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버프로 무림정복-40화 (40/115)

제40화.

갑자기 퀘스트?

[화전민 부녀의 약속]

내용 : 화전민 부녀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타입 : 서사 퀘스트

진행률 : 0% (0/1)

보상 :

- 화전민 부녀의 도움

주의 : 이 퀘스트는 지금 당장은 진행할 수 없습니다!

잠깐.

서사 퀘스트라면….

‘이거 엄청 중요한 퀘스트잖아?!’

서사.

즉, 게임의 메인 시나리오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인데…….

이런 중요한 퀘스트를 화전민 부녀가 준다고?

“이것은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제 안사람의 유품입니다. 받아주시지요.”

화전민 아저씨가 웬 자그마한 손거울 하나를 내밀었다.

뭐지?

엄청 비싸 보이는데?

“받을 수 없습니다.”

죽은 아내의 유품이라니.

…이런 걸 어떻게 받아.

“전 단지 색귀를 잡아 현상금을 타려고 했을 뿐인걸요. 이런 소중한 물건을 받을 수 없어요.”

“대협.”

화전민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이것을 대협께 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럼요?”

“그저 대협께서 잠시 맡아 주셨으면 합니다.”

“맡아 달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언젠가 대협께서 곤란한 상황에 처하신다면 이 손거울 가지고 남경의 중화객잔으로 가십시오.”

“……?”

“그런 뒤 객잔 2층에 은(恩)이라는 글자가 적힌 깃발을 내거시면, 도움을 드릴 만한 인물이 대협을 찾아갈 것입니다.”

무슨 첩보원처럼 은밀하게 접촉해 오라는 건데….

‘역시 평범한 화전민 부녀는 아니네. 이런 얘길 하는 걸 보면.’

평범한 화전민 부녀가 서사 퀘스트를 주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

암, 그렇고말고.

“언젠가 대협께 꼭 은혜를 갚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맡아 두시지요.”

“알겠습니다.”

일단 속는 셈 치고 손거울을 받아주기로 했다.

사실 도움이 필요할 일이 있기야 싶겠냐마는, 서사 퀘스트가 발생했는데 이 악물고 무시할 필요는 없겠지.

[알림: <화전민 아내의 손거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화전민 부녀의 약속>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손거울을 받자 퀘스트도 자동으로 받아졌다.

“은혜를 갚을 기회를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대협.”

“에이, 별말씀을요.”

“그럼, 저희 부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디 가세요?”

“저희 부녀는 사정이 있어 이곳에 자리를 잡고 화전민으로서 살았지만, 이렇게 큰 화를 입을 뻔한 이상 더는 여기 머무르기가 무섭습니다.”

맞지.

이 무공도 모르는 부녀가 이런 산골에 단둘이 살긴 빡세긴 하겠지.

당장 색귀 놈 같은 흉악범의 표적이 된 것도 외진 곳에 살아서 그런 걸 테니까.

“여비는 있으신가요?”

“저희 걱정은 해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협.”

“그럼 다행이고요.”

색귀 놈의 품속을 뒤져서 나온 은자 50냥을 건네줄까 하다가 아저씨의 표정을 보고 그만두기로 했다.

아무리 봐도 돈 걱정하는 사람 표정이 아니다.

그래, 숨겨 둔 비상금 정도는 있겠지.

애초에 평범한 화전민이 아니기도 하고.

“그럼 대협께선….”

“저는 이 자식 관아 넘기고 갈 길 가야죠.”

기절해 있는 색귀를 툭 걷어차며 대답했다.

들쳐 업거나 끌고 가면 힘드니까, 깨워서 제 발로 관아까지 걷게 해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십시오. 언젠가 다시 뵙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도요.”

“실례지만 혹시 성함 정도는 알려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연오랑입니다.”

“아. 연 대협이셨군요. 반드시 기억해 두겠습니다.”

“나중에 뵙죠.”

그렇게 화전민 부녀를 뒤로하고 기절해 있는 색귀 놈의 뺨을 찰싹찰싹 때려 깨웠다.

“일어나라.”

“크윽!”

“어쭈? 똑바로 안 서?”

“제, 제발!”

“일어나. 똑바로 서.”

“크으윽!”

“가자, 이 범죄자 놈아.”

색귀가 주춤주춤 어기적어기적거리며 걸었다.

하긴.

거길 통째로 수확당했으니까 걷기 힘들긴 할 거다.

나랑 싸우면서 양쪽 무릎뼈가 다 박살 나기도 했고.

뭐.

내 알 바야? ㅎ

* * *

색귀를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관아로 가는데.

[알림: 색귀의 내공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알림: 포식대법으로 색귀의 내공을 흡수하시겠습니까?]

뜬금없이 알림창이 떠올랐다.

“어?”

포식대법으로 내공도 흡수할 수 있는 거였어?

흡혈귀처럼?

쪽쪽?

‘좀 찜찜하긴 하지만.’

너저분한 색마 놈의 내공을 흡수한다는 게 썩 내키진 않는다.

내공이래 봤자 불순물 잔뜩 섞인 탁한 기운일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난 상한 거 먹어도 배탈 같은 거 안 나니까.’

한번 해보기로 했다.

“딱 대.”

“히, 히익?!”

“이렇게… 하면 되나?”

색귀의 목을 움켜쥐고 포식대법을 사용해 봤다.

쭉! 쭈욱!

색귀의 내공이 손아귀를 통해 흘러들어왔다.

이게 되네….

[알림: 내공을 1 흡수하셨습니다!]

[알림: 내공을 1 흡수하셨습니다!]

(중략)

[알림: 내공을 1 흡수하셨습니다!]

애걔?

흡수되는 내공의 양이 형편없다.

화아악!

가만 보니 색귀의 내공 대부분이 흩어지고, 아주 적은 양만 흡수되고 있었다.

[알림: 포식대법이 정순하지 못한 내공을 흩어 버렸습니다!]

[알림: 색귀의 내공이 너무 불순해서 흡수할 수 있는 양이 너무 적습니다!]

[알림: 포식대법의 숙련도가 올라가면 불순한 내공도 자체적으로 정화해서 흡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그렇지.

예상이 맞았다.

색귀 같은 더러운 놈의 내공이 깨끗할 리가.

‘이거 좀 사긴데?’

제압한 놈들의 내공을 쪽쪽 빨아먹는다고 생각하니까, 포식대법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스킬인지 체감이 됐다.

지금이야 숙련도도 낮고, 제압한 적의 수준이 형편없다지만 나중에 숙련도가 오른 상태에서 강한 적들을 제압하고 내공을 쪽쪽 빨아 먹는다고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달달했다.

이러다 당뇨 오는 거 아냐?

“어휴. 이 쓸모없는 놈. 내공이 이게 뭐냐, 이게.”

“커헉!”

한 대 쥐어박았더니 색귀가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했다.

“다음부터는 정순한 내공으로 잘 쌓아 와라. 그래야 빠는 나도 얻어가는 게 있을 거 아냐. 알겠냐.”

“…….”

“알겠냐고. 팍 씨.”

“아, 알겠습니다.”

애써 대답하는 색귀의 얼굴이 창백하고 홀쭉하게 마른 걸 보니 꼭 미라 같다.

내공이 빨려서 그런 건가?

그래도 색귀인지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얼굴이 달라지면 현상금을 못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

캬악, 퉤.

괜히 입맛만 버렸네.

* * *

안휘성 육안(六安)에 자리한 관아.

“뭐라! 색귀가 잡혀 왔단 말이냐!”

“예! 대인!”

“어디냐? 색귀를 보러 가야겠다!”

양 대인은 그 잔악무도한 색마인 색귀가 잡혀 왔단 소식을 듣고 오밤중에 버선발로 달려 나갔다.

색귀는 거의 20여 년 동안 안휘성 일대에서 활동한 성범죄자이자 연쇄살인범으로서, 안휘성의 모든 관리들이 꿈에서라도 잡기를 바라는 범죄자.

그런 색귀가 잡혀 왔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잠을 청할 관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끄어어억… 끄어어어어억….”

색귀는 완전히 걸레짝이 된 상태로, 딱 봐도 죽지 않을 만큼 흠씬 얻어터진 게 분명해 보였다.

그 와중에 얼굴은 비교적 멀쩡해서, 한눈에 봐도 색귀란 걸 알아볼 수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마르긴 했지만, 이목구비가 누가 뭐래도 색귀였다.

“헉! 저, 정말로 색귀가 잡혀 왔구나!”

색귀는 범죄를 저지를 때면 인피면구를 벗고 본래 얼굴로 활동했기에, 안휘성 사람치고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지경이었다.

관아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용모파기를 만들어 뿌린 시간이 어언 20년인데.

오죽했으면 색귀의 진짜 얼굴을 모르면 안휘성 사람으로 쳐주지도 않을 정도였다.

관아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를 때 진짜 얼굴을 사용했던 수법이 이번에는 색귀 본인의 발목을 잡은 격이었다.

“한데….”

양 대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 색귀의 아랫도리를 노려보았다.

“이놈의 아랫도리가 왜 이 모양인 것이냐?”

“끄으으윽!”

“이 천하에 쳐 죽일 놈아! 네놈 양물은 왜 이 모양이 되었느냐! 네놈 양물을 누가 이런 것이냐?”

“끄으어어억.”

만신창이가 된 색귀는 양 대인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신음하며 간신히 기절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필시 색귀를 잡아 온 협객이 응징한 것이로군. 그래, 누가 색귀를 잡아 온 것이냐?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보자꾸나. 내 그 협객을 크게 칭찬해야겠구나.”

“예, 대협. 협객은 이미 본 관아를 떠났습니다.”

“음?”

“갈 길이 바쁘다며 현상금만 받고는 황급히 떠났사옵니다. 대인께서 만나 보길 원할 것이라 말했지만 소용없었사옵니다.”

“허허.”

양 대인이 허탈하다는 듯 웃었다.

“지난 20년 동안 아무도 잡지 못했던 색마를 잡아 왔으니 보통 고수가 아닐 터. 그만한 고수라면 바쁘다 해도 본관이 이해해야겠지. 그래, 그 협객의 이름은 무엇이라 하더냐.”

“협객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허어.”

양 대인이 놀랐다.

“색귀를 잡은 공을 세웠음에도 이름을 밝히지 않았단 말이더냐?”

“예, 대인. 다만 용모가 매우 젊은 걸 보면 이제 갓 강호에 출도한 후기지수(後起之秀) 같았사옵니다.”

“색귀를 잡아 올 정도로 고강한 무공을 지닌 젊은 고수라… 어쩌면 젊은 고수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예?”

“드높은 경지를 이룩한 무림인은 반로환동하여 오히려 어려 보인다지 않더냐?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걸 보면 뭔가 사정이 있는 사람이거나, 명성을 드높일 필요가 없는 초절정고수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양 대인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찌 됐건 이렇듯 색귀를 잡아 왔으니 대단한 협객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터. 역시 이 드넓은 강호에는 고강한 무공을 익힌 고수가 무수히 많구나.”

양 대인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쓰러져 신음하는 색귀를 내려다보며 싸늘히 말했다.

“이놈은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이니, 잘 가둬 두었다가 저잣거리에서 처형할 것이다. 형은… 마땅히 거열형(車裂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열형이란 사람의 사지를 소나 말에 묶어 찢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형벌로서, 워낙에 잔인한 방법이라 어지간해서는 집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색귀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색귀는 20년 동안 온갖 범죄를 저지른 극악무도한 흉악범.

거열형 같은 무시무시한 형벌을 내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양 대인이 처벌을 너무 가볍게 내렸다며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었다.

악인의 비참한 최후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본보기를 필요가 있었기에, 양 대인으로서도 가능한 가장 무시무시한 형벌을 내려야 했던 것이다.

양 대인도 색귀와 같은 흉악범을 매우 증오했기에, 개인적인 감정도 다분했지만.

“사건은 본관이 직접 황실에 보고해 올릴 터이니, 그리 알아라.”

“예, 대인.”

색귀의 체포 소식을 전할 생각에 양 대인의 입가에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었다.

색귀는 황실에서도 눈여겨보던 흉악범이라서, 이 소식이 전해진다면 양 대인의 출세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 * *

며칠 뒤.

평소처럼 교육생들을 훈련시키던 제갈참은 동창제독 견쌍섭으로부터 한 통의 서찰을 받고 크게 놀랐다.

“허어!”

서찰은 연오랑이 안휘성 일대에서 악명 높은 색마인 색귀를 잡아다가 관아에 넘겼단 내용을 담고 있었다.

문제는 서찰과 함께 첨부된 양 대인의 보고서.

거기에는 정체불명의 색귀를 잡다가 관아에 넘긴 사람이 특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젊은 고수라 쓰여 있을 뿐.

그건 보고서를 작성한 양 대인이 연오랑의 정체를 전혀 몰랐단 뜻.

그렇다는 말은…….

‘아! 알고 계셨구나!’

제갈참은 순간 소름이 돋아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동창제독 견쌍섭이 이러한 서찰을 보냈다는 것은, 제갈참이 연오랑을 그냥 놓아주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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