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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101화 (101/115)

제101화.

어우.

빗물 때문에 미끄러워서 그런가?

아주 제대로 자빠지셨네.

어디 하나 제대로 깨졌겠는데?

“괜찮으세요?”

여인을 조심스레 일으켜 주었다.

“너, 너무 아파요. 흑흑.”

여인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울상을 지었다.

치마 사이로 드러난 여인의 무릎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저거 오래 갈 텐데…….

“잠시만요.”

품속에서 싸구려 백주, 하얀 무명천, 그리고 금창약을 꺼냈다.

“좀 아플 겁니다.”

“네, 소협.”

콸콸콸!

우선 싸구려 백주를 부어 상처 부위를 씻어내면서 소독했다.

“아흑!”

여인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아프겠지.

이게 몇 도짜린데.

백주를 부은 뒤 새끼손가락으로 금창약을 찍어 상처 부위에 발라주고, 마지막으로 하얀 무명천을 감아 주었다.

“이만하면 됐을 겁니다.”

몸을 일으켜 여인을 마주 보았다.

오.

엄청 예쁘다.

지금까지 무림 서버에서 본 여자 NPC들 중에서 이만큼 예쁜 사람은 못 본 것 같은데?

흠.

“소협은 정말 친절하시군요.”

여인이 은근슬쩍 안겨 왔다.

“저를 구해 주신 걸로도 모자라서 이렇게 치료까지…….”

스윽.

어딜 또 들이대시나.

철푸덕!

여인이 또 자빠졌다.

또 자빠질 줄은 몰랐는데.

“흐으윽.”

여인이 쓰러져 신음했다.

“뀨우! 주인놈아! 왜 피하냐! 누나 자빠지지 않았냐! 뀨!”

“구! 구구구!”

햄찌와 꼬꼬가 내게 비난의 눈총을 보내며 여인을 부축해 주었다.

이것들이 아군이야 적군이야?

누구 이혼당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래?

“뀨! 예쁜 누나 일어나라! 햄찌가 챙겨준다! 뀨우!”

“구! 구구구!”

이것들이 축생 주제에 여자에 환장을 했나…….

“괜찮으세요?”

“괘, 괜찮아요.”

표정은 안 괜찮아 보이는데…….

ㅈ나 아파 보인다.

이번에는 팔꿈치를 쓸리셨네.

쯧쯧.

“정말 고마워요, 소협.”

여인이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소협이 구해 주시지 않으셨다면 저 도적들에게 몹쓸 꼴을 당했겠죠.”

“하하. 별말씀을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이곳에 머무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안 될 거 있나.

여기가 내 집도 아니고.

“편히 계세요.”

“정말 감사해요. 야심한 밤에 비까지 와서 막막했는데, 이렇게 소협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어요.”

“은혜라뇨. 서로 돕고 사는 거죠. 하하.”

“소협.”

“네?”

“소협이 하마터면 정절을 잃을 뻔한 소녀를 해 주셨으니, 소협은 제 은인이시라 할 수 있죠.”

“하하.”

“소협…….”

어어?

또 슬슬 다가오네?

“소녀…….”

뭔 말을 하려고 뜸을 들이셔?

“비록 보잘것없는 여인이지만…….”

보잘것없지는 않으신데…….

예쁜 만큼 몸매도 아주…… 말해 뭐해.

옷이 비에 잔뜩 젖어 있어서 그런지 속도 훤히 비치고, 몸의 굴곡이 다 드러나서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앞으로 소협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뭐든 하시겠다고요?”

“네, 상공.”

진도가 너무 빠른데…….

상공은 정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하지 않았나?

“소녀는 상공께서 원하시는 모든 걸 해 드릴 수 있죠. 후훗.”

“정말로요?”

“그럼요.”

여인이 고혹적인 미소를 피워 올렸다.

“이미 소녀는 상공의 것이랍니다. 상공 마음대로 하셔도 소녀는 좋아요.”

흠.

“혹시 원하는 게 있으신가요? 상공? 하아…….”

여인이 슬쩍 다가와 내 목덜미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윽.

소름 끼쳐.

“원하는 거, 있죠.”

“뭐든 말씀해 보셔요, 상공.”

“그럼 저 고기 좀 구워 주세요.”

“네?”

“밥 먹을 때가 돼서. 헤헤헤.”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렸다.

[알림: 당신의 캐릭터가 영양분을 필요로 합니다!]

[알림: 신속히 고단백 고탄수화물 식사를 통해 영양분을 보충하십시오!]

[알림: 근육은 충분한 영양공급과 휴식이 이루어졌을 때 성장하는 것입니다!]

근성장을 위해서는 영양섭취가 중요하다고?

* * *

화륵, 화르륵!

노릇노릇~

오?

냄새 고소한 거 보소?

딱히 먹을 게 없어서 자전혈망의 고기를 구워 먹기로 했는데, 막상 구워 보니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호오, 호오.”

한쪽에서 여인이 부채질을 해 가며 열심히 자전혈망의 고기를 구워줬다.

“상공, 드셔 보세요.”

“감사합니다.”

여인이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자전혈망의 고기 건네주었다.

우물우물!

오?

생각보다 맛있는데?

약간 닭고기 맛인데, 그것보다 더 고소하다.

TV나 유튜브 같은 데서 보면 뱀 고기가 닭고기 맛이라더니 진짜였네.

[알림: 허기가 채워집니다!]

[알림: 양질의 단백질이 공급되었습니다!]

[알림: 정력이 강해집니다!]

……이건 필요 없는데?

나 고자라고 ㅆ팔.

[알림: 근성장이 가속화됩니다!]

[알림: 근성장이 가속화됩니다!]

(중략)

[알림: 근성장이 가속화됩니다!]

오.

영물의 고기라 그런지 평범한 음식을 섭취했을 때랑은 반응이 다르다.

로그아웃하기 전에 운동 좀 하고 잘까?

고민된다.

밥 먹고 바로 운동하면 안 좋은데…….

혈액이 위로 다 몰려서 운동 효율이 떨어진다고?

속도 뒤집어지고.

일단 먹고 나서 생각해 보자.

“옴뇸뇸!”

“촵촵촵!”

“구구구!”

햄찌와 꼬꼬와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아 자전혈망의 고기를 뜯으며 야식을 먹었다.

“배 안 고프세요? 잡솨 봐요. 맛있는데. 옴뇸뇸.”

“저는 괜찮아요, 상공.”

여인이 미소를 지었다.

“상공이 맛있게 드시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답니다.”

싫음 말고.

먹기 싫다는데 억지로 먹일 순 없지.

“꺼어어어억!”

충분히 배를 채우고 거하게 트림까지 했더니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양질의 단백질> 효과가 발동되었습니다!]

이건 뭔데?

[양질의 단백질]

자전혈망의 고기를 섭취해 기회의 창이 열렸습니다!

24시간 동안 근력 운동의 효율과 근육 성장이 35% 증가합니다!

헉?!

역시 영물의 고기라 그런지 다르긴 다른 모이다.

운동 효율이랑 근육 성장 35%나 증가한다고?

“상공.”

여인이 은근슬쩍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상공께서 배불리 맛있게 드시는 걸 보니 정말 행복하군요.”

“그래요?”

“매일 삼시세끼 상공께 진수성찬을 차려 드리는 삶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여인이 내 가슴팍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상공께선 더 원하시는 건 없나요? 저는 뭐든지 해 드릴 수 있답니다.”

“정말 뭐든지 해 주실 수 있어요?”

“그럼요.”

여인이 색기 가득한 눈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소첩, 상공이 원하시는 거라면 뭐든지…….”

“그럼 저 운동 보조 좀 해 주세요.”

“네?!”

“운동 좀 하게.”

한때 문파였던 곳이라 그런지, 저 멀리 낡은 운동기구들이 보였다.

낡고 녹슬어 있으면 어때?

운동만 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의지만 있으면 산속 약수터에 있는 운동기구들로도 운동할 수 있다고?

* * *

“후! 하! 후! 하!”

“사, 상공!”

“하나만 더 할게요! 하나만 더!”

“흐윽! 너, 너무 무거워요!”

“하나만 더!”

“흐아아아아앙!”

“우어어어어어어어!”

콰앙!

영혼까지 쥐어 짜내 마지막 한 개를 들었다 내려놓았다.

바닥 깨진 거 보소?

어차피 주인 없는 폐가니까 물어 줄 필요는 없겠네.

헤헤헤.

“후우!”

열심히 운동했더니 개운하네.

“……zZ.”

“……zZ.”

그 와중에 햄찌와 꼬꼬 녀석은 대자로 뻗어서 코까지 골고 있었다.

니들이 그러니까 살이 찌는 거 아냐!

맨날 먹고 퍼질러 자니까!

“수고하셨어요. 덕분에 운동 잘했네요.”

온통 땀에 젖은 여인이 다가와 말했다.

누가 보면 본인도 운동한 줄 알겠다.

보조만 했는데.

“상공, 운동은 여기까지 하실 건가요?”

“그만해야죠. 방금 한계지점까지 했잖아요.”

“다른 운동에는 관심이 없으신가요?”

여인이 매끈한 각선미와 가슴골을 드러내며 말했다.

“어머! 이 땀 좀 봐…….”

“……?”

“땀에 젖은 상공의 모습이 소첩을 달아오르게 하는군요. 하아…….”

“에헤이. 왜 이러세요.”

“상공께선 제가 싫으신가요? 음란한 여인이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도적들에게 범해질 뻔한 더러운 년이라 생각하셔서 소첩을 멀리하시는 건가요?”

“그건 아니라…….”

“흑흑… 흑흑흑…….”

얼씨구?

이젠 즙까지 짜네.

* * *

천하제일문을 주변을 맴도는 처녀귀신 한령령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나가는 사내들을 유혹해 그 정기를 빼앗으려 했다.

마침 쏟아지는 비를 피할 곳을 찾던 도적떼를 발견한 한령령은, 그들을 천하제일문으로 유일했다.

천하제일문은 버려진 건물인지라 그녀가 자주 애용하던 장소로서, 인간들의 정기를 빼앗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웬 젊은 무림인 하나가 천하제일문에서 노숙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한령령은 도적떼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래, 저런 허접한 도적떼들보다야 무림인의 정기를 빼앗는 게 나아. 차라리 잘됐어.’

한령령은 닭들 대신 꿩이라는 심정으로, 천하제일문에서 노숙하던 젊은 무림인을 유혹해 정기를 빼앗기로 했다.

‘흥. 그래도 얼굴은 기생오라비처럼 반반하네. 좋아. 오늘 밤에는 네놈의 정기를 빨아먹어 주마.’

그때부터 한령령의 고난은 시작되었다.

두 번이나 자빠지고, 고기를 굽고, 심지어 운동 보조까지 해 주게 된 것이다.

‘이 고자 새끼!’

그러는 와중에도 틈틈이 놈을 유혹해 보았지만, 놈은 무슨 목석이라도 된 것 마냥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 섭혼술이 통하지 않는 걸 보면 필시 명문정파의 제자인 게 분명해!’

처녀귀신인 한령령의 장기는 섭혼술로 사내들을 유혹해서, 그 정기를 빨아먹는 것.

보통 사내 같았으면 진즉에 정욕이 끓어올라 이성을 잃고 덤벼들었을 터였다.

그러나 이 젊은 무림인이 아무렇지도 않은 걸 보면, 도가(道家)나 불가(佛家)의 정순한 내공을 익힌 게 분명했다.

‘중이 아닌 걸 보니 도가의 제자로군! 무당파일까? 흥! 상관없지.’

하지만 한령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리 도를 닦은 무림인이라고 해도 여태 유혹을 끝까지 뿌리친 놈은 없으니까! 언제까지 철벽을 칠 수 있을 것 같아? 두고 보자! 호호호! 사내는 자고로 여인의 눈물에 약한 법이지!’

한령령은 최후의 방법으로 눈물을 짜내어 놈의 동정심을 자극해 보기로 했다.

“흑흑, 흑흑흑!”

“아이고, 왜 울고 그러세요.”

“상공께서 소첩을 안아 주실 생각이 없어 보이시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것이어요. 흑흑흑.”

“아니이…….”

“소첩을 더러운 년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죠? 흑흑흑!”

“제가 언제 더럽다고 그랬습니까.”

“그럼 상공께선 소첩의 미색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건가요? 소첩이 못생겼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쁘신데요?”

“그럼 소첩의 몸매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것인가요?”

“훌륭하신데요?”

“정말로요~?”

“그럼요~”

“그럼 소첩을 안아 주시면 안 되나요~?”

한령령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젊은 무림인의 품으로 뛰어들어, 그를 휘감았다.

“소첩은 상공께서 안아 주시길 원한답니다. 흐으응.”

“이, 이러지 마시죠.”

“소첩은 상공의 것이어요. 하아아.”

“윽!”

“사실 소첩은 상공께 첫눈에 반했답니다.”

스윽.

한령령이 젊은 무림인의 아랫도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소첩은 원해요. 하아, 하아아.”

“뭐, 뭘 원하시죠?”

“소첩은 상공의 늠름한…….”

한령령의 손이 더 과감하게 아래쪽으로 향했다.

“늠름한…….”

“…….”

“늠름한 양물을…….”

“…….”

“늠름한 양물을 탐…… 뭐야.”

순간 당황한 한령령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어, 없잖아?”

없었다.

젊은 무림인에게는 사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특정 신체 부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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