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디버프로 무림정복-94화 (94/115)

제94화.

당괴괴 영감이 곧장 진수성찬을 차려서 대령해 왔다.

오?

별에 별게 다 있네?

상다리가 아주 부러지겠어~?

“차린 건 없다만 이 늙은이의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어서 먹으렴~”

“잘먹겠습니다아~”

안 그래도 캐릭터가 배고파하던 차에 잘됐다 싶었다.

“밥 묵자~”

“뀨! 밥 먹자! 밥!”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와 같이 잘 차려진 진수성찬을 혼쭐을 내줬다.

“옴뇸뇸!”

“촵촵촵!”

“구구구!”

요리가 하나같이 다 맛있네.

어디서 구해 온 거야?

보나마나 근처에서 제일 비싸고 맛있는 식당에서 포장해 왔겠지?

“아~ 물이 없네~ 목말라 죽겠는데~ 아~ 목마르다~ 목말라서 꽥! 죽어 버리면 어떡하지~~~”

“물! 물 여기 있다!”

당괴괴 영감이 척! 하고 물을 떠다 내 코앞에 가져다주었다.

후훗.

속 보이는 영감탱이 같으니라고.

“꺼어어어억! 자알~ 먹었다아!”

식사를 마친 후 곧장 드러누웠다.

“아 배불러서 그런지 졸리네. 한숨 자고 일어나야 되나~?”

그 와중에 햄찌와 꼬꼬는 이미 대자로 뻗어서 코까지 골고 있었다.

이 귀여운 짜식들.

배 불룩 튀어나온 거 보소?

“오랑아~ 밥 먹고 바로 자면 속에 안 좋단다~ 잠깐 산책이라도 해야지~”

“싫은데요?”

“그, 그러냐?”

“아~ 다리가 아프네~ 다리가 아파~ 천자산 등산하느라 무릎이 안 좋아졌나~ 아이고~ 다리야~”

“어디가 아픈 게냐! 내 당장 침을 놓아주마!”

당괴괴 영감님이 촤라락! 침을 종류별로 깔아놓고 소리쳤다.

“아픈 데는 침이 제격이지! 암! 그렇고말고! 금방 씻은 듯이 나을 게다!”

“아뇨~ 저 침 맞는 거 안 좋아하는데요~?”

장난이 아니라, 침이라면 소싯적에 오지게 많이 맞아 봐서 아주 넌덜머리가 난다.

처음 사부님을 만났을 때 육체개조랍시고 온몸에 84,000개나 되는 침을 맞았었지…….

“그, 그럼 어떻게 해야 다리가 안 아프겠느냐?”

“아~ 누가 정성껏 주물러주면 좋겠네~”

“이이… 이이이……!!!”

어쭈?

부들부들 떨어?

“어? 지금 화나신 거예요?”

“아, 아니다!”

“에이~ 화나신 거 같은데~?”

“절대 화나지 않았다! 허허허! 어디가 아픈 것이냐? 내 정성껏 주물러주마!”

“요기가 욱신욱신 쑤시네요?”

“어디 보자! 내 열심히 주물러 주마! 정성껏!”

“아이고 시원해~ 아이고~~~”

“허허~ 그리 시원하더냐~?”

“그럼요~ 영감님이 주물러 주시니까 아주 두 배로 시원하네요~”

“네가 시원하다니 아주 뿌듯하구나~ 허허허~”

아주 속이 뻔히 보인다, 보여.

“어르신.”

“응~?”

“자전혈망의 독액이랑 피가 필요하신 거 맞죠?”

계속 놀려먹으려다가, 귀찮게 질척댈 것 같아서 이쯤 하고 본론을 꺼냈다.

자, 거래를 시작해 볼까?

* * *

“제가 자전혈망의 독액이랑 피를 드리면 어르신은 저한테 뭐 해 주실 건데요?”

“뭘 해 줄 거냐고?”

어쭈?

설마 맨입으로 달라고 하려던 거였어?

에이, 아니겠지.

“어떤 사람한테 뭔가를 얻고 싶으면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걸 해줘야겠죠?”

“으음.”

당괴괴 영감님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원하는 게 뭐냐?”

“글쎄요.”

솔직히 딱히 원하는 건 없다.

카렐을 찾는 게 제일 중요하긴 한데, 그건 천기자 영감님 몫이고.

이 영감님은 나한테 뭘 해 줄 수 있을까…….

“영감님.”

“응?”

“사천당문 출신이라고 하셨죠.”

“그렇지?”

“그럼 혹시 암기 같은 것도 만들 줄 아세요?”

“나는 모른다. 다만 가문에 솜씨 좋은 대장장이들이 있으니, 뛰어난 암기를 제작하는 건 가능하다. 네 녀석이 주운 추혼비접처럼 말이다.”

“좋네요.”

뭘 요구하면 좋을지 감이 왔다.

“그럼 암기 좀 제작해 주시죠.”

“암기를 제작해 달라고?”

“네.”

“어떤?”

“자전혈망의 비늘로 표창 1,000개만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표창을 1,000개나? 그 많은 걸 어디다 쓰려고? 두고두고 쓰려는 건 알겠다만, 암기라는 게 회수율이 좋은 무기가 아니란다. 귀한 자전혈망의 비늘로 암기를 만들어서 길바닥에 버릴 바에야…….”

푹!

내가 던진 젓가락이 벽에 깊숙이 박혔다.

우웅!

손을 뻗었다.

스르륵.

벽에 꽂혔던 젓가락이 다시 내 손아귀로 돌아왔다.

“이럼 회수율 문제는 해결되겠네요?”

“악!”

당괴괴 영감님이 펄쩍 뛰었다.

왜 이렇게 놀라?

못 볼 거라고 봤나…….

“그, 그건! 허공섭물이 아니더냐!”

“오? 아시네요.”

보는 눈은 있네.

하긴.

허공섭물은 방법만 알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스킬이니까

[허공섭물]

내공과 의지의 힘을 이용해 무형(無形)의 물리력을 발휘하는 공부.

초절정고수들 중 몇몇은 이 허공섭물을 사용할 수 있다.

분류 : 액티브 (공통스킬)

레벨 : 5

범위 : 반경 15미터

재사용 대기시간 : 없음

효과 : 멀리 있는 사물에 물리력을 행사해 움직입니다.

참고 1 : 누구나가 개발해서 배울 순 있지만, 특화된 스킬이 없다면 써먹기 애매할 수 있습니다.

참고 2 : 스킬 레벨이 오를수록 범위와 물리력이 증가하고, 내공 소모가 줄어듭니다.

참고 3 : 허공섭물의 숙련도를 쌓아 어검술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허, 허공섭물을 쓸 수 있다면야 귀한 자전혈망의 비늘로 암기를 제작해서 써도 되긴 하겠지.”

“아, 참고로 천 개를 한꺼번에 던질 수 있어야 하니까 제작할 때 참고해 주시고요.”

“뭐, 뭐라고?!”

왜 또 놀라?

“천 개를 한 번에 던진다고?”

“원래 만 개를 던져야 되는데 아직 힘이 부족해서 천 개밖에 못 던지거든요.”

“마, 만천화우(滿天花雨)?!”

“어? 어떻게 아셨어요?”

역시 무림명숙이라 그런지 좀 아네.

“만천화우를 어찌 모르겠느냐! 만천화우는 대 사천당문의 성명절기이거늘!”

“저도 그거 할 줄 아는데?”

“정말이냐? 정말로 네 녀석이 만천화우를 할 줄 안단 말이냐?”

“알죠. 아직은 못하지만.”

만천화우를 제대로 쓰려면 화경의 경지는 올라야겠지.

내가 생각하는 진짜 만천화우는 현경의 경지에 올라야겠지만.

“그, 그럼 나중에 만천화우를 쓸 수 있게 되면 한번 보여 줄 수 있겠느냐?”

뭐지?

저 눈빛?

좀 찜찜한데…….

“그럼요. 뭐 어려운 일이라고. 나중에 할 수 있게 되면 보여 드리죠.”

돈 드는 일도 아니니까,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조, 좋다. 그럼 내 가문의 명장(名匠)에게 부탁해 한꺼번에 1,000개를 던질 수 있도록 제작해 달라 얘기해 보마.”

“좋습니다.”

“그럼 우리 거래는…….”

“어허.”

성급도 하셔.

“저는 독액이랑 피를 드리잖아요. 두 개를 드리는데 한 개만 해 주시려고요?”

“으응?”

“공평하게 하나 더 해 주셔야죠.”

“그, 그렇구나. 그럼 뭘 더 원하느냐.”

“그 혹시이.”

하 씨.

이건 나도 좀 말하기 민망한데…….

“이거요.”

품속에서 남성용 자양강장제를 꺼내 당괴괴 영감님에게 보여 줬다.

하.

쪽팔려.

이렇게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레벨이 올라도 근력이 제자리걸음인 걸 어떡해?

지금이야 어떻게 어떻게 버티고는 있는데, 나중에 힘이 부족해서 두들겨 맞으면 서러울 것 같다고…….

고자라서 너무 슬프다…….

* * *

“그건 남성용 자양강장제가 아니냐? 어디 보자…….”

당괴괴 영감님이 남성용 자양강장제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싸구려 중의 싸구려 탕약인데?”

“네? 싸구려라고요?”

“무허가 약방에서 불법적으로 만든 것 같구나. 이런 저질 자양강장제를 복용했다간 각종 부작용에 시달릴 게다.”

맹호채주 임적산 이 새끼…….

좋은 것 좀 사서 쓰지 이딴 불법 약물을…….

네가 그럼 그렇지.

“사내가 복용했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여드름, 탈모, 고환위축, 심장비대, 공격성 증가, 성욕 증가, 성기능 장애, 우울증 등등등…….”

당괴괴 영감님의 입에서 남성용 호르몬제인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대표적인 부작용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그럼 혹시.”

“음?”

“어. 음. 그러니까. 흠흠. 흠흠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뭘 그리 낑낑대느냐? 속 시원히 말…….”

당괴괴 영감님의 입가에 기묘한 미소가 떠올랐다.

“오호라.”

“…….”

“혹시 네놈… 고자라서…….”

“뭐라고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웃음 참는 거 보소?

“이빨 보이기만 하시죠? 확 거래 엎어 버리는 수가 있습니다만?”

“읍! 읍읍!”

“부작용 없는 물건으로 제작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작용 없는 자양강장제가 어디 있겠느냐? 사람의 몸은 항상성이란 게 있어서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거늘.”

“역시 안 되겠죠?”

시무룩.

“하아. 도저히 근력이 안 오르는데 어떡하죠.”

“평범한 사내들이야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겠지.”

응?

“하지만 네 녀석은 ㄱ…….”

“뭐라고요?”

“모, 몸이 불편하니까 부작용이 거의 없을 게다.”

“정말로요?!”

“물론 과하면 부작용이 생기겠지. 하지만 치료 목적으로 부족한 만큼만 양기를 채워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게다.”

“헉!”

“끌끌끌. 좋다. 네 녀석을 위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자양강장제를 만들어 주도록 하겠다. 그럼 되겠느냐?”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기분이다.

그간 근력이 안 올라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절대 도핑 같은 거 아니다!

어디까지나 치료목적!

화경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만 쓸 거라고?

근데 남들 앞에선 비밀로 해야겠지?

괜히 사실대로 얘기했다가 불법 약물 사용자로 오해받으면 어떡해…….

“잘 부탁드립니다.”

당괴괴 영감님에게 악수를 청했다.

“끌끌끌! 나도 잘 부탁한다.”

“그냥 나머지 것들도 다 가져가시죠.”

당괴괴 영감님에게 자전혈망의 고기를 뺀 독액, 피, 송곳니, 이빨 비늘, 눈, 그리고 가죽까지 모조리 넘겼다.

사천당문에 솜씨 좋은 장인이 있다니까…….

“오오!”

“이것저것 쓸 만한 것들 만들어 주실 수 있겠죠?”

“물론이지!”

“의뢰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아마 안 받을 게다.”

“음?”

“대장장이들에게는 이런 귀한 재료들을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보상이라 할 수 있지.”

“오?”

“아마 남는 재료만 적당히 가져가는 선에서 그칠 게다.”

“그럼 그렇게 하죠.”

그렇게 자전혈망을 해체해서 얻은 각종 재료템은 당괴괴 영감님에게 외주(?)를 주기로 했다.

나야 대장장이가 아니니까 가지고 있어도 딱히 쓸 데도 없다고?

* * *

쿵쾅쿵쾅!

연오랑과의 거래를 마친 당괴괴의 심장은 미친 듯 두방망이질을 치고 있었다.

그건 자전혈망을 해체해 얻은 재료들 때문만은 아니었다.

연오랑이 했던 말.

‘원래 만 개를 던져야 되는데 아직 힘이 부족해서 천 개밖에 못 던지거든요.’

‘저도 그거 할 줄 아는데?’

‘그럼요. 뭐 어려운 일이라고. 나중에 할 수 있게 되면 보여 드리죠.’

만천화우를 할 수 있다는 그 말이 당괴괴의 심장을 더욱 뛰게 했다.

물론 다른 사람 말 같았으면 개소리로 치부했을 당괴괴였다.

그러나 천기자로부터 연오랑의 정체를 듣고 난 후라 생각이 달라졌다.

‘형님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녀석이 만천화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천화우.

사천당문의 성명절기로서, 제대로 익혀내기만 한다면 누구도 당해낼 자가 없다는 절세무공.

그러나 만천화우는 약 200년 전에 명맥이 끊겨 버려서, 오늘날에 이르러선 누구도 구현해내지 못하는 실전된 무공이 되어 있었다.

그리 하여 지금의 사천당문은 만천화우 없는 사천당문으로서, 반쪽짜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중이었다.

연오랑이 정말로 만천화우를 시전할 수만 있다면.

또, 그런 연오랑에게 만천화우를 배울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당문의 부흥이 더 이상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녀석이야말로 우리 당문의 마지막 희망이다! 본가로 돌아가자마자 가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구나!’

당괴괴는 연오랑이 더 좋아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