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화
콰아아-
흑기사를 집어삼킨 안개에서 검붉은 충격파가 터져 나온 건 바로 그 직후였다. 팔로 얼굴을 가린 이안이 인상을 찌푸리며 주르륵 밀려났다. 샬롯과 메브도 마찬가지였다.
“힉, 히이익-!”
“으허억…!”
아직 연회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병사들이 나뒹구는 가운데.
안개 사이로, 무릎을 꿇고 웅크린 흑기사의 모습이 설핏 드러났다.
꾸득, 꾸드드득-
본래도 2미터에 육박하던 놈의 덩치가 더 커지고 있었다. 갑옷 사이사이의 이음매가 점점 벌어졌다. 하지만 그의 갑옷은 그럼에도 분해되거나 떨어지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듯, 몇 겹으로 두텁게 덧댄 부분들이 펼쳐지면서 새로운 이음매와 관절 부위를 만들어 냈다.
놈의 갑옷이 유독 두꺼운 건, 저런 장치들이 숨겨져 있어서였던 모양이었다.
‘하다 하다 이젠 변신 갑옷이 다 나오네….’
규칙적으로 이어지는 충격파의 압력 속에서, 이안은 여전히 미간을 좁힌 채 놈을 노려보았다.
아마도 이게 전부가 아닐 터였다. 그가 혼돈력을 끌어올리는 사이, 쿵, 흑기사의 한쪽 판금 장화가 바닥을 디뎠다.
상체를 여전히 앞으로 숙인 채, 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크르르르….”
저주파가 섞여 두 겹으로 들리는 숨소리가 나지막이 번졌다.
이안은 전에 이것과 비슷한 숨소리를 이미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타후므리트와 아르케아스에게서.
쿠우우-
검은 안개에 담긴 마력이 일순간 흑기사의 전신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흑기사가 구부리고 있던 상반신을 활짝 치켜든 건 바로 그 직후였다.
“----!”
흑기사가 응축된 마력을 발산하며 울부짖었다. 성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함성.
“……!”
“컥… 커허….”
간신히 일어서던 병사들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다들 눈동자에 맥이 탁 풀리고, 몇몇은 거품을 물며 혼절했다. 자세를 다잡던 샬롯도 눈을 치켜뜨며 주저앉았고, 메브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거친 숨결을 토해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지금 흑기사가 내지르는 함성은 용의 포효였으니까.
물론, 이안이 보기엔 여러모로 손색이 있었다. 저게 진짜 용의 포효였다면 지금쯤 성이 무너져내리고 그를 제외한 모두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을 테니까.
심지어 이안은 무릎조차 꿇지 않았다.
‘…완벽하게 저항하진 못했지만.’
물론 곧바로 싸울 수 있는 상태까지는 아니었다. 팔다리가 저릿저릿하고 숨이 가빴다. 대기를 울리는 떨림에 밀려나지 않고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마력을 일깨우면서, 이안은 포효하는 흑기사를 눈에 담았다.
게임 속 3 챕터의 네임드, 역천의 첫 번째 사도가 뇌리를 스쳤다. 그때의 놈도 체력이 3분의 1 정도로 떨어지자, 저렇게 용과 인간의 혼혈 같은 모습으로 변신했었다.
더 강해진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패턴을 익히기 전까지 게임 오버 화면을 몇 번쯤 봤었다.
그때는 놈이 라크마흐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도인 줄 알았건만.
보아하니 몇이 더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투쟁의 축복을 내려줄 법도… 아니지.’
용이랑 싸울 때 준 축복을 용인 따위에 내릴 리가.
이안은 고개를 드는 미련을 단숨에 털어냈다. 축복은 어디까지나 빌려온 힘일 뿐, 본래 그의 능력이 아니었다. 의존하려 들다간 명줄만 재촉할 뿐이리라.
이안의 눈빛이 고요해질 찰나, 흑기사의 포효가 마침내 잦아들었다. 그르렁대는 듯한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보아라. 이것이 은총 받은 자의 참된 모습이니….”
흑기사의 하반신에 뭉쳐 있던 검은 안개가 동심원을 그리며 낮게 깔렸다. 샬롯의 연타로 한쪽이 움푹 구겨진 안면 가리개가 쩍 벌어지면서, 그 사이로 붉은 안광을 머금은 눈동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파충류의 그것처럼 세로로 길게 찢어진 동공이 이안을 응시했다.
놈의 눈빛에, 강대한 힘을 손에 넣은 자들 특유의 여유와 오만이 묻어나왔다.
“본모습을 드러내라, 백금룡의 대행자여. 거짓된 신들이 두려워 나약한 거죽 속에-”
“난 이게 본모습인데.”
“-자신을 가둬 두. …뭣이?”
흑기사가 멈칫했다. 잿빛 마력이 아른거리는 눈으로, 이안이 덧붙였다.
“거기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있냐? 아침까지 그 모습으로 있으면, 거짓된 신들이 거짓된 천벌을 내릴 것 같은데.”
뇌전이 줄기줄기 모여드는 이안의 검을 슬쩍 응시한 흑기사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를 따라 전해지는 마력의 울림에 이안의 눈매가 슬쩍 꿈틀댔다. 미친놈인가, 뭐가 웃기지.
“과연, 그 용의 대행자로군. 스스로 거짓된 자들의 발을 핥은 백금룡만큼이나 어리석고 편협해. 아직도 느껴지지 않느냐? 그 기만과 거짓으로 얼룩진 것들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이?”
카드득, 자신의 힘을 음미하듯 왼 주먹을 그러쥔 흑기사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인간의 신이란 것들은 전능한 척 신도들의 눈을 가리지만, 실제로는 순리에 따라 본 모습으로 돌아가려는 세상을 가까스로 틀어막고 있을 뿐인 머저리들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마저도 더는 제대로 할 수 없게 됐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내뱉은 흑기사가 이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이미 세상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잊히거나 멸망한 존재들과 용이 군림하던, 태초의 시대로. 용살자, 네놈도 거기에 한 몫 하지 않았느냐…?”
놈의 안광이 슬며시 휘어졌다.
“며칠 전부터, 나는 낮에도 주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듣자 하니 그날이 네가 마족으로부터 루 사드를 구원한 날이라더군. 정말 네놈은 이 작은 왕국을 구원한 것이 맞느냐? 거짓된 신들이 만들어 낸 균형을 무너뜨릴 마지막 화살을 쏘아 올린 것이 아니라?”
예리한 척 하긴.
싱긋, 입꼬리만 말아 올린 이안이 내뱉었다.
“그건 어떻게 해도 일어날 일이었어. 이 세상에는 너 같은 것들이 지겹게도 많으니까. 그런 의미로, 말도 지겹게 많아줘서 고맙군.”
이안의 자세가 느슨해졌다.
“덕분에 그 짝퉁 포효의 여파가 전부 사라졌거든.”
“…짝퉁? 그게 무슨 뜻이지?”
“가짜인 건 너도 마찬가지란 얘기지. 도롱뇽아.”
다음 순간 이안이 몸을 날렸다. 어느새 그의 검은 뇌전이 가득 뭉쳐 빛나고 있었다.
코웃음 친 흑기사가 이제는 다소 짧게 느껴지는 흑검을 비스듬하게 늘어뜨리는 사이.
크히잉-!
놈의 곁에 우뚝 서있던 유령마가 이안을 향해 마주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의 검에 맺힌 마법을 뽑아내려는 모양. 하지만 이안은 검을 내뻗지 않았다.
타타탓-
유령마의 측면으로 쏜살같이 달려드는 검은 궤적이 보였기 때문이다.
샬롯. 무력화 상태를 완전히 떨쳐낸 듯, 그녀는 도끼날을 앞세운 채 포탄처럼 몸을 날리고 있었다.
콰장창-!
짐승처럼 울부짖은 그녀가 유령마의 마갑과 충돌했다. 샬롯과 뒤엉킨 유령마가 새카만 궤적을 남기며 옆으로 나뒹굴었다.
그 너머로 드러난 흑기사를 향해, 이안이 검을 내뻗었다. 놈이 왼팔을 앞으로 치켜든 건 거의 동시였다.
콰릉-!
이어진 굵직한 뇌전은, 이번에는 흑기사를 관통하지 못했다. 대신 파도처럼 솟구친 검은 안개가 뇌전을 집어삼켰다.
역시 두 번은 안 통하네.
생각할 찰나, 흑기사가 치켜들었던 왼팔을 앞으로 떨쳤다.
콰아아-!
뇌전을 머금은 파도가 밀려들었다. 눈을 치켜뜬 이안이 휩쓸리는 가운데.
“이안…!”
소리친 메브가 자세를 낮춘 채 흑기사를 향해 돌진했다. 어느새 똑바로 든 검을 투구 옆으로 바싹 치켜든 채였다.
“붉은 기사라 불린다지? 그 만용만큼은 칭찬해 주마.”
콰아아-
밀려드는 파도를 돌파한 그녀를 맞이한 건, 치켜든 흑검을 힘껏 내리치는 흑기사의 모습이었다. 검붉은 궤적이 그녀의 새 부리 투구를 쪼갤 듯 떨어졌다. 메브가 다급하게 검을 치켜들었다.
쩌어엉-!
흑검에 실린 힘이 메브를 그대로 내리눌렀다. 그녀의 양손 검에 균열이 일고, 메브의 한쪽 무릎이 끝내 땅에 닿았다. 바닥의 판석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었다.
“상으로, 아까 네가 하려던 걸 그대로 돌려주도록 하지….”
읊조리는 흑기사의 팔에 힘이 실렸다. 흑검이 메브의 검을 쪼개 버리고, 그 너머의 투구로 떨어져 내릴 찰나.
솨아아-
피어오른 황금빛 장막이 메브를 가로막았다. 흑검이 불티를 튀기는 가운데.
“가서 샬롯을 도우시오. 병사들도 대피시키고.”
뒤에서 이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의 전신에 맺힌 푸른 역장이 사그라들고, 검을 고쳐 쥔 이안이 덧붙였다.
“그동안, 대행자들끼리 놀고 있을 테니.”
“…네가 원한다면.”
읊조린 메브가 부러진 검을 던져 버리며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가 샬롯과 사투를 벌이는 유령마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
“이제 제대로 할 마음이 들었나?”
그녀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흑기사가 내뱉었다.
이안이 내뱉었다.
“난 계속 제대로 하고 있었어.”
“그럴 리가. 고작 그 정도로 용이라는 절대자를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흑기사가 펄쩍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본 실력을 드러내도록 만들어 주마!”
이게 본 실력이라니까.
내심 혀를 찬 이안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린 흑기사가 흑검을 내리찍은 건 바로 그 직후였다.
콰앙-!
이미 잔뜩 금이 가 있던 바닥의 판석들이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솟구쳤다.
투쟁의 축복을 받은 내 모습이 저런가.
생각하면서도, 이안은 재빨리 자세를 다잡아 놈에게로 달려들었다.
어쨌건 도망 다니며 싸울 수는 없었다. 그럼 전장이 넓어질 테고, 저 미친놈은 성을 무너뜨려서라도 그를 죽이려들 터였다. 다른 이들이 죽는 건 상관 없었지만, 그 사이에 일행도 포함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게다가 덩치가 커진 만큼, 놈의 움직임은 다소 둔해 보였다. 근접전으로 끌고 가면서 약점을 노리는 편이 나으리라.
‘그러려면 일단은….’
쒸아악-
이안은 코앞까지 가까워진 흑기사의 갑옷을 눈에 담았다. 치켜든 그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부러진 단죄의 검이 들려 있었다. 기다란 십자 막이를 타고 푸른 신성력이 타올랐다.
콰과과과과-
톱날처럼 솟구친 신성력의 칼날이 흑기사의 목덜미와 흉갑을 사선으로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아까 메브와 샬롯의 연합 공격으로 균열이 일고 우그러졌던 부분들이 찢겨 나가고, 목덜미와 옆구리를 감싼 이음매가 터져 나갔다.
‘역시.’
이안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갑옷의 겹쳐져 있던 부분들이 펼쳐지면서, 그만큼 방어력이 낮아지고 이음매도 취약해졌으리란 추측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마 게임에서도 갑옷을 벗겨 약점을 드러내는 게 공략 순서였으리라. 정확한 공략법을 알지 못하는 만큼, 드러난 단서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콰아아아-
푸른 궤적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뿜어져 나온 왼 팔뚝에, 이안이 다급하게 몸을 젖혔다. 그의 몸을 으깨 버릴 듯 휘둘러진 쇠장갑의 끝부분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가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뒤따른 마력의 파장만으로도 그의 흉갑을 찢어버리기엔 충분했다.
새로 산 건데, 시발. 숨이 턱 막히는 압력을 느끼면서도, 이안을 아직 신성력이 남은 단죄의 검을 올려졌다.
카드드득-
훤히 드러난 흑기사의 팔뚝을 푸른 신성력이 할퀴었다. 팔을 자르지는 못했지만, 팔꿈치 안쪽의 이음새 부분을 찢기에는 충분했다.
흑기사가 어느새 머리 위로 치켜든 흑검을 사선으로 내리친 건 거의 동시였다.
빛의 장막이 이안을 감쌌다.
콰치치칫-!
흑검과 맞부딪친 빛의 장막이 눈부시게 번쩍였다. 장막을 후려친 검날에서도 검붉은 마력의 불티가 튀어 올랐다.
이안이 보기에도 확실히 저 검붉은 검은 보통 검이 아니었다. 흑기사의 힘을 견뎌내는 건 물론이고, 신성력의 장막까지 천천히 갈라내고 있지 않은가. 하긴. 애초에 평범한 검이 용의 마력을 견딜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어쨌건, 한 대라도 제대로 맞으면 죽겠네.’
가뜩이나 치솟았던 집중력이, 극한의 위기감과 맞물려 한계까지 돋아났다. 신경이 몸 바깥까지 곤두서는 듯한 느낌.
아공간에서 제국제 장검을 꺼내든 이안이, 장막 너머로 보이는 흑기사의 어깻죽지를 향해 검을 내뻗었다.
검붉은 비늘이 우둘투둘하게 돋아난 피부 위로 빛의 축복과 바람 칼날을 머금은 칼날이 틀어박혔다.
쿠드드득-
손아귀로 전해지는 반발력이 상당했다. 갑옷이 없더라도 저항력이 상당히 높은 게 분명했다. 이안은 새로 돋아난 어금니를 다시 으스러뜨릴 기세로 악물었다.
동시에 잿빛으로 물들던 그의 눈동자가 번쩍였다.
콰직-
칼날과 어깻죽지에서 소리 없는 폭발이 일었다. 진공 폭발.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어깨가 통째로 날아가는 식의 결과는 일어나지 않았다. 검날을 중심으로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리면서 가죽과 살점이 터져 나갔을 뿐이었다. 붉은 속살과 금이 간 쇄골 뼈가 얼핏 드러났다.
하지만 흑기사는 비명은커녕 움찔대지조차 않았다.
“……!”
그저 안면 가리개 사이의 붉은 안광이 일순간 가늘어진 게 전부였다.
동시에 이안의 시선에, 옆으로 활짝 열리듯 펼쳐졌던 놈의 왼팔이 살짝 구부러지는 게 보였다. 다음 순간 저 주먹이 만들어 낼 궤적이 이미 현실이 된 것처럼 그려졌다.
쒸에에엑- 콰아앙!
비스듬하게 떨어진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뒤이은 마력의 충격파가 판석과 병사들의 시체 조각까지 모조리 터뜨리며 폭발했다.
하지만 그때 이미 이안은 흑기사의 반대쪽 측면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주먹을 내리치면서 뒤로 젖혀진 흑기사의 오른팔, 살짝 구부러진 팔꿈치 안쪽으로 향했다.
‘될까?’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검날이 놈의 팔꿈치 안쪽을 정확하게 갈랐다. 놈의 팔뚝 보호대의 이음매가 끊어졌다.
진공 폭발을 사용할 때부터 휘청대던 검날도 거의 동시에 부러졌다. 이게 마지막 제국제 장검이었다. 이번에 새로 구매한 칼들은 이것보다 내구도가 훨씬 떨어졌다.
부러진 검을 미련 없이 떨어뜨린 이안은, 대신 고대의 운철 단검을 뽑아 들었다.
날 길이가 다소 짧지만, 이 거리에선 치명적인 단점이 되지는 않을 터였다. 게다가 운철 단검은 내구도가 기형적으로 높았고, 장비 파괴 옵션까지 붙어 있었다.
흑기사의 급소를 드러나게 하는 데에는 이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었다. 게다가 슬슬, 흑기사의 전투 방식이 눈에 익고 있었다.
“제법이다만.”
물론, 이안만 그런 건 아니었다.
“정말 고작 그런 잔재주만으로 나를 이길 수 있다 믿는 것이냐?”
흑기사의 안광이 일순간 번뜩이며, 이안에게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와중에도 놈의 전신에서는 이미 검붉은 마력이 타오르고 있었다.
살짝 구부러져 있던 놈의 오른팔이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흑검에서 분출되는 마력이 이안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건 못 피하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