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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36화 (236/240)

236화

‘대체 일이 왜 이렇게 된 걸까?’

나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매우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아까 이진성이 한판 붙자고 내게 말한 후, 나는 그와 함께 용혈 길드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거구의 사내와 함께 걷다 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다 우리에게 쏠렸다.

아니, 애초에 길드장이 복도를 걷고 있는데 길드원들 모두가 바라볼 수밖에 없을 터였다.

“길드장님. 부르셨습니까?”

“지하 훈련장이 지금 쓰이고 있나?”

“예, 지금 신입 헌터들의 훈련이 진행되는 중입니다.”

“양해를 구하고 훈련장을 완벽히 비우도록 해. 내가 잠시 쓸 거니까.”

“예, 알겠습니다. 근데 어떤 용도로 훈련장을 쓰실 건지 여쭤도…….”

“여기 이 친구와 한번 싸울 거다.”

“이분이라면… 박유진 씨 말입니까?”

“확인했으면 얼른 준비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이진성이 부른 길드원이 고개를 숙이며 사라진 뒤.

이진성은 다시금 나를 바라봤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한 표정이네.”

“…네, 궁금하기는 하네요.”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대체 왜 저와 싸우고 싶으신 거죠?”

“자네는 강하니까.”

이진성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헌터로서 더 강한 존재와 싸우고 싶은 건 당연한 감정이라네.”

“아……. 그런가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자네는 그저 평범한 헌터에 불과했지. 아니, 평범하지는 않았지. D급 주제에 내 앞에 당당했던 헌터는 자네가 처음이니까.”

“그랬던 적이 있었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회귀 후, 이민아와 막 친해졌던 무렵……. 그런 일이 있었다.

“그때의 저는… 그저 제 소신대로 움직였을 뿐이에요.”

“그럼 그때 못 했던 대화를……. 아니, 이건 나중에 하도록 하지.”

이진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돌렸다.

나는 이진성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 알 것 같았지만 일단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아직도 이 아저씨를 상대하는 건… 조금 무섭네.’

이진성은 일단 A급이지만, S급에 가까운 헌터였다.

아니, 적어도 1대1에서만큼은 이진성을 이길 헌터는 손에 꼽혔다.

‘애초에 이진성과 1대1로 싸우면… S급이든 뭐든 소용이 없어져.’

회귀 전에 내가 이 아저씨와 몇 번 싸워 봐서 잘 알았다.

물론 몇 번 이기기는 했지만 진 적이 더 많았다.

“박유진. 자네도 눈치를 챘겠지만, 자네에게 내 길드원들을 빌려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야. 오히려 네 말대로, 헌터로서의 의무를 위해 싸우는 게 맞지.”

“저와 싸우고 싶어서…….”

“신을 죽이는 자와 싸울 기회인데, 놓치기 싫었지.”

이진성은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약간이지만 즐거움의 빛이 보였다.

거기다 그는 아주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박유진. 나는 바로 내일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더라도, 나보다 더 강한 자와 싸우다 죽고 싶다네. 강자와 싸우며, 조금이라도 강해진 내 스스로를 보며 죽고 싶다, 이 말일세.”

“그 말씀은, 제가 이진성 님보다 더 강하다는 건가요?”

“자네가 최근에 남미에서 싸우는 영상을 봤어. 거대한 달을 떨어뜨리고……. 소문에 의하면 자네는 지구의 자기장까지 건들 수 있다고 들었지.”

이진성의 말에 나는 대답을 안 했다.

이에 이진성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을 계속했다.

“이미 자네는 S급인 헌터야. 그리고 나는 S급 헌터들과 싸우고 싶은 욕망이 있을 뿐이지.”

“이진성 님의 능력도 이미 S급입니다. 적어도 1대1의 상황에서는 이진성 님을 이길 상대는 거의 없습니다.”

“알고 있어. 그렇기에 자네에게 기대하는 거지. 자네가 나를 한계까지 몰아붙이기를 원하네. 내가 나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끔……. 자네가 힘을 보탰으면 하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거면 됐네.”

이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 후, 우리 두 사람은 잠시 아무런 말 없이 걸었다.

그러다가 잠시 뒤, 이진성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요즘 민아는 많이 강해졌나? 전에 민아가 나보다 강해질 거라고 자네가 말을 했었던 거 같은데.”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당장은 곧 있을 이진성 님과의 싸움에 집중하고 싶네요.”

“흐음, 그럼 그러도록 하게.”

이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당히 넘어가줬다.

그리고 나는 잠시 속으로 생각했다.

‘이진성과 이민아가 싸우는 거면… 어쩌면 이건 이민아가 더 유리할 수도 있겠다.’

이민아는 지금 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졌다.

이진성과의 상성까지 고려하면 이민아가 여러모로 유리하기는 했다.

‘뭐, 근데 이건 지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말한 것처럼 당장은 이진성과의 싸움에 집중해야 했다.

어쩌면 이진성과의 싸움이… 신과 싸우는 것 이상으로 힘들지도 몰랐다.

* * *

잠시 뒤.

나와 이진성은 용혈의 훈련장에 도착했다.

용혈의 본사 건물 근처에 있는 공장과도 같은 거대한 건물.

그 건물이 이 길드의 전용 훈련장이었다.

‘근데 진짜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나는 반대편에서 전투 준비 중인 이진성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저 아저씨와 가능하면 싸우기 싫은데.’

당장 약 일주일 뒤에 신과 싸워야 할 판인데, 이런 식으로 힘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진성은 나와 싸울 생각이 가득해 보였다.

‘일부러 질까? 힘을 아끼고 그냥 빠르게 끝내면……. 아니, 이건 아니야. 생각해 보니까 전에도 이 방법 썼다가 바로 들켰잖아.’

감이 좋은 건지, 이진성은 내가 일부러 힘을 빼서 싸우면 바로 눈치채는 편이었다.

회귀 전에도 그랬는데, 지금도 별반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싸우자.’

사실 내가 여기서 안 싸워도, 좋든 싫든 이진성은 길드원들을 전투에 내보낼 수밖에 없을 거다.

괴수들의 신이 데려오는 압도적인 물량이면 그렇게 될 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길드원들을 내가 직접 지휘를 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이진성의 허락이 있어야 하고.’

어쩔 수 없었다.

뼈 몇 개가 부러지겠지만 이진성과 싸워야만 했다.

그래야지만 일이 조금이라도 더 수월해진다.

“후우우.”

나는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 거대한 훈련장 곳곳에 용혈의 길드원들이 몇 명 보였다.

그들은 숨죽인 채 나와 이진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또 소문이 퍼지겠네.’

나는 요즘 여러모로 유명한 사람이었고, 이진성은 원래부터 유명한 사람이었다.

우리 둘의 싸움은 아마 빠르게 소문이 퍼질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퍼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주일.

딱 일주일 뒤에 마지막 싸움이 시작되고, 그 싸움만 끝내면 내가 할 일은 전부 끝난다.

그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준비가 끝났어요.”

“잘됐군. 나도 마침 끝난 참이었어.”

이진성은 훈련장의 중앙으로 오며 말했다.

그는 정장이 아닌 전투복을, 그리고 양손에는 거대한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었다.

“바로 시작해도 괜찮겠지?”

“괜찮아요. 3초 뒤에 시작할까요?”

“좋지. 기대되는군.”

이진성은 이번에 커다란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게 변했다.

“3… 2… 1……. 시작이다!”

이 말과 함께 이진성은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뒤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절대 저 손에 잡히면 안 된다.’

잡히는 순간 이진성의 홈그라운드로 끌려가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파지지직―

나는 전류를 불러내 이진성에게 날렸다.

나름 강하게 전류를 날린 것이었으나 이진성은 전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효과가 없는 건 아니네.’

내 전류를 맞은 이진성은 잠깐이었지만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류가 통하기만 한다면 계속 거리를 두면서 대미지를 누적시키면 됐다.

“후우우.”

나는 습관적으로 와이어를 날리려다가 멈추었다.

이진성에게 와이어를 날리면 오히려 내가 역으로 끌려갈지도 몰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진성에게 가까이 가면 안 됐다.

“나와 어떻게든 거리를 벌리는 걸 보니… 내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나 보구나.”

“잘 알죠. 기본적인 능력은 ‘광화.’ 전투 중에 점점 더 강해지지만, 이성을 점점 잃게 되는 것. 그리고…….”

“크하하하! 맞아!”

이진성은 갑자기 도약을 해 나를 향해 날아왔다.

이번에도 빠르게 뒤로 물러났으나…….

콰쾅!

“윽?”

이진성이 착지하며 주먹을 바닥에 내리찍자 훈련장의 바닥이 강하게 흔들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나는 균형을 잃으며 넘어졌다.

그리고 이진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빠르게 다가와 내 다리를 붙잡았고…….

“아.”

그 순간, 나와 이진성 주위로 거대한 벽이 나타났다.

빛으로 이루어진 반투명한 벽.

경험상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벽은 물리적으로 절대 무너뜨릴 수 없는 벽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아아.”

훈련장에서 우리의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전부 나를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사실 그럴만 했다.

이 공간에 갇힌 순간… 나의 승산이 8할가량 증발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래서 이진성과 싸우기 싫었던 거라고.’

거대하고 반투명한 직육면체의 공간.

그 안에 나와 이진성이 단둘이 갇혀 있었다.

“크크크. 자, 박유진. 다시 한번 싸워 보자.”

“…돌겠네, 진짜.”

이진성은 ‘광화’만으로도 엄청나게 강한 헌터였다.

하지만 그의 핵심적인 능력은 따로 있었다.

‘결투의 방’.

이진성의 손에 붙잡힌 적은 강제로 이진성과 1대1을 하게 되었다.

이 직육면체의 공간은… 이진성을 쓰러뜨려야만 나갈 수 있었다.

‘근데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이 공간에 있으면…….

파지직―

“에라이.”

이진성의 적의 능력은 약화된다.

아니, 약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쓰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쉽게 말해 이 공간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투 방식은 육탄전이 된다.

그리고 순수 육탄전에서 이진성을 이길 존재는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오랜만에 일렉트로 마스터로서, 아니, 암살자로서 싸울 순간이었다.

* * *

한편 같은 시각.

헌터 협회의 건물 안.

“음? 뭐라고? 어, 으음, 응. 알겠어. 전해 줘서 고마워.”

“왜 그래, 언니? 무슨 일 있어?”

하세리와 한바탕 말다툼을 한 후.

이민아는 하세리와 휴전을 제안해 두 사람은 잠시 쉬고 있었다.

그렇게 이민아가 잠시 소파에 누워서 쉬던 중, 누군가가 하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 있지. 유진이와 관련된 일이거든.”

“…뭐?! 무슨 일인데?”

“유진이 지금 싸우고 있대.”

“누구랑?”

“네 아버지와.”

“…에?”

“그러니까 지금 유진이가 너네 아버지와 싸우는 중이래.”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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