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23화 (223/240)

223화

* * *

“그러니까 네 말은, 하윤경……. 그 아줌마가 죽었던 게 아니라는 거야?”

“죽지 않고, 내가 몰래 데리고 있었지.”

“어린아이로 만들고, 북한산에 있는 지하 연구소에 데리고 있었다고?”

“제대로 이해했네.”

“그리고 어제 펜션에 데려왔던 그 지윤이라는 얘가 사실 하윤경이 변장한 거였고?”

“응, 맞아.”

“…아니, X발, 뭔데?”

북한산으로 빠르게 향하며 이민아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하윤경을 네가 일부러 안 죽였다고? 왜?”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웠거든.”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살려 둔 게 도움이 되기는 했어. 하윤경이 가지고 있던 지식을 잘 써먹었거든.”

“하지만 지금 정체 모를 남자가 하윤경을 납치해 간 거라며?”

“그래서 빨리 하윤경을 구하러 가는 거지.”

나는 지하 연구소를 향해 길을 안내하며 대꾸했다.

“하윤경은 말 그대로 폭탄이야. 자유롭게 했다간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그런 일이 터지기 전에 빨리 다시 확보해야 해.”

“그런 폭탄을 왜 살려 둔 건데?”

“말했잖아.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천재였다고. 그리고… 도착했다.”

나는 근처에 보이는 커다란 바위를 가리켰다.

“저 바위 밑이 내가 말한 지하 연구소야.”

“저곳이…….”

“고민수 씨. 진짜 같이 가실 건가요?”

나는 우리를 따라오던 중년의 남성에게 물었다.

“저 밑에 아마 하윤경과 그 남자가 있을 거예요. 상당히 위험할 텐데, 그래도…….”

“가야지. 나는 이미 윤경이를 구하기로 마음먹었거든.”

“알겠어요. 그럼 오는 길에 말씀드린 것처럼 최대한 후방 쪽으로 빠져 있으세요. 그냥 후방 지원만 해 줘도…….”

“잠깐. 야, 박유진. 잠깐만 조용히 해 봐.”

“음?”

“잠깐……. 뭔가가…….”

이민아는 어딘가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동시에 그녀는 늑대인간의 모습으로 팔다리를 변신시켰다.

마치 이 근처에 위협을 느끼는…….

“고민수 씨! 피해요!”

이민아는 갑자기 몸을 날려 고민수를 뒤로 넘어뜨렸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탕!

고민수가 서 있던 곳에 총알이, 아니.

마탄이 날아왔다.

“아.”

나는 재빨리 총알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했다.

근처의 나무 위, 검은색 군복을 입을 남자가 소총을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방금까지 고민수를 겨누다 그는 이내 내 쪽으로 총구를 돌렸다.

탕!

나는 재빨리 코트를 들어 올려 날아오는 마탄을 막았다.

“윽.”

코트로 마탄을 막은 덕에 몸에 상처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마탄의 위력이 상당했기에 나는 코트로 막았음에도 뒤로 밀려났다.

“뭔 마탄의 위력이…….”

“이쪽 세계의 늑대인간도… 역시 감이 대단합니다.”

나무 위에 있던 남자는 땅으로 내려오며 이민아를 바라봤다.

“제가 살았던 세계에서도 늑대인간들의 감이 꽤 강했습니다. 거의 미래 예지와도 같은 감이라 사냥하는 데 꽤 애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남자는 이번에는 고민수를 바라봤다.

“또다시 이곳으로 오신 겁니까? 아까 그 건물에서 일부러 죽이지 않고 살려 줬는데……. 왜 죽으러 여기까지 다시 온 겁니까?”

“그게 내 목숨을 거는 일일지라도, 가끔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 있거든.”

“…이쪽 세계의 인간 역시, 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건 알겠습니다.”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한 후, 남자는 이번에 나를 바라봤다.

“그쪽이 박유진 님입니까?”

“그렇죠?”

“만나서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더스트. 위대하신 분을 섬기는 성령입니다.”

“성령? 뭐, 그건 모르겠고, 진짜로 한국어를 쓰시네요. 한국 출신이기라도 한가요?”

“한국 출신은 맞습니다. 물론… 이 세계의 한국 출신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긴말하지 않을게요.”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며 말했다.

“하윤경은 어디에 있나요?”

“하윤경 님은 지금 저 밑에서 준비 중입니다.”

더스트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지하 연구소 쪽을 가리켰다.

“지금 박유진 님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물 같은 소리…….”

나는 말을 중간에 멈추며 기습적으로 더스트를 향해 자바니아를 던졌다.

물론 더스트는 소총으로 내 단검을 너무나도 쉽게 막았다.

하지만 이걸로 더스트의 시선을 확실히 끌었다.

파지지직!

나는 전류를 발생시켜 그것을 그대로 더스트를 향해 날렸다.

단번에 죽일 생각으로 날린 전류였는데…….

“음?”

아주 잠깐이었지만 더스트의 눈이 붉게 빛났다.

그리고 이내 내가 날린 전류들이 전부 사라졌다.

“무슨…….”

“꽤 좋은 기습이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하루에 한 번밖에 못 쓰는 기술을 쓰게… 아아.”

“시끄러워.”

나는 더스트에게 달려들었다.

“돌아와라.”

자바니아를 회수한 후, 그의 목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더스트는 소총으로 너무나도 쉽게 내 공격을 막았다.

“대인전의 실력도 상당하신 것 같습니다.”

더스트는 피식 웃으며 나를 뒤로 밀어냈다.

그런 후, 그는 소총의 개머리판을 내게 휘둘렀다.

‘뭐야, 이거.’

나는 더스트가 휘두르는 소총을 단검으로 막으며 생각했다.

처음 보는 종류의 전투 방식이었다.

총검술인 건 알겠는데, 이걸 이렇게까지 잘 쓰는 존재는 처음 봤다.

‘뭐가 어찌 됐든, 하나는 확실해.’

나는 기습적으로 더스트의 목을 향해 와이어를 날렸으나 그는 손쉽게,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피했다.

이에 나는 확신했다.

“전투 경험이 상당한 것 같네.”

나는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이에 더스트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백 년 동안 싸우기만 했습니다. 덕분에 잘 싸울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너를 죽이는 건… 조금 힘들 거 같네.”

“후훗. 그럴 겁니다. 하지만 박유진 님은 아마 저를 신경 쓸 틈이 없을 겁니다.”

더스트는 지하 연구소 쪽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박유진 님을 상대할 존재들이 따로 있으니 말입니다.”

“뭐라고?”

더스트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 순간, 지하 연구소의 문 역할을 하던 거대한 바위가 움직였다.

“박유진! 드디어 왔냐?!”

“내게서 자유로워지더니 아주 얼굴이 폈네.”

나는 지상으로 올라온 하윤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발목에 있던 발찌는 어느새 사라진 채였다.

“혼자 올라온 걸 보니 지하에 갇힌 와이번은 못 꺼내 왔나 보네.”

“X발, 그건 네가 감옥에 홍채 인식 시스템을 추가해서…….”

“그치. 그냥 혹시나 싶었거든.”

나는 다시금 더스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감옥을 부수고 와이번을 데리고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러지는 못했나 봐?”

“와이번 님을 가둔 그 감옥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튼튼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물론 부수라면 부술 수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와이번 님이 다칠 가능성이 높아서 그 방법은 보류했습니다.”

“그럼 와이번은 어떻게 하려고?”

“박유진 님을 죽이고, 박유진 님의 눈을 뽑으면 될 문제입니다.”

더스트는 너무나도 태연히 무서운 소리를 했다.

“어차피 제가 여기로 온 이유는 박유진 님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박유진 님을 죽이고, 동시에 와이번 님도 구할 생각입니다.”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천천히 진행할 생각입니다.”

이 말과 함께 더스트는 하윤경 쪽을 향해 다가갔다.

“하윤경 님, 어서 제게 업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야, 뭐 할 생각이냐?”

“별것 없습니다.”

더스트는 하윤경을 등에 올리며 여유롭게 대꾸했다.

“하윤경 님을 데리고, 아무도 못 찾을 곳으로 가 숨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윤경 님을 최대한 지원하며 일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무슨 일을?”

“이 행성의 문명을 멸망시킬 준비입니다.”

“…엄청난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네.”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더스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그 일을 저지를 생각인데?”

“박유진 님은 하윤경 님의 기술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습니다.”

더스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하윤경 님의 지식이라면 이 행성을 무너뜨리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그건 제가 하면 그만입니다.”

“…하, 참 나.”

나는 더스트의 등에 업힌 하윤경을 바라봤다.

그녀가 폭탄인 건 알았지만 이 행성을 터뜨릴 폭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확실히… 내가 하윤경을 과소평가한 듯했다.

“그럼 내가 할 건 하나네. 너를 죽이고, 하윤경도 이참에….”

“저와 싸울 시간은 없을 겁니다. 박유진 님은 다른 일을 하시느라 바쁠 테니 말입니다.”

“바쁘기는 무슨. 지금 당장 너를…….”

나는 말하는 도중에 더스트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인 순간, 갑자기 지하 연구소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아니, 무언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것도 세 사람이 튀어나와 내 길을 막아섰다.

“아으으아아으악!”

“바, 바, 박유진! 박유진!”

“…으으으.”

“다들 오랜만이네요.”

나는 내 길을 막아선 세 존재를 바라봤다.

장수풍뎅이와 인간이 섞인… 아니, 이제 장수풍뎅이의 특징이 더욱 뚜렷해져 버린 정수민.

온몸에 칼날들이 돋아난 채 짐승처럼 완전히 이성을 잃게 된 이지현.

그리고 팔다리가 전부 기계가 된 채 몸 곳곳에 다량의 생명 유지 장치들을 설치한 조원선.

그 셋은 나를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크아아아!”

“박유진!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으면!”

“바… 박유…진. 으으으, 네가…….”

“솔직히 제가 뭘 그리 잘못했는지 모르겠거든요.”

나는 한숨을 쉬며 더스트와 하윤경 쪽을 슬쩍 바라봤다.

이에 더스트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과거의 인연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이 말과 함께 더스트는 하윤경을 데리고 산의 깊은 곳 안으로 도망갔다.

나는 쫓아가려고 했지만…….

“죽어! 죽어!”

이지현은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곧이어 정수민과 조원선도 똑같이 내게 달려들었다.

“후우우.”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지금 이 세 명은 전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이민아! 저 남자를 어서 쫓아가! 잡을 필요는 없으니까, 계속 쫓아가기만 해!”

“알겠어!”

이민아는 더스트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고민수 쪽을 바라봤다.

“고민수 씨는…….”

“나도 갈게. 윤경이를 혼자 둘 수는 없으니까.”

내가 뭘 말하기도 전에 고민수는 마도구를 이용해 이민아를 빠르게 쫓아갔다.

그렇게 두 사람은 더스트를 쫓아갔으나…….

“…저에게밖에 관심이 없으시군요.”

내 앞의 세 명은 이민아와 고민수에게 일절 관심을 안 보였다.

세 존재는 나를 계속해 증오스럽게 바라봤다.

“하아아. 이렇게 된 이상… 저희의 이 질긴 인연도 오늘 끝내도록 하죠.”

나는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정수민, 이지현, 조원선.

이 세 사람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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