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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63화 (63/115)

제63화.

순간 엄청난 고통이 파도처럼 덮쳐 왔다.

“으으… 으으으으으으!!!”

너무 아파서 다리를 움켜쥔 채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알림: 골절상을 입으셨습니다!]

[알림: 서둘러 금창약을 바르십시오!!]

아니 ㅅ발!!!

다리가 부러졌는데 뭔 금창약을 발라!!!

니들은 어디 부러져도 쿠시딘 바르냐!!!

어처구니가 없는 거랑은 별개로 정말 너무 아프다.

[알림: 이동속도가 80% 하락했습니다!]

[알림: 깽깽이발로 이동하십시오!]

심지어 자연 슬로우까지 걸렸다.

다리가 부러졌으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윽.

뼈까지 살짝 튀어나왔네.

“뀨우! 주인놈아! 괜찮냐!”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가 헐레벌떡 달려와 부축해줬다.

“크윽! 안 괜찮아! 으윽!”

절뚝절뚝.

일어나는 것조차 어려웠다.

“크흐흐… 이 쥐새끼야… 제 발등을 제가 찍었구나… 크흐흐흐!”

두목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윽.

얼굴 뭐야.

이빨이 다 날아간 채로 피까지 줄줄 흘리니까 흉악하기 짝이 없다.

안 그래도 못생겼는데.

“봐라! 크흐흐!”

두목이 보란 듯 바지를 내렸다.

저, 저게 뭐야?

‘강철팬티?!’

알고 보니 두목은 바지 안으로 무쇠로 이루어진 속옷을 입고 있었다.

찌그러지고 금이 가 있는 걸 보니 질풍각에 맞아 그렇게 된 모양이다.

하 씨.

내 다리는 부러졌는데…….

[강철 샅보대]

남성의 가장 소중한 신체 부위를 보호해주는 방어구.

분류 : 방어구 (낭심 보호대)

등급 : 희귀

내구도 : 0 / 1 (파괴직전!)

레벨제한 : 없음

사용제한 : 남성 전용

효과 :

- 그 어떤 공격이든 1회에 한해 낭심을 보호해 줍니다.

참고 :

- 오직 남성에게만 유용한 아이템이므로, 땅콩이 없는 사람에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쨍그랑!

내구도가 다해서 그런지 강철 팬티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나가며, 두목이 입은 핑크색 여자 속옷이 드러났다.

악!

내 눈!!!

“크흐흐흐흐!”

두목이 슬쩍 바짓가랑이를 올리며 비열한 웃음을 흘렸다.

“이 멍청한 쥐새끼야! 크흐흐! 낭심을 공격하면 내 순순히 당해 줄 줄 알았더냐!”

“으윽.”

“난 말이다…….”

두목이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과거 관군과 싸우다 한쪽 낭심을 잃었다.”

“아?”

“그날 얻은 교훈으로… 난 항상 이 낭심보호대를 차고 다녔다. 남은 하나마저 잃을 순 없지 않겠느냐. 오늘도 낭심보호대를 차지 않았더라면 소중한 낭심을 잃었을 테지. 크흐흐흐!”

“그, 그럼 너도 반은 고자란 거네?”

갑자기 좀 친근해지는 느낌이다.

나보다는 사정이 나을 테지만.

난 아예 없는데…….

“나는 고자가 아니다!”

두목이 강하게 부정했다.

“나는 아직 한쪽은 남아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사내대장부다!”

“요즘 사내대장부들은 여자 속옷 입고 엉덩이나 흔드는 게 대세냐?”

“그, 그건.”

“너 막 여자 흉내 내고 앙탈 부리고 그러잖아. 그거 정력 떨어져서 그런 거 아냐?”

“개, 개소리!”

두목이 시뻘게진 얼굴로 항변했다.

“나의 정력은 멀쩡하다! 비록 하나지만 두 개 달린 놈들보다 더욱 절륜하다!”

“아닌 거 같은데…….”

“뭐라?”

“너 잠든 동안 여자들이 뭐라고 그랬는 줄 아냐? 변태 짓만 할 줄 알았지 정력은 형편없…….”

“이 개새끼야!!!”

화가 머리끝까지 난 두목이 쌍욕을 퍼부으며 핑크색 철퇴를 휘둘렀다.

* * *

“캬아아악! 변태 놈아! 주인놈 괴롭히지 마라!”

몸을 곰처럼 거대화시킨 햄찌가 나서서 두목을 상대했다.

오?

내가 준 천마백불진의 효과 때문인지, 훨씬 더 강해 보인다.

덩치도 더 커진 것 같고.

“구! 구구구!”

꼬꼬 역시 두목의 눈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며 시선을 분산시켰다.

“크윽!”

그러는 동안 천잠사 뭉치를 꺼내 부러진 다리를 칭칭 휘감은 다음 꽉 조였다.

[알림: 주의하십시오!]

[알림: 피가 통하지 않아 다리가 괴사할 수도 있습니다!]

[알림: 다리가 괴사하면 절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전에 끝내면 돼.’

부러진 다리를 고정시키고 나니 좀 움직일 만하다.

‘아픈 건 아픈 거고. 아픈 건 참으면 돼. 몸이 안 따라 주는 건 어쩔 수 없어도.’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알림: 의지가 육체를 지배합니다!]

[알림: 이동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알림: 이동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중략)

[알림: 이동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좀 절뚝거리긴 해도 서서히 몸이 움직여진다.

‘슬로우부터.’

속력금쇄진을 펼쳐 두목에게 슬로우 효과를 걸었다.

“크으으윽!”

두목이 느려진 자신의 움직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황했다.

‘슬로우가 걸려 있는 동안 최대한 딜을 넣어야지.’

재빨리 싸움에 끼어들었다.

‘무릎!’

도깨비 방망이로 두목의 왼쪽 무릎을 찍었다.

퍽!

“으아악!”

두목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방어력이 어지간한지, 두목의 무릎뼈가 좀처럼 부서질 기미가 안 보인다.

‘박살 날 때까지 때리면 되지.’

계속해서 두목의 왼쪽 무릎만을 집요하게 강타했다.

“크윽! 이 비열한 쥐새끼가!”

두목이 번개처럼 철퇴를 휘둘러 내게 반격을 가했다.

피하려고 했는데.

휘청!

부러진 다리 때문에 중심을 잃어버렸다.

쒜에에엑!

두목의 철퇴가 내 가슴팍을 정확하게 노리고 날아들었다.

‘맞으면 죽…….’

미끄덩!

내 가슴팍을 때리려던 철퇴가 주르륵 미끄러져 나갔다.

아까 급하게 챙겨 입었던 윤활흉갑이 제 몫을 다해 준 거였다.

“……!”

놀란 두목이 눈을 크게 떴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언제 내 물건들을 훔ㅊ…….”

지금!

촤라락!

기습적으로 머리에 쓰고 있던 회륜반을 휘둘렀다.

서걱!

원반처럼 붕! 날아간 회륜반이 두목의 목 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주르르르르르!

두목의 목 언저리에서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아깝다.

조금만 더 깊었어도 동맥을 잘라버렸을 텐데.

“커헉!”

두목이 제 목을 움켜쥐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그래도 효과가 아주 없진 않은 모양.

‘기회다!’

속력금쇄진을 거두고 곧장 필멸무참진을 펼쳤다.

“햄찌야! 지금이야! 존나 패!”

“뀨! 알겠다!”

햄찌와 함께 두목에게 무차별적인 구타를 퍼부었다.

퍼억!

퍽! 퍽! 퍽! 퍼억!

빡! 빠악!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두목이 내가 휘두른 도깨비 방망이와 햄찌가 휘두른 앞발에 난타당하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맹호채주 임적산]

생명력 : ■■■□□□□□□□

거의 다 왔다.

이제 치명타 한 번만 꽂아 넣으면…….

“감히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순간 두목으로부터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악!”

“뀨우우!”

“구우!”

신나게 공격을 퍼부어 대던 나, 햄찌, 꼬꼬가 충격파에 휩쓸려 나가떨어졌다.

“크르르!”

두목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입을 열었다.

“나는… 맞으면 맞을수록 더 강해진다.”

뭐라고?

방금 들은 게 맞아?

“내게 있어 고통은 곧 쾌락과 같은 것. 크흐흐흐.”

“히, 히익?!”

“네놈들이 날 때리면 때릴수록… 나는 더 큰 쾌락을 느끼고… 더욱 강해지지… 고통은 나에게 있어 마약과도 같은 것을… 크흐흐흐!”

이 새끼…….

진짜 변태였구나…….

“힘이 차오르는구나! 크흐흐흐흐!”

순간 임적산을 심안으로 들여다봤을 때 떠올랐던 문구가 생각났다.

은밀하고 부끄러운 취향을 가진 것 같으니,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한다.

그게…… 이런 의미였어???

아니이!

뭐 이딴 무공이 다 있어!

“내 비밀을 안 이상… 네놈들은 절대로 살려 둘 수 없다… 네놈들을 죽이고… 미안하지만 부하 놈들까지 모조리 죽여 버린 다음에… 여길 탈출할 것이다… 크흐흐흐!”

화아아악!

두목이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자 입고 있던 상의가 크게 부풀어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곧 힘을 잃고 축 늘어져 버렸다.

“이 무슨!”

당황한 두목이 다시금 내공을 끌어올렸지만, 조금 전 뿜어져 나오던 강력한 기파는 온데간데없었다.

“이익! 이이이익!”

두목이 다시 내공을 끌어 올리려 연신 안간힘을 써 댔다.

그럴 때마다 내공은 뿜어져 나왔다가 사그라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두목이 아무리 용을 써도 끌어 올려지지가 않았다.

“이제 좀 약효가 도나 보네. 으윽.”

입가에 흐르는 피를 슥 닦으며 두목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야, 약효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이거.”

빈 약봉지를 꺼내 보란 듯 두목에게 흔들어 보였다.

“서, 설마.”

“유명하지. 사람 잘 잡기로.”

고개를 끄덕이며 두목의 오른쪽 이두박근에 박혔던 추혼비접을 가리켰다.

“산공독……!”

“정답.”

두목을 향해 씩 웃어 보였다.

* * *

산공독(散功毒) 역시 객잔에서 주운 아이템 중 하나였다.

[산공독]

내공을 잠시 흐트러뜨려 사용할 수 없게 만드는 독.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내공 사용에는 치명적이다.

분류 : 독

등급 : 희귀

효과 :

- 내공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혹은 내공 사용을 방해함.

지속시간 : 10~600초

주의사항 : 레벨이 높거나, 내공 숙련도가 높거나, 혹은 특별한 심법을 익힌 대상에게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너무 맹신해서는 곤란하다.

‘혹시 쓸 데가 있을지 모르니까.’

역시 내 인생 지론은 틀리지 않았다.

그 왜 사자성어도 있지 않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미리 준비해 두면 걱정할 일이 없지.

암, 그렇고말고.

혹시 몰라 객잔에서 챙겨 뒀던 산공독을 추혼비접에 듬뿍 발라 놓길 잘했다.

유용하게 쓸 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유용하게 잘 써먹었다.

후훗.

“미리 발라 뒀거든. 혹시 쓸 데가 있을지 몰라서.”

“이 쥐새끼! 산공독 같은 비겁한 수법을 쓰다니!”

“감사!”

두목을 향해 척! 포권을 취해 보였다.

“가, 갑자기 포권을 취하는 이유가 뭐냐!”

“방금 나 칭찬했잖아.”

“내가 언제 네놈을 칭찬했느냐! 나는 욕했다! 칭찬한 적이 없단 말이다!”

“비겁하다는 게 칭찬이지 욕이냐?”

“그게 무슨 개소리냐!”

쯧쯧.

흉악범 주제에 기본이 안 됐네.

비겁하면 어때?

이기는 놈이 장땡이지.

“뀨우! 변태 두목아! 주인놈 너무 칭찬해 주지 마라! 그럼 우쭐해져서 괜히 더 나댄다! 뀨!”

“뭐 인마? 이게 확…… 됐다.”

햄찌 놈과 한판 하려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지금은 두목부터 끝내는 게 우선.

산공독이 언제 풀릴지 모르니까 확실히 끝장을 내는 게 먼저겠지.

“내공을 못 쓰면 맞아야겠지?”

“자, 잠깐!”

“딱 대.”

두목을 향해 도깨비 방망이를 미친 듯 휘둘렀다.

“으악! 따흐으윽! 아흥! 으아아아악!”

두목이 처맞으면서도 쾌락에 젖은 비명을 내질렀다.

내공을 못 써도 처맞을 때마다 쾌락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어휴!

이 변태 새끼!

“이, 이제 그만! 크아악! 제발! 크아아아아악!”

“죽어, 죽어어어엇!”

“크아아아악!”

“뒈져, 이 새끼야!”

“흐윽! 흐아앙!”

어어?

“이 미친놈이! 뒈져! 뒈지라고!”

“흐아앙! 흐아아앙!”

“야 이 더러운 새끼야! 그냥 죽어!”

“그, 그렇게 계속 때리면! 흐아아앙! 가, 가 버려… 흐앙!”

“그냥 죽으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가 버려어어어어어엇!!!”

두목이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더니, 눈을 크게 뜨고 온몸 비틀기를 시전하며 바들바들 떨었다.

이, 이 새끼 뭐야?

“……꽥!”

두목이 기절했다.

두 눈을 허옇게 치켜뜨고, 혀는 길게 빼문 기괴한 표정이다.

우웩!

파르르르르르르…….

몸은 여전히 떨렸다.

무슨 여운이라도 남은 듯이.

“뭐,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이 쳐졌다.

ㅅ바.

꿈에 나올까 무섭네.

이 새끼…… 맞아서 기절한 거 맞아?

절정에 도달해서 기절한 거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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