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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29화 (229/240)

229화

* * *

회귀 전, 이민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녀가 늑대인간의 힘을 쓸 때마다, 내가 그 자리에 없으면 아군이 반드시 다치게 되었다.

어째서 나만이 그녀를 통제할 수 있던 건지는 몰랐다.

내가 그녀를 처음으로 제압했던 것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그녀를 처음으로 구했던 인간이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민아가 늑대인간의 힘을 발휘하면 유일하게 내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이민아가 가는 곳에 내가 꼭 함께하게 되었지.’

처음에는 귀찮았지만 같이 다니다 보니 우리 둘은 가까워졌다.

그것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가까워졌다.

그렇게 잘되는 건가 싶었는데, 이민아가 어느 날 내 통제를 벗어나게 되었다.

통제를 벗어나 선을 넘어 버렸다.

그로 인해 나는 이민아를 두려워하게 되었고, 그녀 또한 죄책감에 나를 더 이상 만나지 않았다.

아니, 만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방 밖으로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민아의 가족이 거하게 일을 내서, 이민아는 완전히 폐인이 되었지.’

후회했다.

이민아를 외면해 그녀를 못 도와준 것을 후회했다.

그녀가 완전히 무너질 동안 손을 못 내민 것을 후회했다.

그래서 회귀하고, 기운 넘치게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너무 기뻤다.

실수할까 봐 당시에 최대한 감정을 억눌렀지만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끌어안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었지.’

회귀 전의 잔재가 내 기억에 그대로 있었다.

그것 때문에 회귀 후, 이민아에게 일정 이상으로 다가가기 무서웠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두려움을 최대한 이겨 내며 계속 이민아에게 다가갔고…….

“…으에? 아아아그으?”

“뭐냐, 그 표정은?”

나는 피식 웃으며 이민아의 입술에 또다시 내 입술을 가져갔다.

몸이 살짝 떨리기는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을 뿐.

몸의 떨림, 그리고 내면에 있던 두려움이 점차 사라졌다.

‘나도 어느새 극복한 건가?’

지금 이민아의 모습은… 내게 두려움을 심어 줬던 그때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했다.

내 트라우마가 다시금 떠올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몸 상태가 이 꼴이라서 그런가?’

몸이 아프고, 동시에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그 때문인지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 힘들었다.

이성과 감정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뭐, 상관없나.’

가끔은 몸이 가는대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보고 싶었어. 많이 보고 싶었어.”

나는 이민아를 바라보며 회귀 전에 하고 싶었던 말들을 했다.

“항상 고마웠고… 진짜 미안했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에?”

내 말에 이민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마치 내가 뭔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긴, 저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지금 내가 하는 말은 회귀 전의 이민아에게 했어야 했던 말들이다.

그 사실을 나는 머리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감정은 이렇게라도 이민아에게 말하라고 하고 있었다.

이렇게라도 내 안에 묵혀 뒀던 모든 말들을 하고 싶었다.

“너를 절대 싫어한 적 없어. 그냥 내가 약했던 것뿐이야.”

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이민아를 바라봤다.

이민아는 의문스럽다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내 얼굴 쪽으로 가까이 끌고 왔다.

이민아라면 내 손길을 충분히 뿌리치고도 남았겠지만,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끌려와 줬다.

“오히려 너를 엄청 좋아해. 표현을 안 했지만, 늘 그랬어.”

이 말과 함께 나는 이민아의 입술에 또다시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한 행동이었다.

“…….”

이러한 나의 말과 행동에 이민아는 잠시 몸이 굳었다.

그녀는 잠시 말없이 나를 내려다봤고, 나는 그런 그녀를 미소를 지은 채 올려다봤다.

그러다가 이내 이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근처에 있던 나무로 가 머리를 그 기둥에 내리찍었다.

“…너 뭐 하냐?”

“으으……. 네, 네가… 나으아쁜 거야.”

이민아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천천히 말했다.

아직 말을 하기 어려운 상태인지 발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 내용을 알아듣기에는 충분했다.

“내가 나쁘다는 건 무슨…….”

“시끄으리워. 다 너 때무니구…….”

이민아는 내게 다시금 다가와 이번에는 그녀가 내 입술에 키스를 해 왔다.

그런 후, 그녀는 대뜸 나를 안아서 들어 올렸다.

“음? 이민아? 뭐 하는…….”

“버텨. 빨리… 이동할게…….”

이 말과 함께 이민아는 나를 든 채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나를 데리고 어디로 가나 싶었는데…….

‘아, 하윤경의 연구소 방향이구나.’

나는 내 왼쪽 어개를 슬쩍 바라봤다.

이 상태면… 지금 가서 바로 치료받으면 어떻게든 될 듯했다.

나는 미소를 지은 채 이민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그녀의 몸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어째 평소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 * *

“치료는 다 됐어. 어깨가 완전히 재생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만 들이면 완전히 재생한다는 게 중요하지.”

몇 시간 후.

나는 하윤경의 지하 연구실에서 수술을 마치고 나왔다.

“그러니까 내 어깨에 이 기계만 올려놓으면 된다는 거지?”

“하루 정도 계속 올려놔야 할 거야. 그러니까 다 치료될 때까지 어디 나가지 말고 이 지하 연구소에 있도록 해.”

“알겠어, 인마. 알겠어.”

나는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고민수 씨는 무사하지?”

“살려 놨어. 지금 다른 방에서 안정을 취하는 중이야.”

“깨어나시겠지?”

“아마 오늘 내로 깨어날 거야. 내가 완벽히 치료를 해 놨거든.”

“고생했어.”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하윤경에게 말했다.

그러다가 나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보다 너, 제정신으로 돌아온 거지?”

“뭐, 당장은 제정신이지.”

“당장은?”

“언제 또 내 머릿속이 이상해질지 모르거든.”

하윤경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당장은 내 머릿속이 맑아진 느낌이야. 그냥… 내가 그동안 무슨 짓을 했는지 객관적으로 보이고, 그게 잘못됐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어. 근데… 내 머릿속에 심어져 있는 무언가가 아직 있는 느낌이야.”

“그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면…….”

“아마 네가 아는 그 미친년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지. 그러니까 내 머릿속을 그 전에 완벽히 고치는 게 좋을 거야.”

“그건 나중에 고민수 씨에게 맡겨. 보니까 그 해결책을 이미 찾으신 거 같더라고.”

“역시 민수 오빠네. 그 오빠는… 언제나 해결책을 만들어 왔으니까.”

하윤경은 왠지 씁쓸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나는 문득 든 의문을 그녀에게 물었다.

“근데 어떻게 제정신을 되찾은 거냐? 네 머릿속에 광기를 심어 놓은 건 신적인 존재일 가능성이 꽤 높아. 근데 그런 힘을 어떻게 몰아내고…….”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몰라. 그냥 민수 오빠가 죽는 모습을 보기 싫었어.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머릿속이 맑아지더라고.”

“간절한 마음이 변화를 일으켰나 보네.”

나는 하윤경을 자세히 살폈다.

특히 그녀의 눈을 더욱 자세히 바라봤다.

‘더 이상의 광기가 안 보여.’

너무나도 선하고, 너무나도 올곧은 눈빛이었다.

아마 고민수가 말하던 하윤경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었다.

“제정신을 되찾아서 다행이네…요, 하윤경 씨.”

“뭐야? 갑자기 왜 존댓말이야?”

하윤경은 피식 웃으며 나를 바라봤고, 이에 나는 멋쩍은 듯이 미소를 지었다.

“광기에 잡아먹힌 하윤경은 제가 경멸했지만, 멀쩡하고 선한 천재인 하윤경은 존경할 만하죠.”

“나는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야.”

하윤경은 한숨을 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제정신을 되찾았다고 해도, 내가 저지른 짓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네, 그렇기는 하죠. 신에 의해 놀아났다고 해도 하윤경 씨가 저지른 짓들은… 무시하기 힘들죠.”

“나도 알아. 솔직히 내 의지로 한 게 아니라 억울하기는 하지만, 내 손으로 한 건 맞으니까.”

하윤경은 또다시 한숨을 쉰 뒤, 내 쪽을 바라봤다.

“내 죗값을 치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건 저도 모르죠. 하지만 이 모든 일의 원흉에게 복수할 방법은 있죠.”

나는 조금 진지하게 말했다.

“아마 저는 조만간 마지막으로 신과 싸우게 될 거예요. 그리고 지금까지 상대했던 신들보다 아마 훨씬 강하겠죠. 그 신을 상대하는 데, 하윤경 씨가 평생 연구해 온 지식이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하윤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걸 준비하면 되는 거지?”

“협조해 주면 제 입장에서 매우 고맙겠죠.”

“쉬고 있어. 네가 원하는 걸 준비하고 있을게.”

“고마워요. 아, 그리고 말이에요.”

나는 자리를 뜨려는 하윤경을 불러 세우며 말했다.

“제가 지하에 가둔 세 사람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최대한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볼게.”

하윤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저지른 짓이니, 내가 어떻게든 책임져야지. 아마 정수민과 이지현은 원래의 모습으로 최대한 되돌릴 수 있을 거야. 근데 조원선은…….”

“네, 조원선은 힘들겠죠. 피부가 다 불타고, 팔다리가 다 떨어져 나갔으니까요.”

“피부는 어떻게든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팔다리는……. 그치. 가장 좋은 기계 팔과 기계 다리를 만들어 주는 것 말고는 어떻게 못 하지.”

하윤경은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해 볼게. 너는 쉬고 있어.”

“네, 그러도록 하죠.”

“그래, 그리고… 아, 맞다. 너 쉬기 전에, 밖에 나가서 민아, 그 친구 좀 봐 줘.”

“아.”

“걔에게 잘 좀 말해 봐. 아까 보니까 민아는, 음, 뭐랄까……. ‘고백을 받았는데 앞으로의 관계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여자애’의 표정이었거든.”

“…꽤 구체적이네.”

“남 이야기 같지가 않았거든.”

하윤경은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그동안 자주 보인 광기에 물든 미소가 아니었다.

참으로 순수하고 따뜻한 미소였다.

회귀 전과 회귀 후를 통틀어 하윤경이 이런 미소를 짓는 걸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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