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뜸 착각당했다 괴물 천재배우로-8화 (8/201)

컨셉 (4)

강우진이 ‘박대리 역’을 선택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그가 아공간에서 한 행적을 되짚어야 했다. 시작은 당연하겠지만, 강우진이 아공간 속 ‘프로파일러 한량’의 흰 사각형을 확인했을 때부터.

-[5/대본(제목: 프로파일러 한량 1부), A급]

-[*완성도가 매우 높은 드라마 대본입니다. 100% 리딩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끝없이 컴컴한 아공강에 혼자 선 강우진은 팔짱 끼며 턱을 쓸었다.

“A급이라-”

바로 옆에 떠 있는 단편 영화 ‘흥신소’가 B급이었다. A급은 이번이 처음. 이어 강우진이 떠오른 궁금증을 뱉었다.

“흠- A급이면······제일 높은 급인가? 아니면 A급 위로 더 있나?”

A급 위로 더 높은 급이 있어도 어쨌든 A급은 상위티어였다. 즉, 박은미 작가의 신작 ‘프로파일러 한량’은 미래가 밝다는 얘기였다.

“C급인 ‘건달 검사’가 시청률이 7%쯤이었지? 그럼 A급이 두 단계 위니까······대충 10%는 넘나? 15%?”

확실하진 않았다. 애초 저 급들 사이의 차이가 얼마인지를 알 수 없으니. 덕분에 우진이 주제를 휙 바꿨다.

“뭐, 어쨌든 이 작품이 실험도 되겠네. 이 급에 관한 명확성.”

이 ‘급’이라는 게 진짜 미래의 힌트를 주는 것인지 아닌지에 판단. 당장은 미래의 힌트인 것이 가능성 높지만 확실한 건 또 아니니까.

이어 강우진의 시선이 제목으로 움직였고.

“‘프로파일러 한량’. 잘은 모르겠다만 프로파일러라면 범죄물 뭐 그런?”

밖에 있을 거물 송만우 PD가 던진 말을 상기했다.

‘우진씨를 배우로서 캐스팅하고 싶단 소립니다.’

당시엔 사고가 멈추긴 했다만, 아공간에 진입한 지금의 우진은 나름 침착했다. 그 덕에 적당한 답이 나왔다.

“그냥 작은 배역이겠지.”

연예계에 관해 잘은 몰랐지만, 그나마 우진은 신인이나 무명이 엑스트라로 시작하는 건 알았다. 심지어 송만우 PD나 박은미 작가 등의 거물들이 만드는 작품이라면 더욱이.

물론, 작품의 작은 역할엔 엑스트라. 즉, 보조출연이나 이미지 단역 등등, 작은 역할은 매우 많았지만 강우진이 알 리 없었고.

“뭐-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네.”

긍정적인 마인드가 번졌다. 처음 이 아공간에서 경험했던 ‘겁먹은 사내’. 이번이 두 번째였다. 거물들에게 제대로 평가 받아보는 것도 괜찮겠지.

곧.

-스윽.

강우진이 눈앞에 둥둥 뜬 흰 사각형을 집었다. ‘프로파일러 한량’을 선택한 것. 그러자 흰 사각형 밑으로 익숙한 글자들이 박혔다.

-[5/대본(제목: 프로파일러 한량 1부)을 선택하셨습니다.]

-[리딩(경험) 가능한 인물을 나열합니다.]

-[A:유지형, B:정상민, C배세준······E:박 대리]

여기서 강우진이 집중한 것은 나열된 배역들이었다. 얼추 6명쯤.

‘흠- 앞쪽은 주연이나 분량이 많은 애들이고. 박대리? 이거로 가자. 제일 분량 짧은 거.’

끝으로 갈수록 배역의 분량이 적은 것은 이미 실험을 통해 아는 강우진이었다. 따라서 우진의 선택은 ‘박대리 역’이었고.

-툭.

그가 나열된 인물 중 박대리를 터치했다. 곧, 익숙한 여자 목소리가 아공간 전체로 울렸다.

[“‘E:박 대리’ 리딩 준비 중······”]

기다림의 시간을 길지 않았다.

[“······준비 완료. 완성도가 매우 높은 대본이나 시나리오입니다. 구현도는 100%입니다. 리딩을 시작합니다.”]

금세 커다란 회색이 강우진을 덮쳤다.

누군가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박대리!! 안 오고 뭐 해!”

이 순간, 강우진의 시야에 온통 회색이던 것이 천천히 걷혔다. 조금씩 정면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장소는 한 공원 벤치 앞.

날씨는 따듯하다. 봄인가? 햇볕이 피부에 닿고 있지만 따갑진 않다. 오히려 기분 좋은 온도였다. 반팔. 난 반팔 셔츠를 입고 있구나.

이즈음 강우진의 시야가 넓어진다.

주변으로는 꽃이 자란 화단이 보이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저 앞엔 우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남자 두 명.

그들에게 강우진이 외쳤다.

“먼저 가세요!”

스며든 정신이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으니까. 그런 외침이 끝나자마자 강우진은 느꼈다. 지금 자신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하는 말과 행동은 모두 겉치레라는 것을, 진심 따윈 절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이 매우 차갑게 냉정하다는 것을.

다만, 그 냉정함의 정도가 심했다. 그래, 마음이 없다고 말해도 무방했다. 마치 가진 것 중에 감정이라는 것만 결여된 것 같다.

아니, 없다.

이미 강우진은 박대리였기 때문이었다. 박대리의 모든 것을 강우진이 가졌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표정은 수단.’

박대리에게 표정과 표현은 그저 포장지다. 평소에도 시간만 나면 표정 연기를 한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대사를 외워 둔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입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동공엔 광기가 숨은 강우진이 입술의 양쪽 끝을 움찔했다. 웃음에 관한 연습을 하는 것이었다.

진짜 기쁜 것, 억지로 웃는 것, 환희에 젖은 것 등등.

그의 루틴이었다. 회사로 복귀 하기 전에 으레 하는 연습. 그렇게 비죽비죽 대던 강우진. 그가 갑작스레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무척이나 삽시간이다.

연습을 마쳤으니 기본값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대로 강우진이 한 걸음 움직였다. 여전히 마음속엔 파도 한 점 없이 정적이 흘렀다.

이때였다.

“아.”

어느새 장착했는지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강우진이 자신의 구두를 내려본다.

“개똥 밟았네.”

딱딱하지 않고 뭉근한 것이 최근에 싼 개똥 같았다. 이 순간 움직임을 멈춘 채 자신의 구두를 내려보는 강우진은.

“개똥······”

그의 눈엔 미약한 광기가 흘렀다. 목표가 생겼으니까. 피해를 받았다. 그것도 한낱 개새끼에게. 그대로 강우진이 고개를 느릿하게 돌려 주변을 둘러본다.

“아, 저깄네. 개새끼.”

개새끼가 그의 눈에 들어온 건 금방이었다.

가까운 화단에서 개새끼가 똥을 지리고 있었으니까. 주인이 놓친 건지 개새끼의 목줄이 감긴 놈이었다. 그런 개새끼를 가만히 바라보던 강우진.

이때였다.

강우진이 보는 세상에 급작스레 색깔이 번지기 시작했다.

빨주노초파남보. 방금까지 평범하던 그의 세상은 동화같이 탈바꿈됐다. 바닥이 보라색이며 나무는 초록색이다. 하늘은 검은색, 구름은 파란색, 사람들은 모두 색이 다르다. 동심이 가득해진 느낌.

그러나 화사한 동화는 아니다. 이질감이 든다. 무언가 어긋난 듯한 동심.

‘······꿈?’

그래, 마치 꿈속의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 강우진의 없었던 감정이 파생됐다. 기분도 변화됐다.

흥분.

아무것도 없이 정적이던 강우진은 지금 흥분해 미칠 지경이었다. 빨리, 빨리, 빨리, 뭔가를 빨리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 감각이었다.

그리고.

-스윽.

언제 왔는지 화단에서 개똥을 지리던 개새끼가 강우진의 발치에 와서 부벼댔다. 우진의 눈에서 개새끼는 노란색이었다.

“귀엽네. 몽글몽글하니. 터트려 보고 싶게.”

강우진은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많았다. 즉, 보는 눈이 많다는 얘기였다. 그렇기에 우진은 개새끼의 목줄을 잡아 움직였다.

다행히 개새끼는 따라왔다.

가까운 곳에 공용화장실이 보였다. 강우진이 가려는 곳은 저 화장실의 뒤쪽이었다. 곧, 강우진이 목줄을 당겨 노란색 개새끼를 가슴에 품었다.

개새끼는 강우진의 볼을 핥았다.

“귀엽네. 근데 사람 다니는 길가에 똥을 싸면 안 되지.”

미소짓던 강우진이 노란색 개새끼의 코를 가볍게 톡톡톡 두드렸다. 그러자 두드린 곳에서 빨간 폭죽이 터졌다. 물론, 강우진의 시야에서만.

그것이 강우진의 흥분을 더욱 증폭시켰다.

안절부절못할 정도의 어떠한 희열. 빨리, 빨리, 빨리 더 터트리고 싶다. 그렇게 노란색 개새끼를 품에 안은 강우진은 화장실 뒤로 사라졌다.

몇 분 뒤 다시 나온 강우진의 얼굴은 평온했으며.

“아- 좀 늦었네.”

빈손이었다.

이후.

박대리의 리딩을 마친 강우진이 회의실로 돌아왔다. 동시에 우진은 속으로 질펀한 욕을 뱉었다.

‘아, 시발.’

단단히 자리 잡은 역겨움이 느껴졌으니까. 박대리의 모든 것과 그의 세상이 약간 버거워서였다. 하지만 이미 박대리는 강우진에게 각인됐다.

‘기분 더럽네.’

뭐랄까, 아공간 속 박대리의 경험 또는 리딩은 체감상 20분 정도였지만, 지금 강우진은 멀미를 5시간은 버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강우진에게 박대리는 낯설고 익숙했다.

지금은 둘 다 강우진 본인과 같았지만, 왜인지 우진은 박대리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때.

‘뭔데? 안돼안돼, 나오지 말라고.’

순간 불쑥 고개를 드는 박대리의 감정을 강우진이 가까스로 움켜잡았다. 본능이었다. 방어적 본능.

그런 강우진이 약간 멍하게 있을 때였다.

“앞뒤 상황은 전부 이해했죠?”

반대편에 앉은 박은미 작가의 목소리가 강우진의 귓가에 박혔다. 이때야 서서히 우진의 시야가 넓어졌다. 와중에 박은미 작가의 말을 계속 추가됐고.

“부담 없이 극 중 아무 배역이나 대사 몇 줄만 연기해줘도 돼요. 우진씨의 톤만 좀 보려고 해요.”

약간 혼잡했던 우진이 컨셉을 가까스로 유지했다.

‘아, 그래. 그런 상황이었지.’

그대로 우진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종이뭉치를 내려봤다. ‘프로파일러 한량’ 1부 대본.

‘읽지도 않고 바로 하는 건 오바고.’

이미 대사 등으로 박대리에 관한 건 모조리 습득한 뒤였으나, 앞에 앉은 저들의 평온을 위해 강우진이 낮은 목소리를 냈다.

“잠시 읽겠습니다.”

물론, 대본을 읽지는 않았다.

-팔락, 팔락.

읽는 척 만 하는 강우진이었다. 5분 정도만. 그러다 대본 속의 한 문구에 우진의 눈이 멈췄다.

-[S# 14]

-박대리가 보는 세상은 온통 색깔로 뒤덮였다. 마치 미쳐버린 꿈의 동산을 표현한 것 같다.

이래서 그런 정신나간 색깔들이 보였던 거였네. 속으로 읊조리던 우진이 작게 한숨을 뱉은 뒤.

-슥.

고개를 올려 모두에게 덤덤히 말했다.

“‘박대리 역’으로 하겠습니다.”

재밌는 것은 우진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

건너편 모두가 두 눈을 크게 뜬다는 것. 놀란 건가? 왜지? 특히 송만우 PD와 박은미 작가의 리액션이 컸다.

“······박대리??”

하지만 우진은 일단 근엄하게 재차 답했다.

“예, ‘박대리 역’이요.”

그러자 턱수염 송만우 PD가 우진을 빤히 보다가, 고개를 돌려 박은미 작가를 쳐다봤다. 박은미 작가는 이미 그를 보고 있었다.

“······”

잠시간 시선을 나누는 둘. 우진은 그 모습이 좀 이상했다.

‘뭐야, 눈으로 대화하는 거냐?’

과연 거물들이었다. 눈으로만 의사소통이 된다니. 이다음이었다. 단단한 얼굴로 변한 송만우 PD가 우진에게 다시 시선을 맞춘 건.

“박대리 역의 어떤 컷을?”

뒤쪽까지 갈 것 있나? 박대리 역은 뒤로 갈수록 복잡해진다. 따라서 우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앞쪽 씬을 택했고.

“강아지 나오는 씬으로 하겠습니다.”

언제 썼는지 안경을 쓴 박은미 작가가 송만우 PD에게 요청했다.

“PD님이 카메라 시점을 맡아줘요, 우진씨는 PD님이 카메라다 생각하고 부탁해요.”

사실, 이 회의실에는 이미 카메라가 있긴 했다. 강우진이 앉은 곳의 뒤쪽과 우진의 정면 창가 쪽에. 어쨌든 이해했다는 듯 강우진이 들고 있던 대본을.

-스윽.

반대편 박은미 작가에게 넘겼다. 그러자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되물었다.

“안···보고 해도 되나요?”

그게 더 불편할 것 같은데. 이것은 강우진이 저도 모르게 한 행동이었다. 쎈척을 유지했다기보단 무의식에서 나온 것. 이미 박대리를 가진 그에겐 대본을 보고하는 게 더 거추장스러웠으니까.

“네. 괜찮습니다.”

다만, 이 행동이 박은미 작가를 포함해 모두의 오해를 증폭시켰다.

‘몇 분 안 되는······그 짧은 순간에 대사부터 지문, 감정선 등을 이해했다고? 말이 안 되잖아?’

말이 됐다. 물론, 강우진만 말이 됐다. 그러나 박은미 작가 포함 모두에겐 이해 안 되는 행동이긴 했다.

‘허세···아니, 그렇게 보기엔 너무 아무렇지 않은데.’

그쯤.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갑시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몸을 앞으로 당긴 송만우 PD가 강우진에게 첫 대사를 던졌다. 씬의 시작을 알리는 대사.

“야, 박대리. 안 오고 뭐 해.”

이어 송만우 PD의 턱수염 쪽을 빤-히 보던 강우진이 눈을 한 번 깜빡였다. 동시에 송만우 PD의 눈가가 꿈틀했다.

왜?

‘눈빛이 변했어. 냄새도.’

정적이던 강우진의 눈동자에 없던 옅은 광기가 피었으니까. 눈을 감기 전과 감은 후가 판이했다. 그 짧은 순간 감정을 끌어낸 것이었다.

최소한 송만우 PD의 눈에선 그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송만우 PD를 응시하던 우진이 양쪽 입꼬리를 올렸다. 작은 떨림이 있다. 다만, 눈동자의 옅은 불길함은 동일했다.

“먼저 가세요!”

뱉은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우진의 입가에 번졌던 미소가 사라진다. 마치 무표정의 과정을 슬로우모션으로 보는 것 같았다.

“······”

이윽고 완성된 무표정. 다시 생기는 웃음. 다시 무표정. 다시 웃음. 이 과정이 강우진의 얼굴에서 몇 번 반복됐다. 소시오패스. 강우진에게서 소시오패스의 냄새가 절절히 풍겼다.

여기서 왜인지 탑여배우 홍혜연의 살갗에 닭살이 돋았다.

‘미소마다 결이 달라.’

소름이 돋을 만했다. 강우진은 지금 미소마다 의미를 다르게 부여하고 있었으니까. 눈가 근육의 작은 떨림, 약간 꺾는 고개 각도, 높아진 입꼬리의 정도 등등으로.

‘얼굴의 표정만으로······표현되는 거였어 저거?’

이어 강우진이 선택한 미소를 장착한 채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다 멈칫. 자신의 발을 내려본다. 짧은 침묵.

약 10초쯤.

그 짧은 정적이 회의실 전체의 공기를 잡아먹었다. 우진의 이름 모를 침묵과 냉담함이 모호한 공포감으로 변질된 것. 이때 강우진이 자신의 신발을 꺾어 올려 밑창을 확인했다.

“개똥 밟았네.”

두리번두리번. 적당히 회의실 근방을 훑던 강우진이 박은미 작가 한 번.

-스윽.

끝으로 송만우 PD에게 눈을 맞췄다. 어느새 그의 눈엔 광기와 더불어 흥분이 서려 있다. 곧, 강우진의 소름 돋는 웃음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깄네. 개새끼.”

여기까지였다. 일어섰던 강우진이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리곤 적당히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끝났습니다.”

낮고 냉정한 말투. 박대리에서 다시금 쎈척의 강우진으로 돌아온 것.

‘자- 평가는 어떠려나.’

그때였다.

-다락.

뜬금 우진의 건너편, 긴 파마머리를 묶은 박은미 작가가 일어났다. 시선은 강우진에게 고정. 그런 그녀가 뭔가 홀린 표정으로 우진에게 다가간다.

천천히, 천천히.

그 모습에 강우진이 살짝 고개를 뒤로 뺐고.

‘왜 저래 저 아줌마. 살짝 무서운데?? 혹시 화났나?’

어느새 강우진의 앞에 선 박은미 작가가 돌연 강우진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우진씨.”

당연히 강우진은 속으로 질색했다.

‘왜, 왜이래!’

하지만 박은미 작가는. 국내 스타작가라 칭송받는 그녀는, 주변 시선 따윈 아랑곳없이 강우진에게 얼굴을 붙이며 읊조렸다. 톤에 절절함이 묻었다.

“박대리 역 맡아 주세요. 꼭 우진씨가 해줘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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