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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62화 (62/115)

제62화.

어우야.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 인상 쓰니까 더 못생겼네.

그러니까, 저런 얼굴로 돼지 멱따는 소리나 내면서 밤새도록 지랄발광을 했단 말이지?

나중엔 여자 속옷까지 입고……?

윽.

속 안 좋아.

“네놈은 뭐냐!”

두목이 재차 다그쳤다.

[임적산]

지난 수년 동안 이곳에서 활동하며 악명을 떨친 맹호채의 두목이다.

타입 : NPC

종족 : 인간

성별 : 남성

나이 : 47

레벨 : 152

등급 : 일류

직업 : 산적

직위 : 채주 (두목)

소속 : 맹호채

특징 : 은밀하고 부끄러운 취향을 가진 것 같으니,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한다.

두목의 레벨은 그리 높지 않았다.

식인마녀가 180레벨.

비돈·비저 형제가 201레벨이었으니까.

152레벨이면 그리 높은 것도 아니지.

‘아니, 달라.’

정신 바짝 차려야겠단 생각이 든다.

감이 온다.

이놈, 여태 만났던 놈들과는 자세부터가 다르다.

색귀, 식인마녀, 비돈·비저 형제가 레벨만 높은 샌드백이었는데.

근데…… 뭘 주의하란 거야?

벌써부터 불안하다.

쫀 건 아니고.

찝찝하다고나 할까?

“보아하니 관아에서 보낸 쥐새끼로구나!”

“쥐새끼는 얘고.”

햄찌의 뒷덜미를 잡아 일으켜 주며 대꾸했다.

“캬아아악! 주인놈아! 햄찌 발로 찼냐! 캬아아악!”

“이따 싸워, 이따.”

“뀨우?”

“여기부터 정리하고.”

“뀨! 알겠다!”

하여간 이럴 때는 말 잘 듣는다니까.

“감히!!!”

두목이 버럭 소리쳤다.

윽.

귀청 떨어지겠네.

“본 채주 앞에서 딴청을 피우다니! 골통을 부숴 주마!”

두목이 돌기…… 가 아니라.

가시가 돋아난 긴 철퇴를 꺼내 들었다.

근데 왜 핑크색인 건데…….

“이 쥐새끼들! 가만두지 않겠다!”

두목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덮쳐왔다.

‘빨라!’

황급히 몸을 날렸다.

확실히 다르다.

두목은 색귀, 식인마녀, 비돈·비저 형제보다 1.5배는 빨랐다.

나름 무공 수련을 열심히 한 게 티가 난다.

쒜에에엑!!!

콰직!

핑크색 철퇴가 코앞을 지나쳐 땅바닥을 내리찍었다.

푸화악!

코피가 확 터져 나왔다.

[알림: 상태이상!]

[알림: <상태이상 : 출혈>에 걸렸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1 하락합니다!]

[알림: 생명력이 1 하락합니다!]

[알림: 생명력이 1 하락합니다!]

(중략)

[알림: 생명력이 1 하락합니다!]

주르르륵…….

줄줄 흘러나온 코피가 가슴팍을 적셨다.

“…크윽.”

스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코앞을 지나친 것뿐인데 코피가 터진다고?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두목의 손에 들린 핑크색 철퇴가 진동하고 있었다.

반짝반짝!

그 와중에 왜 빛나는 건데…….

“이 쥐새끼 같은 놈! 쥐새끼답게 잘도 피하는구나!”

“쥐새끼는 쟤라니까.”

“이노옴!”

두목이 버럭 호통을 내지르며 재차 덤벼들었다.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는지 보겠다!”

“으악!”

“죽어라! 쥐새끼!”

두목이 윙윙 진동하는 핑크색 철퇴를 마구 휘두르기 시작했다.

* * *

두목은 확실히 달랐다.

그냥 레벨만 높은 게 아니었다.

나름 꽉 찬 152레벨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뛰어난 실력을 선보였다.

그런 두목을 보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적어도 200레벨 언저리까지는 레벨이 다가 아니란 걸.

레벨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스펙을 보장할 뿐 절대적인 강함을 보장하진 않는다.

즉, 레벨도 레벨이지만 실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거다.

그러니까 내가 색귀, 식인마녀, 비돈·비저 형제를 제압할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두목에게는 그런 게 통하지 않았다.

쒜에에에에엑!!!

휘청!

“으윽!”

두목이 한번 철퇴를 휘두를 때마다 내 몸이 다 휘청거려서 자세를 다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철퇴가 휘둘러지며 발생하는 강풍이 워낙 세다 보니 자세가 자꾸만 무너ㅈ…….

퍼억!

“악!”

두목의 발차기에 맞고 저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뀨우우! 주인놈아! 괜찮냐!”

“쿨럭!”

기침을 했는데 피가 왈칵! 터져 나왔다.

[알림: 내상을 입었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중략)

[알림: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크윽!”

내상을 입어서 그런지 서서히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뀨우우! 주인놈아! 일어나라!”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가 부축해 줘서 간신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 이 쥐새끼야! 네놈이 요리조리 피해 봤자 결국 한주먹거리도 안 된다는 걸 이제 알았느냐!”

“닥쳐, 변태 주제에. 크윽.”

“변태……?”

“너 밤에 여자들이랑 뒹굴 때 돼지 멱따는 소리 내면서 채찍으로 처맞는 거 좋아하잖아.”

“……!”

“응애응애 애기 울음소리도 냈지? 아마? 나중엔 여자 속옷까지 입고 여자 흉내도 내고?”

“다, 닥쳐라!!!”

두목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표정으로 버럭 소리쳤다.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따위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언제 그러긴 언제 그래. 어젯밤에 그랬지.”

“아, 아니다! 나는 그런 적이 없다!”

“없긴 뭘 없어! 응애응애! 나 애기 적산! 배고파요! 응애!”

“……!”

“흐앙! 흐아앙! 흐아아앙!”

“다, 닥치지 못할까!!! 나 임적산! 호걸 중의 호걸이자 사나이 중의 사나이! 맹세코 그런 변태 짓 같은 짓은 해 본 적이 없다!”

끄덕끄덕!

산적들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니들은 똥 싸면서도 공감이 되냐……?

“뻥치시네!”

“뭣이?!”

“너 바지 벗어 봐!”

“왜 내가 바지를 벗어야 한단 말이냐!”

“너 지금도 여자 속옷 입고 있잖아!”

“헉!”

“바지 못 까겠으면 윗도리라도 벗어 보시던지! 채찍으로 등짝을 하도 쳐 맞아서 여자들이 금창약까지 발라주더만!”

“그, 그걸 어떻게!”

두목이 발을 동동 굴렀다.

어휴.

쪽팔린 줄은 아냐?

수군수군-

산적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렸다.

“설마 진짠가?”

“채, 채주님께서 여자 속옷을 입는 취향이라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

“진짜로 맞으면서 흥분하는 취향이신 건가?”

두목이 고개를 홱! 돌려 부하들을 노려보았다.

“네놈들은 지금 나를 의심하는 것이냐!”

그러자 부하들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 그럼 한번 벗어 보십시오!”

“맞습니다! 채주님께서 그런 변태 취향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주십시오!”

“채주님께서는 호걸 중의 호걸이십니다! 저희는 채주님을 믿습니다!”

부하들이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듯 두목을 바라보았다.

“그, 그건.”

두목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며 우물쭈물했다.

“채주님! 왜 안 보여 주시는 겁니까!”

“오래간만에 채주님의 널찍한 등짝 한 번 봅시다!”

“옳소!”

다들 두목이 결백을 증명하길 바라는 가운데.

“저는 채주님께서 그런 취향이시더라도 존중합니다!”

한 놈이 소리쳤다.

“사실 저도 여자 속옷을 즐겨 입…….”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는 건 변태라고 생각합니다.”

놈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리프트 보소?

“지, 지금은 상황이 급하니 증명할 수 없다! 나중에 보여 주마!”

두목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뭐야? 진짜야?”

“여자 속옷을 입고 다닌다고?”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면서 맞는 걸 좋아해? 애기 흉내 내면서? 으윽!”

“평소에 사내다운 척은 다 하시더니?”

두목의 석연찮은 핑계에 부하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까짓거, 남자답게 웃통 한번 벗어 주는 게 뭐가 어렵다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니까 더 이상해 보일 테지.

“못 보여 주겠지?”

“아, 아니다!”

“아니긴 개뿔. 너, 못 보여 주잖아. 위아래로 여자 속옷 입고 있어서.”

“절대 아니다!”

“그럼 까 봐.”

“크, 크윽!”

“까 보면 되겠네. 기다려 줄 테니까 까 봐.”

“다, 닥쳐라!”

두목이 버럭 소리치며 내게 덤벼들었다.

“이 쥐새끼가! 그 입을 빻아 버릴 것이다!”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적산이는~ 변태래요~ 변태래요~ 변태래요~”

“이이… 이이이…!!!”

“꺄악! 변태가 쫓아온다!”

두목을 피해 동굴 안으로 달아났다.

“게 서라!!! 이 쥐새끼 같은 놈!!!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네놈의 그 주둥이만큼은 뭉개 버릴 것이다!!! 반드시!!!”

두목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쫓아왔다.

* * *

‘옳지. 잘 따라오네.’

일단 유인 작전은 대성공.

동굴 앞이 꽤 널찍해서 디버프 필드를 깔아 봤자 두목이 벗어나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좁은 동굴 안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

게다가 잔뜩 화가 나 있어서 판단력도 좀 흐려져 있을 거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가장 은밀한 비밀이 까발려졌으니까, 평정심을 잃어버려도 이상할 게 없겠지.

그 잃어버린 평정심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겠지만.

‘어떻게 격차를 메꾸지?’

두목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레벨이 아깝지 않게 나름 잘 싸우는 놈이라 승산이 희박하다.

‘스펙 차이가 너무 심해. 실력으로 뭉개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건데.’

방법이 없을까?

렙 차로 인한 스펙의 격차를 메꿀 만한 방법이…….

‘있지.’

황급히 인벤토리를 열어 안에 있던 아이템들을 착용했다.

[알림: <회륜반> 아이템을 착용했습니다!]

회륜반은 죽립, 즉 넓은 챙을 가진 대나무 모자.

방어력도 뛰어나고.

원반처럼 날려서 적을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단다.

[알림: <비응포>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비응포는 매의 날개 문양이 수놓인 장포.

이동속도, 공격속도, 도약력, 회피율을 올려 준단다.

[알림: <윤활흉갑>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윤활흉갑은 표면에 미끌미끌한 기름이 흘러 빤질빤질 광이 나는 갑옷 상의.

회피율을 올려 줄뿐더러 일정 확률로 적의 공격을 아예 미끄러뜨려 준단다.

[알림: <역사의 팔찌>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알림: <역사의 팔찌>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묵직한 쇳덩이인 역사의 팔찌는 2개가 한 세트.

한 개당 힘이 50.

두 개를 동시에 착용하면 힘을 110이나 올려 주는 세트 아이템이다.

땅콩이 없어서 레벨이 올라도 힘 스탯은 거의 안 올라가는 내게 가장 절실했던 아이템이다.

남성호르몬이 안 나와서 근력이 거의 늘질 않는다나?

흑흑흑.

‘이만하면 격차는 어느 정도 메꿨고.’

레벨이 밀릴 땐 역시 템빨이다.

인간이 괜히 만물의 영장이겠어?

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니까 그런 거지.

“야! 햄찌야!”

“뀨!”

“이거 써!”

햄찌 녀석에게도 아이템을 하나를 던져줬다.

천마백불진?

천마(天馬)의 꼬리털로 만든 먼지떨이라는데, 술법가들의 주문력을 올려 주는 아이템이란다.

“뀨! 고맙다! 주인놈아!”

허겁지겁 아이템을 착용하고 달리다 보니 어느새 동굴 끝 철문 앞에 다다라 있었다.

“이 쥐새끼야!!! 거긴 막다른 길이다!!! 크흐흐!!! 더는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득달같이 쫓아온 두목이 핑크색 철퇴를 휘두르며 공격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감히 빈틈을 보여?’

아무리 센 놈이라도 내 눈에 빈틈이 안 보일 리가.

잘됐네.

마침 써먹어 보고 싶던 게 있었는데.

추혼비접이라고 했던가?

객잔에서 주운 아이템인데, 사천당문이란 곳에서 제작한 투척무기란다.

영혼을 쫓아가는 나비란 이름에 걸맞게, 모양도 나비처럼 생겼다.

날카로운 칼날이 서 있다는 것만 빼면.

‘셋, 둘, 하나.’

휘릭! 휘리리릭!

푹!

추혼비접이 불규칙적인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 두목의 오른팔 이두박근 정중앙에 깊숙이 박혔다.

“악!”

두목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지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두목의 사각지대로 파고든 다음 강타 스킬을 사용해 도깨비 방망이를 아래서부터 위로 휘둘렀다.

우웅!

강타를 머금은 도깨비 방망이가 두목의 턱주가리를 정확하게 강타했다.

“커헉!”

두목의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우수수수!

피 묻은 누런 이빨이 사방팔방으로 흩날리던 순간.

‘한 번 더.’

질풍각으로 두목의 가랑이 사이 땅콩을 향해 힘껏 발차기를…….

데에에에엥!!!

응?

빠각!

이, 이게 아닌데?

[알림: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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