기에 준비하고… 이 마도구는 필요 없겠지. 뇌파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것도…….”

하윤경을 데리고 강원도에서 돌아온 직후.

고민수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빌딩 내의 있던 모든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메이튼 1부터 10호기까지. 내가 가져오라는 마도구들을 전부 찾아서 들고 오도록 해. 그리고 리젼 21부터 30호까지. 너희는 최상층의 마도구들에 마력 및 전력을 미리 주입하도록 해. 그리고 탈로스. 지금부터 너는 이 건물의 경비를 완벽하게…….”

고민수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

그는 빌딩 내의 모든 로봇들에게 명령을 내려 준비를 진행시켰다.

“…결국 이렇게까지 됐네.”

고민수는 근처 침대에 눕혀진 하윤경을 바라봤다.

그는 이제야 해야만 했던 일을 시작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너를 수십년 전에 구했어야 했는데, 이제야 할 일을 하네.”

고민수는 하윤경의 옆에 앉으며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네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을 당시에… 그때 딱 이 모습이었지.”

고민수는 과거에 있던 일을 다시금 떠올렸다.

당시 그는 미쳐 버렸던 하윤경으로 처음으로 맞이했었다.

온갖 헛소리를 하던 하윤경을 만나게 됐을 때, 고민수는 당황했었다.

본인이 기억하던 하윤경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던지라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모습이 그때와 비슷하네.’

열 살쯤 되는 아이의 모습이 된 하윤경.

고민수의 기억상, 하윤경이 미쳐 버렸을 때가 약 열 살 때였다.

그리고 동시에 고민수는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너는… 내가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었지.”

하윤경이 미쳐 버린 모습으로 고민수에게 처음으로 나타났던 날.

그때 하윤경은 딱 한 번 제정신으로 돌아온 모습을 보였었다.

‘나보고 구해 달라고, 도와 달라고 했는데……. 나는 그냥 너를 무시했어.’

고민수는 하윤경이 이상하게 변한 걸 당시에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가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지금 고민수는 그때 그녀를 안 도와준 걸 후회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내가 널 도와줬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안 됐을지도 몰라.”

고민수는 한숨을 쉬며 잠든 하윤경의 모습을 바라봤다.

“네가 저지른 악행들에… 내 책임이 아예 없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나도 책임을 져야겠지.”

고민수는 이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후, 그는 자신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준비는 어느 정도 끝났지?”

- 현재 257개의 준비 사항 중 173개를 마무리했습니다.

“좋아. 이 속도를 유지해.”

연구실의 로봇들에게 적당히 대꾸한 후, 고민수는 로봇들이 설치하는 커다란 마도구를 바라봤다.

‘이게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해 볼 것은 해 봐야지.’

고민수는 마법을 발동해 주변의 마도구들을 미리 세팅했다.

“그래……. 이번에는 구해 줘야지. 이번에는 반드시.”

수십 년 전에 했어야 했던 일을, 고민수는 이제라도 하고자 마음먹었다.

* * *

비슷한 시각.

다른 세계의 어딘가.

“자, 더스트. 출발할 준비는 마쳤나?”

“예, 위대하신 분이여. 지금 당장 출발해도 무방합니다.”

괴수들의 신의 말에 더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랜만에 자신의 소총을 매만지며 그의 주인을 바라봤다.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는 겁니까?”

“그래, 내가 어제 설명한 계획은 전부 기억하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리고 그 계획의 핵심은 하윤경을 이용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지구에 도착하는 대로 하윤경을 확보하도록 해라. 하윤경이 있어야지만 내가 준 그 세 인간들을 보다 확실히 다룰 수 있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윤경을 가능한 빨리 확보하는 게 좋을 거다.”

괴수들의 신은 신전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어떤 인간이 하윤경의 머릿속을 손보고 있다. 아마 내가 심어 놓은 열매를 없애려는 거겠지.”

“…그게 가능합니까? 다른 존재도 아닌 위대하신 분께서 직접 손을 쓴 것인데…….”

“보통은 불가능해. 하지만 지금 하윤경을 고치려는 인간은… 보통내기가 아니야. 손기술이 인류 중에서도 꽤 좋은 편에 속하지.”

“만약 그 인간이 하윤경의 머릿속을 고치면…….”

“계획 자체가 꼬이게 될 거다. 그러니 그 인간이 하윤경을 고치기 전에, 빠르게 하윤경을 확보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더스트는 대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갔다 오도록 해라. 아, 그리고 더스트.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말이다.”

“예, 무엇입니까?”

“네가 정에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할 거다, 알겠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더스트, 너는 한때 인간이었다.”

괴수들의 신은 더스트를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너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너는 그저 내게 충성을 맹세한 성령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해라.”

“…명심하겠습니다.”

“실수는 없어야 할 거다, 더스트. 그러니 정신 차리고, 박유진을 반드시 죽이고 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더스트라는 남자는 그대로 신전 밖으로 나갔다.

* * *

“이제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겠네.”

고민수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커피를 들이켰다.

하윤경을 자신의 빌딩에 데려온 지 하루가 지났다.

고민수는 지난 24시간 동안 한숨도 안 잔 채 일을 계속 진행했었다.

“머릿속의 분석이 끝났고, 뇌파 분석도 끝. 그 기운의 위치를 파악했고, 그 기운의 구조에 대한 분석도 끝.”

고민수는 마도구에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들을 입력했다.

그런 후, 그는 근처의 수술대에 여전히 잠들어 있는 하윤경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반드시 구해 줄게.”

고민수는 작게 중얼거리며 일을 계속했다.

“…아니, 이건 구할 수밖에 없겠네.”

원래 고민수는 신의 기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하윤경이 평생을 바쳐 연구했던 자료들 덕에 이 일을 수월히 진행할 수 있었다.

‘너의 덕을 많이 보는구나.’

고민수는 몇몇 마도구들을 하윤경의 머리 근처에 놔두며 생각했다.

이제 이것으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었다.

‘이제 이대로만 하면… 내일쯤, 윤경이의 머릿속은 고쳐질 거야. 그렇게 되면, 얘는 더 이상 인류의 진화니 신이니… 그런 것에 집착을 안 하게 되겠지.’

수많은 생각들이 고민수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윤경이 멀쩡히 돌아오면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눌지, 하윤경이 자신이 그동안 저지른 악행을 돌아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의 생각들이었다.

하지만 고민수는 그러한 생각들을 잠시 접어 두었다.

‘이런 생각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얘를 구하는 게 먼저니까.’

고민수는 이제 본격적인 수술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하윤경의 머리를 향해 마도구를 발동시키려 했는데, 그 순간.

-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뭐라고?”

갑자기 근처의 로봇이 낸 경고음으로 인해 고민수는 작업을 중단했다.

“침입자라고? 누군데? 유진이나 세리면 그냥 들여보내라고 내가 분명 설정을…….”

- 박유진이나 하세리가 아닙니다.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얼굴로 판단됩니다.

“누군데?”

고민수는 1층의 CCTV를 통해 침입자를 직접 확인했다.

“…진짜 누구지?”

확실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동양인, 나이는 약 20대 초반. 의상은… 무슨 검은색 군복에… 무기는 소총?”

고민수의 빌딩에 홀로 나타난 침입자.

이에 고민수는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을 내렸다.

“탈로스. 제압해. 죽이지 말고 제압만 해 놔. 포박하는 건 다른 로봇들이 할 거야.”

고민수가 명령을 내리자 1층을 지키던 거대한 로봇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탈로스는 침입자를 향해 빠른 속도로 손을 뻗었으나…….

쿠콰쾅!

“…어?”

침입자가 소총의 개머리판을 빠른 속도로 탈로스를 향해 휘둘렀다.

그 결과, 탈로스는 그 자리에서 두 동강이 났다.

“…탈로스를 일격에 박살 냈다고?”

이 광경에 고민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쾅! 쾅!

그 와중에 침입자는 박살 난 탈로스에게 두 발의 총알을 발사해 확인 사살을 했다.

“마탄을 쓰는 건가? 마탄이라면… 아니야. 일단 지금은…….”

고민수는 근처의 컴퓨터로 가 명령어를 입력했다.

“경계 태세. 침입자를 사살하도록 한다.”

고민수가 명령을 내리자 빌딩 내에 있던 모든 로봇들이 계단 쪽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침입자는 태연히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떤 인간이지?”

고민수는 계단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침입자를 바라봤다.

침입자는 너무나도 태연한 표정으로 그의 로봇들을 손쉽게 박살 내고 있었다.

엄청난 힘과 엄청난 속도를 이용하며 말이다.

“총검술을 이용하는, 검은색 군복을 입은 군인?”

고민수는 이 상황이 그저 혼란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침입자는 소총을 휘두르며 계단을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며 고민수는 확신했다.

자신은 저 남자를 절대 못 막는다는 것을 말이다.

“…박유진에게 문자를 보내.”

- 알겠습니다. 내용은 무엇으로…….

“그냥 대충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으로 보내. 그리고 거기 메이튼들. 윤경이를 얼른 숨겨. 그냥 절대 못 찾게……. 아, 그냥 마도구를 써. 투명화 마도구로…….”

쾅!

고민수가 최선의 수를 찾던 중, 그의 연구실 문이 큰 소리와 함께 무너졌다.

그리고 그의 연구실 안으로 검은 군복의 남자가 들어왔다.

“…빨리도 올라왔구먼. 여기 꽤 높은 건물일 텐데.”

“제 체력이 꽤 좋은 편이라, 쉽게 올라왔습니다.”

남자는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남자의 대답에 고민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잠깐? 너 지금… 한국어로 말하는 거야?”

“예, 맞습니다.”

“이상하다. 지금까지 신들은 그냥 이상한 언어로…….”

“제가 사실 한국 출신입니다. 물론 이 세계의 한국이 아닌… 다른 세계의 한국이지만 말입니다.”

“뭐라는 거야?”

“설명하자면 복잡합니다. 그러니 이건 넘어가고, 본론만 말하겠습니다.”

남자는 이 말과 함께 수술대에 있던 하윤경을 가리켰다.

“저 여자를 넘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 이상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사라지도록 하겠습니다.”

“못 넘기겠다면?”

“그러면 무력을 이용해 데려가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 참 나.”

고민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슬쩍 옆을 바라봤다.

‘유진이에게 문자는 전송이 됐어.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민수는 빠르게 판단을 내린 후,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니?”

이 말과 함께 고민수는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연구실 벽 뒤에 있던 수많은 총기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동시에 수많은 로봇들이 연구실 안으로 텔레포트 되었다.

“이걸 보고도… 내가 만만해 보이냐?”

“…아주 재밌습니다.”

남자는 허리에서 칼을 꺼내 소총의 총구에 착검했다.

“그럼 역으로 묻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깡통들에게 저지당할 정도로…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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