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버프로 무림정복-87화 (87/115)

제87화.

그놈의 입이 방정이지…….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절벽 붕괴 사고에 휘말렸습니다!]

[알림: 방심하지 마십시오!]

[알림: 우주의 법칙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기절했습니다!]

[알림: 상태이상!]

[알림: <상태이상 : 기절>에 걸렸습니다!]

[알림: 10초 후 접속이 종료됩니다!]

[알림: 10, 9, 8…….]

[알림: 3, 2, 1…….]

[알림: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

[알림: 다음 로그인까지 생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알림: 나중에 다시 로그인해 주십시오!]

……또 기절엔딩이라니.

덜컥.

캡슐 뚜껑을 열고 나왔다.

“ㅆ팔 진짜.”

욕이 절로 나온다.

아니지.

게임에서 얻은 감정은 게임에 두고 와야지.

심호흡하자, 심호흡.

“후, 하, 후, 하.”

심호흡하자…….

“후, 하, 후, 하.”

털어 버리자…….

“후, 하, 후, 하.”

게임하다가 열 받은 거 가지고 현실에서 화내지 말자…….

“후, 하, 후, 하.”

참자, 찾아.

털어내는 거다.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하, 후…… 으아아아아아아아악!!!”

결국 못 참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현역 시절부터 단련해 온 마인드컨트롤이 이렇게 무너지네.

하아…….

‘살아 있기만 해라.’

제발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기를 간절히 빌었다.

만약 캐릭터가 죽었다면?

죽어서 인형설삼을 떨구기라도 한다면?

오싹!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수십억짜리 영약을 잃어버려서 서문란을 못 고치게 되면 마인드컨트롤이고 나발이고 몇 날 며칠을 끙끙 앓아누울 것 같다.

나도 사람이야! 사람!

인형설삼을 안 떨군다 해도 죽는 게 그리 달가운 상황도 아니다.

레벨이 떨어지는 건 물론 49시간 동안 접속을 못하게 될 테니, 그 시간만큼 세문세가로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지겠다.

만약 그동안 서문란이 죽어 버리기라도 하면 그것대로 문제고.

‘아무래도 좋으니까 살아만 있어라. 퀘스트 좀 깨자. 제발.’

퀘스트 하나 깨는 데 뭐 이리 험난한지…….

빌어먹을 놈의 우주의 법칙.

본사 서버실에 사제 폭탄이라도 터뜨리든지 해야지.

* * *

접속이 불가능한 동안 잠시 눈을 붙였다.

[알림: 기다리십시오!]

일어나자마자 접속을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했다.

에라이.

운동이나 다녀와야지.

운동 후 샤워와 식사까지 마친 후 소파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성큰파파 님 전화번호가 뭐였더라.’

기억을 되새겨 성큰파파 님의 전화번호를 떠올리려 애썼다.

‘아, 맞다. 그거였지.’

번호 끝자리가 꽤 특이해서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나, 이래 봬도 기억력 엄청 좋다.

한번 본 건 어지간해선 안 잊어버린다니까?

전화번호를 검색해 봤는데.

‘카페 사장님이셨네.’

SNS 프로필을 보니 동탄신도시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시는 모양이다.

게시글을 보니 나름 커피에 관련된 진지한 고민도 엿보이고, 디저트도 직접 수제로 만들어 파시는 것 같다.

‘조만간 찾아가서 돈쭐 좀 내드려야겠네.’

돈쭐을 어떻게 내주냐고?

찾아가서 여기 커피 맛있다, 분위기 좋다, 단골 카페다, 하고 SNS에 셀카 몇 장만 찍어 올리면 끝.

그럼 몇천만 명이나 되는 내 팔로워들이 성큰파파 님의 카페에 대해 알게 될 테고, 내 팬들이 달려가서 매출을 올려줄 거다.

그럼 성큰파파 님은 돈방석에 앉으실 테고.

요즘이야 업로드가 뜸하지만, 현역 때부터 전략적으로 SNS 관리를 해 온 덕분에 내 영향력은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이다.

광고료도 적게는 몇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성큰파파 님한테는 공짜라고?

* * *

좀 쉬다가 다시 게임에 접속을 시도해 봤다.

[알림: 로딩 중….]

[알림: <무림> 서버에 접속하셨습니다!]

[알림: <무림> 서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행히 접속되는 걸 보니 캐릭터는 안 죽은 것 같다.

“……여긴.”

눈을 떠 보니 몸이 물에 반쯤 잠겨 있다.

천자산 어딘가.

황룡동(黃龍洞).

눈앞에 현재 위치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황룡동?

동굴이라는 건가?

바닥에 물이 고여 있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작은 소리도 울리는 걸 보니 동굴 맞는 것 같다.

일단 몸부터 일으키자.

으갸갹!

아이고오, 삭신이야.

머리, 어깨, 무릎, 팔, 무릎, 팔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

안 죽은 게 천만다행이긴 하지만.

“뀨우. 주인놈아.”

기절한 채 둥둥 떠 있던 햄찌 녀석도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너 괜찮냐?”

“뀨우. 안 괜찮아. 온몸이 쑤신다. 뀨우우우.”

햄찌 녀석도 어지간히 몸이 쑤신지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끙끙거렸다.

“야, 괜찮아. 안 죽은 게 어디냐? 일단 이거나 바르자.”

“뀨?”

“금창약이야.”

속는 셈치고 몸 이곳저곳에 금창약을 발라보았다.

[알림: 타박상이 회복됩니다!]

[알림: 상처 재생 속도가 증가했습니다!]

[알림: 손상된 근육의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뭔데?

상처야 그렇다 치고.

연고 주제에 타박상이랑 손상된 근육까지 치료된다고?

‘설마 진짜 만병통치약인 건가?’

금창약이 무림 서버의 만병통치약이란 게 어쩌면 우스갯소리가 아닐지도?

나중에 감기 걸리면 먹어 봐야지.

“꼬꼬는?”

“뀨우. 모르겠다.”

“이 의리 없는 새끼.”

으득!

“이 자식 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거 아냐?”

“뀨우?”

“절벽 내려갈 때도 지 혼자 훨훨 날아서 먼저 내려가던데!”

“뀨. 주인놈아. 꼬꼬 그런 놈 아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걸 거다. 뀨.”

어쭈?

얘가 웬일이지.

다른 사람 쉴드를 다 쳐 주고.

그간 많이 친해져서 그런가?

끼리끼리라더니 축생은 축생끼리 통하는 게 있나 보다.

“꼬꼬 별일 없으면 구조대 부르러 갔을지도 모른다. 뀨.”

“두고 보면 알겠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혹시 꼬꼬가 절벽이 무너질 때 크게 다친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무사해야 할 텐데…….

“야, 햄찌야. 야명주 좀 걸어 줘. 어두워서 잘 안 보여.”

“뀨! 알겠다! 급급여율령! 뀨우!”

햄찌가 야명주 술법을 걸어주자 어두웠던 시야가 탁 트였다.

‘역시 동굴이네.’

여기저기 종유석과 석순이 돋아나 있는 걸 보니 동굴이 확실했다.

돌덩어리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걸 보니 절벽이 무너지면서 이곳을 무너뜨린 모양이다.

나와 햄찌는 그 틈바구니 사이로 떨어져서 용케 살아남은 거겠지.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돼, 아니면 나쁘다고 해야 돼?

‘근데 길을 어떻게 찾냐…….’

문제는 나가는 길을 어떻게 찾느냐는 것.

미니맵을 켜 보니 맵이 시커먼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동굴에 안내책자가 있을 리도 없고.

판타지 서버에서는 인자기의 천리안이란 아이템으로 맵핵 켜서 길 찾고 그랬는데.

여긴 뭐 그런 아이템 없나…….

있으면 하나 갖고 싶은데.

“뀨! 주인놈아! 이제 어떡하냐! 뀨!”

“흠.”

이럴 땐 무작정 걷는 수밖에는 없지만…….

“일단 탐지 좀 해 볼래?”

“뀨우?”

“바람 소리 같은 거라도 들리는지 한번 해 봐. 밖으로 통하는 길이 있겠지.”

“뀨! 알겠다! 급급여율령! 뀨우!”

햄찌가 누런 괴황지 부적을 꺼내 수인을 맺고 술법을 부렸다.

쫑긋쫑긋!

킁킁킁!

몸을 미어캣처럼 세운 햄찌와 청력과 후각을 이용해 주변을 탐지했다.

“뀨! 주인놈아! 저쪽에서 쉬익 쉬익 바람소리 들린다! 뀨!”

“그래?”

“뀨! 그렇다! 규칙적인 바람소리다! 쉭쉭 들린다! 뀨! 저쪽에 출구 있는 거 같다! 뀨!”

캬!

믿고 있었다고?

“가 보자.”

“뀨!”

햄찌가 가리킨 방향을 따라 쭉 걸었다.

* * *

“얼마나 걸려?”

“뀨! 금방 간다!”

걷고.

“야, 아직 멀었냐?”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뀨!”

또 걷고.

“아직도?”

“뀨! 주인놈아! 조금만 힘내라!”

계속 걷고.

“야 언제쯤 도착하냐?”

“뀨! 거의 다 왔…….”

“이 미친놈아 벌써 다섯 시간째잖아!”

“뀨우우울!”

드롭킥에 맞은 햄찌가 저 멀리 날아가 첨벙! 물웅덩이에 처박혔다.

“캬아아악! 주인놈 지금 햄찌 때렸냐! 캬아아악!”

비에 젖은 생쥐…… 가 아니라 햄스터구나.

물에 젖은 햄찌가 털을 곤두세우며 으르렁거렸다.

“금방 도착한다며! 벌써 다섯 시간 동안 걸었다고!”

“캬아악! 주인놈 그렇게 인내심 없어서 어디다 쓰냐! 진짜 다 왔다! 쉭쉭 소리 들린다! 캬아아악!”

“구라치네! 너한테 한두 번 속냐? 희망고문을 하질 말든가!”

“캬아악! 주인놈 안 되겠다! 햄찌가 오늘 주인놈 제대로 손봐준다! 캬아아악!”

“해 봐!”

너만 열 받아?

나도 쌓인 거 많아!

오늘이야말로 이 쥐새끼 털을 다 뽑아 버려야지!

“딱 대. 아주 그냥…….”

철푸덕!

햄찌를 향해 다가가다가 뭔가에 걸려 자빠지고 말았다.

“캬아아악! 주인놈 가만 안 둔다!”

“악! 이 비겁한 새끼! 으악!”

햄찌가 자빠진 내 위로 올라타 마구 발톱을 휘둘렀다.

“으아악! 따가워! 따갑다고!”

“캬아악! 주인놈 혼쭐 좀 나 봐라!”

“야 이! 머리는 잡아당기지 마! 대머리까지 되면 네가 책임질래!”

“캬아아악!”

“타, 타임! 타이이임!”

이 치사한 놈!

사내대장부가 할퀴고 머리끄댕이까지 잡아당겨?

“너 내가 가만 안 ㄷ…….”

으응?

눈앞에 뭔가가 보인다.

웬 비닐 같은 게 손에 잡혔다.

에라이.

이러니까 인간이 환경파괴의 주범이란 소릴 듣지.

이런 동굴에도 비밀 쓰레기가…… 있을 리가 없잖아?

판타지 서버에도 비닐은 없는데?

“야! 좀 놔 봐! 이것 좀 보게! 아아! 야! 좀! 잠깐만!”

햄찌에게 머리끄댕이를 쥐어뜯기면서 비늘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잠깐.

이거 비닐이 아닌데?

‘허물?!’

아무리 봐도 뱀이 벗어 놓은 허물 같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설마.’

뭔가 쎄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누가 스위치라도 누른 것처럼 어두컴컴하기만 하던 동굴 안에 초록색 불덩이 두 대가 점등됐다.

아, 아니겠지?

하하하.

초록색 바탕이 눈동자고 세로로 길게 찢어진 게 동공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쉬익, 쉬익!”

쉭쉭 위협적인 소리가 들린다.

쉭쉭 소리가 들린 건 맞네.

뱀 소리…….

쉭쉭 바람 소리가 들린다더니 뱀 소리였잖아…….

“야아. 햄찌야. 저기 봐. 저기 보라고.”

“캬아아악! 햄찌 안 속는다! 햄찌 바보 아니다! 캬아아악!”

“진짜 저기 좀 보라니까?”

“캬아악! 주인놈한테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햄찌 똑똑하다! 캬아악!”

“저기 형수님인데?”

“뀨, 뀨우?”

역시 유부남.

바로 속는 거 보소.

“캬아악! 주인놈아! 모찌가 어딨냐! 캬아악! 저기는 커다란 뱀밖에…… 뀨?”

거기까지 말한 햄찌가 번개에라도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 봐.

진짜라니까.

스르르르르르르르…….

이윽고 어둠 속에 똬리를 틀고 있던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하, 하하하.”

더, 더럽게 크다.

못해도 30미터는 될 거 같은데……?

비늘은 짙은 자주색이고.

눈은 아까 봤던 것처럼 초록색이다.

[자전혈망]

자주색 비늘을 지닌 혈망.

700년 묵은 이무기로서, 녹각혈망이 진화한 형태이다.

4성급 요괴나 영물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개체이며, 현재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중이라 그 사나움은 묵린혈망조차 한 수 접어 줄 정도이다.

분류 : 영물 (惡)

등급 : ★★★★

레벨 : 300

주의사항 :

획득 가능 아이템 : 자전혈망의 피/ 자전혈망의 고기 / 자전혈망의 비늘 / 자전혈망의 송곳니 / 자전혈망의 맹독 / 자전혈망의 내단

“어. 음.”

진짜 ㅈ됐네.

뭐라고 하지?

“자, 자전혈망 님이셨군요! 저는 연오랑이라고 합니다!”

일단 인사부터 박…….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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