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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65화 (65/115)

제65화.

산채는 그야말로 쑥대밭…… 이 아니라.

윽.

완전 똥밭이네, 똥밭이야.

곳곳에 산적들이 쏟아 낸 똥들이 흩뿌려져 있어서, 이게 이승인지 개똥밭인지 분간이 안 간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은 순전히 뻥이다.

여기서 구르느니 그냥 혀 깨물고 죽고 말지.

어휴.

농사지으면 거름은 필요 없겠네.

모르긴 몰라도 산채가 폐쇄되고 나면 각종 식물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 같다.

“뀨! 주인놈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뀨우!”

“으응?”

“왜 똥밭이냐! 뀨! 너무 더럽다! 뀨!”

“아, 이거. 그냥 얘들 먹는 밥에 변비약 좀 타 줬더니 이러네.”

햄찌에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얘기해줬다.

“뀨우?! 주인놈이 밥에 변비약 타서 산적들 똥싸개로 만든 거냐! 뀨!”

“그런 셈이지.”

“뀨! 주인놈 진짜 비열하다! 뀨우!”

“헤헷.”

검지로 코끝을 슥 문지르며 웃었다.

짜식이 부끄럽게 칭찬은.

“정말로 산적들이 먹는 국에 변비약을 탄 거냐?”

곽말풍이 끼어들었다.

“그래서 산적들이 싸우면서 계속 똥을 싼 거고?”

“예, 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냐?”

“뭐가요?”

“좀 더럽긴 하지만 아주 훌륭한 계략이 아니냐.”

“당연한 거죠.”

“음?”

“그게 기본 아닌가?”

“……!”

“적들은 약하게. 나는 강하게. 내가 유리한 곳에서, 유리한 시간에, 내가 원할 때 싸워야죠.”

디버프 스킬을 쓴다고 해서 디버프 마스터가 아니지.

단순히 디버프를 거는 게 다가 아니다.

다양한 전략·전술을 구사하며 적들을 약해지게 만드는 것 또한 디버프 마스터가 가져야 할 필수적인 마음가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들을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 말이다.

거기에 정정당당 따위는 없는 거다.

왜?

이기는 게 장땡이니까.

“아무튼 준비 좀 해 주시죠.”

“꼭 그렇게 해야겠냐?”

“무조건 해야죠.”

“아, 알겠다.”

곽말풍이 내 표정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30분쯤 지났나?

관군에 의해 제압당한 산적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앞으로 끌려 왔다.

“…….”

“…….”

“…….”

살려 달란 놈이 하나 없네.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걸 보면.

지은 죄들은 아는 모양이지?

“다들 하의 탈의. 실시.”

어쭈?

“하의 탈의!”

산적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리둥절했다.

“하, 하의 탈의?”

“상의 탈의가 아니라?”

후.

이것들이 진짜.

“입 아프니까 어떻게 좀 해 보시죠.”

“아, 알겠다.”

곽말풍이 관군들을 시켜 산적들의 바지를 벗기고, 가랑이를 강제로 벌렸다.

“이,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신종 고문인가?”

뭘 그렇게 궁금해해?

어차피 곧 알게 될 텐데.

스윽.

허리춤에서 방천가위를 꺼내 들었다.

“어어? 어어어?”

첫 번째 고객님께서 V자 가랑이골 사이로 날 바라보며 기겁했다.

“지, 지금 뭐 하는 거냐! 으악!”

뭐 하는 거 같은데?

“으악! 으아아악! 그, 그것만은! 으아아아악!”

“얌전히 있어. 금방 끝나.”

“아, 안 돼!”

“돼.”

안 되는 게 어딨어?

“제바아알.”

“살살 자르면 안 아파. 참을 만해.”

“그,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아느냐!”

이 새끼가?

삭둑!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이고.

서비스에 감동하셨나 보네.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시는 거 보면.

[알림: 땅콩을 수확하셨습니다!]

[알림: 힘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알림: 힘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뭐야?

갑자기 힘이 왜 안 올라?

[알림: 남성호르몬이 부족해 근력에 관련된 스탯이 오르지 않습니다!]

[알림: 이제부터 근력 관련한 스탯은 오직 아이템을 통해서만 올릴 수 있습니다!]

[알림: 가까운 비뇨기과 의원을 찾아가 상담을 받으세요!]

뭐?

ㅅ발?

지금 누구 놀려?

놀리냐고!

* * *

힘이 안 오른다고 땅콩 수확을 그만두진 않았다.

[알림: 땅콩을 수확하셨습니다!]

[알림: 힘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알림: 힘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알림: 힘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중략)

[알림: 힘을 제외한 모든 스탯이 1 증가했습니다!]

산채에 남아 있던 산적들이 대략 120명.

그중 살아남은 놈들이 70명 정도.

그 70명분의 땅콩을 모조리 수확해서 스탯을 올렸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암, 그렇고말고.

싹둑, 싹둑.

한창 땅콩을 수확하는데.

[알림: 축하드립니다!]

뭘 또 축하해…….

[알림: 땅콩을 많이 수확해 <땅콩수확자> 칭호가 강화되었습니다!]

[알림: <중성화의 달인>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강화된 칭호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중성화의 달인]

악인을 응징하며 땅콩을 100개 이상 수확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칭호.

분류 : 칭호

등급 : 희귀

수확한 땅콩의 수 : 100

효과 :

- 수확한 땅콩 1개당 모든 스탯 +1 (기본)

- 수확한 땅콩의 등급이 높을수록 획득하는 스탯도 증가합니다.

참고 : 땅콩을 아무리 많이 수확해도 땅콩이 다시 자라나지는 않으니 헛된 기대는 하지 말자.

주의 : 오직 악인의 땅콩을 수확해야 스택이 쌓이므로, 애먼 사람의 땅콩을 수확하는 악행을 저지르지는 말자.

오?

다른 효과가 생겼다.

[땅콩 등급표]

최하급 땅콩 : +1

하급 땅콩 : +1.5

삼류 땅콩 : +3

이류 땅콩 : +5

일류 땅콩 : +10

절정 땅콩 : +15

초절정 땅콩 : +30

그러니까, 강한 적의 땅콩을 수확하면 스탯이 더 많이 올라간다는 거잖아?

‘좋은데?!’

앞으로 더 열심히 땅콩을 수확해야겠다.

물론 악인 한정으로.

* * *

‘저, 저건 광기다!’

곽말풍은 산적들을 거세시키는 연오랑을 지켜보며 공포에 떨었다.

“으헤헤헤헤헤!”

무슨 강호를 피로 물들이는 대마두(大魔頭)도 아니고.

싹둑, 싹둑!

산적들을 거세시키며 광기에 찬 웃음을 흘리는 연오랑의 모습이란, 정말이지 섬뜩했다.

물론 연오랑의 행동에는 딱히 문제 삼을 만한 거리가 없었다.

어차피 산적들은 모조리 사형시킬 예정이라, 미리 거세를 시키든 말든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단지 옆에서 지켜보기에 끔찍했을 뿐.

“으윽.”

“나, 나는 도저히 못 보겠소.”

“아무리 악인들을 처단한다 한들 이리 잔혹해도 되는 것인가.”

오죽했으면 관군들이 차마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을까.

“차, 차라리 죽여라!”

“제발! 그냥 죽여 달란 말이다!”

“이 악마 같은 놈아! 네놈이 사람이란 말이냐!”

“으아아아아아악!”

산적들이 비탄에 찬 절규를 내뱉었지만, 연오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싹둑, 싹둑!

산적들을 거세하는 연오랑은 마치 벼를 수확하는 농부처럼 매우 근면 성실해 보였다.

후들후들!

곽말풍조차 이 끔찍한 참극에 오금이 다 저려서,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어했다.

저릿저릿!

왠지 모르게 아랫도리가 간질간질 저려 오는 느낌마저 들 지경이었다.

“오, 오랑아.”

보다 못한 곽말풍이 연오랑을 말렸다.

“보는 눈들도 많은데 이제 그만 하고…….”

“뭐라고요?”

연오랑이 방천가위를 싹둑싹둑 접었다 폈다 하면서 곽말풍을 돌아보았다.

살짝 띤 미소.

동그랗게 커진 눈.

그리고 옆으로 살짝 기울어진 고개까지.

오싹!

주르륵!

식은땀이 곽말풍의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 아무것도 아니다.”

곽말풍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방금 저 부르신 거 같은데?”

“아니야!”

“맞는데.”

“그, 그냥 네가 힘들까 봐. 물이라도 마시고 하라고. 하하, 하하하.”

곽말풍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연오랑에게 물병을 건네주었다.

“정말 저 부른 거 아니죠?”

“그, 그러엄!”

“흠.”

연오랑이 미심쩍다는 듯한 눈빛으로 곽말풍을 노려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하던 작업을 계속했다.

“저 인간도 확 잘라 버리긴 해야 되는데.”

“……!”

“맞지.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당연히 잘라야지.”

곽말풍의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나, 나도 잘라 버리겠다고?!’

곽말풍이 조심스레 연오랑에게 물었다.

“저어, 오랑아?”

“예?”

“그. 방금. 나도 잘라 버린다고 말한 거 아니지?”

“에이. 그럴 리가요.”

“그렇지? 나까지 잘라 버리진 않겠지?”

“그, 그럼요.”

연오랑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곽 위사님 걸 잘라 버리겠어요? 제가? 하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그럴 일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하하, 하하하. 마음 푹 놓으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그, 그래! 하하하!”

곽말풍 역시 연오랑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전 하던 일이나 마저 하죠.”

“그래….”

연오랑이 다시 몸을 돌렸다.

“이럴 때는 또 눈치가 빠르네. 쓸데없이.”

“바, 방금 뭐라고 한 거냐?”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연오랑이 다시 고개를 돌리며 시치미를 뚝 뗐다.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진무구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내가 괴물을 만들어 낸 걸지도….’

곽말풍은 연오랑을 살린 걸 처음으로 후회했다.

* * *

땅콩 수확을 마치고 덕팔이를 찾아 나섰다.

아, 저기 있네.

너무 눈에 띄어서 한눈에 알아보겠다.

인질들 틈에 섞인 덕팔이는 동공지진을 일으키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는데, 하필 귀공자의 얼굴로 위장한 덕분에 더욱 눈에 띄었다.

저 덩치에 저 머리 크기에 귀공자의 얼굴은 좀 그렇잖아…….

체형이랑 얼굴이 하나도 안 맞는다고.

“여기 계신 이분은 제 정보원이니까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예, 소협.”

관군들은 흔쾌히 덕팔이를 내게 넘겨주었다.

“조용히 있으십쇼. 괜히 입 열지 말고.”

끄덕끄덕!

덕팔이가 고개를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며 알겠다고 신호를 보냈다.

하여간 겁은 많아 가지고.

“다들 뭐 하다가 이리 늦은 것이냐!”

“우리 의창사걸이 맹호채를 토벌하다시피 했는데!”

“너희들이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산적들에게 붙잡히는 치욕을 당하진 않았을 것을!”

애송이들 셋이 입에 거품을 물고 관군들에게 개지랄을 떠는 게 보였다.

얘들 아직 정신 덜 차렸네?

니들은 바지에 똥 싸지르고도 부족해서 그러고 싶냐……?

하긴.

쪽팔리기 싫으니까 저러는 거겠지.

토벌은커녕 산적들한테 붙잡혀 있다가 구출됐다는 게 알려지면 두고두고 웃음거리밖에 더 될까.

어우.

나 같으면 얼굴도 못 들고 다닐 것 같다.

차라리 이사를 가고 말지.

“흑흑, 흑흑흑.”

그나마 아가씨는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푹 떨군 채 즙을 짜고 있었다.

그러게 저런 놈들이랑 어울려 다니지를 말았어야지.

“형 대인!”

애송이들의 우두머리가 형 대인을 발견하고 따지고 들었다.

“우리 의창사걸이 맹호채의 본거지를 찾아내 악전고투를 벌이는 동안 관군들은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소?”

“…….”

“관군이 이리 무능해도 되는 것이오? 내 이번 일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아버님께 말씀드려 그대의 무능함을 조정에….”

지랄하고 자빠졌네.

“개소리하네.”

어잌후.

나도 모르게 말이 헛나왔네.

“네놈은 뭐냐!”

얘 이름이 뭐랬더라.

이동열이라 그랬나……?

“아무것도 못 해 보고 산적들한테 붙잡혀 있었으면 닥치고 있지? 좀?”

“뭣이?!”

“니들이 싸우긴 뭘 싸워. 3일 전부터 여기 갇혀 있었으면서.”

“다, 닥쳐라! 네놈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우리 의창사걸은 누구보다 먼저 이곳 산채에 쳐들어와 산적들을 처단했다! 다만 머릿수가 모자라 어쩔 수 없이 붙잡혔을 뿐이다!”

“아, 그러셔?”

“무능한 관군들이 조금만 더 일찍 왔었더라면…….”

“곽 위사니이이이이임!”

냅다 곽말풍에게 동열이를 고자질했다.

“얘가 그러는데 관이 무능하대요!!!”

“누가 감히!!!”

발작 버튼이 눌린 곽말풍이 홱! 돌아서더니 문제의 발언을 한 범인을 찾아 눈을 부릅떴다.

“히익?!”

곽말풍의 등장에 동열이가 기겁했다.

“그, 금의위?!”

후후.

쫄리겠지.

금의위는 황제 직속 친위대.

그런 금의위 앞에서 관군을 욕한다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왜?

관군을 욕한다는 건 황제를 욕하는 거나 다름없는 행위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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