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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27화 (227/240)

227화

더스트는 눈앞의 늑대인간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상대를 살피고 있었다.

‘패턴은 전부 파악했어.’

소총으로 이민아의 공격을 막으며 더스트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언제, 어디를, 그리고 어떻게 공격할지 이제 전부 눈에 보여. 이제 그거에 맞춰서 반격을 하면 되겠어.’

더스트는 이민아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인정했다.

그도 그럴 게, 이민아는 평범한 늑대인간의 유전자를 받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라이칸의 유전자. 심지어 라이칸의 유전자만 넣은 게 아니야. 온갖 몬스터들의 유전자를 다 섞어 놓았어.’

이민아는 빠르게 움직여 더스트의 머리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더스트는 이러한 이민아의 공격을 전부 예측했다.

그는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이민아의 손을 쳐 낸 후,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빨리 끝내자.’

더스트는 이민아를 쓰러뜨릴 준비를 전부 마친 상태였다.

그는 이제 다시금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는데…….

“이민아! 이쪽으로 와!”

근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였다.

‘언제 온 거지?’

더스트는 박유진을 당황스러운 표정을 바라봤다.

이민아와의 전투에 집중한 탓에 더스트는 그가 이 근처에 도착했다는 사실 자체를 눈치 못 챘었다.

‘…뭐지?’

박유진을 바라보던 더스트의 눈에 이내 다른 광경이 들어왔다.

바로 고민수를 어떻게든 치료하려는 하윤경의 모습이었다.

‘저 여자는 왜 저 남자를 치료하는 거지?’

더스트가 아는 바에 의하면 하윤경은 고민수를 죽이면 죽였지, 절대 살리지 않을 터였다.

오직 주어진 목적을 위해, 괴수들의 신이 시킨 일만을 위해 뭐든 할 하윤경이었다.

계획에 방해가 될 일을 하윤경은 결코 하지 않을 터였다.

‘…설마 위대하신 분의 힘을 스스로 이겨 낸 건가?’

더스트의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그것 외에는 지금의 상황이 설명이 안 되었다.

‘근데 박유진, 저 인간은 또 뭐 하는 거지?’

하윤경과 고민수 옆의 박유진과 이민아.

그 두 사람이 보이는 광경도 꽤 특이했다.

‘이 세계의 인간들은 뭔가 참 특이하네.’

원래 같았으면 더스트는 바로 공격을 시작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눈앞의 특이한 광경에 그는 자기도 모르게 말없이 구경을 시작했다.

* * *

“자, 자. 진정해, 인마.”

“크르르.”

“이빨 세우지 말고. 그거 위험해.”

나는 천천히 이민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민아는 그런 나를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완전히 본능에 먹혔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이민아가 아닌, 그저 한 마리의 늑대인간이었다.

하지만 문제 없었다.

이런 상황을 겪은 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착하지? 내 말 잘 들어 봐.”

나는 이민아의 얼굴을 향해 손을 가져갔다.

각성을 거의 완전히 한 이민아의 키는 나보다 커진 상태였다.

거기다 손톱은 더욱 길고 날카로웠고, 심지어 송곳니도 눈에 띄게 길어져 있었다.

‘그래, 이게 라이칸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인간의 모습이지.’

나는 이민아의 볼을 조심스럽게 만졌다.

“네 이름을 떠올려. 너의 인간 이름을 떠올려. 너는 짐승이나 몬스터 따위가 아니야. 너는 인간이야. 너의 그 힘에 너 자신을 뺏기지 마.”

“…크르르르.”

“너는 이민아야. 늑대인간이니 라이칸이니, 그런 몬스터가 아니야. 너는 인간이고,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인 이민아야.”

“…….”

내 말에 이민아는 아무런 반응을 안 보였다.

그러다가 이내 그녀는 내 손을 쳐 내더니 내 쇄골 쪽을 물었다.

“으윽.”

“크르르르.”

“자, 자. 으윽……. 착하지?”

상당한 통증이 느껴졌으나 나는 애써 그 통증을 무시한 채 미소를 지었다.

“진정해. 너는 짐승이 아니야.”

“으으으.”

“너는 인간이야.”

나는 이민아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이민아는 나를 더 세게 물었으나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잠시 뒤.

“…아.”

이민아는 놀란 표정으로 내게서 입을 떼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에 꽤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아, 으, 어어…….”

“정신 좀 들어?”

“아아, 아아아.”

“아직 말을 할 상태는 아닌가 보네. 그래도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된 거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이성을 되찾았네. 잘했어, 민아야.”

나는 이 말과 함께 내 입술을 이민아의 입술 쪽으로 가져갔다.

내 피로 범벅이 된 이민아의 입술에 말이다.

“으아에?! 아아아?!”

내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자 이민아는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다시금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이민아,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니… 아까 그 지하 연구소 쪽 기억하지? 하윤경과 고민수 씨를 그쪽으로 빠르게 데려가 줘.”

“…에?”

“그냥 해 줘.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테니까, 부탁할게.”

“으으음?”

이민아는 고개를 갸웃하며 하윤경을 수상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니까 데리고 가. 어서.”

“…으으응.”

내 말에 이민아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수와 하윤경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민아가 그 두 사람을 데리고 출발하기 전에 나는 하윤경에게 말했다.

“고민수 씨를 꼭 살려라. 알겠지?”

“그럴 거야. 당연히… 당연히 살릴 거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이민아는 출발했다.

그렇게 그 세 사람이 산속으로 사라진 뒤.

“조용히 기다려 줘서 고맙다.”

나는 아까부터 우리를 구경하던 더스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중에 공격할 줄 알았는데, 안 했더라?”

“재밌는 구경이라서 차마 방해할 수 없었습니다.”

더스트는 어딘가 씁쓸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인간과 늑대인간의 사랑……. 이건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닙니다.”

“사랑이라……. 뭐, 사랑이라 부르지 않기도 애매…….”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주십시오. 괜히 저처럼 후회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너도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나 봐?”

“있었습니다. 늑대인간은 아니지만, 짐승과도 같은 친구였습니다. 물론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말입니다.”

더스트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이내 소총을 다시금 들어 올렸다.

“잡담은 이쯤에서 그만합시다. 이제 해야 할 일을 마저 합시다.”

“서로를 죽이는 것 말이지?”

“그렇습니다. 빨리 끝내도록 합시다.”

“좋지. 근데 시작하기 전에, 뭐 하나만 묻자.”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며 물었다.

“너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지?”

“그렇습니다.”

“그 세계는 멸망했냐?”

“…멸망한 지 오래됐습니다.”

“신에 의해서?”

“…….”

내 질문에 더스트는 대답을 안 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보니 내 추측이 맞는 듯했다.

“네가 지금 따르는 그 신……. 혹시 네가 강제로 그 신을 따르는 거면…….”

“말씀은 그쯤 해 주십시오.”

더스트는 내 말을 끊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까 전보다 훨씬 더 씁쓸해 보이는 미소였다.

“저는 주어진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그리고 박유진 님. 저를 진심으로 동정한다면… 최선을 다해 저를 죽여 주십시오.”

“너를 구할 방법은 죽음뿐이라는 거냐?”

“저를 죽일 수 있으면… 제발 저를 죽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른 방법은 진짜 없어?”

“저를 죽이는 게 좋은 겁니다. 저를 죽이는 데 실패하면, 박유진 님의 주변 사람들이 다음으로…….”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건 몰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거든.”

“그 마음을 잘 압니다. 물론… 저는 지키는 데 실패했지만 말입니다.”

더스트 또한 헛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그런 후, 그는 소총의 총구를 내게 겨누었다.

“시간 아까우니, 단번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편이 내게도 좋겠다.”

나는 내 주위로 전류를 불러내 자바니아에 그 전류를 전부 집중시켰다.

그리고 동시에 더스트의 총에도 어떠한 힘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마력인가?’

더스트의 체내에 있던 모든 마력이 소총에 흡수되는 중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양의 마력이었다.

‘나를 마탄 한 발로 죽일 생각인가 보네.’

말 그대로 일격에 나를 끝장내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망설일 것 없었다.

“한 번에 끝내자.”

나는 더욱더 많은 전류를 칼날에 집중시켰다.

이에 더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바입니다.”

더스트의 소총에 더더욱 많은 마력이 모이는 게 보였다.

이에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이기려면 마탄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해.’

나는 내 전투화를 슬쩍 바라봤다.

고민수가 만들어 준 이 전투화를 이용하면 잠시나마 총알보다 빨라질 수 있었다.

나는 전투화에 있던 버튼을 빠르게 눌렀다.

그리고 그사이에 자바니아에 담을 수 있는 전류가 최대치에 도달했고…….

우우웅―

더스트의 총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무래도 저쪽도 일격을 날릴 준비가 된 듯했다.

“후우우.”

나는 잠시 숨을 내쉰 뒤, 이내 더스트를 향해 도약했다.

그리고 내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더스트가 방아쇠를 당기는 게 보였다.

‘마탄보다 빠르게 움직여서 피해야 해.’

마탄이 날아오는 궤적이 예상되었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몸을 숙여 날아올 마탄을 미리 피했고…….

“크윽.”

마탄이 내 왼쪽 어깨를 스쳐 지나갔다.

내 어깨 쪽이 완전히 날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만 나는 몰려오는 고통을 이 악물고 참았다.

그리고 나는 더스트를 향해 그대로 달려갔다.

자바니아로 그를 단번에 끝낼 목적으로 말이다.

쾅!

“크어억!”

거대한 폭음과 함께 나는 자바니아를 더스트의 심장에 찔렀다.

1초도 안 되는 순간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허억, 허억, 허억…….”

나는 내 어깨를 바라봤다.

더스트가 쏜 마탄이 내 코트를 뚫고 나아가 내 왼쪽 어깨에 말 그대로 구멍을 낸 상태였다.

‘못 피했으면 내가 죽었겠네.’

어깨에서 상당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나는 내 부상을 무시했다.

지금 중요한 건 더스트가 죽었는지…….

“하하……. 미친 놈. 마탄을 피하네.”

“…심장이 꿰뚫렸는데도 살아 있네?”

“곧 죽을 거야, 크큭.”

더스트는 자바니아가 박힌 자신의 가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피를 엄청나게 흘리는 상황임에도 그는 어째서인지 편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진심으로 싸웠고, 너에게 패배했어.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어.”

“죽는 거냐?”

“죽어야지. 그리고… 드디어 죽을 수 있네.”

더스트는 손을 힘겹게 들어 내 어깨 위에 올렸다.

“너는 내 꼴 나지 말고… 주변 사람들을 꼭 지켜라.”

이 말을 끝으로, 검은 군복을 입은 사내는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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