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버프로 무림정복-61화 (61/115)

제61화.

칭호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연쇄쾌변마(連鎖快便魔)]

여러 사람들의 변비를 치료해 준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

단, 치료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몇 명이 탈수 증상으로 사망했기에 잘한 건 하나도 없다.

분류 : 칭호

등급 : 희귀

효과 :

- 주변에 3~5마리의 똥파리가 항상 꼬임

참고 : 이 칭호는 명예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연쇄쾌변마라고?

아니, 그 전에.

주변에 3~5마리의 똥파리가 항상 꼬인다는 건…….

위잉~

위이이잉~

아.

시커먼 똥파리 5마리가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아니이… 또 똥파리야…?”

사실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판타지 서버에서 활동할 당시 <하수도 매니아>란 칭호를 얻었을 때도 주변에 똥파리들이 꼬이곤 했으니까.

이쯤 되면 그냥 똥파리들이 꼬이는 팔자를 타고난 거 아냐…?

위잉~

위이이잉~

“아 좀! 꺼져!”

짜증이 팍! 치밀어 올라서 손을 휘저어 봤지만 똥파리들을 쫓아낼 순 없었다.

앞으로 영원히 따라다니겠지?

하아…….

[알림: <도적떼 소탕> 퀘스트의 진행률이 100%가 되었습니다! (100/100)]

응?

아직 산적 소탕 안 끝났는데?

‘내가 직접 처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건가?’

하긴.

지금쯤이면 관군들이 영업 나간 산적들을 토벌하고 있을 테니까.

그 숫자만 해도 거의 300명이니까, 퀘스트가 클리어되는 게 그리 이상한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쥐새끼들을 솎아내고, 맹호채의 본거지를 찾아낸 장본인이니까.

판정 마음에 드네.

[알림: <도적떼 소탕>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호남성 고장(古丈) 현에 자리한 서문세가로 가 천기자를 만나십시오!]

가야지.

카렐에 대한 단서를 얻으려면.

물론 토벌부터 마무리한 다음이겠지만.

“이 미친놈아! 식자재 관리를 어떻게 한 거야! 으헉!”

“이 새끼! 크으윽! 우리한테 상한 거 먹인 거 아냐? 으허어억!”

“진덕팔 이 새끼야! 도대체 오늘 점심에 뭘 먹인 거냐! 허어어억!”

화가 난 산적들이 취사장으로 우르르 몰려와 덕팔이에게 따졌다.

“아, 아니!”

덕팔이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내가 왜 형제들이 먹을 음식에 장난질을 치겠소! 맹세코 식자재 관리에 소홀한 적 없소! 음식은 잘못이 없단 말이오!”

“근데 왜 우리가 이렇게 배가 아픈 거냐! 으허어억! 으으으윽!”

“그걸 왜 나한테 물으시오! 마신 물이 잘못됐겠지!”

“다, 닥쳐라! 이 많은 형제들이 다 같이 바지에 똥을 지렸… 허억!”

산적들은 덕팔이에게 따지는 와중에도 바지에 실례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초강력 특제 변비약이라더니, 효과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모양이다.

덕분에 똥파리들이나 달고 다니게 생겼지만.

“용서할 수 없다! 크윽! 죽여 버릴 테다! 으흐응!”

“이 새끼! 필시 밥에 독까지 탔을 터! 크윽!”

몇몇 화가 난 산적들이 덕팔이를 향해 덤벼들었다.

“아, 아니! 왜 이러시오! 일단 내 말을 좀 들어… 으아악!”

놀란 덕팔이가 산적들을 피해 달아났다.

어휴.

덩치는 산만 해 가지고.

하지만 덕팔이를 탓할 순 없다.

덕팔이는 무공을 모르는 그저 평범한 삼류 요리사일 뿐이니까.

“죽어라!”

“으악!”

“이 쥐새끼 같은 놈이! 흐어억!”

“이, 일단 화를 가라앉히고… 으아아악!”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

‘도와줘야지.’

덕팔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퍽!

퍼억!

“으악!”

“컥!”

내 공격에 덕팔이를 공격하던 산적들이 나자빠졌다.

“시, 신참!”

덕팔이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방금 어떻게 한 거냐? 너 신참이라 하지 않았냐?”

“신참은 맞죠?”

“근데 어떻게…….”

“무공을 모른다고는 안 했는데요?”

“그, 그런 거였냐?”

“일단 제 뒤에 계십쇼.”

쓰고 있던 인피면구를 벗어던졌다.

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는데.

“이, 인피면구!”

“네놈! 정체가 뭐냐!”

놀란 산적들이 소리쳤다.

“니들이 알아서 뭐 하게.”

알려줘도 모를 거면서.

“나 바쁘니까 빨리 끝내자. 알겠지.”

시간이 없다.

곧 관군들이 들이닥칠 테니까, 빨리 보물창고가 있는 동굴로 가서 알짜배기들을 챙겨야 된다고.

* * *

산적들을 때려눕히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이 새끼! 죽여 버린ㄷ… 흐억!”

“저, 정체가! 흐어어억! 흐아아아아앙!”

퍽!

퍼억!

“으아아악!”

“커헉!”

산적들이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뿌직!

콸콸콸콸콸콸콸콸콸!

푸다다다닥!

아이고오.

그 와중에도 쏟아내는 거 보소.

아무래도 나한테 처맞은 것보다 배가 더 아픈 것 같네.

헤헷.

“신참… 도대체 정체가 뭐냐?”

놀란 덕팔이가 내게 물었다.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는 게 어지간히도 겁을 먹은 모양이다.

“안 잡아먹으니까 쫄지 마시고.”

“으응…?”

“곧 관군들이 들이닥칠 예정이니까 저랑 같이 가시죠.”

“과, 관군들이 들이닥친다고?!”

관군이란 말에 덕팔이가 펄쩍 뛰었다.

“잡혀갈 일 없으니까 걱정 마시죠. 손에 피 묻힌 적 없다면서요.”

“하지만 난 누명을 쓰고…….”

“기왕 누명 쓴 김에 이것도 쓰시죠.”

덕팔이에게 인피면구를 건네줬다.

“이거 쓰고 감옥으로 가서 인질인 척하고 계세요. 그럼 관군들이 잡아가기는커녕 인질인 줄 알고 도와줄 테니까.”

“헉!”

“쫄지 말고 가만히 있으십쇼. 그럼 목숨도 건지고 여길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아, 알겠다.”

덕팔이가 떨리는 손으로 인피면구를 뒤집어쓰곤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너….”

덕팔이가 반말을 하다가 제 풀에 화들짝 놀라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소, 소협은 그럼 관군이신 겁니까?”

“아뇨.”

“그럼…….”

“그럼 산적 토벌에 나선 무림인 정도라고 해 두죠.”

“아!”

“나쁜 사람 같지 않아서 살려주는 거니까, 시키는 대로만 하고 계십쇼.”

“알겠습니다.”

“얼른 가요. 험한 꼴 보지 말고.”

“아, 예!”

헐레벌떡 뛰어가는 덕팔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쓸어버려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적들을 토벌하라!”

때마침 관군들이 거센 함성을 내지르며 산채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헉?

벌써?

“에라이!”

황급히 맹호각을 향해 뛰었다.

“뀨! 주인놈아!”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가 곁으로 따라붙었다.

“뀨! 주인놈아! 햄찌가 관군들 데리고 왔다! 뀨!”

“그래! 수고했어!”

“뀨! 주인놈아! 어디 가냐! 산적들 안 때려잡냐!”

“보물창고 털러!”

“뀨? 주인놈 산적들이 쌓아 놓은 보물 발견했냐! 뀨!”

“어!”

“뀨! 햄찌도 같이 간다! 뀨우우!”

뭐야.

왜 눈에 달러 마크($)가 떠오른 건데?

하여간 돈은 오지게 밝혀요.

“뀨! 주인놈아! 햄찌가 태워 준다! 뀨!”

“그래!”

햄찌를 타고 보물창고를 향해 내달렸다.

“보물을 찾자♪ 보물을 찾자♬”

“보물을 찾자♪ 보물을 찾자♬”

“구구구 구구♪ 구구구 구구♬”

다 함께 즐거운 노래를 부르며 맹호각을 지나 동굴 앞에 도착했다.

“멈춰라!”

“이 새끼들! 당장 멈추지 않으면 죽여 버릴 것이다!”

관군들이 쳐들어온 상황인데도 동굴 앞에는 꽤 많은 수의 산적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니들은 이 와중에 보초를 서고 싶냐?

“햄찌야! 싹 쓸어버리자!”

“뀨! 알겠다!”

햄찌를 타고 동굴 앞을 지키고 있던 산적들을 향해 돌진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가 아니라.

뽈뽈뽈뽈뽈뽈뽈뽈뽈!!!

에라이.

웅장한 말발굽 소리가 아니라 뭔 애들 신는 삑삑이 신발 같은 소리만 난다.

이게 뭐야, 진짜.

모양 빠지게.

간지가 안 나잖아, 간지가!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

콰앙!

햄찌가 산적 하나를 들이받았다.

“꾸웨에에에에엑!”

산적이 저 멀리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위, 위력 보소?

벽에 박혀 버렸는데?

이건 인정.

간지는 안 나도 파괴력 하나만큼은 일품이다.

아주 트럭이네, 트럭.

“뀨우우우! 주인놈아! 다 쓸어버려라! 뀨우우우!”

“알았어! 인마!”

도깨비 방망이를 꺼내 산적들을 냅다 두들겨 팼다.

퍽!

“으악!”

퍼억!

“크아아아악!”

산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짜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도깨비 방망이에서 은자와 금자가 후두둑! 하고 떨어져 내렸다.

지, 진짜 돈이 복사가 된다고???

[알림: 주의하십시오!]

[알림: 최하급 도깨비 방망이로 만들어낸 돈은 진짜 돈이 아닙니다!]

[알림: 사용 시 위조화폐 제조 및 유통으로 관아에 끌려갈 수도 있습니다!]

[알림: 위조화폐 제작 및 유통 시 받는 형벌은 사형입니다!]

그럼 그렇지.

돈이 무한대로 생성되는 아이템이 있을 리 없지.

쩝.

그래도 내심 기대했는데.

아무튼.

빡!

“커헉!”

빠아악!

“으아악!”

빠각!

“악!”

도깨비 방망이로 산적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잡았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 좋고!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66레벨 달성!]

레벨업은 더 좋고!

“뀨! 주인놈아! 다 해치웠다! 뀨!”

“고생했어!”

“뀨! 얼른 보물 털자! 관군들 오기 전에 챙길 거 챙겨야 한다! 뀨!”

“그래!”

서둘러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 *

한 20미터쯤 들어왔나?

거대한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저 뒤에 보물창고가 있을 텐데…….

툭툭.

건드려 보니 두께가 못해도 5센티미터는 될 것 같다.

“뀨! 주인놈아! 열쇠 없냐!”

“없는데?”

“그럼 부술 수 있겠냐? 뀨우?”

“못 부수겠지?”

쩝.

본태 같았으면 5센티미터가 아니라 50미터라도 부숴 버릴 수 있을 텐데.

“뀨우! 주인놈 바보냐! 열쇠 없이 어떻게 보물창고를 여냐! 뀨!”

“그, 그러네.”

위치만 알았지 열쇠가 필요할 줄은 몰랐지.

알았어도 열쇠를 훔칠 만한 기회도 없었고.

어떡하지…….

이대로 포기해야 되나…….

‘포기는 개뿔.’

철문을 등지고 돌아섰다.

“가자.”

“뀨! 주인놈아! 어딜 가냐!”

“두목 잡으러.”

“뀨?”

“두목이 가지고 있을 거 아냐.”

이런 중요한 장소의 열쇠라면 십중팔구 두목이 가지고 있을 게 분명하다.

아니면 내 땅콩을 걸…….

맞다.

나, 고자였지.

주르륵.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떨어져 내려 뺨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진다.

진짜 서러워서라도 빨리 300레벨 찍고 환골탈태하고 만다, 내가.

“뀨! 주인놈아! 또 땅콩 생각했냐! 뀨!”

“아, 아니거든.”

“뭘 아니냐! 뀨! 주인놈 땅콩만 생각만 하면 질질 짠다! 뀨!”

“아니라고!!!”

“주인놈 사나이답지 않게 자꾸 질질 짜면 고추 떨어진다! 뀨!”

뭐가… 떨어져?

이게 선 넘네?

“뀨우우우! 아니다! 주인놈 이미 땅콩 없다! 뀨우! 떨어질 것도 없다! 뀨! 주인놈 사나이 아니다! 주인놈 고ㅈ…….”

빠직!

“닥쳐어어어!!!”

“뀨우우우우우우우우우-!!!”

드롭킥에 맞은 햄찌가 부웅! 하고 저 멀리 동굴 밖으로 날아갔다.

쒸익쒸익!!!

쿵쾅쿵쾅!!!

“이 쥐새끼야!!!”

너 잘 걸렸다!

더는 못 참아!

보물창고고 나발이고.

오늘 아주 사생결단을 내든지 해야지.

털 다 쥐어뜯어 버릴 테다.

햄찌 놈을 쫓아서 동굴 밖으로 나갔는데.

“뭐, 뭐야.”

우르르르르!!!

한 30명 정도는 돼 보이는 산적들이 똥을 뿌리며 달려왔다.

와.

저게 진짜 똥차지.

다른 게 똥차가 아니라.

“으윽! 이 더러운 자식들아! 똥만 싸지르지 말고 어서 달리란 말이다! 이 똥싸개 놈ㄷ… 네놈은 뭐냐!”

부하들에게 호통을 치던 두목이 날 발견하고 그 험상궂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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