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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49화 (49/115)

제49화.

쌍둥이 주방장들은 엄청나게 강했다.

[비인숙수 비돈·비저]

인간이길 포기한 요리사라 하여 비인(非人熟手) 별호를 지닌 쌍둥이 식인 요리사들.

날 비(飛) 씨이며, 형인 비돈은 돼지 돈(豚) 자를 쓰고 동생 비저는 돼지 저(猪) 자를 쓴다.

타입 : NPC

종족 : 인간

성별 : 남성

나이 : 53

레벨 : 201

등급 : 절정

신분 : 흉악범

소속 : 없음

직업 : 연쇄살인범

특징 : 아주 오래전부터 식인으로 유명했던 살인마들.

대륙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외딴곳에 객잔을 차린 뒤 범행을 이어왔다.

식인마녀와는 매우 친한 걸 넘어 결혼까지 한 사이로, 일처다부제를 유지하고 있다.

획득 가능 아이템 : 참골도(斩骨刀) × 2

“죽어라아아아아아아!”

형 비돈이 곽말풍과 금의위 위사들에게 달려들었다.

“우리의 아내에게 해코지를 하다니! 감히 식재료들 주제에!”

동생 비저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웅!

몸을 날려서 덮쳐 오는데, 그 움직임이 엄청나게 빨랐다.

이거 완전히 날아다니는 돼지잖아!

쒜에에에엑!

비저가 휘두른 중식도, 그러니까 참골도란 이름을 가진 식칼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 정수리를 노렸다.

‘피하고.’

몸을 틀어 비저가 휘두른 식칼을 피했다.

콰직!

탁자 하나가 통째로 쪼개졌다.

‘반ㄱ….’

반격하려던 순간.

콰앙!

비저가 배치기로 내 몸통을 들이받았다.

“악!”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나는, 아예 객잔 벽을 부수고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연오랑]

생명력 : ■■■■■■■□□□

배치기 한 방에 생명력의 30퍼센트가 날아가고.

[알림: 경고!]

[알림: 내상을 입었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1 하락합니다!]

[알림: 생명력이 1 하락합니다!]

[알림: 생명력이 1 하락합니다!]

“쿨럭!”

기침을 했는데 피가 한 사발이나 쏟아져 나왔다.

‘뭔 데미지가.’

소매로 입가에 흐르는 피를 슥 닦으며 자세를 다잡았다.

‘색귀 놈이랑은 차원이 달라.’

색귀 놈은 전투력이라고는 쥐뿔도 없었는데, 이놈들은 달랐다.

타고난 피지컬부터가 사기적이었다.

키는 작은데, 덩치가 어마어마하다.

심지어 물살도 아니고 우락부락 근육질의 근육돼지다.

무공 수련이고 나발이고.

이런 피지컬이라면, 타고난 신체 능력만으로도 웬만한 사람들은 죄다 때려눕혔겠지.

체급이 깡패니까.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어. 한두 대만 더 맞아도 골로 간다.’

판단은 빠르게.

슥, 스윽.

급한 대로 왼손에 명왕삭을 휘감았다.

명왕삭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왜?

레벨 차이가 심해서, 저 식칼에 부딪혔다간 손모가지가 날아갈 테니까.

처억.

오른손 방천가위를 들었다.

방천가위의 날카로움이라면 비저의 방어력을 어느 정도 뚫어 주리라 기대해도 되겠지.

됐다.

이만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그럼… 싸워야겠지?

‘간다.’

비저를 향해 덤벼들었다.

경험상 불리할 땐 오히려 공격이 최선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방어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결국 무너질 뿐.

계속 공격해서 상대방에게 공격할 턴을 넘겨주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쉴 새 없이 몰아붙여서 억지로라도 틈을 만들어 내고, 그걸 찔러서 치명상을 입힌다.

그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방식 중 하나였고, 나는 그것에 더없이 익숙하다.

늘 나보다 강한 상대들과 싸워 왔으니까.

물론 내가 약자라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 * *

우웅!

속력금쇄진을 펼쳐 비저에게 슬로우 효과를 건 연오랑은, 즉시 무차별적인 공세를 퍼부으며 오히려 비저를 몰아붙였다.

“크, 크윽?!”

비저는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연오랑의 공격에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속력금쇄진의 영향도 컸고, 미혼약의 후유증으로 인해 어지러운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연오랑의 신들린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야말로 현란한 움직임.

눈 깜짝할 사이 몇 번이나 공격이 들어오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현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완급조절도 혀를 내두를 정도.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중간중간 물러나는 공수의 전환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완급조절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교묘했다.

“크윽! 감히 식재료 주제에! 크아아아아악!”

화가 난 비저가 식칼을 미친 듯 휘두르며 연오랑을 두 동강 내버리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연오랑은 마치 미꾸라지처럼 그 공격을 피하면서 비저를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연오랑이 유리한 건 결코 아니었다.

퍽! 퍼억!

푹푹!

연오랑은 수도 없이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비저에게 이렇다 할 유효타가 되지는 못했다.

그저 잠깐 휘청이거나 멈칫하게 만들었을 뿐, 비저는 치명타를 입지 않았다.

비저의 두툼한 지방층이 마치 갑옷처럼 연오랑의 공격을 모조리 상쇄시켜 준 덕분이었다.

그러나 비저의 움직임에 허점을 만들어 내기에는 충분했고, 연오랑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푸욱!

방천가위가 기어코 비저의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를 정확하게 꿰뚫고 폐부를 찔렀다.

“허어어어억!”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헛바람을 토해내는 비저.

연오랑은 방천가위를 뽑아내지 않고, 오히려 손에서 놓아 버리는 과감함을 선보였다.

타핫!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 연오랑이 비저의 어깨 위에 올라타더니, 명왕삭으로 그의 두툼한 목을 조였다.

꽈아아악!

“컥! 커허억!”

비저가 내공을 끌어올려 속박을 풀어보려 했지만, 그건 자충수에 불과했다.

꽈아아악!

내공을 쓰면 쓸수록 명왕삭은 더욱 강력하게 비저의 목을 조여 올 뿐이었다.

“뀨우우우! 주인놈아! 햄찌가 힘준다! 급급여율령! 뀨!”

햄찌가 쳇바퀴를 굴리며 연오랑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화가 난 비저가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탄 연오랑을 향해 주먹질을 퍼부어 대었지만, 소용없었다.

어느새 연오랑은 비저의 어깨 위에서 벗어나서, 이번에는 비저의 발목을 노렸다.

휘리릭!

명왕삭이 이번에는 비저의 양 발목을 휘감았다.

그러는 사이.

쒜에에엑!

마치 한 발의 화살처럼 날아온 꼬꼬가 비저의 오른쪽 눈에 박혔다.

“크아아아악!”

한쪽 눈을 잃은 비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사이.

꽈아악!

매듭을 짓는 데 성공한 연오랑이 명왕삭을 힘껏 끌어당겼다.

그 결과.

기우뚱!

비저의 그 거대한 몸뚱이가 휘청 넘어가더니 그대로 객잔 바닥에 처박혔다.

목에 이어 두 다리까지 명왕삭에 속박당하면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만 것이다.

연오랑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 새끼 잡아!”

연오랑이 소리치고.

“뀨우우!”

어느새 쳇바퀴를 내던지고 몸을 거대화한 햄찌가 비저를 깔아뭉개더니, 팔을 뒤로 끌어당겼다.

“꽉 잡아!”

“뀨! 알겠다!”

연오랑은 햄찌의 도움을 받아 비저의 두 다리에 이어 두 팔까지 명왕삭으로 묶어 버리는 데 성공했다.

고작 55레벨 주제에 201레벨짜리 마인(魔人)을 제압한 것이다.

“마, 맙소사!”

천기자는 연오랑이 비저를 제압하는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천기자가 보기에, 지금의 연오랑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우주의 법칙으로부터 여러 가지 견제를 받은 탓에 본래 힘의 100분의 1, 아니 1,000분의 1조차 낼 수 있을지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오랑은 해냈다.

어마어마한 격차를 극복하고, 압도적인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해 버릴 줄이야.

물론 명왕삭의 역할이 엄청나게 컸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평생 이런 자를 본 적이 없거늘. 어떻게 저런 싸움이 가능하단 말인가.’

천기자는 그간 천재라는 기재(奇才)들을 수도 없이 만나 보았고, 이미 무림에 명성이 자자한 초절정고수들도 많이 만나 보았다.

하지만 그 어떤 인물도 연오랑처럼 잘 싸우지는 못했고, 천기자에게 이렇듯 깊은 인상을 각인시켜 준 사람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조금 전 보여 준 현란하고 유연한 움직임 속에 무(武)의 진리(眞理)가 담겨 있었다.

“허허.”

천기자가 헛웃음을 지었다.

“썩어도 준치라더니. 호랑이는 호랑이라는 것인가. 과연 다른 세계의 절대자로서 손색이 없구나. 허허허.”

지금도 저러할진대, 만약 본래의 힘을 되찾는다면…….

오싹!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천기자는 확신했다.

연오랑이 진정한 힘을 되찾는 날.

무림 역사상 가장 강한, 무적의 힘을 손에 쥔 전무후무한 절대자가 탄생할 거라고.

* * *

연오랑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명왕삭으로 비저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데 성공한 연오랑은, 우선 그의 눈에 박혀 있던 꼬꼬를 빼내 주었다.

쑤욱!

비로소 뽑혀 나온 꼬꼬가 푸드덕거리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댔다.

“수고했어!”

“구! 구구구!”

연오랑의 칭찬에 꼬꼬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흠.”

연오랑은 땅에 떨어져 있던 식칼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는 식칼을 명왕삭 끝에 매달아 즉석에서 일종의 사슬 낫을 만들어 내었다.

휘리리릭!

붕붕붕!

“좋은데?”

시험 삼아 사슬 낫을 돌려본 연오랑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쉬고 있어. 저 멍청한 놈들 좀 도와주고 올게. 햄찌야. 내가 얘 좀 감시하고 있어. 혹시 모르니까.”

“뀨! 알겠다!”

연오랑은 햄찌와 꼬꼬에게 꽁꽁 묶인 비저를 맡기고는, 나는 듯이 내달려 곽말풍 일행과 합류했다.

“크으윽!”

“위, 위사님!”

“막아!”

곽말풍 일행은 금의위의 체면이 무색하게도 비돈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처음 비돈·비저 형제에게 기습을 당했을 당시 내상을 크게 입는 바람에 제 기량을 내지 못했던 것이다.

“쯧쯧쯧.”

연오랑은 그런 곽말풍 일행이 고전하는 걸 보고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여간 눈치도 없고. 무능하고.”

연오랑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급조한 사슬 낫을 빙글빙글 돌리더니, 비돈을 향해 날려 보았다.

촤라라락!

명왕삭 끝에 매달린 식칼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비돈의 손목을 베고 지나갔다.

“크악!”

예상치 못한 기습에 미처 대처하지 못한 비돈이 제 손목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휘릭!

촤아아아아!

휘리릭!

촤라라락!

연오랑은 계속해서 사슬 낫을 휘두르며, 원거리에서 비돈의 빈틈 이곳저곳을 공격했다.

우웅!

그와 동시에 필멸무참진까지 펼쳐서, 비돈의 방어력을 깎아 그를 약화시키기도 했다.

그런 연오랑의 대활약 덕분에 곽말풍 일행은 비로소 수세를 벗어나 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이길 포기한 마인이여! 대명제국의 국법이 네놈을 응징할 것이다!”

곽말풍의 손바닥으로 비돈의 가슴팍을 때리며 일격을 가했다.

퍼엉!

그러자 가죽 북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비돈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으음?”

곽말풍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태 끄떡도 없던 비돈이 한 방에 나가떨어질 줄이야?

“내, 내가 이렇게 강했던가?”

곽말풍은 비돈이 쓰러진 이유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필멸무참진의 방어력 감소 효과 덕분에 공격이 몇 배는 더 강력하게 들어간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한편, 연오랑은 비돈이 쓰러진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번개처럼 몸을 날린 연오랑이 남은 명왕삭으로 비돈의 팔과 다리를 꽁꽁 묶어 버렸다.

식인마녀와 비저에 이어 비돈까지 제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 * *

싸움이 끝난 후.

“에라이.”

연오랑의 입에서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뀨! 주인놈아! 이겼는데 왜 표정이 안 좋냐! 뀨우!”

“이게 이긴 거냐? 억지로 제압한 거지.”

“뀨! 그래도 이기는 놈이 장땡인 거다! 뀨!”

“그건 그래.”

연오랑이 고개를 끄덕이며 햄찌의 말에 동의했다.

강한데 진 놈.

약한데 이긴 놈.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연오랑은 주저 없이 이긴 놈을 선택할 테니까.

“그간 재미들이 좋으셨겠지.”

연오랑이 꽁꽁 묶인 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식인귀들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내가 재미 좀 봐도 불만 없겠네, 그럼.”

덥석.

연오랑이 식인마녀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쭈우우우우욱!

뒤이어 포식대법을 발동한 연오랑이 식인마녀의 내공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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