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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24화 (224/240)

224화

* * *

“…어디 갔지?”

이민아는 더스트를 빠르게 쫓아갔다.

하지만 나무가 너무나 울창한 산속이라 더스트의 모습은 이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으음.”

이민아는 주위를 둘러봤으나 그 어디에도 더스트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냄새조차 안 남았기에 이민아는 정석적인 방법으로 찾는 걸 포기했다.

“내 감을 믿는 거야. 내 감을…….”

이민아는 눈을 감으며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다.

그녀는 안에 있던 늑대인간으로서의 본능을 조금씩 꺼냈다.

그리고 그 본능은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쪽.”

단순한 감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민아는 그 감을 믿고 왼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전속력을 다해서 달렸고, 이내 저 더스트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야! 거기서!”

“…역시 늑대인간인가.”

더스트는 더 빠른 속도를 내고자 했지만 늑대인간의 본능을 꺼내 든 이민아가 훨씬 빨랐다.

이민아는 어느새 더스트의 바로 뒤까지 따라잡았고, 이에 더스트는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렸다.

몸을 돌리며 그는 이민아의 머리를 향해 소총의 개머리판을 휘둘렀다.

“이제 안 도망칠 생각인가 봐?”

하지만 이민아는 더스트의 공격을 손쉽게 막았다.

한 손으로 날아오는 개머리판을 붙잡은 것이었다.

“늑대인간을 상대로 도망이 무의미하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더스트는 재빨리 이민아와 거리를 벌리며 대꾸했다.

“도망치는 것보다 차라리 빠르게 쓰러뜨리는 편이 더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나를 쓰러뜨릴 수는 있고? 방금 네 공격을 막아 보니까 네 힘이 생각보다 약한 것 같던데.”

“맞는 말씀입니다.”

더스트는 소총을 들어 올리며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걱정할 거 없습니다. 늑대인간 하나쯤은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하, 뭐라고?”

“방금 말씀처럼 저의 힘은 약합니다. 성령이 되었지만 근본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신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너 혹시 헌터였냐? 암만 봐도 이 정도 근력이면 상위권 헌터의 신체 능력…….”

“제 과거는 알 것 없습니다.”

더스트는 허리에서 검을 꺼내 소총의 총구에 가져갔다.

“저를 그저 한 명의 적으로 생각하고 싸우면 됩니다.”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이민아는 대답과 함께 모습을 더욱 변형시켰다.

손톱이 길게 자라났고, 몸 곳곳에 굵은 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잡을 필요 없이 쫓기만 하라고 했지만……. 몰라, 내 마음대로 해야지.”

이민아는 길게 자란 송곳니를 드러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더스트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옛날 생각나네. 내게도 비슷한 친구가 있었는데.”

“음?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스트는 등에 업혀져 있던 하윤경을 내렸다.

“먼저 가십시오. 도망쳐서 아무 데나 숨어 계시면, 제가 나중에 찾으러 가겠습니다.”

“나중에 오는 거지? 나 또 박유진에게 붙잡히기 싫거든.”

“걱정 마십시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알겠어.”

이 말과 함께 하윤경은 그대로 산의 아래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이민아는 피식 웃었다.

“아주 자신감이 넘치네. 네가 나와 박유진을 이길 자신이 있나 봐?”

“자신 있습니다. 물론 박유진 님은 신을 계속 쓰러뜨린 전적이 있지만… 사실 신들은 약합니다. 신들이 강한 이유는 그들이 신이기 때문입니다. 즉, 일반적인 인간의 공격이 안 통한다는 뜻이죠. 하지만 신의 기운 없이, 동일 선상에 놓으면… 신은 그렇게 강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럼 너는 강하다는 거냐?”

“조건에 따라 다르다만… 이런 식의 대인전에서는 저는 결코 약한 편이 아닙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과연 그럴지 지켜… 어?”

더스트가 눈앞의 이민아에게 집중하던 중.

옆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고민수가 마도구를 이용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정확히 말해 하윤경이 도망친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더스트는 총구를 고민수에게 겨누었으나 이민아는 재빨리 몸을 날려 총구를 붙잡았다.

“네 상대는 나야. 저분을 건들 거면 나부터 쓰러뜨려.”

“저 남자……. 그냥 죽였어야 했나.”

“근데 왜 안 죽인 거냐?”

이민아는 더스트에게 주먹을 날리며 말했다.

더스트는 소총으로 그 주먹을 막으며 뒤로 밀려났다.

“다른 신들은 사람들을 가차 없이 죽이던데, 너는 왜…….”

“같은 인간으로서 연민이라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으윽?”

더스트는 이민아를 향해 마탄을 발사했다.

이민아는 재빨리 몸을 날려 그 마탄들을 피했으나 그중 몇 발은 그녀의 몸을 스쳤다.

“늑대인간답게 빠르십니다.”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붙자, X발.”

“그럴 겁니다. 저 남자가 하윤경 님을 붙잡게 해서는 안 되니 말입니다.”

* * *

“크아아아아!”

“좀! 제발! 그만해라!”

나는 내게 달려드는 정수민을 피한 후 그의 눈을 향해 자바니아를 휘둘렀다.

하지만 내 공격은 조원선의 창에 의해 막혔다.

화르르륵!

곧이어 조원선은 불타기 시작한 창을 내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조원선 씨. 가족을 생각하세요. 저번에 확인했는데, 조원선 씨의 가족은 아직도 그쪽을 찾고자 하는…….”

“죽이겠… 너 때문에… 내, 내가 이, 이렇게…….”

“사람 말 좀 들으세요. 아니면 이제 머리까지 기계가 된 건가요?”

나는 조원선의 창을 피한 뒤, 그의 팔을 향해 자바니아를 내리찍었다.

하지만 기계로 이루어진 그의 팔은 칼날을 튕겨 냈다.

“박유진!”

“에라이.”

이번에는 이지현이 내게 냅다 돌진해 왔다.

나는 옆으로 피했지만…….

“윽.”

그녀의 몸 곳곳에 돋아난 칼날들이 내 손등을 스쳐 지나갔다.

“…재밌네.”

장수풍뎅이 남자.

온몸에 칼날이 돋아난 여자.

기계 인간.

전부 하윤경에 의해 탄생한 존재들이었고, 동시에 나를 증오하는 존재들이었다.

“하나만 묻죠. 대체 왜 저를 그렇게 싫어하는 건가요?”

“크어워아아아!”

“죽이겠어! 너만 없으면!”

“으으으…….”

“…대답을 바란 내가 바보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자바니아를 들어 올렸다.

이들을 빨리 처리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하윤경을 손에 다시 넣어야 했으니 말이다.

‘죽이는 거면 쉬워. 하지만 죽이고 싶지는 않아.’

잘못된 길에 들어선 인간들이었지만, 구해 내고 싶었다.

뭐, 애초에 그게 나의 일이기는 했다.

사람들을 구하는 거야말로 내 의무였다.

‘하, 나도 변하기는 했네.’

옛날이었으면 악인은 그냥 죽였을 텐데, 회귀 후의 경험들 탓인지… 일단 구하고 싶었다.

그러니 빠르게 이들을… 구해 낼 생각이었다.

“우선…….”

나는 조원선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에서 조원선이 가장 만만한 상대였다.

파지지직.

나는 내 주위로 전류를 불러냈다.

그리고 그 전류를 조원선을 향해 날렸다.

‘기계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니 그것만 어떻게 하면 무력화되겠지.’

예전에 만났을 때도 이 방식으로 조원선을 쓰러뜨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당연히 통할 줄 알았다.

“어?”

전류는 잘 날아갔다.

조원선의 가슴팍에 설치된 기계에 명중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조원선은 멀쩡했다.

아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죽이겠어! 너! 죽일 거야!”

“으윽.”

이지현이 돌진해 와 내게 몸을 날렸다.

코트 덕에 몸에 심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뒤로 밀려나며 문득 알 수 있었다.

‘이지현의 힘이 이렇게 강했었나?’

힘뿐만 아니었다.

지금 보니 이지현의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전보다 향상된 것이었다.

“크워아아아!”

“윽.”

이번에는 정수민이 내게 돌진해 왔고, 나는 그를 못 피했다.

그 돌진을 정면으로 맞은 나는 뒤로 날아가 근처의 바위에 부딪혔다.

“키아아아!”

“…X발.”

나는 욕을 중얼거리며 다시 돌진해 오는 정수민에게 전류를 날렸다.

이번에는 그냥 죽일 생각으로 강한 전류를 날렸다.

하지만 전류를 맞은 정수민은 주춤할 뿐, 별 타격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거였냐?”

정수민, 이지현, 조원선.

이 셋은 몇 개월 전, 하윤경의 연구소에서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그리고 오늘, 더스트의 등장과 함께 같이 다시 나타났다.

전부 전보다 훨씬 강해진 모습으로 말이다.

거기다 더스트는 괴수들의 신의 부하인 것을 생각하면…….

‘괴수들의 신이 이 셋에게 손 좀 썼나 보네.’

괴수들의 신이 뭐 하는 신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름에 걸맞게 내 앞의 세 명을 더욱더 괴수 같은 존재로 만든 듯했다.

‘정수민은 이제 인간보다 캅테리온에 훨씬 가까워졌고, 이지현은 이제 이성이 아예 안 남았고……. 조원선의 기계 신체는 훨씬 강해졌어.’

이 셋은 확실히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나 혼자서 이들을 제압하는 건 많이 힘들 듯했다.

‘하지만 아예 죽이는 거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힘 조절하지 않고 나도 날뛰면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끝날지 몰랐다.

그렇기에 어쩌면, 상황에 따라…….

“크키워아아아!”

“왜 안 죽는 거야! 죽어! 내가 너 때문에!”

“하아아, 어떻게든 되겠지.”

나는 전류를 불러내 자바니아 주위에 둘렀다.

그리고 그대로 전투를 이어 나갔다.

* * *

같은 시각.

“윤경아! 제발 좀 멈춰 봐!”

“꺼져, 고민수! 꺼지라고!”

하윤경은 도망치며 고민수에게 불꽃을 날렸다.

하지만 온갖 마도구로 무장한 고민수에게 그런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꺼지라고! 나 또 붙잡아서 박유진에게 데려갈 거면…….”

“적어도 정체 모를 놈과 같이 가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아니야! 절대 아니야!”

하윤경은 도망치는 걸 멈추며 고민수를 돌아봤다.

계속 뛰느라 지쳤는지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거야! 내가 평생을 해 오던 일을 반드시 완수를…….”

“그게 네가 원하는 일이 맞아? 네 의지로 하는 게 맞냐고?”

“당연하지! 내가 평생을…….”

“그게 너의 의지가 아닐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어? 단 한 번도?”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내 말을 딱 한 번만 들어 줘.”

고민수는 손을 내밀며 하윤경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너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윤경아. 그러니까 제발… 제발 이겨 내. 네 머릿속에 심어진 그 힘에 휘둘리지 마. 너의 진짜 의지를 찾아봐.”

“…나의 진짜 의지?”

“응, 분명 너는… 우욱?!”

고민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에서 피를 토해 냈다.

“…고민수?”

고민수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주저앉자 하윤경은 볼 수 있었다.

고민수의 등 뒤에 꽂힌 총검을 말이다.

“이미 기회는 한 번 줬습니다. 근데 이렇게 다시 나타났으니, 이번에는 확실히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고민수의 뒤에 나타난 더스트는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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