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버프로 무림정복-90화 (90/115)

제90화.

파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꼬꼬가 몰고 온 박쥐 떼 때문에 한동안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평범한 박쥐들이었다는 거다.

흡혈박쥐 아닌 게 어디야…….

“구! 구구구!”

어느새 꼬꼬가 내 어깨 위로 날아와 앉았다.

“야 인마! 박쥐들을 데려오면 어떡해! 너 그러다 병 걸려!”

박쥐는 각종 바이러스들의 숙주라고?

“구! 구구구!”

“응?”

“구! 구구! 구구구! 구! 구구구!”

꼬꼬가 박쥐들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키며 지저귀었다.

뭐라는 거야…….

아직 함께한 지 얼마 안 돼서 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알아듣기가 힘들다.

“야, 햄찌야. 통역 좀 해 봐.”

“뀨! 알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축생에는 축생.

햄찌에게 꼬꼬와의 통역을 맡겼다.

“구! 구구구!”

“뀨우?”

“구구! 구구구구! 구! 구구!”

“뀨우우? 뀨우?”

“구구! 구구!”

“뀨! 뀨우!”

“구구구구구!”

근데 니들 대화가 통하긴 해?

한쪽은 구구 이러고 있고.

다른 한쪽은 뀨뀨 이러고 있는데.

“뀨! 주인놈아!”

“통역 끝났냐?”

“뀨! 그렇다!”

“뭐래?”

“뀨! 꼬꼬 진짜 똑똑하다! 뀨!”

“똑똑하다고?”

“뀨! 그렇다! 꼬꼬 박쥐들 일부러 데리고 왔다! 뀨!”

“왜?”

“뀨! 박쥐들이 있다는 건 밖으로 나갈 길이 있다는 거다! 뀨우!”

어?

그러네?

“뀨! 꼬꼬가 박쥐들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뀨우!”

와, 와우.

이건 상상도 못 했는데.

‘이 자식 사람 아냐?’

슬슬 또 의심이 든다.

비둘기 주제에 지나치게 똑똑하단 말야.

화투치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날 잡고 한번 알아보든지 해야지.

“꼬꼬야, 잘했어.”

그래도 잘한 건 잘한 거니까 꼬꼬를 쓰다듬어 주면서 칭찬해 줬다.

“구! 구구구!”

꼬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늠름한 표정을 지었다.

짜식.

우쭐하기는.

“뀨! 주인놈아! 박쥐들 사라지기 전에 빨리 쫓아가자!”

“그래!”

“급급여율령! 뀨우!”

햄찌가 펑! 하고 탈것으로 변신했다.

“뀨! 얼른 타라!”

“알겠어!”

햄찌를 타고 박쥐들을 뒤쫓았다.

뽈뽈뽈뽈뽈!

이놈의 발소리는 들을 때마다 거슬린단 말이야…….

할 수만 있으면 스피커 같은 거라도 하나 달아서 말발굽 소리라도 틀어놓을 텐데.

어쨌거나 햄찌가 축지법을 써서 그런지 박쥐들을 뒤쫓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한 30분쯤 박쥐들을 뒤따라 내달렸을 무렵.

“뀨! 주인놈아! 저기 출구다!”

저 멀리 박쥐들이 천장 위에 뚫린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게 보였다.

“높이가 장난이 아닌데?”

구멍까지 어림잡아 30미터는 넘을 것 같다.

주변을 살펴본 결과 딱히 붙잡고 기어 올라갈 만한 구조물도 안 보였다.

내가 무슨 스파이더맨도 아니고 이걸 어떻게 기어 올라가?

“구! 구구구!”

“으응?”

“구! 구구구!”

“밧줄 달라고?”

이거 맞나?

“구구!”

꼬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설마 밧줄 물고 올라가서 어디 묶어 주려고?”

“구! 구구구!”

꼬꼬가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쯤 되니까 감탄밖에 안 나온다.

단언컨대, 꼬꼬가 이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비둘기라고 확신할 수 있다.

“자, 밧줄.”

“구! 구구구!”

꼬꼬가 잠깐만 기다리라는 듯 등산용 밧줄을 물고 천장을 향해 날아올랐다.

한 5분쯤 지났을 무렵.

“구! 구구구!”

꼬꼬가 다 됐다는 듯 돌아와 지저귀었다.

잘 묶었나?

꽈악!

밧줄을 당겨 보니 짱짱한 게 단단히 고정시켜 놓은 모양이다.

‘근데 어떻게 매듭까지 지은 거야?’

비둘기가 밧줄 매듭을 짓는 장면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뭐.

아무려면 어때.

탈출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햄찌야! 타!”

“뀨!”

햄찌를 등에 업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밖은 어두웠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새벽 4시다.

월드맵을 열어 현재 위치를 확인해 봤더니 천자산에서 50킬로미터쯤 떨어진 이름 모를 야산이다.

“뀨우. 주인놈아. 햄찌 지쳤다. 쉬고 싶다.”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때마침 나도 잘 때가 돼서 그런지 슬슬 눈이 감긴다.

‘딱 이틀 지났네. 돌아가는 데 한나절 정도 걸릴 것 같으니까. 딱 사흘이네. 여유가 있어.’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열흘 정도 버틸 수 있다고 했으니까,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날이 밝자마자 전서구를 띄워 지원군도 불러 놨고.

“그래, 쉬자.”

우선 로그아웃하고 눈 좀 붙이고 와야지.

아무리 시간제한이 걸린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지만, 나도 살아야겠다.

나도 늙긴 늙었나 보네.

예전처럼 3~40시간씩은 못하는 거 보면.

* * *

연오랑이 떠난 지 정확히 사흘째 되던 날 아침.

서문세가는 가주인 서문범을 중심으로 전투준비태세를 갖춘 채 백련교의 침공에 대비하고 있었다.

가문의 모든 장로들과 가신들, 그리고 문도들은 눈에 불을 켠 채로 경계태세를 유지했다.

혹시나 천리투명진이 깨지거나 백련교의 무리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쳐들어올 것 경우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적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라! 경계의 실패는 곧 본가의 멸문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니!”

서문범은 몸소 곳곳을 돌아다니며 문도들의 경계태세를 점검하고, 백련교도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

“마음 편히 갖게. 별일 없을 걸세.”

천기자가 서문범을 안심시켰다.

“부디 그래야지요.”

서문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경계의 끈을 놓을 순 없는 법입니다.”

“좋은 자세로구먼.”

천기자가 미소를 지었다.

“다 잘될 걸세. 천운이 자네를 도와주고 있다네.”

“천운이라 하심은.”

“오랑이 녀석 말일세.”

“아.”

서문범이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눈을 퍼뜩 떴다.

연오랑이 돌멩이로 떨어지는 낙엽을 맞추던 광경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도대체 어느 문파에서 키워낸 천재이기에 그 나이에 그러한 공부를 익혔는지…….

“연 소협은 어떤 사람입니까?”

“글쎄.”

천기자가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이 늙은이도 그 녀석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

“도대체 어떤 내력을 지닌 소협이기에 천기자 어르신조차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다만 확실한 것은.”

천기자가 조금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녀석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리에게는 천운이 함께할 것이라는 걸세. 물론 녀석이야 운이 매우 나쁜 편이지만 말일세.”

서문범은 천기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내 곧 그러려니 했다.

이러는 게 어디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천기자는 평범한 사람들을 모르는 것들을 보고 듣는 사람.

그런 이에게 명확한 대답을 듣길 원한다는 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렇듯 곁에서나마 간접적인 조언과 도움을 주는 것이면, 그걸로 족했다.

애당초 영약의 존재를 알려줘 희망을 준 사람도 천기자였고, 구양절맥의 증세를 완화시켜 줄 당괴괴를 데려온 사람도 천기자였다.

어쩌면 연오랑에 대한 명확한 이야기를 듣길 원하는 것조차 지나친 바람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부디 연 소협이 제때 영약을 가지고 무사히 돌아와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럴 걸세. 암, 그래야지.”

“천기자 어르신께선 좀 쉬시지요. 적들의 동향을 보아하니 일이 벌어질 것 같지는…….”

그때.

“적들이 매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비상, 비사아아아앙!”

“모두 습격에 대비하라! 적들이 오고 있다!”

곳곳에서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

“……!”

서문범과 천기자가 놀라는 사이.

“깔깔깔깔깔!”

저 하늘 높은 곳에서부터 남화요선의 요사스러운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문가 놈들아! 천리투명진은 곧 무너질 것이다! 그깟 허접한 진법으로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느냐! 깔깔깔깔!”

남화요선의 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었다.

저 멀리 느릿느릿 거북이처럼 제자리걸음 하던 백련교도들이 하나둘 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지난 이틀 동안 끄떡없기만 하던 천리투명진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 * *

천리투명진이 깨지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모조리 죽여라!”

“살아 있는 건 모조리 죽여라! 단 한 명도 남기지 마라!”

“일단 모조리 죽여 버리고 서문란을 찾아라!”

마치 성난 파도처럼 들이닥친 백련교도들은 서문세가의 무인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 대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깔깔깔깔깔! 괘씸한 서문가 놈들! 감히 노부의 인내심을 시험해?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남화요선이 염소 머리 지팡이를 휘둘러 서문세가의 무인들을 향해 불덩이를 날려댔다.

화르르르르르르르!

순식간에 화마(火魔)에 휩싸인 서문세가.

“침착하라! 동요치 마라! 대(大) 서문세가의 무서움을 보여 줘라!”

서문범이 가문의 장로들과 가신들을 이끌고 백련교의 고수들과 맞섰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크윽!”

“크아아악!”

“악!”

곳곳에서 서문세가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백련교도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은 데다가, 남화요선이 공중을 확실하게 제압하고 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요망한 늙은이야! 어찌 그리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도 사악한 악행을 저질러 스스로 업보를 쌓느냐!”

천기자가 남화요선을 향해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다.

“닥쳐라! 점괘나 보는 늙은이 주제에! 네놈은 언젠가 그 주둥이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남화요선이 천기자를 향해 불덩이를 날리며 맞받아쳤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전장으로 변해 버린 서문세가.

싸움은 백련교가 압승을 거두는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서문세가는 차츰차츰 무너져 갔다.

그러던 중.

“커헉!”

서문범이 백련교 고수에게 일격을 얻어맞고 저 멀리 나가떨어짐으로써, 싸움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가주님!”

“어서 가주님을 뫼시어라! 어서!”

“가주니이이이임!”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던 서문범이 쓰러지자 서문세가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다 못해 곤두박질쳐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문란마저 위험했다.

“영약은 아직 멀었는가! 위험하네! 이대로라면 반나절도 채 버티지 못할 걸세!”

지하실을 뛰쳐나온 당괴괴가 다급히 소리쳤다.

“하늘이시여! 이렇게 서문세가를 버리시나이까?”

천기자가 땅을 치며 탄식했다.

“서문범을 죽여라!”

“가주를 잃으면 서문세가도 항복할 것이다!”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백련교의 고수들이 서문범과 그를 호위하는 서문세가의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던 그때.

콰아앙-!!!

전장의 소음을 모두 잠재울 만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하늘과 땅이 뒤집어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부채꼴 형태로 뻗어 나간 강력한 기의 폭풍이 전방을 휩쓸었다.

부웅!

쾅! 콰앙! 쾅! 콰앙! 쾅!

엄청난 파괴력에 의해 하늘 높이 떠올랐던 백련교의 고수들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백련교의 고수 수십여 명.

누구도,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

기의 폭풍에 휘말려 육체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하늘 높이 떠올랐다가 추락한 이들에게 미래는 허락되지 않은 나날들이었다.

천지개벽(天地開闢).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전쟁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대격변의 힘이었다.

“……!”

“……!”

“……!”

모두가 놀랐다.

어느 누가 이러한 경천동지할 무위를 선보인단 말인가?

스으으으으으…….

자욱하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부는 바람에 의해 날아가고, 서서히 천지개벽을 일으켰던 장본인의 뒷모습이 드러났다.

“여, 연 소협……!”

서문범은 연오랑의 뒷모습을 알아보고 신음에 가까운 감탄을 내뱉었다.

스윽.

주먹으로 대지를 내리찍어서 천지개벽을 일으켰던 연오랑.

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순간.

“어딜 새파란 애송이 따위가!”

백련교의 고수 하나가 연오랑을 향해 덤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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