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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84화 (84/115)

제84화.

화검옹이라…….

[화검옹]

무릉에 사는 늙은 무림인.

본명은 아니다.

타입 : NPC

종족 : 인간

성별 : 남

나이 : 76

레벨 : 220

등급 : 절정

신분 : 없음

소속 : 없음

직업 : 무인

특징 : 활활 불타는 검을 휘두르며,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다.

칭호 : 없음

흠.

일단 그렇다 치고.

“감사합니다. 고전 중이었는데 어르신 덕분에 위기를 넘겼습니다요.”

화검옹에게 마주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건넸다.

“허허. 강호의 동도들은 모두 형제들인데 마땅히 도와야 하지 않겠소이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되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정말 감사드립니다.”

파티원들 역시 화검옹에게 포권을 취하며 고맙단 말을 건넸다.

“형제들께서는 어찌 이곳 귀막골에 발걸음 하신 것이오?”

“예, 뭐. 요괴들을 사냥하는 중이었습니다.”

대충 뭉뚱그려 대답했다.

“오호, 협객들이시구려.”

“협객이랄 것까지 있나요.”

“아니요. 요괴들을 토벌한다는 것은 세상을 평안케 하는 일이오. 어찌 협객이 아니라 할 수 있겠소이까.”

“하하. 과찬이십니다. 그러는 어르신께선 여기 어쩐 일이시죠?”

“노부는…….”

화검옹이 미소를 지었다.

“손녀가 큰 병을 앓고 있어, 그 치료제를 구하러 왔소이다.”

치료제라…….

“어떤 치료제를 구하러 오신 건데요?”

“이곳 귀막골에 사람의 머리가 셋 달린 인면지주인 삼면지주(三面之蛛)가 산다오. 노부는 그 삼면지주의 내단을 얻으러 왔소이다.”

“아, 그러시군요.”

이거 일이 꼬이는데.

경쟁자가 생겨 버리다니.

“삼면지주의 내단은…….”

응?

“무공이나 술법을 익힌 이들이 섭취하면 엄청난 내공의 증진을 꾀할 수 있으나, 아픈 사람이 먹으면 어떤 병이든 치료되고 평생을 무병장수할 수 있다 알려져 있소이다.”

야 이!

그것까지 말하면 어떡해!!!

“내공이 엄청나게 올라간다고?”

“삼면지주의 내단?”

“헐…….”

화검옹의 말을 들은 몇몇 파티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 씨.

저 입이 문제네, 입이 문제야.

치료제라는 것까지만 말했어야지!

내공 증진이라고 하니까 다들 눈 돌아가잖아!

“혹시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노부를 도와 삼면지주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소이까?”

화검옹이 우리에게 물었다.

“노부의 손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삼면지주의 내단이 필요하오.”

하 씨.

이럼 곤란하잖아.

“저도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어려울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오?”

“저도 누군가의 치료제를 구하러 온 거거든요.”

“허허. 그렇구려.”

내 말은 들은 화검옹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린 경쟁자로구려, 소협.”

“뭐 그런 셈이죠.”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오.”

“각자 가까운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 목숨을 걸 수도 있겠죠.”

“으음!”

화검옹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이까? 삼면지주의 내단을 얻는 때까지는 협력하되, 그 뒤에는 누가 내단을 가질지 다시 이야기하는 게 어떻겠소?”

“다시 얘기하자고요?”

“삼면지주는 강한 영물이라 노부나 형제들이나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것이오. 그러니 삼면지주를 해치울 때까지만 협력하고, 그 뒤에 다시 논의해 보는 것이오. 예를 들면…….”

화검옹이 잠깐 생각하고는 말했다.

“내기라도 해서 누가 내단의 주인이 될지 정하는 게 어떻소.”

“그게 될까요.”

이 양반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치료제를 걸고 내기를 하자고요?”

“달리 방법이 없지 않소. 게다가 노부는 이미 그대들을 도와주지 않았소이까? 비록 경쟁자들이지만, 노부는 그대들을 도와준 것에 대해 일말의 후회도 없소.”

어라.

이렇게 나오니까 나도 할 말이 없다.

쩝.

“하필 서로의 입장이 난처할 때 만난 것은 애석하지만, 악연으로 이어져서야 되겠소. 노부도 난감해진 것은 마찬가지요.”

구구절절 옳은 소리라 딱히 반박할 수가 없다.

‘사람 욕망이라는 게 옳은 소리만으로 다스려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

그걸 반박해 봤자 나만 나쁜놈 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솔직히 화검옹이랑 싸워 봤자 승산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일단은 어르신 말씀대로 하죠.”

“좋소.”

화검옹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뀨. 주인놈아. 괜찮겠냐.”

“뭐가?”

“저 영감님한테 내단 뺏기면 안 되지 않냐.”

“아, 그거.”

햄찌에게 속삭여줬다.

속닥속닥-

“뀨우? 주인놈아! 그게 진짜냐! 뀨!”

“쉿.”

자식이 입단속을 못 해요, 입단속을.

“그냥 알고만 있어.”

“뀨. 알겠다.”

하여간 입이 방정이라니까?

“오랑 님.”

성큰파파 님이 내게 물었다.

“오랑 님도 치료제 구하시는 거였어요?”

“퀘스트가 있어서요.”

“그러셨구나.”

성큰파파 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혼자 오려고 하셨던 거였네요.”

“예, 뭐…….”

서운해하면 어떡하지?

“이해해요.”

“네?”

“내공이 늘어난다는데 다른 사람들이 눈독 들일 만하죠. 혹시 뺏기기라도 하면 퀘스트 클리어에 실패하는 거니까요. 저라도 혼자 오려고 했을 것 같아요.”

“하하하…….”

“저희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힘껏 도와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파티원들도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그때 가 봐야 알겠지만.

화검옹과 함께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귀막골 깊숙한 곳까지 나아갔다.

세 번째 전투가 끝났을 때.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가는 동안 요괴들을 처치해 경험치도 먹고.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80레벨 달성!]

레벨도 올라서 80레벨이 됐다.

[알림: 새 스킬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알림: 지금부터 <광속폭렬타>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속폭렬타]

찰나의 순간 지옥을 맛볼 것이니.

- 데우스

형태 : 액티브 스킬

효과 : 순간적으로 공격속도를 폭발적으로 상승시켜 적을 여러 번 강타합니다.

스킬 레벨이 증가할수록 타격회수, 공격속도, 피해량이 증가하고, 재사용 대기시간은 감소합니다.

레벨 : 1

현재 타격 회수 : 5

재사용 대기시간 : 30초

판타지 서버에서 <머신 건 스매쉬>라 불리던 스킬이 해금됐다.

캬.

이 스킬 손맛 쥑이는데.

“조심하시오!”

화검옹이 경고했다.

“뭔가 큰 것이 오는 것 같소이다!”

찌릿!

나 또한 느꼈다.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금지에 발인 들은 자, 산 채로 잡아먹힐 것이다.”

“낄! 낄낄낄!”

“생고기로구나! 생고기야!”

이윽고 세 개의 사람 머리가 달린 거미가 나타났다.

[삼면지주]

거미의 몸에 세 개의 인간 얼굴을 가진 요괴.

인면지주의 상위 개체로서, 무시무시한 요괴이다.

분류 : 요괴 (반인반수)

등급 : ★★★

레벨 : 210

주의사항 : 각 머리에서 각기 다른 공격을 구사하므로, 상대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획득 가능 아이템 : 삼면지주의 내단

어우야.

평범한 인면지주보다 덩치가 족히 2배는 크다.

레벨도 210.

무려 3성급 요괴.

‘혼자 왔으면 진짜 뼈도 못 추렸겠네.’

아무리 나라도 고작 80레벨 가지고 210레벨짜리 요괴를 상대한다는 건 어불성설.

차라리 이렇게 파티를 맺은 게 다행이다 싶다.

“모조리 산 채로 뜯어먹어 줄 것이다!”

“낄낄낄!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이다!”

“금지에 발을 들인 대가를 치르리라!”

삼면지주가 풀쩍 뛰어오르더니 세 개의 입에서 각기 다른 무언가를 뿜어내었다.

“모두 피해요!”

급한 대로 몸을 날렸다.

* * *

쏴아아아아아아아!

거미줄.

취이이이이이이익!

맹독.

스으으으으으으으!

그리고 냉기까지.

“으악!”

“으아악!”

“컥!”

삼면지주가 각기 다른 세 얼굴에서 거미줄, 맹독, 그리고 냉기를 무차별적으로 뿜어냈다.

[알림: 파티원이 사망했습니다!]

[알림: 파티원이 사망했습니다!]

[알림: 파티원이 사망했습니다!]

어떻게 도와줄 겨를도 없이, 파티원 셋이 즉사했다.

“히히! 고기다! 고기! 히히히!”

“낄낄낄!”

“나약한 놈들 같으니!”

신이 난 삼면지주가 미친 듯 날뛴다.

“모두 흩어져서 공격하게!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위험하네!”

화검옹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모두 흩어져!”

“흩어집시다!”

파티원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마저 여의치가 않았다.

우웅!

속력금쇄진을 펼쳤는데도 삼면지주의 속도가 그리 느려지지 않았다.

‘레벨 차이가 너무 심해!’

그러는 사이.

“크악!”

“으아아아악!”

“빠, 빨리 해독 좀! 해독부터… 크악!”

파티원들이 실시간으로 죽어 나갔다.

[알림: 아군이 전사했습니다!]

[알림: 아군이 전사했습니다!]

[알림: 아군이 전사했습니다!]

남은 건 성큰파파 님뿐.

그 와중에 성큰파파 님이 오히려 삼면지주를 향해 정면으로 뛰어드는 게 보였다.

“피해요오오오오오오!!!”

이 양반아!

거기 위험하다고!

그러면 죽어!

성큰파파 님을 구하려고 황급히 몸을 날리려던 순간.

씨익-

성큰파파 님이 날 보고 미소를 지었다.

왜……?

다음 순간.

쏴아아아아아아아!

취이이이이이이익!

스으으으으으으으!

삼면지주들이 뿜어낸 거미줄, 맹독, 그리고 냉기가 성큰파파 님을 덮쳤다.

덮쳤는데.

꽈악!

성큰파파 님이 최후의 발악으로 삼면지주의 얼굴들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오, 오랑님. 지, 지금. 지금이. 기회…….”

어?

“태성 씨… 이번에도 함께해서… 진짜로 영광… 이었습니다…….”

설마?

[알림: 아군이 전사했습니다!]

“지금일세! 지금이 기회야! 지금 끝내야 하네!”

화검옹이 다급히 소리쳤다.

“읍! 읍읍읍!”

“읍읍읍!”

“읍! 읍읍!”

기회가 맞다.

정말이지 절호의 기회다.

성큰파파 님의 시체가 삼면지주의 얼굴들을 덮친 채 거미줄에 묶이고, 냉기에 꽁꽁 얼어 버린 상황.

성큰파파 님의 희생이 만들어 낸 소중한 기회.

놓칠 수 없다.

절대로.

파지지지지직!

초월무극 스킬을 켜고.

[알림: <슈퍼아머>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알림: 레벨이 높은 대상을 상대로 피해량이 증가합니다!]

[알림: 레벨이 높은 대상을 상대로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알림: 모든 능력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알림: 디버프가 걸린 대상에게 주는 피해량이 증가합니다!]

우웅!

필멸무참진을 펼쳤다.

‘가자.’

몸을 날렸다.

촤라락!

삼면지주의 다리를 향해 카타나를 힘껏 휘둘렀다.

서걱!

다리 두 개가 동시에 잘려 나갔다.

쨍그랑!

카타나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서걱!

그사이 화검옹도 삼면지주의 다리 하나를 잘라냈다.

쿠웅!

삼면지주의 육중한 몸뚱이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캬아아악!”

“인간들 주제에!”

“캬아아악!”

어느새 성큰파파 님의 시체를 걷어낸 삼면지주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렀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취이이이이이이익!

스으으으으으으으!

맹독, 거미줄, 냉기가 뿜어졌다.

느려.

그래, 다리 세 개를 잃었는데 당연히 느려야지.

뒤뚱대며 움직이는 삼면지주의 공격을 피하면서, 훌쩍 뛰어올랐다.

타핫!

삼면지주의 목 언저리에 올라탄 순간.

우웅!

광속폭렬타를 켜자 산화부식장갑을 낀 오른손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진동했다.

“뒈져.”

삼면지주의 뒤통수를 향해 광속폭렬타를 머금은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쾅! 쾅! 쾅! 쾅! 쾅!

눈 깜짝할 사이 다섯 번의 펀치가 삼면지주의 뒤통수에 작렬했다.

퍼엉! 퍼엉! 펑!

삼면지주의 머리통 세 개가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갔다.

“하압!”

그러는 사이 화검옹이 삼면지주의 허리를 향해 불붙은 검을 수직으로 내리그었다.

털썩, 털썩.

삼면지주의 시체가 두 동강 나 허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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