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33화 (233/240)

233화

【 신들과의 대화 】

나는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다.

일단 그녀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푸른 빛으로만 형상을 이룬 여자였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아름답게만 보였다.

“나랑 단둘이서 이야기 나누고 싶었나 봐?”

“맞아. 이렇게 따로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나을 거 같았거든.”

엔드리온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 바로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었어. 근데 그 늑대인간 친구? 그 친구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면 네가 조금 귀찮아지지 않을까 싶었거든.”

“뭐, 귀찮아지기는 했겠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른빛으로 이루어진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으면 이민아는 확실히 내게 설명을 요구했을 거다.

물론 설명 자체를 할 수는 있었겠지만 여러모로 귀찮기는 했을 거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혼자 나타났네. 지난번에는 커다란 거미분과 함께 나타나지 않았었나?”

“이번에는 급하게 온 것이거든. 너에게 빠르게 전달할 소식이 있어.”

“좋은 소식은 아니겠지?”

“아니지. 오히려 그 반대야. 나쁜 소식, 그것도 아주 나쁜 소식이지.”

“나쁜 소식이면… 괴수들의 신이 직접 이곳으로 오기라고 하는 거냐?”

나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하지만 내 말에 엔드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괴수들의 신이 곧 이 행성에 모습을 드러낼 거야.”

“…에라이. X 됐네.”

엔드리온의 말에 나는 욕을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직접 온다고? 진짜로?”

“100% 확실한 건 아니야.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지.”

“그놈은 왜 직접 여기까지 온다는 거래? 고고하신 신이 직접 움직인다고?”

“그만큼 몰려 있다는 의미지.”

“대체 왜 몰려 있는 거야? 쓸 수 있는 패가 다 떨어지기라도 했나?”

이번에도 별생각 없이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엔드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네가 명부 신들을 전부 막아 내면서 그 신은 수단이 다 떨어지게 되었지.”

“아니, 명부 신들을 전부 막아 낸 것 때문에 직접 여기까지 온다고?”

“설명하자면 복잡해. 그가 직접 움직이게 된 이유를 말하려면 신들의 규율부터 전부 설명해야 되거든. 나는 여기에 오래 있을 수 없으니, 당장은 그걸 설명 못 해 줘.”

“알겠어. 그러니까 결론은 괴수들의 신, 그 작자가 곧 나를 직접 찾아온다는 거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 그리고 그게 너의 최후의 싸움이 될 거야.”

엔드리온은 이 말을 끝으로 잠시 뜸을 들였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우리 신들이 너를 크게 도울 방법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사과할게. 너를 회귀시킨 분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하더라.”

“미안할 건… 뭐, 없지. 회귀를 시켜 줬는데, 이 정도는 감당해야 하는 거니까.”

그래, 고생하는 것에 대해서 딱히 불만은 없었다.

모든 걸 잃은 인생에서 잃을 게 많은 인생이 되었으니 말이다.

“됐고, 그 괴수들의 신은 어떤 식으로 나를 공격해 올지 알아?”

“흐음……. 그 질문에 대한 확실한 답은 못 해 주지만……. 괴수들의 신은 지금까지 이런 침략을 몇 번 했었어. 그리고 그때마다 그가 쓴 방법은 비슷했어.”

엔드리온은 천천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괴수들의 신이라는 이름답게, 그는 수많은 몬스터들을 이끌고 행성을 침략하는 방식을 이용해.”

“수많은 몬스터들을 이용해 공격해 온다……. 오케이, 알겠다.”

“그리고 네가 또 참고할 만한 정보는… 괴수들의 신 본인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야. 그가 지닌 무력 자체는 신들 사이에서 평범한 편… 아니, 상위 신들의 기준으로 봤을 때, 오히려 평균 이하지.”

“데리고 오는 몬스터보다, 그냥 괴수들의 신만 딱 노리라는 거지?”

“맞아. 괴수들의 신이 강한 건 그가 부리는 몬스터들의 수가 엄청나다는 것. 그리고 그는 그 몬스터들의 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야.”

“적의 머리만을 노린다……. 그러니까 적의 머리만 암살하면 되는 건가?”

나는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머릿속에 수많은 전략들이 생각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 중 현실적인 방안은 의외로…….

“어떻게 대처할지 벌써 생각 중인 거야?”

“여러 가지 방법들이 떠오르는 중이거든. 아마 이 중 분명 괜찮은 방법이 있을 거 같아.”

“너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겠지. 근데 그 생각은 조금만 이따 하고, 너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 하나 더 있어.”

“음? 뭔데?”

“신의 기운……. 너는 그걸 직접 만들려고 하고 있더라?”

“…만들면 안 되는 건가?”

“만드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어.”

하지만, 이라고 엔드리온은 말을 계속했다.

“그것이 안전한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하윤경은 내가 봤을 때 이 나라에서, 아니. 어쩌면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 중 한 명이야. 제대로 만들면, 위험성은 적지 않을까?”

“박유진, 지금 네가 하려는 행위는 그 어떠한 인류가 시도한 적 없는, 아니. 시도는 많았지. 하지만 너는 그걸 실제로 성공할 거 같고……. 그러면 최초가 되는 거겠지.”

“신이 된 최초의 인간 말하는 거지?”

“지금까지 인간이 신이 된 경우는 없었어.”

엔드리온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래곤이나 거인 등… 특정 종족은 신이 될 잠재력 자체를 지니고 있지만, 인간은 아니야. 인간은 그 한계 자체가 뚜렷해서 신이 될 수 없어. 해 봤자 더스트처럼 성령이 되는 게 전부지. 네가 하려는 짓은 그 누구도 한 적이 없는 짓이야.”

“그래서 위험하니까 나를 말리려는 거야?”

“박유진, 나를 너를 계속 봐 왔어. 그래서 나름 정이 생기기도 했고.”

엔드리온은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신을 상대하는 거면, 우리의 힘을 빌려줄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빌려준 신의 기운으로 싸우면 충분히 승산이…….”

“맞아. 너희들의 힘을 빌리기만 해도 싸움이 성립하지. 게다가 그편이 더 안전하고.”

나는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너희들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만약 괴수들의 신이 손을 써서, 나와 너의 연결을 끊는다면? 그렇게 되면 내가 분명히 패배하겠지.”

“그렇겠지. 그렇지만 애초에 그런 상황이 있을 리가 없어. 너와 신들의 연결은 절대 끊기지…….”

“절대라는 건 없어.”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회귀라는 말도 안 되는 일도 일어나는 세상이야. 그러니 최악까지 생각해야지.”

“최악을 고려하다가 더한 최악의 상황이 올지도 몰라. 애초에 신의 기운을 만들어서 네가 쓴다는 게…….”

“걱정 마. 이건 내게 있어서도 최후의 수단이니까.”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인공적의 신의 기운……. 그건 나도 가능하면 쓰고 싶지 않아. 네 말대로 상당히 위험한 일이니까.”

“최후의 수단이라…….”

“일단 너희들이 빌려주는 힘을 계속 쓸 거야. 근데 상황이 이상하게 꼬이면… 그때 써야지.”

“그런 거라면… 그래. 그렇게까지 상황이 꼬이면 쓰는 게 맞겠지.”

엔드리온은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일단 너를 믿도록 할게. 뭐, 애초에 너 말고 믿을 인간은 지금 없지만 말이야.”

“너무 믿지 마. 지금까지 명부 신들 따위도 겨우겨우 잡은 놈이야.”

“…명부 신들 따위라고?”

엔드리온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명부 신들은 신들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신들이야. 그들이 괜히 괴수들의 신의 직속 부하들이 아니라고.”

“…명부 신들이 강한 거면, 너희 신들이라는 존재는 도대체 얼마나…….”

“우리는 전지전능한 존재들이 아니야. 엄청나게 강한 존재들도 아니고. 우리의 역할은 신의 힘으로 필멸자들을 이끌어 주는 것에 불과하거든.”

“…내가 신에 대해 갖고 있던 인식을 조금은 고쳐야겠네.”

나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괴수들의 신이 곧 온다. 그 말을 전하려고 한 거지?”

“응, 그리고 할 말을 다 전했으니 이만 갈게. 너무 오래 너와 대화할 수는 없으니까.”

“나랑 왜 오래 대화를 못 하는지 묻고 싶지만, 뭐, 일단은 넘어갈게. 아, 그리고 가기 전에 말이야.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응? 뭔데?”

“천둥새들 말이야. 걔네들은 너의 권속… 같은 존재지?”

“그렇지? 나는 천둥과 하늘의 신 중 한 명이고, 그들은 그런 나를 따르는 아이들이지.”

“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거지?”

“그치? 근데 그건 왜…….”

“…….”

“…….”

나와 엔드리온은 서로 말없이 바라봤다.

그러다가 이내 엔드리온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조력해 달라는 거지?”

“잘 아네.”

“…아이들에게 말해 놓을게. 물론 그 아이들이 이런 나의 명령을 따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자기네 신의 명령인데 따르겠지.”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거면 됐어.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내게 소식을 전해 줘서 고맙다.”

“고마워할 거 없어. 오히려 힘들게 싸우는 건 너인데, 우리가 더 고맙지.”

“내가 힘들게 싸운다는 걸 알면 됐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꾸했다.

“뭐, 마지막이니 더 열심히 해 봐야지.”

* * *

엔드리온과의 대화를 마친 후.

나는 다시금 지하 연구소로 내려갔다.

그리고 내려가자마자 이민아가 나를 반겼다.

“박유진.”

“음? 왜?”

“하윤경이 너에게 전해 달라더라.”

“뭐를?”

“그 셋? 그 셋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 셋의 치료가 거의 끝났대.”

“아, 그래?”

“근데 그 셋은 실종 처리됐던 사람들인지라, 처리하려면 복잡할 거니… 너보고 하세리를 만나고 오라던데.”

“아……. 하기야…….”

정수민, 조원선, 이지현.

일단 이 셋과 관련된 사건들을 조용히 덮으려면 고위직의 인맥이 필수였다.

그리고 그 일에 하세리가 제격이었다.

“조금 이따가 천천히 출발하든가 해야겠네. 그럼 우선…….”

“아, 그럼 나랑 같이 가자.”

“음? 너도 오게?”

“응, 가야지. 왜냐하면…….”

이민아는 내게 다가와 엄청 어색하게 내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붉어진 얼굴로 최대한 당당한 척을 하며 말했다.

“그, 그 언니에게 우, 우리의 관계를 확실히 보여 줘야지. 응, 그, 그래야지!”

“…알아서 해라.”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나도 진짜로 이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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