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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37화 (237/240)

237화

* * *

나는 자바니아를 꺼내 들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근접전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근데 승부를 볼 수 있는 게 맞는 건가?’

애초에 싸움 자체가 성립하는 건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저 거구의 사내와 내가 몸으로 싸워 봤자 결과는 뻔했다.

“크하하하! 싸워 보자!”

“네, 싸워야죠.”

이 결투의 방……. 참 불합리한 능력이었다.

내 능력은 약화됐지만, 이진성의 능력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덕분에 이진성은 이성을 잃을수록 신체 능력이 더욱 강해지는 중이었다.

‘괜히 1대1 최강자라 불리는 게 아니었지.’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와 이진성을 한곳에 가둔 직육면체의 공간.

높이는 약 4m, 가로와 세로는 각각 10m와 3m.

아주 익숙한 공간이었다.

회귀 전에 몇 번 들어왔던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가끔가다 한두 번 이긴 적은 있는데, 그건 운이 좋았기에 가능했던 거지.’

운 좋게 자바니아를 찔러 넣거나 이진성이 전투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광화가 갑작스럽게 빨리 진행되었거나.

그런 식의 방식으로 이긴 적이 전부였다.

전부 운이 따라 준 경우였고, 그 외의 대부분의 경우는 내가 패배했다.

‘이진성이 광화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건……. 그래, 이건 너무 많이 바라는 거다.’

이진성을 이길 거면 자바니아로 그의 급소로 노려야 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쉽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 예전의 나였다면 불가능했을 거다.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동안 많은 전투를 겪었고, 그중 신까지도 상대하게 됐었다.

거기다 말했듯 나는 전에 이진성을 여러 차례 상대했다.

그 경험 덕에 나는 이진성의 전투 패턴을 약간이지만 알고 있었다.

문제는 말 그대로 아주 약간이라는 것이다.

‘애초에 이진성에게 전투 패턴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니까.’

광화를 발동한 이진성 말 그대로 짐승이었다.

즉, 그는 본능에 의존해 예측 불가능한 전투를 진행했다.

그로 인해 어떤 공격을 해 올지 몰랐지만… 그래도 예측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후우우.”

나는 숨을 고르며 이진성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붉어진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기다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즐거워 보이시네요.”

“크크큭, 싸우는 건 언제나 즐겁지.”

이진성이 평소에 무표정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저 광기를 억제하려면 평소에 감정을 죽이고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싸워 보자!”

이진성은 이 외침과 함께 내게 몸을 날렸다.

그러나 나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진성이 내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고…….

‘…지금이다.’

나는 이진성의 목을 향해 자바니아를 휘둘렀다.

엄청나게 가까운 거리에서 휘두른 거라 보통은 방어하거나 피하지 못했을 터였다.

하지만 이진성은 당연하게 피했다.

그는 목과 상체를 꺾어 내 단검을 피했고, 곧바로 내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 또한 예상하고 있었다.

“으윽?”

나는 이진성의 복부에 자바니아를 찔러 넣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 공격이 통한 걸로 보였을 거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정도의 공격은 이진성에게 타격도 없었다.

애초에 나는 이진성의 명치 쪽을 노려 공격한 것이었다.

공격이 빗나가 그의 배를 찌른 것이었다.

‘이진성은 급소에 칼이 찔려도 안 죽어. 치명상이지만 절대 죽지는 않아.’

그리고 급소 외의 상처들은 이진성에게 전혀 타격을 주지 않았다.

당장 지금처럼 말이다.

“공격이 얕아! 고작 이 정도에서 끝낼 거냐?!”

“커억?”

이진성은 내 팔을 붙잡은 후, 그대로 나를 전방을 향해 던졌다.

이에 나는 벽을 향해 날아가 세게 부딪혔다.

“…돌겠네.”

나는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몸의 뼈 곳곳이 아팠지만 일단 이 악물고 참았다.

‘그나저나 이 벽은 절대 안 부서지네.’

나는 이 결투의 방을 이루는 반투명한 벽을 슬쩍 바라봤다.

이 직육면체의 공간을 탈출하려면 사실상 이진성을 쓰러뜨리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어억?”

“왜 그래? 너는 겨우 이 정도냐?”

언제 다가온 건지 이진성은 내 목을 붙잡아 나를 들어 올렸다.

“이 정도면 너무 실망인데? 설마 고작 이 정도의 실력으로 내 딸을 가르치려 한 거냐?”

“…하, X나 어이가 없네.”

목이 졸려 제대로 숨을 못 쉬어서 그런 건지, 나는 나도 모르게 욕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동시에 진심이기도 했다.

‘자기가 뭔데 이민아의 이름을 입에 올려?’

어이가 없었다.

그것도 진심으로.

회귀 전, 이민아를 무너뜨렸던 당사자가 감히 이민아를 들먹이다니.

“적어도 이민아는.”

“아악?”

“제가 그쪽보다 더 잘 가르쳤어요.”

나는 이진성의 팔에 자바니아를 찔러 넣었다.

이진성에게 큰 타격은 못 줬지만 그의 손에 잠시나마 힘이 풀렸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진성과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잘 들으세요. 낳았다고 부모가 되는 게 아니에요. 자식을 제대로 이끌어야만 부모죠.”

“내가 제대로 된 부모가 아니라는 거냐?”

“그럼 제대로 된 부모라고 생각하나요?”

“이 건방진 새끼가!”

이진성은 내게 달려와 내 관자놀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워낙 빠르게 이루어진 공격이라 나는 피하거나 막을 수 없었다.

“아악, 으으윽.”

머리를 세게 맞은 탓에 순간 휘청거렸다.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정신 줄을 붙잡았다.

그러면서 나는 이진성의 옆구리에 자바니아를 찔러 넣었다.

“이 건방진…….”

이진성은 내 가슴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나는 그의 공격을 이번에도 막지 못했다.

“커억.”

나는 자바니아를 놓치며 또다시 뒤로 날아갔다.

“허억, 우욱.”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머리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팠지만, 이제 이 정도의 고통은 별것 아니었다.

“딸에게 늑대인간의 유전자를 주입하고, 강함만을 추구하게 하는 게 그럼 정상적인 부모인가요?”

“이민아는 내 딸이다! 그리고 나의 딸이기에 강함만을 추구하게 했다. 이 세상에는 강함만이 전부니까.”

“헛소리 그만하세요. 강함 외에도 이 세계에는 수많은 가치들이 있어요. 그리고 헌터가 되는 것 외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은 많아요.”

“적어도 나의 딸이면 당연히 헌터를…….”

“그래서 이진성 님이 제대로 된 부모가 아니라는 거예요.”

“…뭐?”

이진성은 광기가 넘치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그 눈빛에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굳을 정도였다.

“…돌아와라.”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정신 줄을 붙잡고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진성의 몸에 꽂혀 있던 자바니아를 회수하며 나 또한 그를 노려봤다.

“이민아를 전혀 존중하지 않고, 어떠한 관심도 안 보이고 방치했는데……. 뭐가 제대로 된…….”

“네가 뭘 안다는 거냐?!”

이진성은 내게 다시 달려들었고, 나 또한 그에게 돌진했다.

이진성은 주먹을, 나는 단검을 휘두르며 말이다.

“잘 알죠. 그쪽 때문에 이민아가 어떻게 됐는지 아주 잘 알아요.”

“으윽?”

“어억.”

나는 이진성의 다리에 단검을, 이진성은 내 배에 주먹을 꽂았다.

순간 숨이 안 쉬어졌지만 나는 어떻게든 입을 열었다.

“가족을, 자신을 실망시켰다고.”

“뭐?”

“더 이상 강해지는데 멈췄다고……. 겨우 그딴 이유로 마음이 무너진 딸을 몰아세우고…….”

나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내 탓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결국 끝을 낸 건 눈앞의 이 남자였다.

완전히 무너져 내렸던 이민아의 모습이 다시금 떠오르자 나는 자바니아를 더 세게 붙잡았다.

“그딴 짓을 하는 게 뭐가 아버지냐고!”

나는 자바니아를 이진성의 어깨에 내리찍었다.

이에 이진성은 살짝 인상을 썼지만 딱 그 정도였을 뿐.

그는 내 옆구리를 걷어차 나를 날려 보냈다.

“민아는 내 딸이다. 소중한 내 딸이다! 그리고 소중하니까 강하게 키우는 거다!”

“이딴 식으로 강하게 키우는 건…….”

“소중하니까 강해지라고 몰아붙이는 거다! 너는 그것도 모르냐?!”

“…하.”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저 비뚤어진 부성애가 이민아를 회귀 전에 그 꼴로 만든 것이었다.

“소중하면 그 마음을 표현했어야죠. 소중하면 존중해 줬어야죠. 소중하면… 망가뜨리지 말았어야죠.”

파지지직―

이 말을 하면서 나는 내 주위로 전류를 불러냈다.

원래 이 결투의 방 안에서는 나의 능력이 약화된다.

아니, 정확히는 억제가 되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만약… 억제된 나의 힘을 풀어낼 수 있다면?’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감정에 몸을 맡긴 채 싸우고 있었다.

논리적인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저 저 인간에게 한 방 먹여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능력이 억제된 공간에서 저 정도의 전기라니……. 역시 대단하네.”

내가 불러낸 전류를 보고 이진성은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이 공간의 억제력을 이겨 내는 건가? 역시 너는 나를 재밌게 해 주는…….”

“시끄럽고… 이거나 먹으세요.”

파지지직―!

나는 이진성에게 전류 한 줄기를 날렸다.

정면에서 내 공격을 맞은 이진성은 뒤로 밀려났고, 꽤 고통스러워하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웃고 있었다.

“크흐흐흑. 이 공간에서 이 정도의 고통을 준 건 네가 처음이다! 더 해라! 더 나를 몰아붙여서 나를 더욱 강하게…….”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에요.”

나는 전류를 더욱 불러냈다.

결투의 방의 억제력을 뚫고 능력을 발휘하는 거라 몸에 벌써부터 무리가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통증을 참으며 전류를 자바니아의 칼날에 집중시켰다.

“들어오시죠.”

“이 결투의 방에서 능력을 이끌어 낸 헌터는 네가 처음이다! 아주 재밌어!”

이 외침과 함께 이진성은 나를 향해 돌진했고, 나는 그를 향해 단검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근데 그 순간, 훈련장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박유진! 여깄다며?! 괜찮아?! 그, 그리고 아, 아빠! 뭐, 뭐 하시는 거예요?!”

늑대인간의 모습을 한 이민아가 들어와 우리 두 사람을 보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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