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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망캐가 되었다-229화 (229/412)

#229화

‘루 솔라…?’

이안의 의식이 사방을 훑었다.

하지만 그저 일렁이는 빛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그의 인지 능력으로는 그 이상을 꿰뚫어 보는 게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쨌건, 루 솔라가 그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분명했다.

그녀의 시선은 공허의 존재나 심지어 카르하와도 달랐다.

아주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 심지어 어딘가 애처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도대체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건지는, 이안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뭐, 당신 뜻과는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라 이거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사방이 더 밝아지더니, 시야 한복판에 사도 퀘스트가 떠올랐을 뿐이었다. 답을 대신하듯이.

물론 이안은 퀘스트를 거절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다. 시선은 느껴질 때처럼 한 순간에 사라졌다. 시야를 가득 채우던 빛이 찾아들었다.

“……!”

현실로 내팽개쳐진 것처럼 모든 감각이 되돌아왔다. 이안은 땅에 손을 짚은 채로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그의 전신에 불그스름한 수증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루 솔라의 신성에 중화되었던 카르하의 신성이 다시 전신으로 번졌다. 묘하게 화가 난 것 같은 열기였다.

숨을 거칠게 내쉬던 이안이 비틀대며 일어섰다.

이미 사방은 반짝이는 빛무리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빛의 기둥도 역장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쓴웃음을 흘린 이안이 고티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놈의 시신은 검게 탄 숯덩이처럼 변해 있었다. 그 와중에도 걸치고 있던 장비들은 전부 멀쩡했다. 오히려 신성의 잔재를 머금고 빛나고 있어서, 검게 탄 시신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다소 멍한 눈으로 놈을 응시하던 이안은, 곧 자신의 레벨이 올랐음을 깨달았다.

자멸로 끝이 나긴 했어도, 고티어를 죽인 경험치가 들어온 것이다.

생각보다도 많이.

‘…그거면 됐지, 뭐.’

그가 짧게 입맛을 다실 찰나.

“이럴 수가… 빛이여….”

납작 엎드려 있던 나세르가 탄식하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이것이 당신의 진심이셨습니까…? 이 어리석은 종을 부디 용서하소서….”

중얼대며 무릎을 꿇은 그가, 그대로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아 쥐며 눈을 감았다. 나지막한 기도문이 중언부언 이어졌다.

나랑 비슷한 걸 본 건가.

이안은 잠시 나세르를 내려다 보았다.

두건이 벗겨지면서 그는 얼굴을 고스란이 드러낸 채였다.

옅은 갈색 피부. 검은색에 가까운 반곱슬 머릿결. 피부색과 달리 얇은 입술을 보니, 반투르 인과 제국인의 혼혈인 모양이었다.

“나리…! 나리! 무사하십니까? 대답해 주십쇼!”

잔해의 언덕 너머에서 필립의 외침이 이어졌다. 다급한 발소리.

일대는 고티어를 중심으로 작은 구덩이가 파인 것 같은 형태였다. 무너지고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광경이었다.

이안이 걸음을 옮기며 내뱉었다.

“무사해. 일단은.”

그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나세르는 알아채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저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것처럼 기도를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이 새끼도 돌아버리는 거 아닌가.

내심 읊조리며, 이안은 손을 슬쩍 들었다. 불그스름한 신성력이 아직도 맺혀 있었다.

“괜찮으신 거 맞습니까? 정말이지 심상치 않은…. 음…?”

언덕 위로 올라서며 내뱉던 필립이 말을 멈췄다. 이안과 옆에 주저앉아 기도 중인 나세르를 눈에 담은 그가 이내 덧붙였다.

“이건 또 무슨 상황입니까?”

“무슨 상황이긴.”

심드렁하게 내뱉은 이안이, 그대로 손날을 나세르의 목덜미를 향해 내리쳤다.

“……!”

으직, 충격에 고개를 치켜든 나세르가 그대로 널브러졌다. 열린 눈꺼풀 사이, 옅은 갈색 눈동자가 탁 풀린 채 위로 돌아갔다.

“아, 아니, 나리…!”

필립이 눈을 치켜떴다.

“아무리 그래도 기도 중인 자를 죽이시다니요…! 그건 이교도나 야만인들이나 하는 행동입니다…!”

“그럼 난 상관없겠네. 어떤 의미론, 둘 다 해당되니까. 게다가….”

불경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이안이, 다가오는 필립을 돌아보며 턱을 까딱였다.

“안 죽였어.”

아마도.

몸을 숙여 나세르의 목덜미에 손을 얹어본 필립이,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네요. 다행히도.”

과연 그게 다행일까?

속으로만 덧붙이며, 이안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와 얼굴에 묻은 재를 터는 손짓에 불길 같은 신성력이 일렁였다. 투쟁의 축복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아마 카르하가 보기엔 전투의 마무리가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리라.

‘마음은 알겠는데. 뭐, 이미 죽은 놈을 다시 살릴 순 없잖소. 어쨌든 이겼고.’

이안이 입맛을 다시는 사이, 나세르를 내려다보던 필립이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어려 보이는군요. 저랑 나이가 그렇게 차이 나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의외입니다. 교단의 정화자는 대부분 나이가 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런 녀석이 끝까지 살아남으면, 저런 놈이 되나 보지.”

재를 터는 손길을 멈추지 않은 채 이안이 대답했다. 숯덩이처럼 변한 고티어를 눈에 담은 필립이 이윽고 탄식했다.

“도무지 여신의 뜻을 모르겠군요. 아무리 교리를 따르며 어둠과 맞서는 삶을 산다 해도, 저런 편협한 자에게 그토록 큰 은총을 내려 주시다니요.”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

“예…?”

필립이 멍하니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손바닥을 탁탁 털면서, 이안이 덧붙였다.

“교리에 어긋나지 않으면 신성을 내려 줄 수밖에 없으신 걸지도.”

“그런… 그건 본말이 전도된 격이잖습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이안은 방금 본 환영을 떠올리며 어깨를 까딱였다.

“아님 말고. 그런 생각이 들었을 분이야. 궁금하면 직접 답을 구해라. 여신의 사도는 내가 아니라 너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공간에 손을 넣어 봉인함을 꺼낸 이안이,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으며 덧붙였다.

“어깨랑 팔에 붕대나 감아라.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데.”

“아, 이거요?”

필립이 머쓱하게 자신의 왼팔을 내려다 보았다.

강철 장갑과 팔목 보호대 사이로 드러난 누비옷이 검게 타들어 눌어붙은 상태였다. 아까 고티어의 뇌전 일격을 막아낸 흔적이었다.

“보기보다 심각하진 않습니다. 거기다 이래 봬도 신의 사도잖아요? 흉은 지겠지만, 거뜬하게 회복될 겁니다.”

“알았으니까, 당장 벗어서 붕대나 감아.”

“예. 나리.”

비로소 마음이 놓인 듯 미소 지은 필립이 봉인함을 열었다.

그가 건넨 가죽 수통을 받아든 이안이 곧바로 입에 가져갔다.

고개를 젖힌 덕분에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어쨌건 고티어가 뿌려댄 신성이 이 일대에도 도움이 된 게 분명했다.

잿빛이던 먹구름은 도시를 중심으로 탈색이라도 한 것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 사이로 얼핏 푸른 하늘과 햇빛까지 비췄다.

‘이런데 퀘스트 하나 안 주다니.’

수통을 툭 옆에 내려놓은 이안이 다시 일어섰다. 또 다른 발소리들이 요란하게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행일 터였다.

“끝난 거 맞지? 또 막 뭐 터지고 그러는 거 아니지? 눈 아프단 말야.”

잔해더미 위로 고개를 내민 테사이아가 물었다. 대답 대신 실소를 흘린 이안이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뒤를 따라 올라서는 메브가 눈에 들어왔다.

“눈은 괜찮소?”

“다행히. 온전히 돌아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긴 하다만. 어쨌건 보이긴 하는구나.”

메브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안은 뒤따르는 샬롯을 눈에 담았다. 그녀는 양손 검을 질질 끌고 다가오고 있었다. 군단장의 대검이었다.

어디로 날아갔나 했더니.

이안과 눈이 마주친 샬롯이 말했다.

“심상치 않은 섬광이었는데. 너야말로 괜찮은 거냐?”

“뭐, 보다시피.”

너도 썩 멀쩡해 보이고.

샬롯의 전신에는 아직도 흐릿한 붉은 신성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그녀가 대검을 든 것도 그래서일 터였다.

미로 저택에서의 기억이 설핏 뇌리를 스쳤다. 아마도 그때, 카르하는 샬롯을 전사로 인정한 것이리라.

인간의 신은 이종족에게는 축복을 내리지 않는다더니.

‘은근히 편견 없는 양반이라니까. 야만인이라 그런가.’

그때, 손과 팔목에 대강 붕대질을 끝낸 필립이 벌떡 일어났다.

그는 양손에 새 붕대를 움켜쥔 채 메브에게 달려갔다.

이안도 다가오는 그녀를 다시 눈에 담았다.

메브의 얼굴에는 새로 긁힌 흔적들이 생겨나 있었다. 한쪽 턱에 난 상처를 가로지르고 있어서, 묘하게 잘 어울렸다. 훤히 드러난 양 팔뚝 곳곳에도 마찬가지로 칼날에 스친 흔적과 불에 탄 흔적들이 여럿이었다.

그녀의 제국제 전신 판금 갑옷은, 이제 몇몇 부위만 겨우 남아 있을 따름이었다.

이안의 입꼬리가 문득 말려 올라갔다.

“그래… 덕분에 돈은 굳었군.”

“돈이 굳다니?”

필립이 요란을 떨며 붕대를 감아주기 시작한 가운데, 다가선 메브가 눈을 깜빡였다.

“경의 장비 말이오.”

이안이 고개를 옆으로 까딱였다.

“바꿀 게 생겼잖소. 지금보다 훨씬 더 그럴듯하게.”

“……!

그제야 눈을 치켜뜬 메브가 고개를 돌렸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테사이아 너머, 고티어의 시신이 그녀의 눈에 담겼다.

빛을 잃은 마석들이 곳곳에 박힌 육중한 전신 판금 갑옷.

”…아무리 그래도, 교단 정화자의 유품을 노략하는 건-“

“경이 안 쓰셔도 어차피 챙길 거요. 남김없이. 게다가 저건 내 전리품이니, 어떻게 나눠 줄지도 내 마음이지.”

“…….”

“제가 보기에도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메브의 반대쪽 팔을 천으로 닦으며, 필립이 끼어들었다. 메브의 시선을 받은 그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변방으로 가시게 될 테니까요. 거길 허름한 장비만 걸치고 누비신다면, 전 아마 매일 나리를 걱정하게 될 겁니다. 대교회에 있더라도요.”

말 잘하네, 새끼.

피식 웃은 이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입술을 몇 번 달싹인 메브가, 이내 웅얼댔다.

“그래도… 전리품을 내가 다 받는 건… 마음이 편치 않다만.”

“다 준다고 하진 않았소만.”

“…아, 그렇군.”

“일단 갑옷은 경에게 드리겠단 얘기지. 나머지는 나눠 가질 거요. 물론, 내가 필요한 걸 먼저 챙긴 후에.”

“정말? 그럼 나도 가지고 싶은 거 봐 놔도 돼?”

고티어의 시체를 관찰하던 테사이아가 번쩍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이안이 코로 웃으며 대답했다.

“네 순서는 제일 마지막이다, 테사.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제일 한 게 없단 얘기지? 상관없어. 뭐든 나눠 준다는데.”

“코피도 닦고.”

“응.”

팔로 코 아래를 대충 문지른 테사이아가, 곧이어 고티어의 머리통을 발로 차 버렸다.

놈의 머리가 재가 되어 흩날렸다.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그녀가 갑옷 곳곳을 발로 차 대기 시작했다. 장비만 남겨 두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놈은 왜 살려 뒀지?”

옆에서 찢어진 손아귀에 붕대를 감던 샬롯이 물었다. 널브러진 나세르를 빤히 내려다보는 채였다.

손을 뻗어 그녀가 묶은 붕대를 더 꽉 조여 주며 이안이 대답했다.

“배후가 누군지는 캐내야지. 보아하니 처음부터 날 노리고 보내진 놈들 같은데.”

“그렇군…. 그렇다면, 내 심문 기술이 필요한 시점 같은데.”

“나야 상관없다만….”

붕대의 매듭까지 깔끔하게 지어 준 이안이 샬롯의 눈을 마주 보았다.

“괜찮겠냐? 어쨌건, 이 녀석도 신의 사도일 텐데.”

“네 목숨을 노린 이상 타락자나 다를 바 없지. 염려 마라.”

“그래, 뭐. 그렇다면야.”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나세르를 발로 툭 차서 바로 눕혔다.

로브 사이로 녀석이 걸친 판금 갑옷이 드러났다.

고티어의 것과는 또 다르게 생긴 미끈한 갑옷이었다. 곳곳에 박힌 마석의 위치도 달랐다. 아마 내장된 주문 회로도 다르리라.

하긴. 통일성은 걸친 로브만으로도 충분할 터였다.

퀘스트가 없다고 투덜댈 게 아니었군. 이거, 간만의 월척인데.

진언이 새겨진 로브의 안감까지 눈에 담은 이안이 미소 지었다.

“일단은 싹 다 벗겨. 이놈이 걸친 것도 전부 우리 거니까.”

“기꺼이. 그리고? 그 후엔?”

샬롯이 묘한 기대가 묻어나는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았다.

이안이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턱을 까딱였다.

“네 주특기를 발휘해야지. 이놈도 신의 은총을 받았을 텐데, 허술하게 결박할 순 없잖아?”

“물론이지.”

나세르를 내려다보는 샬롯의 입가에 송곳니가 설핏 드러났다.

잡은 쥐를 눈앞에 둔 고양이 같은 미소.

“신의 화신이 오더라도 내 결박을 풀진 못할 거다.”

“하는 김에 감시도 네가 해. 깨어나면 바로 심문할 거니까.”

“그러지.”

샬롯이 나세르 옆에 주저앉았다. 그사이 메브의 모든 처치를 끝낸 필립이 입맛을 다셨다.

“무장을 해제시키고 결박하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만…. 샬롯의 심문 방식을 허락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 있을까요?”

그의 시선이 눈을 까뒤집고 혼절한 나세르를 훑었다.

“어쨌든 이 자는 항복했고, 저희에게 칼을 들이밀지도 않았는데요.”

“성기사라고 감싸는 거냐?”

그의 로브를 풀어헤치던 샬롯이 콧방귀를 뀌었다. 화들짝 고개를 저은 필립이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뭐, 대화로 풀어갈 기회를 한 번은 주도록 하지. 동정심 가지지 마라. 어차피 죽일 놈인데.”

“그… 건 대화를 나눠본 후에 결정해도 되지 않을까요? 안 그렇습니까, 나리?”

이안을 돌아본 필립이 이내 멈칫하고는 내뱉었다.

“…죽이실 생각이시군요.”

어깨를 으쓱인 이안이, 필립과 메브를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마음이 바뀔 수도 있어. 하지만 어지간하면 죽일 거다. 이유는 말 할 필요도 없겠지. 어떻게 결정하든 내 마음이니까, 반박은 받지 않을 거야. 다만, 둘의 눈에 보이지는 않게 처리하도록 하지.”

“자비롭기 그지 없군….”

샬롯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어조로 중얼댔다.

입맛을 다신 필립이 고개를 끄덕이고, 메브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알았다고 짧게 대답했다.

그녀도 내키지 않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이안의 입장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터였다.

이안이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경은 그렇다 치고, 너도 장비 상태를 점검해라. 남는 갑옷 하나는 해체해서 나눠 가질 거니까.”

이어진 말에 필립이 눈을 치켜뜨며 이안을 바라보았다.

“나리가 쓰시는 게 아니라요?”

“난 전신에 판금을 두르는 건 갑갑해. 보아하니 이 녀석은 방패도 있던데. 그건 일단 네가 가져라.”

“나리…! 아, 아니지. 루 솔라여, 용서하소서. 더 의미 있게 쓰겠나이다.”

화색을 넘어 감격한 표정이 되었떤 필립이 황급히 기도를 올렸다.

물론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까지 숨기지는 못한 채였다.

용병이 더 어울리는 놈이라니까.

코웃음을 친 이안이 덧붙였다.

“기도 끝내면 성문 쪽으로 가라. 이놈들, 말을 타고 왔잖아.”

“……!”

번쩍 눈을 뜬 필립이 소리쳤다.

“마차를 타고 갈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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