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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사는 전격계 헌터-239화 (239/240)

239화

“자, 자. 진정하고. 약부터 바르자.”

“으, 으으음.”

“아, 약 바를 필요가 없겠네. 벌써 다 나았구나.”

볼 때마다 참 경이로운 재생 속도였다.

분명 몇 분 전에 생긴 상처였는데, 그 상처는 어느새 거의 회복이 되었다.

“케르르, 크읏.”

“여기 계속 만져 줘?”

“…끼이잉.”

“그래, 그래. 이쪽에 누워 봐.”

이진성이 건물 밖으로 나간 뒤.

이민아는 냅다 내게 달려와 나를 덮쳤다.

그것도 상당히 격한 감정을 보이며 말이다.

이유는 모르겠……. 아니, 사실 이유는 알 것 같았다.

나를 이렇게 강하게 끌어안는 이유라면 뭐… 이제 뻔하기는 했다.

“자, 슬슬 진정하자.”

내 위에 올라탄 이민아.

나는 그녀의 귀와 꼬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이민아는 놀란 눈으로 움찔거렸다.

“헤윽? 으, 으응.”

“진정하자. 본능을 죽이고, 인간 이민아로 돌아오자.”

“으…….”

이민아는 옆으로 살짝 몸을 옮겼고, 덕분에 나는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몸을 일으키자마자, 이민아는 바로 내게 다가와 나를 다시 끌어안았다.

이에 나는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가 그렇게 좋냐?”

“…으읏.”

내 질문에 이민아는 대답 대신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조…조아.”

“나도 그래.”

나는 이민아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줬고, 이민아는 얼굴을 내 가슴에 비볐다.

그러다가 이민아는 나와 눈을 마주쳤고, 그렇게 잠시 뒤.

“읍?”

이민아는 냅다 내 입술에 키스했다.

갑작스러운 애정행각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뭐, 하는 것 자체는 나에게 이제 딱히 문제가…….

“으흠. 내 앞에서 너무 대놓고 하는 거 아니야?”

“…아.”

내게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하세리에게는 아닌 듯했다.

“민아야. 이렇게 내 앞에서 대놓고 하면… 나도 못 참고 확 해버린다?”

“크르르르.”

하세리의 말에 이민아는 이빨을 드러냈다.

그녀는 하세리에게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냈으나, 하세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유진아.”

“응?”

“너도 참 너무한 거 알아?”

하세리는 이 말과 함께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에 나는 조금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으나, 하세리는 피식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너도 내 마음 모르는 건 아니잖아, 그치?”

“제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건지 확신이 안 서는…….”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을 거야.”

하세리는 내 귀에 작게 속삭였다.

“근데 그걸 알고도 내 앞에서 민아와 이러는 건 너무하잖아. 이러다가 나도 못 참고 너를 확…….”

“세리 언니. 이 이야기는 아까 이미 했잖…….”

“하기는 했지만, 이야기가 끝난 건 아니었잖아?”

하세리는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로 이민아를 바라봤다.

“긴장을 놓지 마. 말했지만… 나 아직 포기 안 했으니까.”

“…크르르르.”

이민아는 이빨을 드러내며 하세리에게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나는 재빨리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말렸다.

“그만. 이민아, 진정하고 슬슬 늑대인간의 힘을 풀어. 그리고 세리 누나.”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게 만약 맞는다면… 일단 나는 이민아를…….”

“알아. 네가 뭘 말하려는지 알아.”

하세리는 나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포기 안 했어. 적어도 아직은.”

“…내가 아무리 말해도 말 안 들을 거지?”

“다른 건 포기해도… 너만큼은 지금 당장 포기하고 싶지 않거든.”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어쩔 수 없기는 뭐가 어쩔 수 없어!”

이민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항의했다.

“나를 선택했으면 나만을…….”

“세리 누나가 포기할 거 같지 않아서 말이지. 내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나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이민아에게 대꾸했다.

그런 후,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무튼, 이 대화는 다음 주에 다시 해보도록 하자. 당장은 해야 할 일이 많거든.”

나는 이민아와 하세리를 내게서 떼어내며 말했다.

“세리 누나. 지금 협회에 돌아가서 최성구 씨에게 연락해줄 수 있을까?”

“가능하지. 근데 그분에게 연락해서 뭘 말해주면 되는데?”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만나러 가도 되는지 물어봐 줘. 가능하면 오늘 저녁에 만나주면 더 좋다고 전해주고.”

* * *

“안녕하세요, 박유진 씨.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아니에요, 최서현 씨. 괜찮아요. 그렇게 오래 기다린 것도 아니거든요.”

약 4시간 뒤.

나는 서울의 한 카페에서 최성구의 딸인 최서현을 만나게 되었다.

아니, 최서현만 만난 건 아니었다.

“최서희 씨도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네, 잘…잘 지냈어요. 박유진 씨와의 대련 이후에… 제 나름대로의 길을 찾게 되었거든요.”

“제 조언이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네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금발의 헌터를 바라봤다.

확실히 전보다 더 밝고, 더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나저나 두 분은 서울에 일이 있어서 오셨다고요?”

“일이 있다기보다는 단둘이 잠시 여행 좀 온 거죠.”

최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다가 몇 시간 전에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죠. 박유진 씨가 저희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하신다면서요?”

“네, 가능하면 빨리 만나고 싶어서요.”

“근데 들으셨겠지만, 아버지는 현재 부산의 나타난 대형 게이트를 처리하느라 최고 이틀은 바쁘실 예정이에요. 그래서 마침 서울에 여행 온 제가 대신 나온 거고요. 박유진 씨의 말씀은 제가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최대한 빠르게 전달해주면 저는 상관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한 후, 최서현과 최서희에게 천천히 내 요청 사항을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후, 자매는 고민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거라면 분명 아빠가…….”

“아빠는 싸울 수만 있다면 무조건 오케이겠지.”

최서현은 헛웃음과 함께 한숨을 쉬었다.

그런 후, 최서현은 다시금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박유진 씨의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약 일주일 후에 마지막 신이 올 거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것도 엄청난 수의 몬스터들과 함께 올 거예요. 그거에 대비하기 위해, 많은 헌터들의 도움이 필요할 거예요.”

“그래서 저희 길드의 헌터들이 필요하다는 건가요?”

“몇 시간 전에 용혈의 길드장에게도 요청했고, 현재 하세리 씨가 전국 곳곳의 길드들에게도 제 요청 사항을 전달하고 있죠.”

“흐음, 저희 길드는 뭔가 특별해서 박유진 씨가 직접 부탁하려던 건가요?”

“부산 최대 규모의 길드니, 꽤 특별하죠.”

“으흠.”

내 말에 최서현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께 박유진 씨의 말씀을 전해드릴게요. 근데 저희 아버지라면 거절하지 않으실 거예요.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길드원들을 데리고 갈 것 같네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나 또한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이걸로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두 개의 길드에게서 협조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제 말씀을 최성구 씨에게 잘 전달해드릴 것을 부탁드리고… 예, 이걸로 더 드릴 말씀은 없네요. 두 분이 저를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런 일쯤이야, 별거 아니죠.”

최서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마무리될 분위기였는데…….

“그, 박유진 씨.”

조용히 있던 최서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혹시 괜찮다면 저와 다시 한번 대련해줄 수 있을까요? 지난번보다 엄청나게 강해졌는데… 확인해보고 싶어요. 제가 과연 박유진 씨의 발끝에도 닿았을지 확인하고 싶어요”

“뭐, 좋죠. 당연히 좋죠. 오히려 저도 강해진 최서희 씨와 한번 붙어보고 싶은걸요.”

아마 최서희는 진짜로 강해지기는 했을 거다.

다른 잔재주 없이 전류의 위력을 올리는 것에만 집중했으면, 화력 하나만큼은 엄청나게 강해졌을 테니까.

‘근데 내가… 조금 여러모로 규격 외로 강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당장은 시간이 애매하지.’

일주일 뒤에 있을 일을 대비해, 당장은 힘을 최대한 아껴놔야 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장은 힘들고, 이번 달 내로 제가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도록 할게요. 괜찮죠?”

“네, 조, 좋아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최서희는 기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 있던 최서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맙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충 넘어갔다.

‘뭐, 아무튼. 기본적인 준비는 전부 끝났네.’

그래, 딱 기본적인 것들만 끝났다.

이제 남은 일주일 동안 더욱더 철저히 준비를 계속해야 했다.

* * *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

일주일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갔다.

물론 그동안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는 않았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준비는 전부 다 했다.

“전부 잘 될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말이라도 고맙다, 와이번.”

나는 근처에서 집을 청소 중인 와이번에게 대꾸했다.

현재 위치는 고민수의 빌딩 내부.

근처에서 와이번은 열심히 청소 중이었고, 고민수와 하윤경은 아마 위층에서 실험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일주일 사이에 완전히 적응했나 보네. 청소부 생활이 마음에 들었나 봐?”

“시, 시끄러워! 나, 나는 어쩔 수 없이 네 말을…….”

“그런 것 치고는 어째 전보다 훨씬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네.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좋았냐?”

“…네, 네놈은 그래도 내가 전에 반려로 고려할 만큼 엄청난…….”

“청소나 마저 해. 이따 돌아올게.”

“이봐! 내 말은 끝까지…….”

나는 와이번을 뒤로한 채 계단을 올라갔다.

와이번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현실에 순응한 건 예상 못했지만, 뭐, 좋은 건 좋은 것이었다.

게다가 당장은 와이번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따로 있었다.

“고민수 씨, 하윤경 씨. 일은 잘되고 있나요?”

“응, 확실히 여기서 하는 게 훨씬 잘되네.”

하윤경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꾸했다.

“내 지하 연구실보다 민수 오빠의 이 빌딩이 훨씬 시설이 좋더라고.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 단계까지 왔어.”

“아마 2시간 내로 완성될 거야.”

고민수는 근처의 기계들을 직접 조작하며 말했다.

“이제 에너지만 주입하면 네가 원하던 게 완성될 거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마지막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실험실 중앙에 있는 거대한 기계를 바라봤다.

그 기계 안에는 송곳니 모양의 보석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보석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차렸다.

저게 바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신의 기운이라는 것을 말이다.

‘저것만 있으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끝나네.’

약 2시간 뒤.

마지막 싸움을 위한 준비가 완벽해질 것이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세계.

“…준비는 모두 끝났군.”

눈을 감은 채 왕좌에 앉아있던 괴수들의 신.

그는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유진, 내가 직접 네놈을 죽이러 가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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