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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판타지의 망캐가 되었다-272화 (272/412)

#272화

희미한 소란이 귀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변을 눈치챈 건 이안 뿐이었다. 회의에 몰입 중인 상인들뿐 아니라, 그들의 개인 경호병들도 지루한 표정으로 반쯤 눈을 감고 있었다.

옅은 마력까지 느낀 이안이 필립을 돌아볼 찰나.

“그럼, 연맹의 대표 선출 안건으로 넘어갑시다. 입후보할 분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주시오.”

반투르인 단주가 말했다. 동시에 셋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순풍 상단의 단주와 코뚜레 단주, 그리고 콧수염 단주였다. 서로 눈빛을 교환한 그들이 입을 열 찰나.

“그건 잠시 미뤄 두셔야겠소.”

이안이 내뱉었다. 미간을 좁힌 단주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그가 덧붙였다.

“문제가 생긴 것 같으니까.”

“문제…?”

콧수염 단주가 인상을 구기며 내뱉는 사이, 잠이 확 깬 표정이 된 경호병 하나가 커튼을 거둬 밖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모인 회의장은 저택 뒤편이었다.

파엘이 설마 하는 얼굴로 이안을 바라보는 사이, 몸을 돌린 경호병들이 문을 열고 복도 건너편의 방으로 몰려갔다.

“……?”

그들을 따라가려던 이안이 멈칫했다. 엘리야가 그의 손목을 잡아서였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내려다본 이안이 이내 피식댔다. 엘리야의 눈동자에 흐릿한 마력이 감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엘리야가 말했다.

“때가 된 것 같은데요. 이안 님.”

“…그래. 얼마나 유용할지, 한번 보자.”

기어코 도움이란 걸 주고 싶다면.

이안이 몸을 숙였다.

반대편에서 필립도 한쪽 무릎을 꿇는 가운데. 마력이 일렁이는 눈으로 이안을 마주 본 엘리야가 양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여러모로 수상해 보이는 행동이었지만, 파엘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이런 미친…?”

“저 새끼들은 뭐야?”

“기습인가? 대체 누가.”

건너편 방으로 달려간 경호병들이 숨을 들이켜며 소리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상을 구기며 무기를 뽑아 드는 자도 있었다. 어느새 자리를 벗어난 상단주들도 건너편 방의 창가로 다가가는 중이었다.

“루 솔라 맙소사….”

“저게 대체 무슨 일이지?”

창밖을 확인한 상단주들의 입에서 탄식이 번졌다.

서걱-! 콰지직!

“아아악-!”

“달려들어! 무기를 빼앗아!”

저택 앞에 살풍경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칼을 든 괴인들이 맨주먹으로 달려드는 경호병들을 마구잡이로 베어 넘기고 후려치고 있었다.

상단주들의 얼굴에 위기감 대신 놀람만이 감도는 건, 그 숫자가 고작 넷에 불과해서였다.

하지만 경호병들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맨주먹이라도, 상대가 고작 넷이라면 진작 제압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커헉…!”

“아윽- 끅….”

하지만 지금은 반대로 상단의 인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게다가 괴인들의 번들거리는 보랏빛 안광도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래도 나가 봐야겠습니다. 단주들께선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지루해 죽을 뻔했는데, 차라리 잘됐군….”

이윽고 서로 눈빛을 교환한 경호병들이 몸을 돌릴 찰나.

“나가지 않는 게 좋을 것이오.”

이안이 방으로 들어서며 내뱉었다.

“……!”

경호병들이 멈칫했다. 어쨌건 가장 먼저 상황을 눈치챈 건 그였기 때문이다. 창가로 다가선 이안이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저 안개는, 아무래도 저주 같으니까.”

“안개…?”

그제야 경호병들의 시선이 다시 창밖으로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부자연스러운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정원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외부에서 번지는 것 같기도, 저택에서 번져 나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새카만 색이어서, 마차 주위에 밝혀 둔 횃불이 아니고서는 분간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건 마차 주위로도 모여들고 있었다. 다들 싸움에 정신이 팔려 눈치채지 못했을 뿐.

이안이 느낀 오염된 마력의 정체이기도 했다. 이안이 보기에는 저 안개가, 날뛰고 있는 괴인들보다 더 위험해 보였다.

‘용병들을 홀려서 하수인으로라도 만든 거겠지….’

경호병들을 연신 베어 넘기는 괴인들의 눈과 코에는 어느새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력을 소진하며 강하게 만들어주는 저주이거나, 사령술의 일종일지도 몰랐다.

“윽… 그극….”

그사이, 스멀스멀 번지던 안개가 괴인들의 칼에 쓰러진 경호병들을 하나둘씩 삼키기 시작했다.

넘실대는 어둠 사이로 드러난 그들의 육체가 검게 물들어갔다.

“이런 미친….”

“주문쟁이는 어디 있지? 어디서 이런 주문을…?”

경호병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다들 칼부림이라면 일가견이 있겠지만, 주문에 대항하는 건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저마다 몸 곳곳을 더듬대는 걸 보면, 이런 상황을 대비한 마법 무구나 마도구 하나쯤은 가지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싸우다 죽을 생각이라면 나가도 상관없겠지만, 그게 아니면 아래층으로는 내려가지 마시오. 단주들은 회의실로 돌아가 밖으로 나오지 마시고.”

이안이 문밖을 가리켰다.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던 단주들의 시선이, 거의 동시에 회의실로 돌아갔다.

그들이 문 앞에 선 필립과 엘리야, 그리고 필립의 곁에 딱 달라붙듯 서 있는 파엘을 바라보는 사이.

“컥… 크륵…!”

“조나단…? 읏… 으윽….”

“아악! 아아악-!”

창밖에서 크고 작은 비명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저주의 안개가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점점 둔해지던 괴인들의 움직임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어느새 그들의 피부도 먹물이 번지듯 검게 물들었다.

“어서들 이리 오시오! 이안 경의 말에 따르란 말이오!”

파엘이 버럭 소리쳤다. 화들짝 정신을 차린 단주들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며 이안을 돌아보았다.

“그래서, 우린 안전한 게 맞소?”

“설명부터 해 주시오. 대체 이게 무슨 일이오? 저주라니?”

“어떻게 그렇게 침착하죠?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건-”

하여간 상인 새끼들, 진짜.

짧게 한숨을 내쉰 이안이 투구를 벗었다.

텅그렁, 그가 내던진 투구가 바닥을 굴렀다. 저마다 전투를 준비하던 경호병들도 그를 바라보는 가운데.

스르릉-

이안이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검날이 어둠 속에서도 새하얗게 빛났다.

“……!”

뒤이어 상인들과 경호병들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이안의 왼손 손등에서 빛이 번지더니, 육각형을 그리는 황금빛 방패가 피어오른 것이다. 대조적으로 검게 가라앉은 눈으로 상인들을 바라보며, 이안이 내뱉었다.

“당장 움직여. 여기서 당장 내 손에 뒈-”

“서, 성기사!”

파엘이 화들짝 말을 자른 건 그때였다. 그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재빨리 단주들을 돌아보았다.

“이 두 분은 성기사란 말이오! 그러니 당장 지시에 따르시오!”

“아, 알겠습니다…!”

그제야 상인들이 우르르 회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퀘스트만 아니었어도. 이안이 내심 혀를 차며 몸을 돌릴 찰나.

“그으으으아-!”

“크르륵… 그륵….”

밖에서 명백하게 인간의 것은 아닌 비명들이 울려 퍼졌다.

안개에 삼켜졌던 자들이 본격적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죽었던 때의 모습 그대로 다시 생명을 얻은 것처럼, 온몸이 새카맣게 물든 채였다. 마찬가지로 흰자위까지 검게 물든 눈동자들이 섬뜩하게 번뜩였다.

“크르르륵-!”

“크어어-”

저주로 되살아난 망자들은, 아직 살아있는 자들에게 짐승처럼 달려들거나 그대로 저택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오, 옵니다! 경! 명령을!”

경호병들이 소리쳤다. 엘리야를 등지고 앞으로 나서는 필립과 시선을 교환한 이안이, 복도로 나서며 덧붙였다.

“위로 올라오는 놈들을 처리해. 필립 경을 도와서.”

“그럼, 경은…?”

이안이 괴물들의 비명이 메아리치기 시작한 복도 너머를 돌아보았다.

“이 저주의 근원을 제거해야지.”

내뱉은 그가 곧바로 복도 너머로 달려나갔다. 황금빛 방패가 만들어내는 궤적이 삽시에 멀어졌다.

“저, 저주 속으로 나간다고…?”

경호병들이 읊조릴 찰나.

“정신들 똑바로 차리고 밖으로 나오십시오.”

어느새 새하얀 방패와 장검을 움켜쥔 필립이 복도로 나섰다. 그의 투구 아래로 황금빛 안광이 아른거렸다.

“죽고 싶지 않다면.”

콰장창-!

동시에 유리창을 깨며 무언가가 안으로 뛰어들었다. 관절이 이리저리 뒤틀린 새카만 망자가 바닥을 나뒹굴고는 부스스 일어섰다. 벽면을 타고 기어 올라온 것이리라.

새카맣게 물든 망자의 전신을 눈에 담은 것도 잠시.

“으아아아-!”

몇몇 경호병들이 고함을 내지르며 놈에게로 달려들었다.

***

콰직-!

이안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반겨준 망자의 머리통을 그대로 반으로 썰어 버렸다. 그리고도 죽지 않고 손을 뻗는 놈의 상반신을, 새하얀 궤적이 다시 한번 꿰뚫고 지나갔다.

“그어억-!”

비스듬하게 잘려나가 허물어지는 망자의 뒤로, 어느새 또 다른 놈이 달려들고 있었다. 놈의 가슴팍에 검을 찔러 넣은 이안의 눈동자가 일순간 잿빛으로 물들었다.

퍼석-!

소리 없는 폭발이 망자의 몸을 산산조각냈다. 이안이 자욱하게 번지는 피 안개 너머를 노려보았다. 어둑어둑한 복도와 장내에 망자들의 실루엣이 우글대고 있었다.

저주로 되살아난 이 망자들은 일반적인 구울보다 빨랐다. 아마 온몸에 저주도 가득 머금고 있을 터였다.

콰직-!

그대로 피 보라를 뚫고 달려나간 이안이 앞에 보이는 놈의 머리를 그대로 내리쳤다.

위층에서도 시끄러운 고함과 소란이 번지고 있었다. 벽면을 타고 기어 올라간 놈들이 제법 많은 모양이었다.

서걱-! 빠악!

하지만 이안은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적에게만 집중했다. 위층에는 필립이 있었다. 그 녀석이라면 충분히 상인들을 지켜낼 수 있으리라.

콰직! 빠각-!

진은 강철 장검이 만들어낸 새하얀 궤적이 쉬지 않고 망자들을 썰어댔다. 때때로 백금 방벽이 만들어낸 황금빛 궤적이, 벽면이나 천장을 기어 달려드는 놈들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

한순간 이안의 눈매가 꿈틀댔다. 어느새 그의 발아래로도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번지고 있었다. 저주가 그의 몸을 타고 올랐다.

하지만 이안은 망자들처럼 저주에 물들지 않았다.

기운이 조금 빠지고, 매연을 마시는 것처럼 목이 칼칼해졌을 뿐이었다.

‘완벽하게 저항할 줄 알았는데….’

뭐, 이게 어디야.

생각하며, 이안은 쉬지 않고 검을 휘두르며 복도를 나아갔다. 광역 마법은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권역이라도 만들어진 거라면 모를까. 지금은 자칫하다간 저택이 무너지거나 위층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도 있었다.

-거기…!

이안의 뇌리로 탄성이 번진 건, 복도를 반쯤 나아갔을 때였다.

엘리야의 목소리였다. 속삭임이라 부르는 비전 주문이었다. 그다지 쓸 데가 없어서, 이안조차 하나도 찍지 않은 스킬이었다.

-마력의 흐름이 그 근처에 집중되어 있어요! 뭔가 보이지 않으세요?

엘리야의 잔재주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녀의 마력 탐지는 이안보다도 수준이 높았다. 그보다 마력의 흐름을 더 선명하게, 더 먼 곳까지 읽을 수 있던 것이었다.

달려드는 구울들을 베어 넘기며, 이안이 미간을 찌푸렸다.

-안 보이는데. 아무것도.

-그럴 리가… 분명히 그 근처에 마력이 응집되고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내심 읊조리던 이안이 문득 검을 고쳐 쥐었다.

마구 달려들던 저주의 망자들이 슬금슬금 물러나더니, 그 사이로 검을 움켜쥐고 갑옷을 검은 놈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흰자위가 검게 물든 보라색 눈동자가 이안을 뚫을 듯 응시했다.

심지어 하나도 아니었다. 두 놈이 더 저만치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완전히 마인이 다 됐군….”

읊조린 이안이 백금 방벽을 치켜드는 사이, 짐승 같은 포효를 토해낸 마인이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타타탓-

이안도 놈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최고조로 치달았다. 저주의 여파가 마취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 시야와 모든 감각이 한층 또렷해졌다.

쩌엉-!

마인이 달려들며 내리친 검날이 백금 방벽을 후려쳤다. 방벽은 그저 옅게 번쩍였을 뿐 깨지거나 휘청이지 않았다.

이안은 손등의 회로에 담긴 마력이 조금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아직 진언 회로에 축적된 마력은 꽤 많았고. 이걸 다 쓰고 나면 그의 마력을 밀어 넣어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었으니까.

필립에게 실험 삼아 깨질 때까지 공격하게 해 본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물론 회로에 축적된 마력을 쓸 때보다 효율은 떨어졌고, 그만큼 마법을 사용할 수 없게 될 테지만.

눈에 띄는 마법은 지양해야 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력은 부족한데 쓸 곳은 점점 많아지네.’

생각하며, 이안은 진은 강철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쉬악- 서걱!

바람 칼날을 머금은 새하얀 칼날이, 본래는 별것 아닌 용병이었을 마인의 가죽 갑옷과 허리를 깔끔하게 갈랐다.

잘린 단면에서 새카만 체액이 치솟아 이안의 얼굴에도 튀었다. 하지만 닦을 틈은 없었다.

쒸에엑!

뒤따르던 다른 놈이 쇄도하고 있었으니까. 이안은 놈을 향해 마주 달려가며 검을 휘둘렀다.

콰직!

이안의 검과 맞부딪친 놈의 검이 그대로 토막 나며 지나쳤다. 덕분에 드러난 놈의 목덜미를 향해, 이안이 왼팔을 휘둘렀다.

콰득-!

방벽의 방패 날이 그대로 놈의 목을 잘라 버렸다. 이안에게는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과 달리, 방벽은 이렇게 무기로도 충분히 쓸 수 있었다.

허물어지는 놈을 내리치려다 멈칫한 이안이, 다시 방패를 들었다.

콰직-

앞선 마인과 함께 베어 버릴 생각이었던 듯, 다른 한 놈이 양손으로 움켜쥔 도끼를 내리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확-!

방벽과 맞부딪친 도끼날에서 새카만 마력의 충격파가 번졌다. 이안의 무릎이 살짝 굽어지는 사이, 그를 내려다보던 괴인의 입술이 달싹였다.

“너는… 뭐지…?”

쇳가루를 삼킨 듯한 목소리. 이안을 응시하는 보랏빛 눈동자가 선명하게 번쩍였다.

아, 그래. 지켜보고 있었단 거지.

“뭐긴.”

이안의 왼팔에 힘이 들어갔다.

쩌엉-!

이안이 방벽을 후려치듯 휘둘렀다. 도끼를 쥔 채로 튕겨 나간 놈이, 바닥의 판석을 깨부수며 밀려나 착지했다.

“네 목을 쳐 줄 사람이지. 저주술사.”

이안이 검을 고쳐 쥐며 말했다. 마인의 입꼬리가 괴상하게 말려 올라갔다.

“이걸 구별하다니… 흑마법에 나름대로 조예가 깊은 모양이지.”

“조금은. 그리고 네가, 여기 지하에 숨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

“……!”

마인이 순간 멈칫하는 사이.

자세를 낮춘 이안이, 입꼬리를 슬며시 말아 올렸다.

“잘 어울리는군. 벌레는 벌레답게 하수도에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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