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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버프로 무림정복-115화 (115/115)

제115화.

당괴괴와 당석영은 순간 말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니?

전설적인 신공절학인 만천화우가 무슨 시장바닥에서 파는 생선도 아니고…….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오랑아?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느냐는 게…….”

“말 그대로죠.”

연오랑이 대답했다.

“얼마까지 생각하시는데요?”

“그 말은…… 만천화우를 돈을 받고 팔 수도 있단 말이냐?”

“그럼 돈 받고 팔지 뭐 받고 팔아요.”

“허어.”

당괴괴가 혀를 내둘렀다.

“만천화우를 돈을 받고 팔겠다니…… 그게 무슨.”

무림인.

그것도 NPC인 당괴괴의 입장에서 전설적인 무공을 사고판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물론 안 될 것이야 없다지만, 그만한 신공절학을 금전거래에 의해 주고받을 수 있단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무림에서는 그게 상식이기도 했고.

“설마 공짜로 가르쳐달란 말씀은 아니시죠? 만천화우를?”

“그, 그건 절대 아니다!”

“다행이네요. 공짜로 주면 개발비도 안 남아요. 이게 얼마나 공들여 만든 무공인데.”

……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만천화우는 연오랑이 만든 건 아니었다.

만천회우의 원형은 연오랑이 판타지 서버를 플레이하던 시절 잠시 사부로 모셨던 샤키로라는 NPC가 만들어낸 것.

물론 연오랑이 계속해서 계량하고 발전시켜 오긴 했으므로,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긴 했지만.

“개, 개발비?”

“만천화우를 만들어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실전을 거쳤는데요. 실전에서 사용해 보고, 다듬고, 또 쓰고, 다듬고. 진짜 돈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들어가 있는데요. 공짜로는 못 드리죠.”

“으음. 듣고 보니 네 말도 옳구나.”

“그러니까 적당한 값을 치러주셔야죠. 그게 뭐가 됐든.”

“그건 맞는 말이다.”

“아.”

연오랑이 주변을 슥 둘러보며 탄식했다.

“건물이 참 많이 낡았네요. 수리할 곳도 많고. 청소도 엄청나게 해야겠네. 이거 다 하면 얼마나 들까. 에휴. 가진 것도 없는데. 집수리할 돈도 없네.”

그러자 당괴괴가 퍼뜩 품속에서 전표들을 꺼내 연오랑에게 흔들어 보였다.

“장원을 수리하고 싶었던 것이더냐? 껄껄껄! 진즉 말하지 그랬느냐! 얼마면 되겠느냐! 껄껄껄!”

홱!

연오랑이 당괴괴의 손에 들린 전표들을 낚아챘다.

“착수금으로는 괜찮네요.”

“차, 착수금? 그게 얼만데!”

억울하다는 듯 소리친 당괴괴.

“만천화우는 얼마일 거 같은데요?”

“그, 그건.”

“정성이 부족하시면 곤란하죠. 만천화우를 배우고 싶으시다면서.”

“크흠!”

“그럼, 잘 쓰겠습니다.”

당괴괴는 은자 수천 냥을 뜯기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은 연오랑의 비위를 최대한 맞춰줘야 할 시기.

연오랑이 만천화우를 안 가르쳐주겠다고 버티면, 사천당문으로서는 가문의 부흥은커녕 오대세가에서도 밀려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당장 만천화우뿐 아니라 독무를 뿜어내는 구결마저도 간절한 마당이었으니…….

“건명아.”

“예, 대사형.”

“공사비용 나왔다.”

연오랑이 당괴괴로부터 뜯어낸 전표들을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바로 사람들을 불러서 청소부터 하고 공사 일정 잡겠습니다.”

유건명이 연오랑의 말뜻을 귀신같이 알아듣고는 대답했다.

반짝반짝!

전표를 본 천하제일문 제자들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다들 저게 전표라는 것이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돈에 환장한 거 같은데.’

연오랑은 사제 녀석들을 보고 이 자식들이 얼마나 돈에 미쳐있는지 깨달았다.

그간 없이 살아서 그런지, 돈만 보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게 어째 벌써부터 싹이 보이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나 할까.

“일단 착수금은 받았으니까 천천히 얘기해 보죠. 후후.”

“아, 알겠다.”

그렇게 연오랑은 당괴괴로부터 천하제일문 총단 수리비를 충당하는 데 성공했다.

* * *

“촵촵촵촵!”

“쩝쩝쩝쩝!”

“우걱우걱!”

“와구와구!”

“후룩후룩!”

“옴뇸뇸뇸!”

“후릅후릅!”

“구와아악!”

다 같이 객잔에서 배달시킨 짜장면을 먹던 중.

“동생!”

어느새 천하제일문까지 찾아온 덕팔이가 연오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 오셨네요?”

“서문세가에 갔더니 여기로 가라고 해서 찾아왔네!”

“잘하셨어요. 딸은 잘 보고 오셨고요?”

“멀리서나마 얼굴 보고 왔지. 후우.”

덕팔이의 눈이 우수에 젖어들었다.

“거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마시고요. 조만간 시간 나면 그 일은 해결해 드릴 테니까.”

“그, 그게 정말인가?”

“아시잖아요. 저 뒷배 든든한 거.”

“알지! 동생은 ㄷ…….”

“뒤질래요.”

연오랑이 덕팔이의 귓가에 속삭였다.

“방금 동창이라고 하려고 했죠?”

“미, 미안하네.”

“그 말 꺼내면 진짜 죽습니다?”

“내 조심하도록 함세.”

덕팔이는 연오랑의 성질머리와 실력을 알았기에, 입을 꽉 다물었다.

그게 연오랑의 역린(逆鱗)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으므로.

“기왕 오셨으니까 앞으로 여기 머무시면서 숙수가 돼 주시죠.”

“음?”

“천하제일문이라고. 나름 잘나갔던 문파인데. 이제 막 재건할 예정이거든요. 여긴 제 사제들이고요.”

“아! 그랬구먼!”

“월봉은 넉넉하게 드릴 테니까, 여기 머무시면서 애들 밥 해먹이시면 되겠네요.”

“내 그리하지. 어차피 무일푼이라 어디 갈 곳도 없는데. 월봉도 넉넉히 준다면야.”

“제대로 된 스승도 하나 모셔 와서 요리도 배우시고.”

“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제대로 배운 적 없으시잖아요. 이참에 배우시죠.”

“그, 그렇게 해 주는 건가? 정말?”

“안 될 거 있습니까. 저야 좋은 숙수 하나 둬서 좋은데.”

“그렇게만 해 준다면 내 열심히 배워서 1년 365일 맛있는 요리들을 내놓도록 하겠네!”

“좋습니다.”

연오랑은 괜한 호의를 베푼 게 아니었다.

덕팔이는 요리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NPC.

좋은 스승을 만나 가르침을 받다 보면 어떻게 각성할지 기대가 되는 인물이었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에게 투자를 한 셈이었던 것이다.

‘요리 관련으로 얼마나 성장하려고 그러지. 기대되네.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만.’

연오랑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캐릭터 특성 탓에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식사를 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 * *

연오랑이 대준 자금으로, 천하제일문은 곧장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슥삭슥삭!

잡일꾼들이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뚝딱뚝딱!

솜씨 좋은 목수들이 무너진 건물을 새로 짓고, 낡은 부분을 보수했다.

“허허. 이런 날이 다 오다니.”

양봉길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천하제일문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처녀귀신 한령령에게 쫓겨난 뒤로 두 번 다시 못 올 줄 알았는데, 이렇듯 돌아와 보수공사를 진행하게 될 줄이야.

게다가 사천당문의 당괴괴와 당석영이 합류하고, 숙수인 덕팔도 합류했다.

이미 망해 버린 문파로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히 좋은 징조였다.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최소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은 생긴 것이다.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연무장에서는 천하제일문 제자들의 구령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무공을 익히기는커녕, 제자들이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양봉길은 여한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제 시작인데 뭘 그러세요.”

연오랑이 양봉길에게 슥 다가와 씩 웃어 보였다.

“아직 재건은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 그런가?”

“천하제일의 문파가 돼야죠. 그때 우셔도 됩니다.”

“허허…….”

“일단 장문 사형 몸 상태부터 보죠.”

“알겠네.”

연오랑은 길을 떠나기 전에 양봉길부터 치료할 생각이었으므로, 그를 조용한 곳으로 불러 당괴괴와 함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음. 전신 기혈이 망가져 있고. 혈도 곳곳에 탁기가 가득하구먼.”

양봉길을 진맥해 본 당괴괴의 표정이 영 좋지가 못했다.

“운이 좋았군. 이 정도로 그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구나.”

“그 정도에요?”

“살짝만 더 나갔으면 아예 미쳐 버렸거나 폐인이 되어 버렸을 텐데, 이 정도면 천운이 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구나. 내 여태 주화입마에 빠진 이들을 여럿 진료해 보았지만, 이 정도로 심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음.”

“특히 탁기가 혈도 곳곳을 막고 있어서, 약을 쓰거나 추궁과혈을 한다 한들 망가진 기혈을 회복시키기가 어렵구나. 도대체 얼마나 심오한 심법을 건드렸기에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쯧쯧쯧.”

당괴괴가 혀를 찼다.

“……역시 어렵겠소이까?”

“혈도를 막은 탁기만 어떻게 걷어낼 수 있다면 치료가 가능할 법도 한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소.”

“그렇구려.”

양봉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잠시만요.”

연오랑이 나섰다.

“아직 실망하긴 이르고요. 제가 한번 보죠.”

연오랑이 양봉길의 몸에 우주근원진기를 흘려넣었다.

‘음. 당괴괴 어르신 말씀이 맞네. 돌팔이는 아니란 말씀이야. 괜히 의술로 유명한 게 아니긴 해.’

당괴괴의 말대로, 양봉길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반쪽짜리 우주근원진기를 어떻게 해 보려다가 이렇게 된 것 같은데…… 혈도를 막은 탁기는…….’

우웅!

연오랑이 포식대법을 켜고 양봉길의 혈도 곳곳을 막을 탁기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

양봉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연오랑이 포식대법을 사용해 탁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걸 느낀 것이다.

“집중하세요.”

“아, 알겠네.”

양봉길이 눈을 감고 입을 꽉 다문 채 운기조식에 임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퉤에!”

연오랑이 거무죽죽한 피 같은 것을 내뱉었다.

포식대법을 이용해 양봉길로부터 빨아들인 탁기를 입으로 뱉어낸 것이다.

“다시 보시죠.”

“알겠다.”

당괴괴가 연오랑의 말에 양봉길을 다시 진맥했다.

“헉!”

당괴괴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혈도 곳곳을 막고 있던 탁기가 사라졌구먼! 깔끔하게! 어찌 이런 일이! 허어!”

“포식대법을 좀 썼습니다.”

“포식대법이라면…… 그 흡성대법과 흡사하다는 무공 말인가?”

“예.”

연오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공이 중요한 게 아니라 쓰는 사람이 중요한 거죠.”

“그, 그렇지!”

“어르신 눈에도 제 무공이 그 사악한 흡성대법으로 보이십니까?”

“저, 절대 아닐세!”

당괴괴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누가 자네에게 흡성대법을 사용한다며 누명을 씌우거든 이 당괴괴의 이름을 대게! 사천당문의 당괴괴가 자넬 보증한다고 말일세!”

“역시 그렇죠?”

“아무렴!”

당괴괴는 연오랑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치료는 가능할까요?”

“물론일세! 내 값비싼 약재들을 잔뜩 가져왔으니 당장 탕약을 달이겠네! 장담컨대 한 달이면 말끔하게 나을 걸세!”

“좋습니다.”

연오랑이 미소를 지었다.

“그, 그게 정말이오? 내 몸이 나을 수 있는 것이오?”

양봉길이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듯 당괴괴에게 다그쳐 물었다.

“정말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는 것이오?”

“어디 걷기만 하겠소? 무공도 펼칠 수 있게 될 것이오!”

“오오오!”

“장문인께선 딱 한 달만 치료에 집중하시오. 이 당괴괴가 말끔하게 고쳐 놓을 터이니.”

연오랑이 혈도를 막고 있던 탁기들을 없애 준 이상 양봉길의 치료는 식은 죽 먹기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괴괴의 의술이 워낙에 뛰어나다 보니 가능한 일이었지, 다른 의원 같았으면 망가진 기혈을 회복시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사제! 정말 고맙네! 정말 고마워!”

“별말씀을요. 아직 좋아하긴 이르니 당분간 치료에만 집중하세요. 고맙단 말씀은 치료가 끝난 뒤에 하셔도 됩니다.”

“알겠네. 내 사제가 신경 써 준 만큼 최선을 다해 회복에 전념하도록 하겠네.”

양봉길이 연오랑의 두 손을 꼭 붙들고 고마워했다.

“그럼, 믿고 맡겨도 되겠죠? 제가 따로 신경 쓸 건…….”

“없네!”

당괴괴가 단호히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두 분 말씀 나누고들 계세요. 전 잠시 볼일이 있어서…….”

연오랑은 당괴괴와 양봉길을 뒤로 하고, 천하제일문 지하에 자리한 보물창고로 향했다.

‘공사도 시작했고. 장문 사형 치료도 시작했어. 이제 허공보합과 팔괘를 알아볼 때다.’

카렐을 찾는 데 있어 핵심이 되는 아이템들을 살펴보고, 후속 퀘스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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