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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26화 (226/240)

226화

* * *

‘대체 이 인간은 뭐지?’

더스트는 이민아의 공격을 막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암만 생각해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늑대인간의 힘을 지닌 인간인 건 알겠어. 하지만 늑대인간이 이런 힘을 낸다고?’

더스트는 지난 세월 동안 수많은 적들을 상대했다.

그중 늑대인간들도 다수 포함이 됐었다.

그래서 더스트는 이 상황이 더더욱 이상했다.

‘늑대인간에게 물려서 늑대인간이 된 케이스는 아니야. 그랬으면 그냥 단순한 몬스터가 됐을 테니까. 이렇게 자신의 모습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늑대인간은…….’

더스트는 이민아가 내리친 주먹을 막은 뒤, 그녀의 배를 총구에 장착한 칼로 찔렀다.

칼날은 이민아의 배에 꽤 깊숙하게 박혔지만…….

“하, 이럴 수가.”

“크르르…….”

더스트가 칼날을 이민아의 배에서 빼내자마자 그녀의 상처는 곧바로 치료가 되었다.

마법과 같은 힘이 쓰인 게 아니었다.

이민아의 재생력이 그 상처를 3초 내로 완벽히 치료해 낸 것이었다.

“이제야 이해가 되네.”

“크아아아!”

“으윽?!”

이민아는 날카로운 손톱들로 더스트의 가슴을 찔렀다.

이에 더스트는 이민아를 쳐 낸 후, 그녀와의 거리를 재빨리 벌렸다.

‘이 정도의 치유 능력을 지닌 늑대인간은… 단 하나의 개체밖에 없었지.’

더스트는 헛웃음을 지으며 이민아를 바라봤다.

그녀의 덩치는 몇 분 전보다 더 커졌고, 그녀가 내는 힘의 위력 또한 훨씬 상승했다.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을 보니 완전한 늑대인간으로 각성한 듯했다.

“쉽지 않겠어.”

더스트는 이민아를 이길 자신은 있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는 부상을 입을 것을 각오해야만 했다.

‘어쩔 수 없나? 상대가 라이칸의 유전자를 지닌 상대이니……. 하윤경을 무사히 데려가려면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겠네.’

이렇게 판단을 내리며 더스트는 하윤경 쪽을 슬쩍 바라봤다.

그는 도망갈 준비를 하라고 하윤경에게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하윤경의 모습에 더스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하윤경……. 뭐지? 무언가 위화감이…….’

더스트는 하윤경 쪽으로 가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이민아가 다시금 달려들었다.

그래서 더스트는 전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 * *

“고민수……. 아아.”

더스트와 이민아가 전투를 다시금 시작한 그때.

하윤경은 고민수의 옆에 주저앉은 채 손을 떨었다.

“죽는 거야? 진짜로 죽어?”

하윤경은 지금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이성은 이게 맞는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고민수는 분명 차후에 방해가 될 터였으니 지금 죽게 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감정은 그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

하윤경은 고민수가 죽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그 마음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게 하는 게 맞는데…….”

하윤경은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심지어 자신의 가족을 죽일 때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게 맞는 일이었기에 그랬다.

인류의 진화를 위해 당연히 그녀가 했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금, 인류를 위해 고민수를 죽게 하는 게 맞았다.

“맞는데, 맞는데……. 왜…….”

하윤경은 죽어 가는 고민수를 보며 몸을 더욱더 떨었다.

그리고 동시에 수십 년 전의 기억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니까 윤경아. 너는 장애인은 전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오빠. 그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들리잖아.’

‘근데 맞잖아, 크큭.’

‘그치. 장님에게 눈을 만들어 주고 싶고, 팔다리 없는 사람들에게 의수와 의족을 만들고, 걷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보조 기구를…….’

‘그런 건 내가 할 테니까, 너는 생물 쪽 분야에 집중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게다가… 인류를 위해서라면 생물만 하면 부족해. 기계에 대한 지식도 필요할 거야.’

어렸을 적, 그녀가 고민수와 나눴던 대화.

어째서인지 그 대화가 이 순간 떠올랐다.

‘인류를 위해서라…….’

‘응, 인류를 위해. 나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거든.’

‘쉽지 않을 거 같은데. 게다가 그… 네 집안의 성향이 애초에…….’

‘상관없어. 나는 내 길을 갈 거야. 그러니까 오빠. 오빠도 나 도와줄 거지? 내 가족이 나를 쫓아내면…….’

‘걱정 마.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계속 내가 도와줄 거야.’

하윤경의 가족들은 항상 그녀를 부정했으나 고민수는 항상 그녀를 긍정해 줬다.

그 기억이 하윤경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를 막아서던 가족은 내가 전부 죽였어. 근데 고민수는… 나를 막아설 사람인데……. 이렇게 죽으면…….’

하윤경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홀린 듯이 마법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죽지 마. 너는 죽지 마. 너는… 오빠는… 죽지 말아 줘.”

하윤경은 고민수의 상처를 향해 치료 마법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본인이 왜 이러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을 못 했다.

그저 살리고 싶었다.

“내가 왜…….”

하윤경의 가족은 항상 그녀를 부정했으나 고민수만은 그녀를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고민수가 죽으려 하자 잊고 있던 그 기억이 다시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었다.

“…아니야. 살려. 살릴 수 있어. 마법을 잘만 쓰면……. 어?”

고민수를 치료하던 도중, 하윤경은 그의 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마법만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의 부상이면… 연구실을 이용해야 하는데…….”

하윤경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그녀는 고민수를 데리고 자신의 지하 연구실로 가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 방법이 안 떠올랐다.

‘순간 이동 마법? 아니야. 지금 민수 오빠의 상태라면 그걸 했다간 죽을 거야. 마법으로 옮겨야 되는데, 연구실이 너무 멀어. 그 마법으로 옮기면서 거기까지 가면 너무 늦을 거야.’

하윤경의 입장에서 마땅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든 걸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야, 너 뭐 하냐?”

“…어?”

“너 뭐 하고 있냐니까? 그리고 고민수 씨는 무슨……. 네가 저렇게 한 거냐?”

“바, 박유진?”

“어, 나다, 인마. 됐고, 대답이나 해. 고민수 씨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 * *

정수민, 이지현, 조원선.

그 셋을 제압한 후, 나는 바로 전투가 일어나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아니, 이민아……. 저건 뭔…….’

거의 완벽하게 각성을 마친 이민아의 모습이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완벽히 각성한 것은 아니었다.

약 80% 정도의 각성을 마친 것이었고, 보니까 아직 각성한 힘을 완전히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각성을 했다는 것 그 자체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나는 덩치가 더욱 커지고, 점점 늑대인간, 아니, 최강의 늑대인간, 라이칸에 가까워진 이민아를 바라봤다.

회귀 전에 비하자면 아직 그 힘은 많이 약해 보였지만 확실히 비슷한 모습이 되는 중이었다.

근데 저 정도로 각성시키려면 무슨 커다란 사건이 있어야 했다.

정확히는 계기가 있어야 했다.

이민아가 내면의 힘을 폭발시킬 계기가 있어야 했는데, 더스트가 그 계기가 됐을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음?”

주변을 둘러보던 중, 근처에 있던 또 다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고민수,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하윤경이었다.

“아니, 무슨…….”

처음 봤을 때 고민수가 죽은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는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있었다.

그래, 진짜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내 경험상, 저런 부상을 당한 인간들은 몇 분 후에 죽음을 맞이했었다.

“야, 너 뭐 하냐?”

나는 고민수와 하윤경 쪽으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나의 접근을 눈치 못 챈 건지 하윤경은 내 등장에 상당히 놀란 모습이었다.

“바, 박유진?”

“어, 나다, 인마. 됐고, 대답이나 해. 고민수 씨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내, 내가 한 게 아니야! 더스트, 저 남자가…….”

“…잠깐만. 너 눈빛이…….”

하윤경은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을 자세히 보면 전과 확실히 달라진 게 보였다.

내가 기억하는 하윤경은 항상 광기에 가득 차고, 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빛을 지닌 사람이었다.

‘근데 왜… 지금은 눈빛이 멀쩡해진 거 같지?’

하윤경의 눈에 늘 보이던 광기가 이제 더 이상 안 보이고 있었다.

현재 그녀의 눈빛에는 간절함만이 있었다.

아마 고민수를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인 것만 같았다.

‘제정신을 차린 건가? 괴수들의 신인가 하는 놈이 하윤경의 머릿속을 건든 게 원래대로 돌아온 거면…….’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하지만 하윤경의 외침에 나는 이내 그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박유진! 도와줘! 이대로 가다가는 민수 오빠가 죽어! 지금 내 연구실로 가서 치료를 해야 살릴 수 있어!”

“…네가 고민수 씨를 살리겠다고?”

“응! 내가 살릴 테니까 제발…….”

“내가 어떻게 너를 믿어? 네가 도중에 도망치거나, 아니면 고민수 씨의 몸으로 이상한 짓을 안 할 거라는…….”

“한 번만 믿어 줘! 제발! 뭐든지 할게! 뭐든지 할 테니까, 제발 고민수를……. 내가 안 살려도 되니까 네가 뭐라도 해서 살려 줘!”

하윤경은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 보였다.

진짜 말 그대로 회귀 전과 후를 통틀어서 하윤경이 이렇게 간절한 모습을 보인 적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그녀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결코 거짓을 말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밑져야 본전이겠지.”

지금 고민수의 상태가 심각한 건 맞았다.

이대로 놔두면 결국 죽게 되고, 지금 고민수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하윤경이 현재 유일했다.

그렇기에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이민아! 이쪽으로 와!”

나는 더스트를 일방적으로 패고 있던 이민아를 불렀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이민아를 부르는 건 위험해 보였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나는 회귀 전에 이민아를 수도 없이 진정시켰다.

그 경험만 이용하면 충분히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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