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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70화 (70/115)

제70화.

노친네의 기세가 달라졌다.

“당장… 대답하라… 추혼비접을 어디서 얻었는지.”

찌릿찌릿!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사뭇 매서워서 피가 다 따끔거릴 지경.

“주웠는데요.”

“뭐라?”

“얘기하자면 긴데. 주웠다고요.”

“닥쳐라!”

언제는 대답하라며…….

“추혼비접은 우리 사천당문의 독문병기… 그걸 가지고 있다면… 필시 당문의 혈족으로부터 얻었을 터.”

“주웠다니까요.”

“말하라. 네놈이 추혼비접을 어떻게 얻었는지.”

“주웠다고요.”

“사천당문의 혈족으로부터 훔쳤느냐, 아니면.”

노친네가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물었다.

“죽이고 빼앗았느냐.”

“주웠다고!!!”

진짜 어이가 없어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넌 그냥 대답만 하란 거야, 뭐야?

“그러니까 객잔에서…….”

“내 네놈의 입을 강제로라도 열게 만들 것이다!”

자, 잠깐!

이 미친 영감탱이야!

주웠다고 몇 번 말해!

[당괴괴]

사천당문의 장로.

강호에서는 활인독수(活人毒手) 당괴괴라 불리고 있다.

의술에 매우 깊은 조예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외과적 시술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타입 : NPC

종족 : 인간

성별 : 남

나이 : 86

레벨 : 299

등급 : 초절정

신분 : 장로

소속 : 사천당문

직업 : 무인 / 의원

특징 : 사천당문의 인물답게 성질머리가 매우 급하고, 성격이 괴팍하다.

늙어서 수전증을 지니고 있다.

칭호 : 활인독수 / 손덜덜 슥삭삭 / 이독제독

299레벨이라 그런지 움직임이 장난이 아니다.

물론 전문적으로 무공을 단련해 온 노친네는 아니라서 같은 레벨의 무인들과 비교했을 때 최약체에 가깝겠지.

하지만 지금 내 레벨로는 상대하기 버거운 상대다.

기본적인 체급과 스펙 차이가 어마어마할 테니까.

“이놈!”

노친네가 검게 물든 손바닥으로 날 후려치려 했다.

‘독!’

스치기만 해도 중독당할 것 같아서, 아예 맨손을 마주치는 걸 피했다.

산화부식장갑을 낀 오른손으로 노친네의 손바닥을 쳐냈다.

콰앙!

저릿저릿!

“으윽!”

산화부식장갑을 낀 오른손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충격이 전해졌다.

[알림: 내상을 입었습니다!]

[알림: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알림: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중략)

[알림: 생명력이 하락합니다!]

ㅆ발 또 내상이야?

[알림: <산화부식장갑> 아이템의 내구도가 하락했습니다!]

녹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서 쇳가루가 흩날렸지만, 그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반격!’

선풍각을 쳐내며 노친네의 빈틈을 노렸다.

“이노옴! 보통 실력이 아니로구나!”

노친네가 뒤로 슬쩍 물러나 내 공격을 피하며 버럭 소리쳤다.

“필시 훔쳤거나 본가의 혈족을 해하고 강탈했을 터! 당가의 혈족을 건드린 죄는 죽음으로도 갚지 못할 것이다!”

“아 좀! 주웠다고 몇 번을 말해! 이 미친 노친네야!”

“닥쳐라!”

“으아아아아악!”

노친네가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 대며 날 죽일 듯, 아니 죽이려고 몰아붙였다.

‘진짜 목숨 걸고 한판 해?’

참다못해 작정하고 한바탕하려던 순간.

쏴아아아아아!!!

노친네가 흩뿌린 수백여 개의 바늘이 일제히 날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런다 이거지?

나를 상대로 투척무기를 써?

감히?

스으으!

반사적으로 속력금쇄진을 펼쳤다.

‘보인다.’

느려진 바늘들이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속력금쇄진의 영향으로 바늘의 속도마저 줄어든 거다.

‘잡아채고.’

촤라락!

비응포 소맷자락으로 날아드는 바늘들을 모조리 낚아채면서, 몸을 빙그르르 회전시켰다.

그리고 그 반동을 이용해 바늘들을 고스란히 노친네에게 되돌려줬다.

쏴아아아아아!!!

“앗!”

노친네가 되돌아오는 바늘들을 보고 펄쩍 뛰었다.

“이 무슨!”

노친네가 바늘들을 피하려 황급히 몸을 날렸다.

‘어림없지.’

속력금쇄진의 효과가 어디 바늘들한테만 적용될까.

“……!”

느려진 노친네가 당황하는 사이.

부웅-!

방패막이로 썼던 회륜반을 노친네의 얼굴을 향해 내던졌다.

“어딜!”

노친네가 속력금쇄진의 슬로우 효과를 뚫고 되돌아온 바늘 세례를 피하고, 회륜반을 코앞에서 낚아채던 그 순간.

‘기회다.’

노친네의 사각지대로 파고들었다.

우웅!

강타 스킬을 머금은 산화부식장갑이 노친네의 얼굴을 강ㅌ…….

“지금 뭣들 하는 게야!!!”

천기자 영감이 나타나 버럭 소리치며 싸움을 말렸다.

아쉽게도.

덕분에 산화부식장갑을 낀 오른손 주먹이 노친네의 코앞 1센티미터 부근에서 멈췄다.

쳇.

죽빵 한 대 제대로 갈길 기회였는데.

“거 다짜고짜 주먹질부터 하지 맙시다, 어르신.”

노친네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주고 돌아섰다.

“말년에 죽만 드시면서 연명하고 싶지 않으시면.”

옥수수 다 나가는 날엔 고기는 다 먹었다 생각하라고?

근데, 문득 궁금하다.

‘여기도 임플란트라는 개념이 있나?’

치과의사라는 개념이 있을지.

왠지 있을 것 같은 건 기분 탓인가?

헤헷.

* * *

‘바, 방금 무슨 일이.’

활인독수 당괴괴는 믿을 수가 없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었다.

기껏해야 갓 약관(弱冠)을 넘겼음이 분명했다.

느껴지는 기파도 보잘것없고, 근골은 빈말로라도 뛰어나 보인다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졌다.

완패였다.

물론 저 싸가지 없는 놈에게 얻어맞았다 한들 크게 손해를 봤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저 치아 몇 개가 부러졌을지언정, 잠시 주춤하고 말았을 터.

진짜 목숨을 걸고 생사결(生死決)을 펼쳤다면, 아무리 느려도 20초식 안에는 놈을 척살할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도 그럴 테고.

그럼에도 당괴괴가 패배했다 여긴 이유는, 기량의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었다.

힘과 내공은 당괴괴의 우위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순수 기량에서는 저 싸가지 없는 놈이 명백한 우위에 있었다.

만약 비슷한 조건에서 겨루었다면.

조금 전 코앞에서 멈춘 일권(一拳)이 그대로 작렬했더라면.

오싹!

당괴괴는 소름이 돋아 흠칫 몸을 떨었다.

정말 그랬다면 두고 볼 것도 없이 치명타를 입었을 터.

그럼 끝이었다.

왜?

필살의 의지가 담긴 후속타에 그대로 얻어맞고 절명했을 테니까.

‘내가 던진 바늘을 낚아챈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인데. 그걸 되돌려 주면서 반격하고, 죽립을 날려 시선을 분산시켰다. 그사이에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정권을 뻗어 내다니. 허허.’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너무나도 절묘한 움직임.

오죽했으면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눈에 선할까.

‘내 평생 이런 기(技)를 본 적이 있었던가.’

단언컨대, 없다.

팔십은 넘긴 지 오래고, 어느새 백수를 바라보는 나이의 당괴괴다.

그간 천재라 불린 후기지수를 한두 명 본 게 아니었다.

천고의 기재라 불렸던 이들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저 싸가지 없는 놈처럼 잘 싸우지는 못했다.

빈약해 보이는 근골과 아직은 미지수인 기(氣)에 대한 재능을 빼놓고 평가하더라도, 천재 그 이상의 재능을 지닌 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싸우는 감각 하나만큼은 투신(鬪神)의 재능을 타고났다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거 다짜고짜 주먹질부터 하지 맙시다, 어르신. 말년에 죽만 드시면서 연명하고 싶지 않으시면.”

어른 어깨를 툭툭 치고 지나가며 기어코 한마디를 던지는 버르장머리도 가히 일품이다.

“허허.”

생소한 경험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다 나온다.

무림명숙.

그것도 오대세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천당문의 장로 활인독수 당괴괴로서는 지금껏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재능이야 그렇다 치고.

어디서 저런 싸가지 없는 놈이 튀어나왔는지…….

“많이 놀랐을 테지.”

천기자가 다가와 당괴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 마음 이해하이.”

“허허, 허허허.”

“자네로서는 낯선 경험일 테지. 그래도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이번에는 자네가 이해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웃고 넘기는 수밖에 없겠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오? 형님?”

“차근차근 설명해 줄 터이니, 일단 흥분부터 가라앉히고 차근차근 얘기해 보세나.”

“허어.”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네만 뭔가 단단히 오해가 있는 것 같군. 물론 저 녀석이 자네 속을 뒤집어놨을 것 같기도 하다마는.”

“그보다.”

당괴괴가 천기자에게 물었다.

“저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오?”

그러자 천기자가 답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일세.”

* * *

뭐라는 거야…….

숙덕숙덕!

천기자 영감이랑 애길 나누는 거 보니 서로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그런 것 같아서 봐줬다.

아니었음 죽빵을 빡! 갈겨서 강냉이를 다 털어 버렸을 텐데.

어이, 영감!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뀨! 주인놈아! 쟤 봐라!”

햄찌가 자해공갈범을 가리켰다.

“쟤 서문세가 들어간다! 뀨우!”

“뭐?!”

고개를 돌려보니 자해공갈범이 서문세가 문턱을 넘는 중이었다.

“에이~ 노잼~~~”

시시하단 표정으로 한마디 툭 던지고 가는데, 그 표정이 진짜 ㅈ나 얄미워서 꿀밤을 한 9,999,999대쯤 때려주고 싶을 정도다.

부글부글…!!!

너 이 새뀌!

내가 노친네랑 싸우는 거 신나게 구경하다가 김빠졌다 이거지?!

“너 뒈졌다!”

쒸익쒸익!

쿵쾅쿵쾅!

성큼성큼 자해공갈범 녀석을 뒤쫓아 가는데.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서문세가의 문지기들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어쭈?

내 앞을 가로막아?

“비켜. 다 때려눕히고 쳐들…….”

그때.

“아휴우우! 도련님! 내가 진짜 못살아! 정마아아아알!”

후덕한 인상을 가진 유모가 득달같이 달려와 자해공갈범을 몰아세웠다.

“자꾸 말도 없이 어딜 그렇게 혼자 돌아다니셔요! 이 유모 죽는 꼴 보고 싶으셔요?”

“심심해서 좀 나갔다 왔어. 히히히.”

“그러다 큰일 나면 어쩌시려고 그러셔요! 아휴! 속 터져! 도련님 때문에 집안 발칵 뒤집혔어요! 안 그래도 비상이 걸려서…….”

뭐?

도련님?

[서문민]

서문세가 현 가주의 둘째 아들.

장녀 서문란의 남동생으로, 차남이다.

타입 : NPC

종족 : 인간

성별 : 남

나이 : 7

레벨 : 7

등급 : 해당 없음

소속 : 서문세가

직위 : 공자

직업 : 말썽쟁이

특징 :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말썽쟁이라서, 부모를 포함한 주변인들을 뒷목 잡게 만들기 일쑤.

몰래 집을 빠져나가 말썽을 일으키는 게 일상이다.

칭호 : 고장현의 말썽쟁이 / 미운 7살 / 누런 떡잎 / 영악한 애새끼 / 부모 잘 만난 놈 / 자해공갈단 / 재해공갈범 / 어린이 보호구역의 고라니 (중략)

그 와중에 칭호 보소?

근데…… 저 새뀌가 서문세가 둘째 아들이었다고???

‘도대체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아무래도 쟤 부모 얼굴 좀 봐야겠다.

직접 보고 따져야 직성이 풀리겠어.

[심안 추가 통찰 효과]

누나인 서문란의 말만큼은 매우 잘 듣고 따르는 착한 남동생이다.

다만 서문란이 천형(天刑)을 받아 죽어가고 있다는 건 모르는 상태이며, 폐관수련 중인 줄 알고 있다.

천형?

이 표현은 좀 생소한데?

[알고 계셨나요?]

천형이란 천벌이란 의미로서, 천벌에 준하는 기구하고도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한 삶을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고마워요!

알림창!

가끔 모르는 무협식 표현이 나올 때면 얼마나 유용한지.

이럴 때마다 게임이 많이 발전했다는 게 피부에 와 닿는다.

나 때는 이런 기능 없었는데.

“왔는가.”

천기자가 다가와 말했다.

“올 줄 알고 미리 마중 나와 있었네.”

“그래요?”

“갔던 일은 잘되었는가?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어련히 알아서 잘 해결했겠다마는.”

“예, 뭐. 해결은 잘했죠. 과정이 좀 스펙타클했지만.”

“수패타굴(水敗打掘)?”

치, 침착하자.

‘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신경쓰지말자…….’

신경 쓰면 지는 거다.

눈 딱 감고 그냥 넘어가자.

후우, 후우.

심호흡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넘어ㄱ…….

“뭐 얼마나 수패타굴했기에 그러나?”

ㅅ… 스으.

“자네의 그 수패타굴했던 산적 토벌에 대해서 듣고 싶구먼.”

ㅅ… 스으으.

“자네가 수패타굴했다고 말할 정도면 어지간히도 힘든 토벌이었겠…….”

“스펙타크으으으으으으으을!!!”

못 넘어가!

도저히 그냥은 못 넘어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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