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오싹!
소름이 쫙 끼쳤다.
주르륵!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린다.
‘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귀신이다.’
심장이 멎을 것 같다.
이게 말이 돼?
뭔 무림 서버에 귀신이 있어!
“으아아아아악!”
규화보전의 비급이고 나발이고 낡은 책상을 던져 버리고 햄찌의 뒤로 가 숨었다.
“귀, 귀신이다”
“뀨우우우! 햄찌도 무섭다! 햄찌 귀신 무서워한다! 뀨우우우!”
“아! 좀! 어떻게 좀 해 보라고!”
“뀨우우! 햄찌도 무서운데 어떻게 하냐! 뀨우우! 주인놈이 어떻게 좀 해봐라! 뀨우우우!”
“너 안 무섭다며!”
“뀨우우! 햄찌 무섭다! 주인놈도 안 무섭다고 하지 않았냐! 뀨우우우!”
“이 구라쟁이 자식아!”
햄찌와 오락가락 순서를 바꿔 가면서 서로 등을 떠밀었다.
무슨 형님 먼저, 아우 먼저도 아니고.
연오랑 먼저, 햄찌 먼저 이러고들 있다.
스르르르르르…….
그러는 사이 얼굴 없는 귀신들이 우릴 향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어떡해…….
치마 밑으로 발도 안 보여…….
덜덜덜!
몸이 떨린다.
후들후들!
다리도 떨려서 주저앉을 거 같다.
이러다가 바지에 오줌이라도 싸는 거 아냐……?
[무면귀]
얼굴 없는 귀신.
얼굴을 가지고 싶어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서 죽인다는 특징이 있다.
분류 : 귀신
레벨 : 70
특징 : 물리 내성 / 독 내성
주의사항 : 못생긴 사람은 얼굴 가죽이 쓸모가 없다며 더욱 끔찍한 방법으로 죽이므로, 스스로 판단해서 자신이 못생겼다 싶으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도망치자.
획득 가능 아이템 : 무면귀의 가면
어?
눈앞에 상태창이 떠오르니까 거짓말처럼 두려움이 사라졌다.
아, 맞다.
이거 게임이었지.
진짜 귀신이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했다.
심박수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고, 떨리던 몸과 후들거리던 다리도 다시 굳건해졌다.
지금 상황이 게임이라는 걸 의식하자마자 두려움이 사라지는 걸 보니 나도 천성 게이머인 모양이다.
- 얼굴… 얼굴을 내놔…….
- 니 얼굴을 내놔…….
- 네놈 얼굴 가죽을 벗겨 버릴 거야…….
입이 없어서 그런지 무면귀들의 목소리는 뇌리를 맴돌았다.
그래, 무면귀인데 말을 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화아아악!
내공을 끌어올렸다.
우주근원진기는 모든 만물의 근원이 되는 힘.
적이 귀신 할아버지라도 해도 우주근원진기를 버텨낼 순 없을 거다.
우웅!
산화부식장간을 낀 오른손 주먹을 다가오는 무면귀의 머리통을 향해 쭉 내질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무면귀가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물리 내성을 지닌 몬스터라 그런지 데미지를 별로 입지 않은 모양.
독 내성까지 있으니까 황천독무는 아예 안 먹힐 테고.
그럼, 디버프로 방어력을 깎지 뭐.
우웅!
필멸무참진을 전개하고 덤벼드는 무면귀들을 닥치는 대로 때려눕혔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역시.
필멸무참진을 전개하니까 무면귀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지며 소멸했다.
풉.
물리 내성?
응~
나한테는 안 통해~
쩝.
근데 상대가 귀신들이라 그런지 손맛이 영 별로다.
“뀨우! 주인놈아! 더 온다! 저기 봐라! 빡빡이들 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웬 대머리들이 통통! 튀어서 우리에게 접근해 오고 있는 게 보였다.
저건 또 뭔데……?
* * *
통!
통통통!
통통!
몸통은 없고.
팔다리는 아기처럼 짧고.
짐볼만 한 크기의 머리통들이 무슨 농구공처럼 튀어오고 있었다.
[탈모귀]
살아생전 탈모로 고통받다 죽은 귀신.
분류 : 귀신
레벨 : 80
특징 : 물리 내성 / 독 내성
주의사항 : 탈모귀에게 붙잡히면 머리털을 빼앗겨 @진영구적인 탈모@진에 걸리므로, 상대하는 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획득 가능 아이템 : 탈모귀의 두피
타, 탈모에 걸린다고?
그것도 영구적인?
오싹!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차라리 고자가 낫지!
뭐 이딴 몬스터들이 다 있어!
탈모 vs 고자
당신의 선택은?
누가 칼 들고 협박하면서 둘 중 하나는 꼭 고르라고 하면 난 고자 고를 거다.
이미 고자지만…….
흑.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탈모귀들이 괴상망측한 주문을 외우며 우릴 덮쳐 왔다.
“뀨! 주인놈아! 주먹으로 때리지 마라! 큰일 난다!”
콰앙!
이미 때렸는데?
퉁!
탈모귀의 머리통이자 몸통이 움푹 들어가더니, 내 공격에 실렸던 파괴력의 배 이상의 힘으로 나를 튕겨냈다.
“악!”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나.
철푸덕!
윽.
꼬리뼈 찍었어…….
“뀨! 주인놈아! 저놈들 주먹으로 때리면 공격 튕겨낸다!”
“그걸 이제 말하면 어떡해!!!”
햄찌를 향해 빽! 소리를 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통통통!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탈모귀들이 다시 괴상망측한 주문을 외우며 날 덮쳐왔다.
“머리털을 내놔라!”
“이노옴! 아주 풍성하구나!”
“네놈의 모발을 한 가닥도 남김없이 빼앗아주겠다!”
“풍성한 놈들은 모조리 죽여 버릴 것이다!”
왜 나한테 지랄들이야!!!
‘에라, 모르겠다!’
일단 주먹으로 바닥을 찍어서 천지개벽을 냅다 때려 박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부웅!
천지개벽에 휩쓸린 탈모귀들이 지붕을 뚫고 날아올랐다가 추락…… 으아아아악!
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통!
탈모귀들이 탱탱볼처럼 이리 튕기고 저리 튕기면서 사방팔방으로 날아다녔다.
와장창창!
와르르르르르!
썩어 문드러진 기둥과 흙벽이 탈모귀들이 부딪히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포로패시아(捕虜敗時啞)!”
그, 그만!
그만해!
정신병 걸릴 거 같다고!
‘어떻게 하지?’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모르겠다.
황천독무는 아예 먹히지도 않을 텐데…….
나…… 이러다 대머리 되는 건가?
“뀨우! 주인놈아! 가위로 찔러라! 뀨우우!”
“어?”
“가위로 찌르면 될 거다! 뀨우우우!”
아!
튕겨내는 놈들이니까, 그냥 찔러 버려라?
스윽.
허리춤에서 매달려 있는 방천가위를 꺼내 덮쳐 오는 탈모귀를 향해 쭉 내질렀다.
푸욱!
“……!”
탈모귀의 눈이 크게 뜨이고.
피유우우우우웅!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탈모귀가 핑그르르 날아가더니 바닥에 처박혔다.
정말로 바람이 빠져서 그런 건지, 가죽만을 남긴 채…….
“돼, 됐다.”
한 놈을 처리했으면 나머지 놈들은 껌이지.
우웅!
속력금쇄진을 펼쳐 탈모귀들의 이동 속도를 늦추고, 방천가위로 찔러 대며 한 놈씩 처치했다.
“구우우우우우우우!”
그 와중에 꼬꼬 녀석이 빙글빙글 회전비행하며 탈모귀들을 꿰뚫어버렸다.
오?
좀 치는데?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탈모귀뿐 아니라 무면귀들까지 닥치는 대로 처치하면서 한바탕 싸움을 벌인 결과.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86레벨 달성!]
[알림: 87레벨 달성!]
깔끔하게 레벨업을 하면서 싸움이 끝이 났다.
“으어어어어어…….”
정작 싸움은 끝났는데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된다.
“하마터면 진짜 ㅈ될 뻔했네. 휴우.”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참 다행이다.
탈모까지 걸리는 건 피할 수 있어서.
탈모귀들한테 붙잡혀서 머리털이라도 뜯겼으면 그땐 진짜 게임 접을 뻔했다고?
* * *
건물 하나를 통째로 날려먹었지만, 머리털을 지켜낸 것 하나만으로도 의미 있는 싸움이었다.
[알림: <무면귀의 가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무면귀의 가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무면귀의 가면>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알림: <탈모귀의 두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탈모귀의 두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탈모귀의 두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도대체 어디다가 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늘 그렇듯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봤다.
언제 어떻게 쓸모가 있을지 모르니까.
“뀨! 주인놈아! 고생했다!”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가 격려의 한 마디씩을 건넸다.
“니들도 고생했어.”
건물이 반쯤 무너져서, 다른 건물로 자리를 옮겼다.
“귀신이 또 있지는 않겠지?”
“뀨! 또 있으면 아까 싸울 때 나오지 않았겠냐! 뀨!”
“인정.”
굴러다니는 책상을 주워 앞에 놓고, 다시 비급을 수정작업을 이어나갔다.
‘9시네. 딱 12시까지만 하고 로그아웃해야지.’
비급만 들여다보려니 허리가 찌뿌둥해서, 잠깐 일어나 한 5분 정도씩 걸어줬다.
덜컥.
쏴아아아아아아아아!
문을 열어보니 비가 그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래도 시원하게 퍼부어 대는 걸 보고 있자니 나도 기분이 좋…….
“꺄아아아악!”
응?
“살려 주세요! 제발 쫓아오지 마세요!”
저 멀리서 웬 아리따운 여인이 젖 먹던 힘을 다해 도망쳐오고 있었다.
“으헤헤헤헤헤!”
“아주 야들야들해 보이는 계집이로다!”
“어딜 도망치느냐!”
“네 이년! 게 서지 못할까!”
그 뒤로 딱 생긴 대로 놀게 생긴 놈들이 여성분을 뒤쫓아 오고 있었다.
동네 꼴 자알 돌아간다.
치안 안 좋은 무법지대라더니 밤엔 이런 일까지 벌어지네.
어휴.
홱!
문가에 기대 서 있는데, 여인이 황급히 뛰어 들어오며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무래도 급하게 뛰어오느라 날 못 본 모양.
“아주 협객 납시었군!”
“흐흐! 요즘 호주머니 사정도 안 좋았는데 마침 잘됐군!”
“계집도 범하고 네놈의 가진 것도 모조리 털어먹어주마!”
“좋은 말로 할 때 가진 걸 몽땅 내놓지 못할까! 으헤헤헤!”
여인을 범하려던 건달들이 시퍼런 칼을 뽑아 들고는 내게 다가왔다.
어?
얘네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더라…….
“어디 보자아.”
한 발자국 다가가 놈들의 얼굴을 더 자세히 확인해봤다.
아.
알겠네.
어두워서 잘 안 보였는데, 이제 보니 알겠다.
아까 낮에 날 포위하고 돈 내놓으라고 협박하던 그놈들이잖아?
“히, 히익?!”
“독공을 쓰던 놈?!”
“이런 ㅆ발!”
놈들도 날 알아보고 ㅈ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음.”
“흠흠흠.”
“크흠.”
놈들이 딴청을 피우며 내 시선을 피했다.
“즈,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그 계집이 얼굴도 반반한 것이 군침이 줄줄 흐르게 생겼습죠. 헤헤헤.”
“저희는 이만…….”
놈들이 은근슬쩍 뒷걸음질을 치며 도망치려는 찰나.
“동작 그만.”
움찔!
내 말 한 마디에 놈들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살려는 준다. 근데.”
귀찮게 굳이 죽일 필요까지야 있나.
“살고 싶으면 가진 거 다 내놔.”
용돈벌이는 해야지.
돈은 내가 뺏는 거지, 니들이 뺏는 게 아니라고?
주섬주섬.
놈들이 주머니에 든 것들을 꺼내 처마 밑에 슬그머니 올려놓았다.
“무기도 내려놓고.”
옳지.
말 잘 듣네.
“옷도 벗어 놓고 가라. 속옷까지 싹 다 벗어 놓고 가. 보기 역하니까 뒤돌아서 벗고.”
놈들이 하나둘 젖은 옷매무새를 풀어놓더니, 이내 곧 빤쓰까지 벗어놓았다.
“뜀걸음 준비.”
“악!”
“전방에 힘찬 함성 지르면서 뛰어~~~~~ 갓!”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내가 신호를 주자 벌거숭이가 된 놈들이 전방을 향해 힘찬 함성을 내지르며 빗속을 뛰어가기 시작했다.
짜식들.
덜렁덜렁 잘 뛰네.
근데…… 저건 좀 부러운데?
흑흑.
놈들을 보내고 돌아서는데.
“소협!”
놈들을 피해 도망쳐 들어왔던 여인이 내 품에 와락! 안겼다.
어어? 이거 위험하다구.
이게 누구 이혼당하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
스윽.
슬쩍 몸을 틀어 여인을 흘려보냈…….
헉?
철푸덕!
여인이 발을 헛디뎠는지 바닥에 대자로 자빠졌다.
죄,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